초능력 대결을 담아내는 만화들 [도서관저널 1309]

!@#… 내가 원하는 초능력이라면 물론 원하는 초능력이 생기는 초능력.

 

초능력 대결을 담아내는 만화들

김낙호(만화연구가)

남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다. 나에게 피해가 오는 것이 아니라면, 이왕이면 강하고 신기하게 무력 대결을 하는 것이 더욱 재미있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런 재미를 극대화하는 이야기를 만든다면, 그 신기한 힘이 아예 자연법칙을 거스를 정도까지 간다면 금상첨화다.

초능력 대결이라는 소재는 바로 이런 매력을 극대화한다. 보통은 무슨 전지전능한 초월자들이 서로 권능을 자랑하는 식이 아니라(물론 [바벨2세] 같은 고전들은 힘자랑에 가까운 면이 상당하지만), 물리적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어떤 능력이되, 아주 특정한 형식으로만 발현되도록 짜여있다. 그리고 단순히 능력의 강함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식으로 발현되는 능력들이 상성을 지니고 결합 또는 상쇄를 이뤄내는 전략적 배합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절대적으로 강해 보이는 어떤 능력을 지닌 자가, 사실은 그렇게까지 강해보이지 않지만 하필이면 그 자에게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성질의 무언가에 당할 수 있다. 즉 초능력 대결은 팔씨름이 아니라 가위바위보의 묘미를 만들어내기에 매우 적절하다. 그 안에서 여러 초능력 종류를 설명하는 분류체계까지 등장하면 독자들을 작품의 세계관에 참여시키는 탁월한 솜씨를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초능력 대결이라는 소재에 대해서 그저 황당하고 유치한 오락물로 치부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곤란하다. 초능력 대결은 힘의 의미, 상성과 균형에 관한 좋은 비유법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열심히 재미있게 즐기고, 그 다음에 한번쯤 돌아보면 된다.

따돌림의 원천, 인격의 표현

초능력을 지닌 이들이 막 서로 싸우고 다니면 영웅으로 추앙받을까. 초능력이 아니라 그냥 좀 강한 주먹질이라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다. 자신들을 해코지할까봐 두려워서 눈치를 보는 주변인들이 좀 있겠고, 그보다 훨씬 보편적으로 많은 이들은 그 이질적 힘을 경계하고 규제하고 싶어질 것이다. 선이냐 악이냐 이전에, 우선 현재의 사회에 대한 불안요소이기 때문이다.

초능력 때문에 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는 주인공들이라는 설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일찍부터 정립시킨 작품은 바로 미국 슈퍼히어로 만화 전문 출판사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이고 브랜드인 마블코믹스의 ‘엑스맨’ 시리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스토리 중 하나인 [엑스맨-다크피닉스사가](크리스 클레어몬트, 존 번)가 특히 이런 요소들을 잘 반영한다. 엑스맨은, 사회적으로 배제의 대상이 되어가는 초능력자 돌연변이들을 모집하여 히어로로 훈련시켜 팀을 짜주는 프로페서 엑스, 그리고 돌연변이들의 우월함으로 사회를 지배해야한다고 느끼는 매그니토의 대결을 그리는 작품이다. ‘다크 피닉스 사가’는 엑스멘 팀 가운데 가장 강력한 잠재력을 지녔던 염동력 및 텔레파시의 소유자 진 그레이가 여러 사건으로 인해 폭주하고 우주적 스케일의 파괴가 이어지다가 결국 팀워크와 자기희생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다양한 개성의 히어로들과 초능력의 대결, 그 모든 힘을 합치는 과정이 이후 이 장르의 기본 구도에 가까운 모범으로 자리매김했다.

슈퍼히어로 같은 넘치는 자의식이나 우주적 스케일은 덜하지만, 따돌림당하면서도 싸울 수 밖에 없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로 [트레이스](내스티캣)도 좋은 사례다. 작품의 세계는 트러블이라는 파괴적인 이질적 존재들이 등장하고, 이들을 물리칠 수 있는 각종 전투 초능력을 지닌 트레이스라는 돌연변이 능력자들이 존재하는, 현대의 한국이다. 그런데 트레이스로 판명되면 인간으로서의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고 정부기관의 관리하에 들어가게 되며, 어떤 경우는 의심스러운 인체실험 등에 동원되기도 한다. 그리고 정부의 그런 인권탄압을 폭로하고자 저항에 나선 트레이스 결사체가 있고, 정부의 트레이스 공작원들이 서로 충돌한다. 손가락에서 총이 나간다든지, 여러 명으로 나뉘어진다든지, 대단히 높이 뛰어오른다든지 하는 여러 능력들은 은근히 각자의 처지와 결핍에 대한 은유로 가득하다.

상성의 재미

앞서 언급했듯, 초능력 대결이 가장 확실한 장점을 발휘하는 것은 형질 사이의 상성이 절묘하게 단순한 힘의 균형을 뛰어넘을 때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주류 소년만화에서 상성에 의한 초능력 대결의 묘미를 완성시킨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죠죠의 기묘한 모험](아라키 히로히코)다. 1부, 2부도 그런 요소들이 뒤로 갈수록 점점 드러나기는 하지만, ‘스타더스트 크루세이더즈’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3부에 처음 소개된 스탠드라는 개념이 이런 매력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스탠드는 스탠드유저의 정신과 인격에 적합한 어떤 특수한 능력을 펼쳐내는 초능력인데, 개성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지니며 마치 유령처럼, 혹은 당사자의 분신처럼 활동한다. 그 중에는 강력하고 정확한 조작과 펀치력을 구현하는 능력도 있고, 시간을 멈추는 능력도 있으며, 상대의 얼굴을 만화책처럼 펼쳐서 그 안에 기억을 읽거나 새로 새겨 넣는 능력도 있다. 이 작품에서의 초능력 대결이란 우선 상대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그리고 능력의 특정한 발동 조건을 파악하여 자신과 동료들의 힘으로 허점을 노려 역공하는 것이다. 어떤 역경에 몰려도 결국 자신의 능력과 기지를 통해서 이겨내는, 실로 인간찬가다.

대결의 처절함보다는 다양한 능력들이 선보이고 서로의 상성에 난감해하는 모습 자체의 재미가 더 구미가 당긴다면, [덴마](양영순)가 매우 적합하다. 원래 우주의 유명 악당이었다가 어쩌다가 악덕 우주 택배사업체에 납치되어, 아이의 몸에 가두어진채로 택배 업무를 하며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 꼬마 덴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러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주요 주인공들은 모두 ‘퀑’이라고 하는 초능력자로, 이쪽에 있는 물건과 다른 곳에 있는 같은 질량의 물건을 바꿔치기한다든지, 물체를 종이 같은 2차원으로 변환시켜 붙잡아놓는다든지 하는 기발한 여러 능력들을 가지고 서로 싸운다. 여러 별들에서 일어나는 분쟁들, 퀑과 퀑 사냥꾼들, 교단과 귀족들, 내부의 저항세력과 회사 등 여러 전선에서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며 초능력 대결이 펼쳐진다. 방대한 세계관과 많은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절묘하게 하나씩 복선의 제시와 회수를 거듭하는데, 그 모든 과정에서 끊임없이 초능력 대결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준다.

능력 자체의 묘미

거대한 스케일이나 사회풍자, 상성 대결의 절묘함 같은 거창한 것보다는 좀 더 기본적인 재미를 느끼고 싶을 수도 있다. 그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기발한 초능력으로 놀라는 것 그 자체 말이다. 그럴 때는 [이런 영웅은 싫어](삼촌) 같은 작품들이 제격이다. ‘이영싫’의 세계는 영물에 가까운 각종 동물 혼혈 인간, 초능력자들 등이 위화감없이 사회 속에 녹아있는 곳으로, 그 안에서 초능력 히어로 조직인 스푼에 스카웃된 엄청난 잠재력의 주인공이 점차 성장해나가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냥 기본적인 염동력이나 텔레파시 같은 초능력도 있지만 훨씬 분방한 초능력들이 등장하며 웃음을 준다. 피겨를 사랑하던 오타쿠 청년이 간절히 소망했더니 그 염원이 결국 이뤄져서 사람이 된 피겨와 결혼해서 가족을 이룬다든지 말이다.

아니면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모든 초능력이 농업과 관계가 있어서 아예 ‘농력’이라고 일컫어지는 [이장본색](지뚱)도 추천할만하다. 거대한 당근을 소환해서 적을 물리친다든지, 식물을 빠르게 자라나게 한다든지, 가축으로 변한다든지 하는 각종 초능력으로 서로 대결하는 모습을 읽다보면, 황당함이니 유치함이니 따지는 것 자체가 이미 지는 것임을 직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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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학교도서관저널. 특정 컨셉 아래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책들을 묶는 내용으로, 만화를 진득하게 즐기는 것의 즐거움과 세상사에 대한 관심을 적당히 배합해보자는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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