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와 오지랖의 이중주 – 무장 [IZE / 130822]

!@#… 재미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여러 작품들 가운데 하나. 게재본은 여기.

 

복수와 오지랖 사이에서 찾은 무협 – [무장]

김낙호(만화연구가)

[무장](김철현/미디어다음 연재중)은 고려시대 무신정권기의 대표적 민란인 ‘만적의 난’을 주도한 만적이 사실은 대단한 기공 무술의 고수였고, 그와 큰 아들은 결국 살해당했지만 작은 아들이 무예를 전승받은 채로 살아남았다는 설정을 깔고 있다. 도박싸움판에 끌려 다니는 노비인 ‘권’은 사실은 신분을 숨기고 자발적으로 노비가 되어, 무투로 명성을 얻어 가족을 살해한 주동자를 꾀어내어 복수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노비 신분의 속박, 무장 가문들의 음모, 권의 정체를 알아내는 이들의 등장 등의 사건들이 꼬이고, 게다가 거란족의 침입까지 일어난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원한을 품고 초절정 고수로 거듭나서 신분을 숨기고 돌아와 원수를 갚고자 활약’물이다. 고려시대를 무대로 하는 사극이고 무협(즉 무예 대결을 통해 도덕을 논하는 격투 판타지)이기도 하지만, 가장 적합한 장르분류라면 딱 그래야할 것 같다. 무협장르는 물론이고 신화, 서부극 등 다양한 틀에서 구현되어온 하나의 원형인데, 주인공을 압도적으로 강하게 묘사해서 호쾌함을 주며 또한 그런 강함을 손쉽게 납득시키고 응원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다. 동시에 주인공이 강해지는 성장과정에 동참하기보다는, 이미 강한 그가 원한에 사로잡혀 엇나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무장]이 그 계열 여타 작품들과 살짝 다른 방식으로 매력적인 점은, 권의 드넓은 오지랖이다. 원수를 갚아야한다는 일념으로 힘든 수련을 거쳤고 안락한 정착을 포기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의 친한 지인들의 사정에 엮이며 그들을 구해내야 한다. 심지어 사형당할 처지에서 겨우 도망을 나온 상황에서조차, 거란족의 침입으로 위협받게 된 마을 사람들을 구하러 싸움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삼국지의 유비 같은 황제의 야망을 품은 것도 아니고 여전히 자신의 사적 복수에 대한 일념을 불태우면서도, 도중에 구해야 할 것 같은 이들은 어쨌든 챙기고 간다.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야한다는 대단한 도덕률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두고 지나가지 않을 따름이다. 흔히 오지랖을 강조하는 작품들은 이미 모든 것을 흘려보낸 은퇴 고수(예: 바람의 검심, 은혼 등)의 이야기로 흐르고 원수를 강조하는 작품들은 복수의 처절함에 초점을 두기 쉬운데, 이 작품은 둘 다 해버린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두 가지가 겉돌기보다는 함께 어우러지며 재미를 준다. 복수를 위해 움직이지만 지나치게 비정할 수 없고, 오지랖을 발휘하지만 마냥 선량해질 수 없다. 권은 원래는 늘 힘을 아끼고 계산하며 냉철하게 복수의 단계를 하나씩 밟고 싶어 하면서도, 현실은 전혀 원하지 않던 험난한 강적들과 맞서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매번,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마다 “(기술이 탄로 나서 / 몸에 부담이 가서 / 기타 어른의 사정으로) 이것까지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를 투덜거리며 한층 강한 무예 기술을 선보인다. 이런 식의 소년만화스러운 요소들은, 마치 90년대 소년만화잡지의 전성기 시절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그림과 연출 속에 한층 강화된다. 화사한 컬러와 단칸 배열 위주인 오늘날 주류 웹툰 방식에서 살짝 벗어나, 의도적 흑백 그림과 면을 꽉 채우는 칸들이 역동적으로 흐른다.

연재중인 작품에 대해서 평하는 것이 늘 그렇듯, [무장]의 미덕으로 여기에서 꼽은 부분들이 앞으로 유지될지 무너질지 알 길은 없다. 최악의 경우는 권이 거란족으로부터 민족을 구원할 대장군으로 등극하는 난감한 엔딩으로 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오지랖과 복수의 이중주, 그것을 소년만화의 재미로 흡수하는 지금의 페이스가 만족스러운 엔딩까지 이어지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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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웹진 ‘IZE’ 연재글. 연재중인 웹툰을 다루며, 얕지 않되 너무 매니악한 선정도 피하며 고루 소개하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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