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에 그런 심오한 교육적 뜻이 있었다니

!@#… 대운하다 건강보험이다 MBC를 좌시하지 않기다 뭐다 어디를 먼저 뒤집을지 많은 단서들이 있었지만, 가장 먼저 구체화된 것은 결국 대입제도.

기여입학제 빼곤 ‘대입 3불제’ 사실상 깨져
조선일보 2008-01-03 03:16 정성진 기자

(…)인수위 관계자는 “우리가 그동안 해온 고교 평준화는 말뿐인 평준화”라며 “앞으로 공부 못하는 학교를 드러나게 해서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물론 고교간 학력차이 있는 것이야 당연히 사실일 수 밖에 없고, 그런 것 감안하지 않고 일괄 내신을 적용하라고 하면 뭔가 불공평해 보이는 부분이 있겠지. 그러니까 차라리 그냥 “입시명문고를 만들어서 올인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것이지, 인수위라는 곳에서 저런 변명성 발언이 나왔다니 참 천박한 인식수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뭐랄까, 학급(혹은 아예 전교) 석차를 프린트해서 공개적으로 걸어놓는 짓거리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듯 하다. capcold는 그 것이 성적이 좀 더 낮게 나온 애들은 열심히 놀림을 당하고 모멸감을 맛보도록 유도하는 지극히 비교육적이며 거의 인권침해 수준의 지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최상위권의 몇 명 정도야 주변에 자랑하는 의미라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주변 학우들에게는 그저 쪽팔리는, 오히려 공부할 맛 떨어지게 하는 순간이었다. 너 때문에 우리 학급 평균이 다른 학급보다 떨어진다느니 하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뭐 순식간이다. 그런데 이런 잔인한 짓거리를 하는 것이 경쟁심을 자극하기 위함이니 하는 궤변은 종종 들어봤지만, 공부 못하는 학생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만천하에 공부 못한다고 드러내는 것이라는 멍청한 변명은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 전국 고등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하고 그것을 학교별로도 통계 분석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사실 교육 발전을 위한 좋은 연구다. 대찬성이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입시 사정에 반영하도록 전면 공개한다면, 확실히 말해서 고등학교 교육 따위는 파탄행 고속도로다 (학교 주변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요동치고… 아니, 어떤 이들에게는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겠군). 만약 인수위가 표방하는 것 처럼 실제 존재하는 학교간 학력 차이를 인정하고 지원을 하려면, 학생의 내신성적에 가산점을 주기 위한 방식의 고교등급제가 아니라 개별 학생들의 입시점수에 미치는 영향 없이 학교 자체를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분야별 특성화 평가 척도를 개발/적용해야한다. 즉 고교 학력 평가를 할 뿐, 입시제도의 일부로서 고교등급제를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금지해야 좀 말이 된다. 학생 개개인에게 적용되는 수능의 등급제도 싫다고 뒤집자는 교육팀이, 더욱 복합적으로 장단점을 지니는 각 학교들을 등급제의 틀거리로 몰아넣고 심지어 거기에 맞추어 학생들의 입시성적을 재단하겠다고? 웃기잖아.

!@#… 하지만 애초에 교육 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이런 이야기를 굳이 하려던 것은 아니고… 사실은 그 발언을 읽고 문득 엄청난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정부 지원을 좀 받으려면 최선을 다해서 공부 못하는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아항,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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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oughts on “고교등급제에 그런 심오한 교육적 뜻이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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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통신문에 의존할 필요도 없고, 사실 학교로서는 평균이 추락해서 정부 지원을 더 받아내는 장점도 있다!(핫핫) 학교당국이 그런 행위를 막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예를 […]

Comments


  1. 애당초 학생이 고등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체 뭘 바꾸는 걸까요;
    정말 부동산 시장에는 활기가 넘치겠지만, 특정 고등학교 주변은 살벌해지겠군요.
    작년에 문제가 되었던 공고나 상고는 더더욱 그렇고 말이죠.

  2. !@#… 달바람님/ 특목고 자사고가 난무하면 ‘고등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상황이 늘어나기는 하겠죠(문제는 무슨 목적을 들어서 세워도 입시로 깔대기되는 현상이지만). 하지만 인력 양성의 모든 것을 닥치고 대학 이후로 미루는 현상 – 즉 전국민적 교육비용과 시간의 엄청난 낭비가 더더더욱 강화될 것이 뻔해서, 제게는 너무나 비실용적으로 보입니다. 비교육적인 것은 별도로 치더라도.

  3. 결정적으로, 학교 선택권에 대한 미국에서의 분석 결론은 ‘쓸데 없음’으로 결론이 났지요.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오는 정책들이라고 밖에는. ㅋㅋㅋㅋ

  4. 좋은 글 잘 읽어보고 갑니다.
    이동/수정/영리 자유라고 하셔서 삼불정책에 관한 레포트에 참고했습니다..(괜찮죠?)
    좋은하루되세요~

  5. !@#… Rotanev님/ 학술에 참조하는 것은 출처만 제대로 밝힌다면 어떤 조항이 붙어있든 사실 상관 없이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