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글 시스템 단상

!@#… Popular Science가 덧글 시스템을 닫아버린다기에 문득 적어보는, 덧글 시스템에 관하여 몇가지 단상.

항상 첫 질문은, 덧글은 소통의 장이네 하는 추상화된 개념들 사방팔방 난사하는 것과는 반대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걸로 무엇을 이뤄내고자 했던 것인가”. 이 경우는, 온라인 포스팅에서 덧글 기능으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 정보: 보충 내용 제보, 오류 제보, 상황 갱신(극단적으로는, 상황 생중계) 등.
– 여론: 반대, 찬성 의사 표시.
– 토론: 위 요소들로 인해 덧글란 안에서 대화가 이뤄짐. 경우에 따라서는 협업화.
– 놀이: 독특한 유희 문화 발생 (예: 순위놀이, 말 잇기 등).
그리고 당연히, 위 요소들을 통한 (재)방문 유도.

각 서비스는, 자기 특성에 맞게 위 요소들을 각각 강화할 수 있도록 덧글시스템을 짜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대부분은 그냥 포스팅 밑에 게시판을 달아 덧글들이 주루룩 나오고 땡이지만. 거기에 ‘추천’ 정도를 간단하게 더해놓거나.

!@#… 그런데 예를 들어 언론의 보도 기사라고 치자. (칼럼/사설은 또 조금 다르다)

– 정보: 매우 필요하다.
– 여론: 딱히 필요 없다. 아니, 본문의 정보를 읽는 것을 왜곡시키기까지 한다(Scheufele & Brossard).
– 토론: 사안이 아니라 단일 기사 단위로 토론 붙는 것은, 대체로 무의미하다.
– 놀이: 그런건 유머사이트에서 하라고.

즉 ‘정보 추가’ 기능을 극대화하고, ‘토론’ 기능을 사안 단위 토론란으로 이전시키고, 단순 여론표시나 놀이로 인해 필요한 내용들이 밀려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이런 ‘규범’을, ‘전략’으로 바꿔 생각하면:

– 정보성 댓글에 대한 집중 노출
– 토론하고픈 이들은 사안별 토론게시판으로 들어가도록 유도
– 단순 여론 표시나 놀이에 가까운 것은 정보성 댓글의 표시와 따로 분리(아예 막는 것은 곤란하니)

그리고 ‘전략’을 ‘장치’로 바꿔 생각하면:

– 인간(독자 + 편집자 + 글쓴이) + 알고리즘을 복합해서 운용하는, 정보성 댓글 추천 기제. 중복 필터링도 필요.
– 토론방 시스템, 그리고 기사를 특정 토론방으로 자동 분류 추천. 화두가 된 기사 전체 혹은 그 속 특정 대목을 연결하는 손쉬운(=사용하기가 귀찮지 않은, 최대 원클릭) 장치.
– 정보성 댓글 외의 댓글들을 하위 영역에 별도 표시. 이왕이면 완전히 접을 수도 있고.

구현에 있어서는 Quora와 Reddit와 Wikipedia:discussion 등은 물론이고 하이텔 토론방까지도 모두 부분부분 참조 대상이다.

!@#… 허구한 날 악플만 넘친다 덧글로 소통이 안된다 운운하면서도 제도적 규제나 선플 운동 같은 문화운동(…)에만 매달리면 당연히 제자리 걸음이다. 더 적절하게 댓글이라는 참여방식을 순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나아가야지. 아무리 모자라도 최소한 이 정도 고민의 흐름은 고려하며 새 시스템을 적극 개발해나가는 용자들에게 지원을. 응원의 박수 그런거 말고, 이왕이면 돈으로.

 

PS. 물론 캡콜닷넷 같이 어차피 뭐 댓글이 적은 곳은, 뭐 대충 이대로라도 좀처럼 아무도 신경쓸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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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덧글 시스템 단상

Comments


  1. 뉴스기사는 리플대신 메일을 열심히 받고 답장해야죠.

    • 시퍼렁어님/ 그리고 답장 내용들을 모아서 후속 A/S 기사를 만들고 원 기사와 링크 연동을 하면 딱이겠…지만 노동량 2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