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청산의 사업성을 홍보해야 한다

!@#… 이명박 정부(를 준비하는 인수위원회), 과거사 관련 14개 위원회 폐지 예고. 위원회의 역할이나, 그것을 없애겠다는 발상에 대한 정당한 분노야 뭐 다른 분들이 더 잘하실 듯 하니, 약간 다른 관점의 이야기.

!@#… 우선 항상 가장 먼저 신경쓰이는 것은, 그렇다면 과연 그 위원회들을 없애려는 이들은 무슨 논리로 없애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파악. 속마음이야 어떻든 간에, 설마 “우리가 조낸 구린 게 많아서 증거인멸하고 싶거덩” 그러겠나. 우선 가장 먼저 부각되는 명목이야 “과거사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앞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은 도덕적/철학적 차원의 이야기라서 굳이 겨우겨우 만들어내서 현재 굴러가고 있는 위원회를 없애자고 주장해야할만한 근거가 되어주기는 힘들다. 도덕적 차원의 이야기라면 과거사 청산하자, 라는 이야기가 명분상의 우위에 있기 때문에 백전구십승이다.

그렇다면 사실 없애자는 측에서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은 하나로 압축된다. 바로, 그런 사업 그런 조직과 사업방식에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진짜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물론 도덕적 명분의 우위를 계속 지켜나가는 것도 기본적으로 해야겠지만, 바로 위원회의 사업 운영방식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다. 위원회 폐지를 막아야한다는 여론전은 물론 전면에 내세워야하지만, 실제로는 플랜B를 세워야 한다. 최악의 경우 예고대로 위원회가 폐지되더라도, 그들의 업무와 역할은 지속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 말이다. 단적으로, 실무적 차원에서는 위원회가 아닌 형식으로라도 관련 연구와 사업들이 안정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한층 효율적으로) 지속되도록 전략을 세우고 압박을 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정부가 그렇게 내세우는 민영화 기조를 반영해서 다시(…) 민족문제연구소 중심으로 가되, 각 위원회에서 담당하던 14개 사안들을 정부 차원의 장기 프로젝트 발주 형식으로 하든지 말이다. 위원회간 내부 정비 역시 고려해야 한다. 한 눈에 봐도 서로 중복 영역들이 보이는 만큼 아마도 14개 위원회들의 운영이 그리 효율적으로 이루어졌을 것 같지는 않고, 시행착오나 예산낭비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정부 산하 위원회로서의 위상이 가졌던 상징적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참 쓰리다. 무엇보다, 과거사 청산이라는 대형 국가 사업이 가지는 사업적 가치가 이렇게까지 형편없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당혹스럽다(혹은, 저평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정말로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사 청산의 도덕적 당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청산 ‘사업’에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관료들에게 제시하는 작업이다.

1) 친일 상속 부동산을 몰수하거나 정당한 벌금/세금을 부여할 경우 세수가 얼만큼 증가하며,
2) 해외에 대한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이 어느 정도로 예상되며, 그 결과 무역 수지에 얼만큼 개선이 있을 것이며,
3) 국내적으로는 정부 신뢰도가 올라가서 어느 정도의 정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뭐 그런 것들은 기본이다. 아예 좀 확확 나아가서,
4) 과거사 청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화콘텐츠 소재들을 활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화산업 시장 증대까지도 넣든지. 기타등등, 기타등등.

!@#… 운영 방식 자체야 위원회 분들이 직접 처리해야할 영역이고, 외부의 그냥 담론꾼들은 그렇다면 과거사 청산에 ‘사업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선

1) 열심히 기억을 유통하는 것. 관심 가지고, 서로 링크 걸고, 게시판에서 열심히 대세 만들어주고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러니까, 어차피 항상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해오던 그런 것들.
2) 친일인명사전 사업에서 이미 한 번 했듯, 실제로 돈 모아주는 것.
3) 하필이면 자신이 잘 아는 분야와 맞닿아 있으면 좀 더 기발한 사업 진행 관련 제안들도 해주고, 해외 사례(예를 들어 독일)들과 비교도 좀 해주고.
4)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청산해야할 과거가 있는 것들에게 꼬박꼬박 표 좀 던져주지말란 말이다.

힘없어서 책임도 없는 불쌍한 민초 흉내 좀 그만 내고, 민주주의 정치의 최고 결정권자로서 책임도 좀 질 때가 되지 않았나.

!@#… 여튼 요는 이거다. 만약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라는 천박함/자조에 빠져있는 세상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관철하고 싶다면, 그 세상마저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언어를 써야 소통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사 청산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업인지,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 정도 세금과 조직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합의하는 것이다. 뭐 capcold 같은 사람들이야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이왕 여러 의견 수렴하면서 효과/효율적인 방식으로 과거사 정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개선하면 당연히 더 좋고. 여튼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들도 한번 보시길. 조직 방식이야 어떤 식으로 더 개선을 하든, 다음 목록에서 읽어낼 수 있는 사업들을 속행하는 것이 과연 한국 사회의 브랜드 가치에 큰 이득이 될지 안될지 말이다.

1.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 조사 위원회 (2006년 출범)
2. 군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 (2006년 출범)
3.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2005년 출범)
4. 친일 반민족 진상 규명 위원회 (2004년 출범)
5. 삼청 교육피해자 명예 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 (2004년 출범)
6.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 회복 위원회 (2004년 출범)
7. 일제 강점하 강제 동원 피해 진상규명 위원회 (2004년 출범)
8. 동학 농민혁명 참여자 명예 회복 심의위원회 (2004년 출범)
9. 특수 임무 수행자 보상 심의위원회 (2004년 출범)
10.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위원회 (2000년 출범)
11.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 위원회 (2000년 출범)
12. 거창 사건 등 관련자 명예 회복 심의위원회 (1998년 출범)
13.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자 보상 지원 위원회 (1990년대 출범)
14.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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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houghts on “과거사 청산의 사업성을 홍보해야 한다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Visual Poem

    미필적 고의…

    모모야, 그건 내 유대인 움막이란다. 그래요. 그럼 알았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니? 아뇨,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그곳이 바로 내가 무서울 때면 가서 숨는 곳…

Comments


  1. 이 포스팅을 보고 깨닫는 상식적인 논리: 아아, 애초에 만들때부터 그런 점들을 고려해서 좀 덜컥 행정스럽게 출발시키고 보기보다 좀 더 차분하고 튼튼하게 접근했으면 좋았을것이었구나. 네요.

  2. 핑백을 통해 왔습니다. 오늘 과거사위원회 몇 곳에 전화를 해서 조금 더 상세한 사항을 알아보고 새 포스팅을 올렸어요.
    http://laystall.egloos.com/3566696

    말씀대로, ‘그거 지금 해서 뭐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을 납득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언어를 가져야 할지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3. !@#… erte님/ 좀 더 그 쪽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있어야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

    오르페오님/ 마음 전문 블로그로 거듭나도록 하겠습… (뭔가 아니야!)

    이승환님/ 한 표 감사합니다. 이걸로 총선에 나가도록 하겠습… (이것도 뭔가 아니야!)

    nomodem님/ 혹은 이왕 시작한 후에 좀 더 홍보와 마케팅에도 신경을 썼어야죠. 그런 것을 해줬어야 할 국정홍보처 제도는 컨셉은 좋은데 운영이 이뭐병이었으니 참…

    laystall님/ 좋은 포스트 감사합니다. 아니나다를까 개별 위원회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조금씩 다르군요. 하지만 역시 핵심은, 실제로 없앨 수 있고 또 없앨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랄까… 총선용 이슈로 확실하게 밀어야 합니다.

  4. !@#… 임수님/ 뭘 이정도로 벌써… 아직 임기도 시작하지 않았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