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랑 영어로 맞짱뜨자

!@#… 솔직히, 영어로 일반 과목 교육 이야기하는 것은 웃고 넘어갈 만한 정도의 이슈라고 봤다. 비상한 추진력의 이미지가 가져다주는 민폐적 공포 때문에 2010년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좀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런 비효율적이고 비실용적인 거대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사실상 실현 불가능이니까. 하다못해, 대운하와 병행하려면 확실한 예산 부족 사태라도 발생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아, 그러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도 다 쏟아부을지도! 핫핫). 여튼 그래서 대충 사실 웃고 넘기고 싶었는데… 자꾸 반복되는 멍청한 논거 한 가지가 자꾸 눈에 밟혀서. 바로 “인도인들은 영어가 되기 때문에 세계적 인력시장에서 승승장구한다“는 것. 그래서 역시 영어 잘하는 것이 킹왕짱.

초보자들의 발상이란 여기까지다. 그 생초짜들이 4월 총선 거쳐서 입법능력까지 장악해서 실제로 정책들을 강행해버리면 어디까지 갈지 상상도 안간다.

실제로 인도 인력의 경쟁력을 언급할 때는 항상 세 가지가 같이 묶여서 이야기되어야 말이 된다. 바로 저임금-고급지식-영어구사. 이 중 앞의 두 개 가운데 하나가 빠지면 당장 미국권 시장에서만 해도 인도인력의 힘은 성립이 안된다. 1) 고급지식-영어구사: 이미 미국에 자국민들이 널렸다. 2) 저임금-영어구사: 중남미, 필리핀 등에서 합법 불법으로 올라오는 수많은 노동인력으로 이미 미국은 넘친다. 하기야 남미쪽 사람들은 미국에 취직해도 딱 업무에 필요한 것 말고 영어를 구사할 필요도 이제는 거의 없다 – 현재의 미국은 스페인어가 사실상 공용어거든. 워낙 수요가 많으니 시장이(!) 그렇게 만들어주더라. 그런데, 3) 영어구사만 안되서 저임금-고급지식이라면? 씨바, 당장 취직시키고 영어는 딱 필요한 만큼씩만 배우게 하면 그만이지. 즉 3가지 경쟁력 요소 가운데 가장 생략 가능한 것이 바로 영어구사능력이다.

혹은 이렇게 생각해보자. 조낸 공포의 교육현장 영어모국어화로 영어구사능력을 갖추었다고 가정. 그럼 그 다음에 어쩔꺼냐. 저임금으로 인도랑 맞짱뜨러갈까?

!@#… 아, 물론 그 초보자들을 빼고는 대체로 알고 있겠지만 한국에서 영어 공부는 영어를 잘하기 위한 것이 전혀 아니다. 워낙 사회가 측정과 평가의 척도가 부실하다 보니 ‘경쟁력’의 척도 가운데 하나로 채용된 수단일 뿐. 영어가 필요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균등하게 모두의 영어실력을 향상시켜줘서 어디에 써먹을껀데, 도대체. OTL

!@#… 그냥 우리, 효율적으로, 실.용.적으로 나가면 안될까. 4500만명이 10만큼 영어할 줄 아는 것을 20만큼 하도록 교육시키느라 수조원 낭비와 생노가다에다가 문화적 정신세계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히는 삽질에 눈 돌리지 말자.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필요한 건 100만큼 영어할 줄 아는 전문가들을 1만명 키워내서 가장 세계와 소통해야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문광부 주도 지원기관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KOREA CULTURE & CONTENTS AGENCY’라고 버젓이 영문 간판을 내걸고 있는 현실부터가 문제라고. 학문적으로도 출판산업에서의 대우에서도 번역서의 중요성은 마른 개똥 취급하고 있고. 우선 첫번째, 통번역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전문적 통번역을 진흥하는 것(우선 그 쌩초짜들이 통번역의 ‘품질’이 얼마나 소통에 중요한가를 인식부터 해야겠지만). 두번째, 그런 사회적 분업을 맡아줄 각 분야 통번역 전문가들을 효과적으로 육성하는 것. 외고를 진짜로 외국어 교육에 집중시킨다든지. (핫핫)

그리고 역시 궁극의 목표는, 번역정확도가 최소한 한일/일한 번역기에 버금가는 인터넷용 영한/한영 번역기 개발. 겉에만 자동번역기라고 해놓고 사실은 외고 졸업생들을 알바로 써서 사무실에서 수동번역을 해도 뭐 알께뭐야. 오우, 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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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thoughts on “인도랑 영어로 맞짱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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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민노씨.네

    영어 숭배와 모국어의 위기 : 영어공교육 강화정책과 블로그계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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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영어가지고 난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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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의 천박한 영어 인식을 가지고 놀려먹는 것도 물론 재미있지만, 이번에는 공교육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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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영어는 권력이다…

    사실 꽤 타이밍이 늦은 감은 있는데 어차피 여기서 들어오는 신정보가 몇 없기에 지난 이야기를 한 번 꺼내 보려고 한다. 인수위가 이른바 ‘영어 몰입 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무지막지한 비…

Comments


  1. 워낙 사회가 측정과 평가의 척도가 부실하다 보니 ‘경쟁력’의 척도 가운데 하나로 채용된 수단일 뿐. 영어가 필요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이말에 심하게 공감합니다.

    이명박과 인수위가 이걸 모르는거 같아요.^^;

  2. 저만이 생각하는 ‘인도인 엔지니어가 세계에서 대우받는 이유’…
    ‘0을 만든 나라라서, 뼛속부터 숫자에 강하다’ (미신)

  3. 딴 소리긴 하지만 인도가 영어 잘한다는 것도 흠좀무. 인도 사투리로 전화받아서 실패한 콜센터 사례가 있는지라. -_-

  4. !@#… 점프컷님/ 그것 말고도 참 여러가지를 모르죠, 그 동네.

    nomodem님/ 그 유명한 ‘십구십구단 학습법’이 생각난다는…

    우유차님/ 말을 못알아듣게 해서 소비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도 있습니다… 핫핫

  5. !@#… 이승환님/ 이 정도 이야기도 퍼지기 전에, 다음 정책쑈 터트린다에 한표 겁니다.

  6. 저런 무개념 소식들을 접하니…
    그나마 대학을 일찍 졸업한게 그나마 안심입니다.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여.. ㅠ.ㅠ

  7. !@#… ZZiRaCi님/ 뭐 미안해하실 것 까지야… 저는 이명박 정부를 반대해왔기 때문에, 별로 미안하지 않더라구요.

  8. 니모를 찾아서 마지막 장면이 생각나요.

    어항에 있던 물고기들이 어항청소를 위해 봉지에 옮겨 담겨진 사이에, 자기들이 봉지를 열심히 굴려서 바다까지 도달.

    바다에 오긴 왔는데, 봉지 안에 담겨서 동동 떠있는 물고기들이 다음에 할 일을 몰라서 침묵이 흐르던 중, 물고기 하나가 “Now what?”

  9. !@#… mike님/ 정확 그 자체군요. 사실, 아님말고 투로 펑펑 터트리는 (직접, 또는 공식 홍보 채널인 조중동문S를 통해서) 소위 정책 제안들의 상당수가 사실은 정말로 실행되고 나면 “Now what?”을 질문하게 만들만한 것들이죠.

  10. 영어로 수학, 과학, 사회 가르친다고 수학, 과학, 사회 실력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단지 ‘영어실력’이 좀 늘 것 같으니까 영어로 가르치지염~ 하고 버젓이 정책으로 내놓는 인수위를 보자면.. 어떤 분들 말따나마 쓸만한 전공 번역서 한권이 수십개의 영강보다 더 가치있을텐데요.. 적어도 전공심화라는 면에서는 (그런 것이 그렇게 강조하는 ‘국가경쟁력’ 아니었던가요?)

  11. 근대사회의 시작이 국제어(한문, 라틴어) 대신 자국어로 문화생활을 한 것인데 그걸 뒤바꾸겠다는군요. 자국어 사용을 통한 문화생활 참여자의 증가가 근대사회 고유 활력의 중요한 이유중에 하나일텐데.

    영어는 미국에서는 바보도 하는 것. 그러나 영어는 머리 나쁜 애도 돈 쓰면 표나는 유일한 과목이 아닐런지. 결국 돈 들어서 미국 바보를 만들겠다는 건지?

    인도나 필리핀의 경우 졸업생의 80%가 외국에 나가있는 의대가 흔하다고 하던군요. 그게 과연 따라해야할 모델인지?

  12. 그리고 측정 평가의 기준이 부실하다기 보다는 신분상승과 재생산의 통로로서 교육이 한국사회에서 가지는 비대한 비중이 문제겠지요. 그리고 동시에 그 신분상승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 교육에 의한 경쟁을 더 강화시키는 것일거거요.

  13. !@#… ^^님/ 인도가 아니라 괌과 맞장뜰지도 모르죠.

    인형사님/ 아마도 비슷한 현상을 바라보는 약간 다른 접근이라고 봅니다. 제가 측정 평가의 기준 운운한 것은 여튼 ‘인정받을 만한 실력의 소유자’가 신분상승도 하고 재생산도 한다는 전제 하에, 다양한 종류의 그런 실력들을 정당하게 측정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준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고작 학력을 빙자한 학벌, 능력을 빙자한 영어 점수 따위에 모든 평가 기준들을 닥치고 올인하고 있으니 이 꼬라지까지 온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