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스타들, 차기작의 계절[IZE 140216]

!@#… 정식 리드문과 짤방과 링크가 포함된 게재본은 여기로.

 

웹툰 스타들, 차기작의 계절

김낙호(만화연구가)

연재 형식의 작품을 초반에 평가하는 것이란 향후 어떻게 처절하게 망가질지 혹은 의외로 훌륭해질지 모르기에 나름의 위험이 있지만, 작품이 관심을 얻으며 훌륭하게 완성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응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연재 초입에 있는 웹툰 기대작 다섯 편을 간추려 소개한다.

하이브 (김규삼/네이버)
어릴 적 파브르 곤충기로 접하든 다 커서 과학전문지로 접하든 간에, 곤충의 생태만큼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거친 생존방식의 세계가 있을까 싶다. 거대한 군집이 여왕 아래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위계적 모습, 다른 생물을 독으로 마비시키고 알을 낳아 새끼들에게 먹이는 치열한 약육강식 등은 온갖 괴수 호러물의 모티브가 되었다. 무엇보다, 비유적 의미에서라면 은근히 인간사회를 비추는 볼록거울 같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평범한 회사에서 평범한 직원들이 일하는 어느날, 갑자기 거대 곤충 괴물들이 둥지를 틀어버리며 시작된다. 거대 곤충들, 알을 품고 마비되어 조종당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나마 멀쩡한 인간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존자들이 서로를 믿고 힘을 합치는 순박한 이야기로 흘러가기에는, 회사라고 부르는 위계와 경쟁이 넘치는 틀에서 생겨난 관계가 연재 초반부터 이미 날카롭게 박혀있다. 기합 들어간 세부 묘사, 잘 구상된 화면전환 연출까지 갖췄으니, 풍자 너머 훈계로 빠지는 함정만 피한다면 상당한 완성도의 명작 호러 탄생을 기대할만 하다.

미결 (꼬마비/네이버)
<살인자ㅇ난감>, 에 이은 ‘죽음 3부작’의 완결을 표방하며 개시한 작품인데, 연속 살인자를 둘러싼 스릴러, 성행위의 연결관계가 눈에 보이게 되면서 뒤집히는 세상 등 강한 상상력의 설정 위에 이야기를 시작한 전작들을 생각하면 의외다. 작가 자신의 캐릭터화된 모습, 만화가로서의 자신을 반영한 모습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자기 일상을 과장되게 각색하여 ‘리얼리티’ 예능쇼를 펼치는 속칭 일상툰과 다르다. 마치 영화 <어댑테이션>이 그랬듯, 작가의 세계와 작품의 세계 사이의 경계를 살짝 흐리며, 자전적 모습일 듯 하면서도 결국 잘 설계된 픽션을 풀어가는 야심 찬 접근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런 작품을 그려오는 작가의 모습, 그것으로 사업을 하는 출판사, 여러 방식으로 즐기는 독자들의 세상을 반추한다. 그 안에는 전작들에서 집중한 코드들이 여전해서, 멀쩡한 겉모습과 속물스러운 속마음의 괴리, 그런 위선 위에 어떻게든 지탱되고 있는 인간 관계, 그리고 모순과 균열을 접해도 결국 적당히 적응해버리는 세상이 엿보인다.

이말년 서유기 (이말년 / 네이버)
이 작품이 연재되는 날, 매번 댓글로 달리는 탄식이자 칭찬 가운데 하나는 “서유기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도저히 스포일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각종 사건들과 캐릭터들의 등장 순서와 등장 폭은, 심지어 나름대로 상당히 원작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너무나도 작가 특유의 예측불허 유머 코드들이 훌륭하게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기-승-전-와장창’의 전개 방식은 리듬감이 한창 무르익었고, 패러디를 빙자하여 평범한 오늘날 세상사의 비루한 구석들을 녹여내는 능력 또한 삼국지의 제갈량을 고학력 백수 취업준비생으로 그려냈던 전설적인 <이말년 만화> 에피소드를 넘어섰다. 많은 여타 ‘병맛’ 유머코드를 구사하는 작품들이 이르지 못한, 순간적 쇼크효과에 매몰되지 않고 긴 이야기의 서사적 호흡을 이끌어내는 미묘한 균형마저 이뤄내고 있다. 이말년 작가가 재창조한 서유기는 감히 말하건데 주성치 이래로 가장 주목할 만한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유일하게 (HUN / 미디어다음)
혹은 <은밀하게 위대하게2>로도 알려져 있다.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둔 전작의 속편, 또는 전편, 또는 동시진행 이야기로, 북한 엘리트 요원이 남한에 은신한 전작의 배경을 역전하여 남한 엘리트 요원이 북한에 잠입한다. 전작에서 북의 탁월한 전투력의 전사가 동네 바보로 위장한 것이 설정의 핵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남의 요원이 서커스 단원이 되는 등 성공을 이뤄낸 코드를 충실히 계승하며 비슷한 유머를 자아낸다. 다만 아쉽게도, 전작이 동네바보라는 설정을 매개로 평범한 동네 주민들의 모습을 그려내서 진한 페이소스를 깔았다면, 이 작품은 평범한 삶의 모습이 사실상 빠져있다. 북한 사회의 일상에 대한 공감대 일구기가 더 까다롭다는 한계는 물론 있겠지만, 그쪽 일상과 사람들에게 빠져들었기에 인간으로서의 자신과 냉혹한 요원으로서의 자신 사이에서 갈등하기 위한 필수 요소가 부족한 셈이다. 물론 연재 초입이라서 어떤 식으로 전개가 뒤집힐지 재단할 수는 없으나, 본격적 첩보 대결의 장르 코드로 나아가기 전에 뚜렷한 인간적 매력을 심는 전개가 아쉽다.

아프니까 병원이다 (고리타 / 네이버)
병원이라는 공간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아내곤 한다. 아픔, 때로는 죽음이 가깝게 맞닿은 공간이기에 오히려 반대급부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호출하게 된다.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정상적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반면 그 안에서 환자에게도, 간병하는 이에게도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아프니까 병원이다>는, 특이한 상상력의 설정 위에 우리 삶을 반추하는 전개를 즐겼던 작가가 그냥 현실의 입원수술, 현실의 병원생활을 소재로 삼아 그려내는 만화다. 대장 절제라는 큰 수술을 첫 경험하는 부인, 첫 간병 생활을 경험하는 남편이 바라보는 입원 생활의 일상과 주변사람들의 모습은, 좀 식상한 표현이지만 우리 사회의 좀 더 선명하게 압축된 축소판 같다. 입원비라는 현실적 문제 앞에 6인실을 기원하고,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며 영양제를 먹는 어쩔 수 없이 생활화된 모순들이 깨알같이 박혀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결국 나름대로 생활하며 건강한 퇴원이라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모습이 주는 훈훈함은 그야말로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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