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력 없는 뉴스유료화 장치들에 관하여 [슬로우뉴스]

!@#… 말미에 링크된 ‘좋은 저널리즘의 지향점’ 논의는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원하는 사람이 10명보다는 많으면) 더 자세히 풀어볼 사안이다. 게재본은 여기로: 뉴스 유료화의 10가지 문제와 그 안타까운 사례들

 

설득력 없는 뉴스유료화 장치들에 관하여

온라인의 ‘뉴스 유료화’는, 용어가 주는 느낌과 달리 대부분은 콘텐츠 과금이라기보다는 입장료 부과의 방식이다. 디지털 콘텐츠 판매 방식을 실험하는 ‘가디언 쇼츠‘의 사례도 있지만, 그것은 뉴스매체로서의 접근보다는 그냥 단행본 판매 모델이다. 이런 전제를 인정한다면, 뉴스 유료화를 위해서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기본 방법론만큼은 어렵지 않게 논할 수 있다.

  • 매력은 최대한 외부에도 발산하고,
  • 독점적 특혜는 안에서 베풀어 정보 충족과 특권 의식(!)을 부여하되,
  • 편해야 한다. 비용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화두가 된 지난 여러 해 동안 증명한 것은 이런 원칙에서 벗어나는 적용사례들이 훨씬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이다. 해보고 망한 사례를 찾아 끼워 넣는 것이 유감스럽지만, 그 문제들은 지금도 미디어들이 너무나 쉽게 빠질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 열 가지 문제를 소개한다.

매력의 외부 발산 부족
 
1. 과거 기사에 대한 검색 제한
그간 뛰어난 상품이 뭐가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왜 이걸 좋아해 줘야 하겠는가. 아카이브가 내세울 장점이니 그게 곧 상품이라고 믿는 바는 알겠지만, 그것을 검색도 되지 않은 ‘암흑’ 속에 두면, 두면 도대체 그 가치를 어떻게 알릴 수 있나.

안타까운 예: 2010년 무렵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 신문의 온라인 사이트(nikkei.com)은 프리미엄 유료구독자 모델을 강행하면서, 온라인 속보가 아닌 기존 종이신문 아카이브 검색을 ‘장벽 정원'(walled garden,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가두리 양식장’) 안쪽에 놓는 실수를 범한 바 있다.

2. 가입 결정 전 충분한 체험 기간의 부재

차도 시승을 해보고 산다. 재화가 아니라 ‘경험’을 파는데, 경험 자체가 낯설면 어떻게 독자에게 호소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예: 미디어오늘의 미오친구 코너는 참 많은 기사를 ‘회원 전용’으로 돌리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기사 구독이 어떤 훌륭한 느낌을 줄 것인지 사전에 체험해 볼 방법이 없다.

3. 외부 검색 엔진의 본문 검색 차단
위 두 가지의 혼합이다.

안타까운 예: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등을 소유한 속칭 루퍼트 머독 제국이 09년 무렵에 추구하려 했던 구글 본문 크롤링 차단. 아니 그 전에 네이버가 2000년대 내내 자사 서비스 블로그에 기본 설정으로 적용한 외부검색엔진 차단(robots.txt 규칙 무시)도 좋은 사례다.

독점, 특혜 가치 부족
 
4. 의견 기사(사설, 칼럼)의 유료화
의견이란, 딱 퍼지는 만큼씩 힘을 발휘한다. 즉 안 퍼지는 의견은 (지급할 정도의) 상품가치가 그만큼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안타까운 예: 2005년 무렵, 뉴욕타임스는 자사의 간판 콘텐츠인 전문가 칼럼 코너를 중심으로 타임스 셀렉트(Times Select) 회원제 서비스를 야심 차게 시작했다가 2년 만에 접으며 온 업계에 뉴스 유료화 자체의 가능성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심어준 바 있다. 2014년에 앱 형식으로 비슷한 발상을 다시 시도했다가 이번에는 고작 4개월 만에 닫았다.

5. 원본 자료와 풍부한 맥락 연동의 미비
그냥 소식이면, 딱 15분의 생명력을 발휘라고 끝이다. 그 뒤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그러니 다른 데서 쉽게 옮기지 못하는, 큰 덩어리를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안타까운 예: 풍부한 그간 축적 콘텐츠가 있음에도, 관련 기사 묶음 같은 것을 전반적으로 신경 쓰지 않은 프레시안 등 여러 중소형 언론사.

6. 원본 기사가 더 쾌적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레이아웃
더 편하면 그쪽으로 가니까.

안타까운 예: 같은 기사를 포털사이트에서 제휴해서 퍼간 페이지와 성형외과와 비뇨기과 광고로 떡칠 된 흔한 원문 기사가 담긴 언론사의 페이지를 비교해보라. 링크하지 않겠다.

7. 정체성 부여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

“이것을 (돈 내고) 읽는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자신에게, 남에게 손쉽게 설명하며 자랑하기가 쉽지 않다.

안타까운 예: PC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지금 여러분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슬로우뉴스의 자발적 후원 버튼.

비용이 신경 쓰이고, 활용성이 삐걱거림
 
8. 가격대에 관한 고민 부족
주변과 비교하든 그 자체만으로 보든, 적절한 가격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하면 지급 동기가 떨어진다.

안타까운 예: 안 그래도 여타 신문보다 살짝 비싼 신문인데 과연 취재과정 기사 같은 것 몇 가지를 위해 매달 10불씩이나 더 낼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를 실험해보는, 2014년 뉴욕타임스의 NYT 프리미어.

9. 다양한 상품 패키지의 조합이 불가능한 단일 입장권
멤버십이 무조건 한 가지라면, 그만큼 가입자가 확실한 이들만 남고 나머지는 아예 신경을 끈다.

안타까운 예: 대부분의 미국 지역신문.

10. 플랫폼 간 유연한 경험 연동 미비
‘내’가 산 것이기를 바라는 거지, ‘내 특정한 기기’가 산 것으로 보이면 불편하기 짝이 없고, 예속된 느낌만 남는다. 음악 시장에서 DRM(디지털 권리 관리)이 왜 거의 사라졌었는지, 뉴스에서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안타까운 예: SBS의 2014년 상반기 가로 스크롤 웹페이지 개편 당시, 화면 크기 대응성 미비로 인한 빈번한 깨짐 현상. 현재 SBS 홈페이지는 가로 스크롤 디자인에서 다시 일반적인 세로 디자인 형태로 개편했다.

이런 문제들을 모두 피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게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찾기 쉽지만, 그것을 지킨다고 자동으로 잘 되는 것은 또 아니다. 브랜드 인지도와 목표한 독자의 소비 의향에 대한 맞춤, 운영규모 문제 등 다른 조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문조판을 그대로 재현한 PDF를 유료로라도 열람해야 하는 사람이란 편집으로 만들어지는 의미 왜곡 효과를 따로 살펴봐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지, 그저 뉴스 자체를 접하려는 평범한 독자들이 아니다. 딱 그 정도 규모의 잠재 시장인 것이다.

혹은 다른 예로, 취재수첩류 콘텐츠는 대단히 중요한 추가적 정보를 던져주지 않는 한은 그저 각주일 뿐 자체적 상품가치를 만들지 못한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뉴스’일수록 좋은 저널리즘의 규범적 지향에 충실하지만, 그런 것들을 유료장벽 안에 가두면 담론화가 그만큼 더뎌진다.

이런 근본적 역설은, 어차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이런 이야기들이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구체적 출발점 정도는 되어주리라 기대한다.

_Copyleft 2014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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