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라는 일에 관하여 [책 ‘칼럼니스트로 먹고 살기’ 중]

!@#… 책 [칼럼니스트로 먹고 살기]의 말미에 한 꼭지 들어간 인터뷰, 퇴고 없는 원래 문답에 넘버링만 부여. 딱히 출판권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아니니, 내 부분을 여기 일반 공개.

– 지금 화장실이 급해서 다 못 읽을 것 같으면, Q2. Q3. Q16. Q17. Q18. Q41.
– 뭐가 막 삐져나오고 있으면, Q17, 18.
– 문답이 하필 42개인 것은 우연.

(인터뷰 시점: 2013. 8. 4.)

I. 칼럼니스트에 대해서

Q1. 김낙호님에게 칼럼니스트란 어떤 의미인가요? 정의를 내려주신다면요.

: 칼럼 형식의 글을 쓰라고 매체에 기용되는(유료든 무료든, 연재든 단발이든) 사람이요. 글을 쓰는 것 자체만으로 칼럼니스트라고 하기는 역시 너무 포괄적이라서.

Q2.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 직업으로서의 칼럼니스트는, ‘직원’의 범주로(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고 거의 본연적으로 특정 매체에 대한 외주계약자죠. 장점은 소속이라는 속박의 부재, 단점은 안정적 일감의 부재. 이 둘의 결합은 양날의 칼인데, 예를 들어 어떤 경우는 집필 내용에 대한 더 많은 자유를 줄 때도(상사의 눈치를 안보니까), 자유를 거의 박탈할 때도(의뢰인의 편집방향을 고려해줘야 하니까) 있습니다.

Q3. 칼럼니스트로서의 자질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칼럼니스트의 특정한 성향이나 성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또 김낙호님이 가지고계신 칼럼니스트로서의 자질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면, 김낙호님 같은 경우는 분석력이나, 전문지식의 깊이 등을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요

: 가장 필요한 자질은 글로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욕구입니다. 그저 뱉어내고 싶다는 표현 욕구가 아니라, 글 게재 공간의 독자들에게 뚜렷하게 의도한 바를 전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지나치게 주관적인 수사나 공감에만 호소하는 식의 표현들은 자연스레 자제하게 되고, 좀 더 보편적으로 논리를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의 글쓰기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늘 가급적 사실에 기반하여 주장하고 사실이 반증되거나 수정되면 주장을 고치는 자세도 중요하죠.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칼럼니스트가 아닌 단순한 ‘우리 편 선동가’가 되기 쉽습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 추구 등은 이런 자세를 추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뒤따라 옵니다.

Q4. 칼럼니스트로서 학벌, 나이, 성별이 중요하다고 느끼시나요? 우리가 보통 말하는 ‘스펙’이 영향을 많이 미치나요?

: ‘스펙’보다는 글 경력 – 문체, 전문 소재 분야, 시각의 방향성 등 – 이 중요합니다. 옛날에 매체 기용의 장벽이 훨씬 높았던 때에는 인맥 등 스펙이 그런 경력의 시작을 위해서라도 꽤 중요했으나, 지금은 온라인 덕에 내 글은 이런 식이라고 널리 선보일 수 있는 문호가 워낙 개방되어 있으니까요. 다만 스펙과는 다른 의미에서 학벌/나이/성별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얼마든지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글 내용에 일정부분 반영되기도 하고, 또 생계유지에 대한 기대수준도 다르니까요.

Q5. 칼럼니스트도 소속이 있나요? 보통은 자유롭게 기고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 소속은 보통 없으나, 문체와 소재, 성향 등으로 말미암아 더 자주 기용되는 부류의 매체들이 존재할 따름입니다.

Q6. 칼럼니스트도 특화된 그룹이 있나요? 예를 들면 여행작가들은 협회가 있잖아요. 서울 칼럼니스트같은 모임을 보긴 했는데 실제적인 협회의 활동이 있나요?

: 거창한 이름 걸기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모호한 친목단체들은 어느 분야에나 존재하죠(‘파워블로거협회’ 같은 황당한 곳도 있을 정도니). 그런데 최소원고료 보장을 위한 조직적 노력이라든지 노동조건 실태조사 같은 실제 활동을 하는 번듯한 정식단체는 유감스럽게도 없습니다.

Q7. 이 분야의 칼럼니스트로 기고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뭐가 있을까요?

: 아무래도, 제가 주장하는 바가 반영된 후속 행동이 생겨날 때입니다. 00년대 초중반의 대여권 법제화 추진노력이든, 작년에 제기된 웹툰 심의 방식 개선 시도든. 혹은 행동을 준비하고자 하는 분들이 귀담아 듣고 참조해주실 때도 기억에 남습니다. 뉴스서비스를 링크와 재참조 기능을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한 언론업계분들의 동조라든지요.

Q8. 어떻게 만화 칼럼니스트로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으셨어요?

: PC통신의 온라인 동호회에 몇몇 감상글을 남기다가, 본격적으로 매체에 투고하여 기용되게 된 것은 99년 [오즈]였습니다.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라면… 누구나 만화에 대해 가지고 있다가 언젠가 버려버리곤 하는 관심을, 그냥 딱히 버리지 않았을 따름입니다.

Q9. 칼럼을 쓰시는 것 외에 하시는 일들을 여쭤보고 싶은데요. 다음 질문에 제가 알고 있는 정도만 적었는데요. 또 있으실까요? 그리고 이 다른 활동들은 미리 계획을 하셨던건지, 기회가 어떻게 주어지신 건지 궁금합니다.

: 제 활동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만화비평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학입니다. 전자는 자수성가(?) 글쟁이 겸 활동가로 있고, 후자는 학계의 짜여진 틀에 따라 과정을 밟고 있을 따름이죠.

만화 쪽 활동에 한정지어 이야기한다면, 애초에 목표는 “만화글을 열심히 팔아보자”가 아니라 “더 좋은 만화들이 계속 나왔으면 한다”였습니다. 따라서 글이 아니라도 (만약 능력 범위 안이라면) 필요한 활동은 해둬야 한다, 라는 접근이었죠. 틀이 아주 제대로 구성된 만화론 대학 강의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런 선례를 남기기 위해 대학 강연에 뛰어들고, 제대로 된 만화정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느끼면 지원기관에 그런 사업을 만들고, 한국만화의 어떤 본질적 매력을 잘 알려보자고 느끼면 만화전시회 기획에 뛰어드는 식입니다. 그 과정에서 웹진 제작, 대학 강연, 전시회기획제작,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 진행, 정책연구과제 수행, 출판편집기획, 크고 작은 매체 자문위원 등을 매번 필요에 따라서 손댔습니다. 기회란 늘,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 하나를 해놓으면, 그것이 계기가 되어 사람들과 연결이 되고 다른 일거리를 구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말려들어 직접 해보게 되는거죠.

Q10. 혹시 원고료나 수입을 여쭤봐도 될까요? 김낙호님 같은 경우 저술활동도 활발히 하시고, 번역도 하시고, 편집장으로도 있으시고요. 시집도 내셨었구요. 다른 활동들도 따로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요? 또 굉장히 많은 매체에 글을 기고하시는데 신문사, 무가지, 잡지 등에 따라 받으시는 금액이 다른가요? 그리고 김낙호님 같은 경우 시사, 과학 쪽으로도 기고를 하시는데 금액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 시집은 동명이인입니다(…) // 강연료나 연구보고서 연구비 같은 것은 칼럼니스트라는 이번 인터뷰 소재에서 좀 멀어지니 살짝 재끼고, 제 수입 총액을 이야기하는 것도 좀 그렇고, 칼럼 고료에 대해 한정하죠. 한마디로, 매체에 따라서 천차만별입니다. 액수는 사실 글의 소재분야, 글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같은 중요한 요인들보다는, 매체의 재정 상태에 따라서 결정이 되곤 하죠. 보통은 일간지 부류가 가장 고료를 높게 책정하고(그 안에서도 더 발행규모 큰 곳이 높음), 지명도 있는 시사주간지가 그 다음 등급 쯤 되고, 전문분야 잡지와 사보 등이 그 아래 등급, 대학 출판물이 그 아래 등급, 온라인 전용 매체가 최하 등급입니다. 다만 케이스에 따라 달라서, 온라인 전용매체라도 일간지 등급에 가깝게 고료를 책정하는 훌륭한 매체들도 존재합니다. 액수의 기준을 가늠해본다면, 2013년 현재 일간지등급이되 그 안에서는 좀 아래쪽에 있다고 할만한 H신문의 경우에는 1700자짜리 꼭지 1개에 15만원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뭐 매우 유명한 분들은 더 받으시겠죠.

Q11. 프리랜서라서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돈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 과도한 지출을 삼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신적 가내수공업(..) 자영업자가 뭐 그렇죠.

Q12. 또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활동을 하시면서 자료수집이나 글쓰기, 대회활동 등 시간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또 마감관리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인데요. 마감 스케줄 조절은 어떻게 하시는 지 궁금해요.

: 자료 수집은 항상 하고, 글쓰기는 해당 꼭지의 마감일에서 필요 날짜를 역산해서 합니다. 캘린더 스케쥴러(가장 간단하게는, 구글 캘린더) 같은 도구가 없으면 여러모로 큰일이겠죠. 또한 서로 마감 일정들을 가급적이면 겹치지 않게 하는 것이 은근히 중요합니다.

Q13. 글쓰기 노하우가 있으실 것 같아요. 또 글감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 글감 아이디어는, 떠오를 때 무조건 메모해놓습니다. 노하우는 사실 노하우라기보다는 개성인데, 다루고자 하는 사안의 핵심적 묘미/함의라고 판단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시작한 후 그 뒤에야 “그 묘미/함의가 잘 나타나 있는 것이 바로 그 사안”라고 풀어나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즉 소재 중심이 아니라 주제 중심의 접근이죠.

Q14. 칼럼니스트라면 자신의 견해가 글에 들어가야 할 텐데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자신의 생각을 쓰는 방법이 있으세요?

: 보편적 논리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즉 어떤 정서적 공감에 호소해야하는 수준이라면 과도한 자기 견해로 간주합니다. 또한 자기 글인 이상, 자신의 견해가 ‘모자라게 들어가는’ 경우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Q15. 글은 개인적인 취향을 많이 타잖아요. 모두를 만족시키는 글을 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자신만의 대중의 공감을 얻는 글쓰기 노하우가 있을까요?

: 가급적이면 그 매체의 독자들이 경청할만한 소재, 문체, 논리구조 등을 맞추어 풀어낼 따름입니다. 오로지 공감을 얻는 것은 목표로 삼을만한 것이 아니고, 공감을 하든 비판을 하든 읽고 알아들어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Q16. 내공을 쌓는 일도 만만치 않을 듯한데요. 특히 유명해지면서 다른 일들도 많아지고 바쁠텐데 그럼에도 전문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 전문성에는 두 가지 종목이 있습니다. 하나는 앎의 깊이로, 이건 그냥 공부(문헌을 읽고, 분석과 성찰을 하고)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현실의 맥락입니다. 이건 현재적 사안에 대한 지속적 비평 활동을 통해서 이뤄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나오는 신간 만화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비평글을 지속적으로 생산하지 않으면, 삽시간에 과거의 명작들에 대한 향수나 곱씹으며 정작 오늘날 작품 활동의 맥락들로부터는 손을 놓게 되기 딱 좋죠. 사회 사안도 마찬가지로, 현재적 시사 사건을 소재로 계속 평가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Q17.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다면 이것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거나,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을까요?

: 칼럼은 목표가 있는 실용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정 작품을 당신도 읽어봐야 한다든지, 이 작품을 즐기는 것은 쓸만한 취향이니 자신감을 가져라라든지, 이 사안은 이런 틀로 바라보고 여러분이 이렇게 동참해볼 수 있다라든지 말입니다. 그저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고 싶고 많은 이들과 정서를 나누고 싶을 따름이라면, 창작자가 되는 쪽이 낫습니다.

 

II. 김낙호님에 대해서

Q18. 칼럼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맨땅에 헤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김낙호님을 동경하며 칼럼니스트로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팁을 주신다면요?

: 글쓰기 외의 원래의 직업적 수익원이 있다면, 웬만하면 당장 버리지 마세요. 만족할만한 작업수주의 양과 질을 확보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딥니다. 특히 인기 높은 지면의 정치, 경제 칼럼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Q19. 김낙호님만의 칼럼 가치관이 있나요? 혹은 글쓰기, 칼럼니스트 롤모델이 있으세요?

: 제 칼럼 가치관은, “이야기가 나올 필요가 있는 부분인데 남들이 잘 안 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을 채워넣자”입니다. 작품 비평에 있어서의 작품 선정도 그렇고, 시사적 내용에 관해 이슈를 선정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논하는 인기 화제작에 한 숟가락 올리는 것을 피하는 쪽이고, 한다면 필요한데 누락된 관점을 찾아나서고자 하는 편. 그래서 폭넓은 인기와는 거리가 멉니다(핫핫).

Q20. 글로 먹고 살기라는 것이 쉽지 않은 일 같은데요. 지금은 자리를 잡은 칼럼니스트라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기까지 ‘인고의 세월’은 없었는지 그리고 그 인고의 세월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인고의 세월은 아니었던 것이, 글 말고도 해둘 일들이 많았기에…;; 글은 자신이 다루는 어떤 분야의 특정한 방식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수많은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임을 늘 기억하면 됩니다. 그러다가 글경험과 게재처가 축적되다보면, 활동 가운데 글의 비중이 늘어나는 거죠.

Q21. 칼럼니스트는 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쓰잖아요, 글을 쓰는 배경이 되는 지식들을 얻는 방법들도 다양할 텐데요, 특별히 자료들을 찾는 노하우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노하우라기보다는 기본적인 접근법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제 경우는 ‘백투더소스’ 자세입니다(여기에 대해서는 http://backtothesource.info 라는 캠페인 사이트도 만들었던 바 있죠). 어떤 정보나 주장을 접했을 때, 그 출처가 되는 원재료를 찾아 참조하는 습관이 자료들의 사실검증, 체계적 축적 등 여러 가지에 도움이 됩니다. 이 자세가 갖춰지면 나머지는 도구 활용의 문제일 따름입니다. 도서관DB를 뒤지고, 통계청을 뒤지고, 구글을 뒤지고, 위키백과를 뒤지고…

Q22.그렇게 갖게 되는 데이터를 정리하는 자신만의 정리 방법 같은 것이 있을까요? 수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관리하는지, 노하우를 좀 공유해 주세요.

: 에버노트에 소재별로 폴더를 묶어 놓습니다. 김빠지는 이야기지만, 아무런 특별할 것 없이 그게 다입니다.

Q23. 초창기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글을 홍보해야 했을 텐데요, 어떤 방법을 많이 사용했었나요? 가장 많은 반응을 볼 수 있었던 홍보 방법은 뭐가 있었는지.

: 가장 반응을 끌어들이는 홍보방법은, 결국 매체 창간이라고 봅니다. 다행히도, 온라인 매체의 부흥 덕에 그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졌었죠. 시작부터 지명도 있는 매체에 공간이 마련되는 것도 아니니.

Q24. 글을 쓰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자신의 글이 막 싫어지고 그럴 때가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그런 적 있으셨나요? (그랬다면)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다시 글을 쓰는 데 대한 자신감 같은 것들을 되찾을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나요?

: 매너리즘은 매일 찾아옵니다. 극복하는 방법은, 내일은 내일의 매너리즘이 어차피 또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버리는 것.

Q25. 인터넷 세상이잖아요, 네티즌들의 반응 같은 거 혹시 보시나요? 안티 팬들의 반응엔 어떻게 대처하세요? 트위터도 하시고, 블로그도 하시잖아요?

: 악플스러운 반응에는, 답한다면 명쾌하고 간결하게 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리고 조롱은 최소화하고. 애초에, 해당 안티분의 마음을 돌려놓거나 논리싸움으로 물리치는 것이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 대면한 상태에서도 사람을 설복시키는 것은 매우 힘든데, 온라인이라면 더욱 대화장면의 강제성이 떨어지거든요. 중요한 것은 관전자들에게 어떤 식의 이야기가 더 건설적인지 구경을 시켜주는 것입니다.

Q26.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열 시간이고 마냥 앉아서 쓰신다는 분도 있고 혹은 토막토막 시간을 안배해서 나눠 쓰는 분다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쪽에 속하세요?

: 토막토막입니다. 덕분에 에버노트 메모장에는 핵심 키워드와 기초 논지 흐름만 앙상한 뼈대로 짜맞춰져있는 글 설계도가 늘 차고 넘치죠.

Q27. 칼럼 연재 등을 위해 초기 기획회의 시에 칼럼니스트의 의견 반영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 제 경우는 최소한 8-90%는 제 의견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제가 어떤 식의 내용을 다루는지 이미 파악하고 제게 의뢰가 들어오는 것이 대부분이고, 저 또한 매체의 속성을 염두에 두는 기획적 접근으로 틀을 짜곤 하는 편이라서요. 혹은 일부러 꽤 벗어나는데도 그저 매체쪽이 관대해서 통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예를 들어 한겨레에 연재하는 칼럼은 ‘2030 잠금해제’라는 코너의 일원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세대론이나 젊은 세대의 시각에서 보는 시사 사안 같은 컨셉트를 깨끗하게 무시하고, 미디어 관련 소재만 고집하고 있죠.

Q28. 글 쓰는 사람들에게 글을 쓰는 공간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질 텐데, 혹시 자신만의 특별한 작업공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동네 카페들을 차례대로 순례합니다. 적절한 수준의 소음, 적절한 수준의 공간적 낯설음이 자료 분석 말고 글 집필에는 도움이 많이 됩니다.

Q29. 집필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글을 집필하시는지요? 칼럼을 받게 되는 과정부터 담당자와의 의견조율, 또 쓰시고 다시 피드백을 받으신다던지 하는 부분이요.

: 집필 참여 제안(매체) -> 연재 기획안 작성(저) 및 조율 -> 코너 성사 -> 송고 시작 -> 담당편집자 피드백(주로 문안 수정 등) -> 반영한 수정고 보냄. 제 경우는 편집자의 수정 요청은 거의 다 수용하는 편입니다. 과정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보통은 연재 성립 과정에서 제가 직접 세부적인 연재 구성 아이디어들을 짜서 내미는 편입니다.

Q30. 기분에 따라 글도 영향을 받을 것 같아요, 너무 컨디션이 안 좋아도, 너무 즐거운 상태여도 글이 영향을 받잖아요, 그런 이유로 원고를 보내고 나서 후회했던 적이 있으세요?

: 후회는 하지 않지만, 부실한 글이었다면 다음 번에 그 사안을 어떻게 훨씬 나은 글로 다시 설명할 것인가 골치 아픈 경우는 많습니다.

Q31. 신문이나 잡지에 종이로만 기고하던 것이 이제는 인터넷 매체로까지 많이 확대되고 바뀌었어요. 온라인으로 연재해야 하는 경우라면 글의 길이도 짧아진다거나 하는 등 다를 텐데, 예전과 달라진 매체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글을 어떻게 다루고 컨트롤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김낙호님은 매체도 다양하고 분야도 다양하게 칼럼 연재를 하시잖아요? 앞으로 매체에 또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 오히려 온라인이 지면제한 없다고 마구 길어지기 쉽기도 합니다. 즉 온라인, 오프라인 고유의 속성보다는 케이스-바이-케이스죠. 대중교양매체인가, 좀 매니악한 전문지인가, 연예지에 가까운가 등 독자 속성에 따라서 문체의 경쾌함을 조절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Q32. 초반에, 개척한 분야일 텐데.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참고할 만한 전례가 없어서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 인접분야, 특히 영화 칼럼 쪽을 집중적으로 참고하며 틀을 다져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리뷰류에서는 로저 이버트의 대중적이고 구체적인 질감의(특히 과도한 관념적 개념어들을 멀리하는)글쓰기를 좋아했습니다. 물론 저보다 먼저 판을 개척한 분들은 적지 않으며, 저는 그저 제게 가장 적합한 방식을 좀 더 다듬어냈을 따름이죠.

Q33. 처음과 지금, 만화 칼럼니스트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 처음에는 나름 자신들의 리그를 이루고 있던 일군의 인문학적 무게감을 과시하던 ‘만화평론가’들이 있는 분야에(당시에는 일간지의 신춘문예 경연이 ‘등단’ 과정이었고, 한국만화평론가협회도 있었죠) 난데없이 그런 흐름을 깨끗하게 무시하고 나타난 날도깨비 날라리 같은 위치였습니다. 지금은, 지속적 활동을 하는 이들이 별로 없다보니 날도깨비가 터주대감이 되어버린 느낌이죠.

Q34. 트렌드를 보는 노하우, 이를 위해 꼭 챙겨보는 잡지나 칼럼, 책이 있는지? 그리고 주기적으로 나오는 만화잡지도 보시나요?

: 만화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를 지속하는 것이 시장 속성상 꽤 어렵다보니(귀중한 시도들은 늘 있어왔지만), 트렌드를 계속 읽고 논하는 몇몇 업계 전문가들의 블로그와 트위터가 최고의 소스입니다. 작품 연재물들을 챙겨보는 것은 필수입니다.

Q35. ‘시의성’이 중요하잖아요- 그런 건 어떻게 조절하시는지, 그리고 또, 시리즈물의 경우에는 만화를 어떻게 보시나요? 한번에 몰아보나요?

: 시리즈물은 가급적이면 몰아서보다는 시리즈로 보려고 노력합니다(다만 한참 늦게야 발굴하게 되는 경우는 당연히 제외). 그건 마치 연속극 드라마는 본방사수하며 한 편씩 볼 때 가장 원래 만들어진 맥락에 가깝게 즐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죠. 시의성은, 해당 작품의 후속권이 나왔다든지 소재가 딱 요즈음의 상황에서 다시 꺼내보는 것이 적합하겠다든지, 그때그때 판단합니다.

Q36. 일반독자의 입장에서와 칼럼니스트의 입장에서 만화를 보게 되는 방법이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여기에서 오는 어려움이나 아쉬움은 없으세요?

: “우와 재밌었다!”에서 그칠 수 없고, “왜 재밌었을까?”까지 한 단계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이 피곤할 때가 있죠. 재미는 종종 매우 정서적 공감대이자 즉자적 반응인데, 재미있게 본 작품일수록 더 확실하게 이유를 그 뒤 다시 납득해야 하는 문제.

Q37. 만화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 칼럼이 실리는 해당 매체의 독자들이라는 특정한 그룹에게 소개시켜줄만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냥 내가 재밌었다고 해서 선정하는게 아니라, 그 독자들이라면 이런 것을 한번 읽어봐야할 것 같다, 라는 판단을 하는거죠.

Q38. 요즘 빠져있는 장르나 개인적 취향 조절을 해서 칼럼을 쓰시나요? 예를 들어 원래 좋아하시는 만화장르는 철학적 통찰을 담은 만화인데 인기있는 만화인데 개그장르라서 취향에 맞지 않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 개그장르가 취향에 맞습니다(핫핫). 그보다, 내 취향보다 독자의 취향을 먼저 고려해야죠. 독자의 취향과 60%어치는 맞고 40%어치는 모험을 시키는 쪽으로.

Q39. 글을 쓰는 과정은 어떻게 되세요? 컨셉을 먼저 생각하고 책을 읽는 건지, 혹은 글을 읽으면서 메모해놓고 나중에 모아서 쓰는지 궁금해요.

: 먼저 읽은 후, 종합적 컨셉을 구상해내고, 다시 참조합니다.

Q40. 매체에 보내지 않는 자기만의 독후감 따로 쓰세요?

: 예. 다만 완성된 원고 형식이 아니라 키워드만 잔뜩 모은 메모 모양으로만 남깁니다.

Q41. 이 책을 읽을 김낙호님의 잠재적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칼럼을 쓸 때, 다루는 소재의 특성을 늘 주목하시길. 예를 들어 만화 칼럼이라면, 만화이기 때문에 비로소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부분들을 생각해보세요. 칸 구성이나 그림체 같은 표현적 속성이든, 대중문화에서 만화가 차지하는 취향의 입지든 좋습니다. 다만 그저 줄거리만 나열하고는 설을 풀기에는 굳이 만화작품을 다룬다는 의미가 부족하여 아깝죠. 매체 비평이라면 그런 류의 담론들이 유통되는 미디어 환경의 맥락, 시사 비평이라면 단순해 보이는 사안의 이면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딜레마 등 늘 특유의 어떤 속성들이 바로 그 소재를 다루는 이유이자 의미입니다.

Q42. 지금 하시는 일도 많으시지만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 그건 저도 궁금합니다(핫핫). 제 여러 흩어져있는 관심사들을 (만화, 언론학, 사회체제 일반 외 다수) 좀 더 효과적으로 연결해서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작업을 구상해봐야겠죠. 뭐, 서예를 배우고는 그 관심사를 어떻게 연결시키다보니 맥킨토시 컴퓨터로 승화시킨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도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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