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고통은 트윗된다 [미디어는 지금 / 한국일보 140825]

!@#… 게재본 [전쟁 속 일상까지 생생히 중계… 팔레스타인 고통을 트윗하다]은 여기로.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트윗된다

김낙호(미디어연구가)

올해도 결국 반복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 와중에서, 세계인들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각인된 사진 이미지는 무엇일까.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주검 사진은 확실히 참혹하지만, 시리아에서 죽은 아이들 사진이 출처불명으로 섞여 널리 공유되어도 사람들이 모르고 넘어갈 정도로 보편적인 참극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독특한 성질을 절묘하게 포착하여 두고두고 서늘한 충격을 주는 것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스데롯 시네마’라는 별칭이 붙은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이스라엘 스데롯 마을의 주민들이 밤에 삼삼오오 언덕에 의자를 펴고 앉아 밝은 표정으로 먼발치에서 반짝이는 풍경을 구경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반짝임은 가자지구에 가해지는 폭격의 섬광이고, 팔레스타인계 무장단체 하마스의 포탄 위협에 불안해하며 살던 지역민들이 나름의 통쾌함을 느낀 것이다. 그와 동시에, 지배국 국민들이 사실상 무차별적인 폭격의 민간인 학살 현장에 환호를 보내는 모습이기도 하다.

스데롯 시네마가 주는 충격은, 뿔난 악마들이 아닌 평범한 인간들이 이렇게 되어 있는 일상적 모습이 주는 착잡함이다. 그리고 이것을 더욱 일상적으로 만든 것은 바로 사진이 사람들과 만난 방식이다. 사진은 덴마크의 신문기자 알란 소렌센이 현장에서 찍어서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렸고, 장문의 기사와 함께 신문기사로 실리기 한참 전에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파만파 공유되었다. 90년대에 CNN의 걸프전 보도로 전쟁의 실황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면, 지금은 전쟁 속의 일상마저 우리에게 일상적인 통로로 들어오게 된 셈이다.

이번에 이뤄진 이스라엘의 침공은 하마스로부터의 정당방위를 내세우는 명분 측면으로 보나 민간 피해를 대놓고 무시하는 폭격 방식과 그로 인한 처참한 민간인 살상으로 보나, 2008년의 침공과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오늘날은 당시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폭넓게 팔레스타인의 암울한 현실이 적극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뉴스를 읽는 사람들에게 널리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친이스라엘 행보 때문에 늘 야유를 받는 미국조차 자국 내 각종 언론에서 훨씬 피해자의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는 다른 정치사회적 변인도 많지만, 무엇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한 몫을 했다.

물론 2008년 침공 때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각자의 입장을 미디어로 전파했고, 미국 대형 언론사들은 기자를 현장에 보냈고, 인터넷도 활용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총선과 뒤이은 내분으로 인해 온건파 파타당은 서안지역을, 그리고 무장파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었다. 그런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차지하고 가장 먼저 신경 쓴 것 중 하나는 관영방송국 알아크사TV(Al-Aqsa)를 세우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일반적인 언론 기능보다는 하마스측 정치 주장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홍보창구 역할이었다. 이스라엘의 대처 역시 활발해서, ‘팔레스타인 미디어워치’ 같이 팔레스타인 미디어에서 주장하는 바를 감시하고 반박하는 것을 전문으로 표방하는 단체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성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아직 무언가를 기록하고 전파하기 위해서는 기자라는 존재가 필요했고, 개개인이 직접 무언가를 쓰려고 해도 아직 폭격당하지 않은 인터넷카페를 찾아내야했다. 그러다보니 현장의 소식은 증언의 형식으로 중개인들의 필터링을 거치며 전달될 따름이었다. 즉 현장 바깥의 세상에는 각자의 뉴스룸 지침에 따라서 걸러내고 가공된 이야기들만 전달되었는데, 그것은 대체로 일방적인 홍보거나 아니면 사건 발생과 사망자 숫자만 던지는 기계적 기사뿐이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급격하게 사용률이 높아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그런 뉴스 환경을 상당히 바꾸어놓았다. 현장의 일상을 보내는 이들이, 현장의 일상을 곧바로 직접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보내는 내용은 치밀한 의제 설정 전략을 거치는 언론조직의 기사와는 달리 순간의 느낌에 충실했다. 먼저 스마트폰은 높은 휴대성과 처리능력을 통해서 사실상 어디서나 사진, 비디오, 텍스트를 아우르는 생생한 현장 기록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한편 소셜미디어는 이전부터 존재했던 블로그 같은 개인미디어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기록들을 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대표적인 예로 위기 고조의 초기 단계에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청소년을 백주대낮에 처절하게 구타한 일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이웃집 주민이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 시민을 임의로 폭행한다는 증언은 예전에도 많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현장을 생생하게 거의 시차 없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들을 통해서 재빨리 수백만명에게 퍼지자, 비로소 주류 언론사들도 해당 영상을 발탁하여 방영하게 되었다.

이렇듯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현장의 일상적 경험을 바깥에서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그간 워낙 기기와 서비스가 널리 보급되어, 아무나 어디에서나 그런 식의 자기 일상 감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개개인의 현장 기록이 정제된 설명 없이 그 자체만으로 설득력을 얻는 경우란, 복잡한 정치 분쟁보다는 노골적 재난 사건일 때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상황은 상당히 복잡하게 얽힌 정치 분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어나는 비극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공권력의 폭력에 시달리고 폭격에 의해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재난 상황이기에, 급하게 찍은 흔들린 사진들과 짤막한 비디오 클립들이 오히려 확실하게 호소력을 발휘하며 전파되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로 전하는 현장성은 평범한 주민들만이 아니라 정식 기자들에게도 유용한 수단이 되어주었다. 앞서 언급한 스데롯 시네마도 스마트폰으로 찍어 트위터로 올린 것이었고, 현장에 파견 나간 다른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 역시 앞다투어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편집팀의 선별을 거치지 않은 현장의 인간적 시선의 목격담을 수시로 올렸다. 영국 가디언지 기자 피터 뷰몽트가 남긴 “오늘 아침 정말 충격적인 장면을 봤다. 한 남자가 두 살박이 아들의 유해를 쓰레기 봉지에 담아 넣었다”라는 목격담은 신문기사로는 난감했을 수 있겠지만, 트윗으로서는 폭발적 호응 속에 수천 명의 리트윗(재공유)를 불렀다. 또한 기자들은 주민들이 찍어 올리는 애통한 핏빛 사진들을 더욱 많은 독자들에게 공유해주는 일도 자연스럽게 수행했다. 이것은 지난 수년간, 소셜미디어 활용을 통한 기자 개인의 브랜드화라든지 뉴스 커뮤니티 관리라든지 하는 개념들이 세계 언론계에서 상당부분 정착한 결과이기도 하다.

현장성과 함께 또 다른 큰 변화는 온라인 뉴스 매체의 도약이다. 미국의 경우, CNN이나 FOX뉴스 같은 유력 뉴스 전문 케이블채널들이 이스라엘 입장에 상당히 기울어 있는 보도를 일삼는다고 자주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지상파 방송의 뉴스 역시 기계적 양비론에 빠져서 폭력의 불균형이나 복잡한 갈등관계를 제대로 못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젊은 층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는 매체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리고 뉴스를 접하는 통로로 점차 강력해지고 있는 온라인 뉴스 분야 가운데에서도 양질의 사이트들은, ‘설명 저널리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복스(Vox.com)가 여러 세부 논점을 조목조목 카드 형식으로 풀어주고 계속 내용 갱신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이런 매체들은 팔레스타인 분쟁 같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을 충분히 일목요연하게 풀어주는 것에 상당히 능숙해졌다.

이렇듯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힘입어 팔레스타인 분쟁은 예전보다 분명히 더 널리 자세히 알려졌고, 더욱 많은 이들이 팔레스타인 피해자들의 험난한 일상을 함께 목격하며 해결을 촉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경계해야할 것은, 그런 여론이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론을 동력 삼은 외교적 규제와 산업 보이콧으로 압박하고, 이스라엘 내부 인권세력의 성장을 지원해야 비로소 해결을 조금이나마 유도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작업에 더욱 폭넓은 참여를 유도해내는 것이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더욱 도와야 할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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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국제섹션 [미디어는 지금]. 미디어와 사회변혁에 관한 세계 여기저기의 사례들을 둘러보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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