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 꿈의 공장을 지속하는 법 [시사IN / 362호]

!@#… 게재본 “위기가 방울방울 잠시 멈춘 ‘꿈의 공장’”은 여기로.

 

스튜디오 지브리, 꿈의 공장을 지속하는 법

김낙호(만화연구가)

마크 트웨인은 자신의 사망설이 언론에 보도되자 “내 죽음에 관한 소식은 상당히 과장되었습니다”고 농담을 던진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얼마 전에 [이웃의 토토로], [원령공주] 등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해체된다는 보도가 국내외 언론에 넘나들 때에는, 그런 여유로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바람이 분다]를 마지막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장편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은퇴한 이후였기에, 더할 나위 없이 그럴싸한 소식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리고 이내 온라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그간 작품들을 추억하는 온갖 추모의 마음을 쏟아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서는 스튜디오 지브리는 해체하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지금까지와 같은 식으로 계속 작품을 만드는 것 또한 아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스튜디오 지브리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다 이사오라는 두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 제작을 위해 탄생한 제작사로, 주로 탁월한 만듦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지브리는 [천공의 성 라퓨타], [원령공주], [붉은 돼지] 같은 호방한 활극, [폼포코 너구리 대전], [이웃의 토토로] 같은 환상적 기담, [귀를 기울이면], [추억은 방울방울] 같은 섬세한 성장담까지 다양한 방향의 작품들을 대체로 비평과 흥행 모두 성공시켰다. 2014년 상반기까지 일본 역대 흥행작 역대 1위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포함, 10위권에 3편이 포진되어있다. 한국에서도 일본 영화 극장 상영 합법화 이전부터도 이미 온갖 크고 작은 영화제와 시네마테크의 붙박이었고, 오늘날도 애니메이션계 문화에 심취할 줄 모르는 평범하게 재미 없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일본 만화영화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지브리의 작품을 꼽곤 한다.

그런 지브리가 해체설에 시달릴 정도로 사람들의 불안을 사고 있는 모습은, 스튜디오 중심이 아니라 핵심 감독에게 의존하여 입지를 쌓았던 그간 운영방식이 고스란히 한계로 돌아온 것이다. 지브리 작품들의 가장 두드러지는 매력은 한쪽으로는 미야자키 감독 특유의 활극 감성, 다른 쪽으로는 다카하다 감독의 강점인 섬세한 성장 심리를 특징으로 한다. 여기에 둘의 공통점인 화면의 집요한 디테일, 이상적 공동체에 대한 동경과 관념적 반전사상 등이 짙게 깔린다. 그런데 그런 세계관이 특정한 사회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든(두 감독 모두 적극적 노조 활동가였다) 아니면 독재적인 작업 지휘 방식 때문이든, 이들의 장점을 스튜디오에서 후속 감독들이 재현하는 것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 세대 감독들이 환상적 활극의 표피를 가져오지만 전개의 리듬이나 특유의 사회관을 놓치자, [게드 전기] 같은 물건이 나왔다. 성장 심리를 그럴듯하게 이어받았지만, 각자의 심리가 만드는 갈등을 놓치자 [마루 밑 아리에티]의 심심함이 만들어졌다. 지브리의 상속자로 촉망받던 [귀를 기울이면]의 콘도 요시후미 감독은 불행하게도 다음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요절했다. 안 그래도 99년의 [이웃집 야마다군] 이래로 두 기둥 가운데 하나였던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이 신작을 더 이상 만들지 않아 미야자키 감독이 책임지는 비중이 막대해졌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연출을 그만두고 나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우수한 작품을 발표하자 수군거림은 더욱 커졌다. 그 정도 재능 있는 인재조차 버틸 수 없는, 미야자키 감독만으로 지탱되는 곳으로 이미지가 박힌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그 미야자키 감독이 2013년 장편 작품 은퇴를 발표하고, 다카하다 감독의 오랜만의 야심찬 대형 신작인 [카구야 공주 이야기]와 유망주 요네바야시 감독의 차기작이 연달아 저조한 흥행을 보였으니, 지브리가 위기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상황에서 사업 조정 관련 정보가 나오자, 사람들은 곧바로 ‘지브리 해체’라는 파국을 연상하고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실제로 발표된 바로는, 차기 극장판 작품의 제작 계획을 세우지 않은 휴지기에 들어가기에 해당 제작팀이 해산되는 식이다. 단편 제작, 판권 관리 등 다른 부문은 정상 운영되지만, 지브리의 간판격인 극장판의 제작 방식에 대해 재설계에 들어가는 셈이다.

대중문화를 만드는 제작사에를 흔히 ‘꿈의 공장’이라고 부를 때, 애니메이션은 특히 그 중 공장이라는 부분에 방점이 찍힌다. 그림이 움직이는 방식의 애니메이션 제작이란, 수없이 많은 개별적 그림을 그려내고 연결하여 화면을 만들어내는 매우 노동 집약적 과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해진 비용으로 노동력을 대거 동원하기 위해, 작품 단위로 모집을 하고 해산을 하는 관행이 일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에서는 일반적이다. 지브리 또한 [마녀 배달부 키키]까지는 원래 그런 방식을 취했지만, 더욱 안정적인 숙련 인력 확보와 후진 양성 등을 위해 이례적으로 작업 수당 후불 지급이 아닌 전원 정사원제를 도입한 바 있다. 애니메이터 노동권 향상을 외친 두 감독의 경력이 그렇게 결실을 맺었던 것이다.

문제는 고정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인데, 스즈키 토시오 제작자의 말에 따르면 회사로서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인건비 20억엔을 포함하여 연간 100억엔 정도의 수익을 내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미야자키 극장판의 흥행력 없이는 그 방식을 유지할 방도가 없기에 다른 제작 방식이 필요하기에 우선 멈춤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웃집 토토로]의 존재가 증명하듯, 정사원제가 아니라고 해서 지브리 특유의 감성이 숨쉬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나아가 미야자키 감독도 단편 작품을 계속 만들고 있고, 다카하다 감독의 내공도 여전하고, 다음 세대 감독들도 작품활동을 계속 하다보면 더욱 성장할 여지가 있다. 지브리의 끝이라면 분명히 상당히 과장된 소식일 수 밖에 없고, 지브리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은 아직 아쉬워하기에는 턱없이 이르다.

그저, 일본 애니메이터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안정적이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하나의 현존하는 모델이 사라졌다는 것만이 아쉽게도 뚜렷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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