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후 대처를 위한 4가지 요소 [슬로우뉴스 140825]

!@#… 게재본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4단계 접근법] 은 여기로. 보다시피 게재본은 예쁜 다이어그램이 많아 훨씬 보기 편하다(…)

 

세월호 사후 대처의 난맥상: 기술적 접근

사후 대처의 요소들

사회적 임팩트가 막중한 큰 비극적 사건의 사후 대처에는 명백하게 필요한 몇가지 과제 요소들이 있다.

  • a. 진상 규명: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세부적으로 사실관계들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문제가 문제라는 사실을 인증받았다는 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갑갑함 및 억울함을 푸는 요소다.
  • b. 책임자 처벌: 사안이 벌어진 것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응분의 공식적 댓가를 치루게 하는 것이다. 무언가 해결되었다는 느낌, 권선징악형 카타르시스의 중심 요소다.
  • c. 이후 예방: 같은 문제가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실체적 발전이라는 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물론 이것은 모두 서로 밀접하게 엮여있는 것들이다. a(규명)으로 책임자가 드러날 때 b(처벌)에 도움되고, c(예방)도 현실적이 된다. b(처벌)은 상벌체계 작동의 사례가 되어 이미 c(예방)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눠보는 이유는, 이런 요소들은 다른 것들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각각 추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규명)이 부족해도 책임자 b(처벌)을 확 해버리는 거침없는(즉, 위험한) 통치도 있을 수 있고, 오로지 진상 규명만 하는 경우도 흔하다. 혹은 이번 말고 다른 사례 경험 위주로 포괄적 c(예방) 정책을 세워 적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표면적 의제에서는 종종 간과되고는 하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 하나가 더 있다:

  • d. 신뢰 회복: 우리 사회는 이 사안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이런 문제를 결국 해결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사회적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한 매우 핵심적 파급력 요소다. 다른 세 가지 요소보다 훨씬 각자의 주관성이 차지하는 역할이 커서, 감성 요인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이 발생한 초기에는 네 가지 요소 모두 바닥을 달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시작한 특별법 논의는, a(규명)를 위해 조사위를 추진했다. a의 효력 및 b(처벌)를 위해 조사위에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c(예방)는 아주 구체적 세부까지는 들어가지 못해도 당위론적 구호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특별’법이라는 형식 자체가 d(신뢰회복)을 해달라고 염두에 둔 것이다.

그 과제들, 어떻게 꼬였는가

그렇다면 각 주체는 이런 과제들에 어떻게 대처해왔는가 간략하게 복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대처는, a(규명)을 선원들 조사에 집중하고, b(처벌)을 위해 ‘실질적 소유주’ 유병언을 거의 주범격으로 강조하는 일대 붐을 조성했고, 해경 해체를 운운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c(예방)는 감시 강화 등을 재빨리 거론했다. d(신뢰)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눈물 표현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a(규명)는 선원들의 깊은 태만 말고 더 충격적인 발견이 나올 구석이 적고, b(처벌)는 유병언 사체 발견으로 거악 세우기에 실패하고 해경 조직 또한 여전히 필요하다는 현실 앞에 흐지부지 되었다. c는 세부 전략이 나오지 않았고, d는 아무리 해수부장관이 오랜 기간 현장을 지킨다 한들 대통령이 청와대 앞 유족들과의 간단한 만남과 덕담조차 무시하는 한 악화 일로다.

그럼 국회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a(규명)는 국정조사를 통해 많은 부분을 진전시켜왔다. 하지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증인 채택 여부 실랑이 등으로, 높은 권력층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얻어버렸다. b(처벌)는 책임자 범위를 정하기는 것에 공전을 거듭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고 책임자를 걸고 넘어지는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 수많은 크고 작은 잘못들이 결국 겹쳐버리면서 생긴 총체적 부실이기 때문이다. c(예방)는 통일된 의제설정 없이, 온갖 세부 법안들이 부분적으로 난립하고 있다. d(신뢰)의 경우는 선거 전까지는 여야합의를 못 이뤄서, 선거 후에는 합의안이 시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며 지연되는 모든 기간동안 하락하고 있다.

그 와중에 유가족 및 지지 시민들은 어떻게 폭발했는가 하면, a(규명)는 청와대를 비호하는 정부가 점점 수상쩍어 보이고, b(처벌)는 선원 말고는 사법 처리 절차가 진전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갑갑한 상황이 이어졌다. c(예방)는 세세하게 신경쓸 여력을 찾지 못하고, d(신뢰)는 정부의 방치와 국회의 공전이 길어질수록 추락하면서 “저들을 못믿겠다”는 대립 의지만 심화될 따름이다.

그리고 관여도 낮은 기타 대중은, 식어갔다. 애초부터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적 연대라기보다는 참사를 당한 것에 대한 애도였던 많은 이들에게는, 애도의 피로감이 쌓여갔다(“이쯤하면 슬퍼할만큼 해줬다”). 이런 이들이 모두 무슨 괴물이라서 세월호를 묻어버리고 넘어가려고 한다기보다는, 처음에는 분명히 애도했으나 점차 출구전략을 갈구하는 것에 가깝다. 즉 유족들이 그렇게까지 불쌍하지 않다는 판단의 근거가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는 보상금설이든 특례입학설이든 노조원이니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설이든 무엇이든 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a(규명)는 가십화(예: 박II의 7시간 동안 ***과 내밀하게 보냈다더라 따위 자극성 루머), b(처벌)는 어차피 몸통은 빠져나가겠지 식의 냉소, c(예방)는 막연한 불안감과 개별적 위험 회피로 귀결, d(신뢰)는 역시 한국사회는 각자도생이라는 믿음으로 갈 따름이다. 여기에 정치적 진영 논리상, 우익 담론계는 이런 정서를 지렛대 삼아 자신들의 우익적 의제를 마음껏 강행한다(예: 조선일보 1면의 “세월호에 멈춰 선 정치”).

다시 느슨하게 종합해서 바라보면, 이런 모습인 것이다. a(규명)는 국정조사 과정에서 꽤 진전시켜서 이 사건이 선박관리, 선원 전문성, 경보체제, 비상대책위, 구조체계, 정보전달과 언론보도 기타등등 모든 차원의 총체적 부실임을 밝혀내왔다. 그러나 정부는 조사 협조에 대한 소극적 자세로 더 엄청난 것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끝없이 키워서 불신을 자초해왔다. b(처벌)의 문제는, 사안이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 총체적 부실이기에 책임 또한 분산되기에 웬만하면 권선징악형 후련함을 줄 방도가 없다. 명백한 과실 범행자들인 선원들은 검찰이 이미 다 진행하고 있지만, 임팩트 있는 거악 처단 퍼포먼스는 애초에 불가능했다(그나마 유병언을 매달려는 작전은 엉뚱하게 망했다). c(예방)는 모든 주체들에게 그냥 뒷전이 되었고, 이럴 때일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d(신뢰 회복)는 대통령의 경직성과 함께 침몰했다.

그렇기에 특별법을 통한 해결을 원하는 측은 더욱 a(규명)에서 더욱 엄청난 숨겨진 비리를 밝혀내야 하는 듯, b(처벌)까지 이어갈 강제력으로 수사권, 기소권을 더욱 요구하게 되었다. 사실은 그것을 통해서 실제 더 밝혀내야할 사항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와중에 c(예방)는 사실상 의제에서 사라졌으며, d(신뢰)는 장기 단식 같은 처절한 방식으로 내몰린 것은 물론이고, 국회 합의에 대한 필요 이상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런 불신의 결과로 한쪽의 패배가 아닌 합의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당사자들이 정부와 여당을 불신하여 배제하려는 것과 비례하여 정부와 여당 역시 자신들이 배제되었다가 해코지 당할 것을 경계하며 방어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동의 목표를 놓고 달성 수준과 방법론의 이견을 합의해나가는 정상적 정치 과정이 결렬되는 패턴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다른 부분을 지목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나는 이런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d(신뢰 회복)의 역할을 재인식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의 페이스북 글에서 제기된 하나의 질문을 인용한다. “유민 아빠가 수백 만명의 지지를 받으며 목숨 걸고 단식하면, 그를 살리기 위해서, 그 방식과 그 해법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 수 백만명이 의견을 꺾어드려야 하나?”

내 답은, 그런 문제를 계속 안고 가는 것이 바로 원래 정치의 역할, 특히 d(신뢰회복)의 몫이라는 것이다. 대의자들이 자신이 대변하는 이들과 원래 이뤄야할 목표에 대해 인식을 함께 하고, 그런 것을 다른 방식으로도 이뤄낼 수 있으며 그것이 더 현실적으로 수행하기 용이함을 설득해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당장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고 분명히 장애물이 있더라도, 결국은 우회해도 목적지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분기점에서 결국 표결과 사법 결정으로 무언가를 강행하더라고 그 설득은 끝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여기에 감정적 요인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은 다시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것은 무슨 이상론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적 통합성을 위한 필수적 과제다(아직도 진행중인 미국 오바마케어 정착과정이 좋은 사례다).

그런데 새정련은 유족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섰으면서도 선국회합의-후통보라는 실망스러운 접근을 반복하여 불신을 자초하고, 청와대는 유체이탈 중이고, 보수 언론은 그냥 이쯤 했으니 넘어가자 주장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극단적 싸움은 옳지 않다고 혀를 차고 있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투쟁 극단화의 레시피다. 신뢰 회복 노력이란 대단히 피상적인 개념도 아니다. 대통령이 당사자들을 계속 신경쓰고 있다는 최소한의 퍼포먼스라도 좀 하고, 정부는 세월호 후속 조치가 상위권 정책 의제임을 늘 강조하고, 국회의 정당들은 여야 모두 당사자분들과 자주 상황을 공식적으로 사전 논의하는 것이다. 어째 그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대통령 퍼포먼스 같지만.

둘째, c(예방)에 강하게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 과제를 재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질 조사위 중심으로 이런 목표에 확실하게 동의를 하는 것이다. a(규명)를 권력형 비리에 대한 의심 탐구보다는 부실의 패턴을 낱낱이 밝히는 백서를 만든다는 접근으로 가며, b(처벌)는 굵직한 거악보다는 다양한 작은 위법들에 대한 철저한 각각의 책임 묻기를 목표로 세워야 한다. 이런 것을 바탕으로 가장 강조해야 하는 것은 바로 c(예방)을 위한 종합적 의제틀을 세우고, 그 핵심 내용들을 확실하게 입법화하는 것이다. 즉 체계 부실로 인한 비극적 사건을 한풀이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접근하는 방식이다(여기에 대해서는 미국 켄터키주의 ‘아만다법’을 종종 사례로 들곤 하는데, 딸 아만다를 살해당한 비극을 겪은 가족이 정계의 지원으로 한층 강력한 가정폭력방지법 입법으로 대처한 사례다). 안전 규정을 유명무실화시킨 허점들을 보완하고, 한층 나은 인센티브 구조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최대한의 전문성을 발휘해야할 영역이다.

이런 것들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 시민들의 몫이 아닌가 한다.

 

(추가) PS. 이것은 다시 압축하자면, 여권을 배제하지 않고 팀에 받아들이며, 미숙했다한들 새민련의 노력을 내치지 않으며, 애도를 그만하려는 이들을 악마화하기보다는 개선을 위한 연대라는 본래의 목표를 내밀어 끌어들이고, 그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극단화되지 않게 보듬는, 전혀 후련하지 않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태로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추가2) PS2. “다른 방식으로도 이뤄낼 수 있음”을 설득한다는건 예컨데 이런 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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