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 노벨 평화상을 타다 [미디어는 지금 / 한국일보 141027]

!@#… 이전부터 논해온 블로그의 힘, 블로그가 쇠퇴하는 듯 보이는 현상에 대한 반론 등의 연장선. 중간에 나오는 사회변혁의 조건과 미디어의 역할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관심 기울이고 싶으신 분은, 계속 개발중인 이론 틀거리 소개 슬라이드를 참조.

그리고 게재본은 여기로: 10대 파워블로거가 노벨평화상을 받기까지.

 

파워블로거, 노벨 평화상을 타다

김낙호(미디어연구가)

2014년 노벨 평화상 공동수상자 가운데 하나는 파키스탄의 교육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다. 여성이 보편적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회 현실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며, 수구 테러 세력에게 목숨을 잃을 뻔 하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평등 교육의 세계적 상징으로 계속 운동을 펼치는, 인권운동 외길 인생 경로의 전형적 모습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녀가 이 상의 역대 최연소 수상자며 올해 만 열 일곱 살이라는 점이다. 도대체 그녀는 어떻게 십대에 이미 노벨평화상을 탈 정도로 활발한 사회운동을 할 수 있었는가. 그 시작점에 있는 것이 바로 블로그라는 매체 양식이다.

십 년 전으로 기억을 돌려보자면, 블로그라는 당대의 신조어가 세계 각종 언론 지면에 오르내렸다. ‘웹’과 ‘시간순 기록’이라는 단어를 조합하고 축약하여 탄생한 용어로, 개인이 자신의 온라인 페이지에서 자신의 생각을 계속 공개적으로 기록하고 누적해 나아가는 양식 전반을 포괄하는 느슨한 개념이었다. 새로운 매체양식의 유행을 보며, 너도나도 대형 언론의 영향력 쇠퇴와 개인매체의 신세계에 대한 예언을 던지곤 했다. 물론 붐이라는 것이 응당 그렇듯 예언 가운데 대부분은 호들갑으로 판명이 났고, 사람들은 그 다음 화제성 트렌드를 찾아 신조어를 만들고 주목 장사를 이어나갔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블로그의 힘이라고 하면 무슨 맛집이나 상품 리뷰를 빙자한 홍보활동이나 친목 행위와 공동구매 같은 것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블로그가 사회 전체의 담론 유통에서 가장 절묘한 기능을 해내는 경우는 따로 있는데, 압력 때문이든 비용 때문이든 주류에서 다뤄내지 않는 종류의 이슈와 관점을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끄집어내는 대안적 통로로 쓰일 때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자기표현을 넘어 더욱 큰 사회적 움직임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되어줄 때다.

말랄라가 교육 인권운동가로서 발을 내딛은 것은, 2009년 당시 BBC 사이트에 필명으로 블로깅을 하면서였다. 원래 BBC 우르두어 사이트는 탈레반 점령지의 교육 현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해줄 자원자를 물색하던 중이었는데, 당초 후보들이 심각한 물리적 위험 때문에 고사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아버지의 소개를 통해 고작 만 11살이었던 말랄라가 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그녀의 글들은 매일의 체험담을 일기체로 써내려가는 전형적인 블로그 포스팅이었고, 내용은 억압적 일상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여성들의 교육을 금하는 모습에 대한 진솔하고도 울림이 있는 비판이었다.

이 블로그는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켜, 뉴욕타임즈의 다큐멘타리 제작으로 이어졌다. 다큐멘터리의 공개는 다시금 더욱 많은 세계언론의 관심과 후속 취재를 이끌어냈다. 당연하게도 블로그 하나가 탈레반을 축출한 것도, 억압적 교육 현실을 뒤집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말랄라는 블로거 활동으로 주목을 받은 것을 계기로 묻혀있던 여성 교육 차별이라는 사안의 이슈화에 성공했고, 그 뒤로도 적극적인 교육 인권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여타 언론매체들이 정상적 취재 활동이 어려운 환경에서, 1인칭 블로그에 담아내는 비판적 관점의 생생한 현장 체험기를 통해 대안적 이슈화를 이끄는 기능은 일찍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한창이던 2003년 “라에드는 어디에 있나” 블로그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바 있다. 살람팍스라는 필명의 블로거가 운영하던 이 매체에는 사담 후세인 독재 치하에서 실종되었던 주변인들의 이야기나 침공의 체험 등이 현장 주민의 시선으로 담겨있다. 이를 통해서 단순한 해방론이나 침략론 하나로 단순화하기 힘든 현지의 복합성을 서방세계에 이슈화하는 생생한 자료가 되어주었다. 이 블로거 역시 훗날 유니세프의 긴급 커뮤니케이션 담당관이 되어 인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은, 명망을 얻고자 열심히 블로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안을 제대로 이슈화시키고자 하는 활동의 일부로서 열심히 블로그를 한다는 점이다. 독자의 관심을 자극할 온갖 마케팅 전략을 궁리하기보다, 자신이 아는 바 가장 생생한 관찰과 사실관계들을 제시하고 그것을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 바로 주안점이다. 여기에 중요한 것은 마냥 선명하고 강경한 선동의 목소리가 아니라, 현실을 다각적으로 보여주며 그것에 함께 관심을 할애하자고 자연스레 권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사 페인이라는 영국 블로거는 자신의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을 사진으로 찍어서 맛과 영양 등을 나름대로 공정하고자 하는 기준으로 평가하고 매일 블로그에 올렸다. 급식의 품질은 괜찮을 때도 있지만 종종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열악했고, 그 모든 것은 가감 없이 그대로 제시되었다. 이 블로그의 내용물이 상당히 누적되어가고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이들이 방문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학교 급식의 실태에 대한 많은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에 성공하여 급식 품목 조정 등 행정 조치가 이어졌다. 자신이 겪는 중요한 사안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한다는 목표와 성실함이 있다면, 아홉 살짜리 초등학생이라도 의미 있는 사회적 변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돕는 편리한 도구가 바로 블로그인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한꺼번에 어떤 캠페인으로 동원하고 조직화하는 활동은 그간 발달해온 속칭 ‘사회망 서비스’들이 유용한 도구가 되어준다. 빠르게 속보를 던져놓고 빠르게 유포하는 것은 트위터나 메신저의 단체 대화방이 유용하다. 하지만 묻혀있는 사안을 끄집어내어 관심을 일으키는 것에는, 제대로 된 설명과 자료 및 공감대 및 지속적인 후속 이야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나아가 그런 내용들은 찰나에 단편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어 참조할 수 있어야 한다. 일기장에 가깝게 운영하든 언론매체의 모양새를 채택하든, 블로그라는 기록지(log)는 바로 그런 역할에 적절하다.

물론 여느 운동이 그렇듯, 그 과정은 결코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회변혁을 위해서는 변혁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사람을 동원해내고, 사회망을 촘촘히 하여 조직화를 유도하고, 행동 개시의 촉발점을 면밀하게 포착하고 대응하는 등의 여러 요소를 갖춰야 하는데, 여기에는 미디어 도구와 소통활동이 상당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더해지는 요소가 바로 폭력적 제압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부분만큼은 블로그는 물론이고 그 어떤 미디어 도구라고 하더라도 도울 수 있는 바가 한정되어 있다.

말랄라는 들켰다가는 탈레반적 “도덕”을 명목으로 어떤 끔찍한 폭력이라도 당할 수 있는 대단히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블로깅을 하기 위해, 내용을 손으로 써서 담당 기자에게 몰래 전달해야 했다. 그리고 운동가로서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을 한 이후 2012년에는 탈레반 저격범에게 총상을 당하여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다른 사례로, 이집트의 알라 압델 파타는 대표적인 정치 블로거이자 민주화운동 현장 활동가이며 더욱 많은 블로거들이 검열 없이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을 돕는 여러 온라인 도구를 만들어온 개발자로서 활동한 바 있다. 그런데 그를 눈엣가시로 여긴 이집트 정부는 불법 시위 독려 명목으로 그를 영장 제시 없이 폭력적으로 체포했고, 법원은 지난 6월에 그에게 15년형을 선고했다. 또한 멕시코에서는 지난 수 년 동안, 폭력조직의 마약밀매를 비판한 익명 블로거들이 신분을 추적당한 후 처참하게 살해된 시체로 길거리에 전시당한 바 있다. 사회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위험에 대한 부담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가 관찰과 관점의 누적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아직도 넘쳐난다. 주류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하다 판단되는 사안들이 많은 곳이면 더욱 그렇다. 지배세력이 억압적이라서, 진영논리에만 사로잡혀서, 공공적 사안보다 연예 뉴스만 넘쳐서, 특정 광고주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정당한 비판을 피해서, 언론 환경이 어떤 식으로든 열악한 사회일수록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는 마케팅으로 변질된 철지난 매체 유행이 아니라, 아니라 여전히 유용한 사회 변혁의 미디어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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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국제섹션 [미디어는 지금]. 미디어와 사회변혁에 관한 세계 여기저기의 사례들을 둘러보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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