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킨” 주인공 – 모브싸이코100 [기획회의 385호]

!@#… 그런데 원펀맨은 왜 한국어판 출시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것인가.

 

“먼치킨” 주인공 – [모브싸이코100]

김낙호(만화연구가)

먼치킨이라는 명칭은 원래는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왜소하고 약한 서민적인 종족을 지칭했다. 하지만 테이블-롤플레잉 문화에서 규칙도 잘 모르고 무조건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게임의 균형을 깨버리는 초보자에 대한 야유로 쓰이고, 그런 내용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상식적 한계를 완전히 넘어버리는 무적의 캐릭터”라는 쓰임새로 변용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세계관이 자유로운 작품이라고 해도, 일반적으로는 그 안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의 능력에 뚜렷한 한계가 있어야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먼치킨이란 아무래도 부정적 의미로 쓰일 때가 많아서, 창작자가 특정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과도하게 출중한 능력을 부여하여, 이야기의 성립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경우를 지칭하곤 한다. 극중에 등장하는 여타 적수들보다 주인공이 너무 압도적으로 강하면, 대결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하다못해 그가 정신적으로 불안해서 언제라도 힘이 폭주하거나 악마로 돌변할 것 같아 자기 능력이 스스로의 적이 되는 갈등 구도라도 없다면 어디에서 위기감을 만들 것인가. 그런데도 명백한 먼치킨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도 대단히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모브싸이코 100](ONE / 학산문화사)다.

모브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고등학생 주인공은 굉장한 힘을 지닌 초능력자다. 도저히 근접한 수준의 적수조차 없을 정도로 강하다. 스스로도 자신의 압도적인 강한 능력을 충분히 알고 있고 또한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능력에 도취되기는 커녕, 사기꾼 심령해결사 사무실에서 최저시급에 크게 못 미치는 수당의 알바를 하고,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다고 자신의 빈약한 근육을 키우고 싶어할 따름이다. 그가 알바 현장에서 겪는 기현상 해결, 다른 초능력자들과 만나서 벌이는 대결, 주변인들이 그의 힘을 노리거나 휘말리면서 겪는 모습 등이 펼쳐진다.

모브는 어떤 경우에도 모브가 힘으로 밀리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는다. 비등한 모습으로 긴장감을 자아내다가 겨우 이겨내는 모습이 아니라, 그냥 압도적으로 눌러버린다. 즉, 대놓고 먼치킨 주인공이다. 설상가상으로, 만화를 이루는 그림체 역시 세밀하거나 화려한 모습과 거리가 멀다. 탄탄한 데생력을 바탕에 깔고 있으나 일부러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위해 낙서체를 채택한 그림도, 무의미한 개그의 허탈함을 위해 형상을 가볍게 일그러트린 그림도, 정감 어린 분위기를 자아내는 둥글둥글한 옛스러움을 구사하는 그림도 아니다. 진지하게 이야기 전개 위주로 흐르는 주류 소년만화의 분위기를 지향하면서도, 그냥 연습장에 대충 그린 밑그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부실하다(원래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서 가볍게 연재하다가 주류출판사의 만화 웹진에 정식 발탁된 사례인데, 그림을 더 정제하거나 전문 그림 작가와 결합하지 않고 원래의 그림체를 그대로 이어갔다). 이렇듯 재미가 없어야할만한 핵심 이유를 이렇듯 갖추었는데, 결과물은 정반대다.

사실 많은 대중적 이야기는, 주인공이 질 것 같은 위기에서 최후의 힘을 발휘하거나 성장을 해내서 승리를 거두는 방식을 취한다. 다시 말해 주인공의 강함이 주는 재미란, 좌절을 겪을만한 상황을 만들어 긴장을 유발하고는 그것을 극복해내는 것에 있다. [모브싸이코 100]는 바로 그 공식을 오히려 더욱 확실하게 실현시켜준다. 좌절 위기의 상황이란 강함의 한계를 상정하는 독자의 기대감이고, 극복이란 주인공이 그 어떤 상상보다도 더 압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독자는 초능력 대결을 다루는 여타 작품을 바탕으로, 이런 대결 상황에서는 주인공이 이렇게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강적들 간의 비등한 대결과 최종적 승리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모브는 그냥 강하다. 고수들의 팽팽한 대결보다는, 너무나 압도적으로 눌러버려서 독자의 그런 기대를 호쾌하게 깨버리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것이다. 앞서 그림체가 부실하다고 꼽기는 했지만, 이런 다채로운 상황 변화들을 흥미롭게 표현해내는 칸 사이와 칸 속의 시각적 연출력만큼은 발군이다.

그렇다고 공허하게 무조건 강자가 이기는 말초적 자극만 가득한 것도 아니다. 모브의 고용주인 레이겐은 귀신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사실은 누구나 겪을 법한 현실적 문제를 귀신 탓으로 돌려서 돈을 받을 뿐인 사기꾼이며, 실제 심령 문제일 때조차 그것을 인지하고 해결할만한 무당으로서의 재능도 전혀 없다. 모브가 고용된 이유는 그가 초능력이 너무 강력해서 심령현상을 인지하고 개입하는 것까지 가능해서인데, 다시 말하자면 심령해결사 사무소인 주제에 실제 심령 관련 일은 박봉에 시달리는 알바생이 전부 처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령술사로서는 사기꾼인 레이겐은, 모브가 자신의 힘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는 최고의 스승이 되어준다. 모브에게 초능력을 제어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선포는 원래는 자신을 동류로 포장하여 모브의 노동을 수탈하려는 사기다. 하지만 의외로, 모브를 멘토링하는 내용은 제대로다. 강대한 힘을 써먹지 않으면 아까운 노릇이고, 잘못 사용하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망친다. 타고난 힘을 일상에서 일반인들에게 사용하여 우월한 지위를 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숙지시켜주는, 어른의 조언을 해주고 있다.

모브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꽤 강력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타 인물들이 너도나도 자기 힘에 도취되어 추한 꼴을 보이는 것에 비해, 레이겐의 가르침을 체화한 덕분에 모브는 힘을 절제하며 평온을 지킬 줄 안다. 막강한 초능력의 소유자지만, 타고난 그 능력 말고 다른 가치있는 것들, 창의력, 지능, 체력, 지구력 같은 것이 별 볼 일 없음에 한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

하지만 늘 평온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 작품의 제목으로도 담겨 있는 또다른 큰 재미 요소다. 어른스럽게 감정을 절제하며 평온하게 주변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브지만, 주변 상황들로 인하여 감정이 조금씩 축적된다. 이것은 마치 에너지가 차오르듯 일종의 게이지로 연출되는데, 각 에피소드를 거치며 10에서 20으로 조금씩 증가한다. 여러 에피소드만에 결국 감정이 100에 도달하여 평온함을 잃어버릴 때 모브는 스스로 두고 있던 제한이 풀리며 방대한 능력을 폭발시켜버리고, 온 주변은 쑥대밭이 되어버린다. 분노, 살기, 슬픔 등 어떤 감정이 이번에는 폭발할 것인가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범한 모습과 압도적인 초능력의 격차, 부실한 그림체와 강력한 연출력의 격차, 강력한 힘과 평온한 심리 상태의 격차, 심령 사기 코미디와 진지한 성장드라마 요소의 격차 등 다양한 격차들이 [모브싸이코100]를 완성시킨다. 먼치킨이라는 재료로도, 이런 훌륭한 재미를 완성해낼 수 있다.

모브 사이코 100 1
One (원)/학산문화사(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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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즉, 업계인 뽐뿌질 용.)

다음 회 예고: 해부하다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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