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 이건 좀 고치자 [슬로우뉴스 3주년]

!@#… 15.4.2일 열린, 엄숙함으로 소문난 슬로우뉴스 3주년 기념행사를 맞이하여 만든 기조 발표. 슬로우뉴스를 소재로 다루고 있으나, 디지털 언론매체 전반에 적용될만한 몇가지 콘텐츠 지향점에 관하여 논하고 있다.

1회, 2회에 이어 이번에도 “내부의 쓴소리” 역임. 이번에는 음향 사정을 고려하여 영상 프레젠테이션 말고 대독 방식으로 치뤄졌기에, 아예 스크립트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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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용 지문] (경쾌한 음악에 맞춰 개인기 시연하며 좌중을 주목시키… 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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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편집위원 capcold라고 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서식한다는 기술적 문제로, 저보다 훨씬 잘 생기신 (뗏목지기)님의 목소리로 대리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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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쩌다보니 매번, 쓴 소리를 전담하는 ‘레드 팀’ 비스무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래서 “슬로우뉴스, 이건 좀 고치자”라는 꼭지죠. 당연히, 저 또한 편집위원으로서 함께 채찍을 맞을 일입니다. 다만 대부분 구체적 개선 제안들은 그때그때 내부에서 논의하는 관계로, 굳이 이런 자리를 빌어서 따로 펼쳐볼만한 것이라면 약간 더 근본적인 다잡기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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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뉴스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제가 최근 정리하고 있는 접근틀이 있습니다. 현실적 조건하에서, 시장생존에 집중한 기술혁신론이나 저널리즘 가치만을 강조하는 규범론만으로는 아무래도 갈수록 역부족이라서요. 그래서 3가지 층위로, 첫째, 민주사회 속에서 뉴스가 수행해줘야할 역할을 두었습니다. 즉 ‘요구되는 뉴스’인가, 라는 질문이죠. 둘째, 뉴스 생산팀 내부의 여력, 그 팀과 정치와 경제 주체들과의 권력과 알력을 감안할 때 과연 ‘만들어낼 수 있는 뉴스’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셋째, 독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매체 사용 환경과 생활 패턴, 관심사 속에서 과연 즐겨 찾아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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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품질 뉴스는 3개 층위를 모두 만족시키는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정리해서 표현하자면, “강력한 시민참여적 함의를 담아내며, 권력과 시장에서 함몰 없이 지속 가능하며, 독자에게 ‘편한’ 영역 안에 위치하고 동시에 영역을 확장시키는” 뉴스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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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하지 못하면, 뭔가 ‘모자란’ 뉴스가 됩니다. 첫째, 요구되고 생산되는데, 수용이 떨어지는 경우로, 다수의 심층 분석 기사들이 있죠. 난이도, 재미 조절에서 망하곤 합니다. 둘째, 요구되고 수용되는데, 생산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역정치에 대한 시민참여적 사안들 대다수가 그렇습니다. 시장성이 워낙 저조하니까요. 셋째, 잘 생산되고 잘 수용되는데, 사회적 요구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사회적 함의가 저조한, 파파라치성 연예기사들이 대체로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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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지점에 과연 슬로우뉴스가 위치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할 때입니다. 이상향이라면, 매달, 혹은 매분기라도 사회적 함의가 철철 넘치는 간지나는 심층 토픽을 기획하는데, 그걸 정말로 짜잔하고 생산해내고, 매 꼭지가 바이럴 히트가 되어 널리 퍼지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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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돈이 막 벌려서, 민노씨를 포함한 상근들에게 정상인의 월급을 지급하고, 온갖 재밌는 것들 새로 개발할 여력을 확보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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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그 단계에 도달 못한 현실적 제약을 받아들여야죠. 하지만 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한걸음들을 내딛어야 할 따름입니다. 앞서 말한 방향성을 개념 차원이 아닌 좀 더 구체적 과제로 끌어내리면, 이런 것들입니다. 장기적 코어 토픽의 부각. 역량 효율화, 기사의 번들링과 재활용. 슬뉴 적극 향유층과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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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좀 개선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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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이란 일종의 ‘중간급 범주 묶음‘입니다. 혹은 관련내용의 뽕을 뽑는 것이죠. 물론 사전에 타이트하게 기획해서 안건들을 제시하면 베스트고요. 하지만 이왕 하나의 소재에 대해 다양한 글들이 시간을 두고 계속 쌓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 그것을 사후적으로라도 특집으로 묶는 접근이 필요하죠. 예를 들어 그간 슬뉴가 주도적 목소리와 논거를 발굴해온 토픽들이 있습니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 애플 A/S. 세월호 사건의 임팩트. 기술문명과 노동. 미디어 공정성. 동성애 차별… 등등 넘쳐나죠. 특집이라고 치고, 묶어냅시다.

그리고 각 특집의 구성요소에 대해, 일목요연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기초개념, 핵심 입장들, 개인들의 임팩트, 기본자료, 반론 등이 깔끔하게 분류될수록 두고두고 돌아와 찾아보기 좋습니다. 아쉽게도, 그냥 태그 부여만으로 자동화하기는 어렵죠.

어쨌든 이런게 슬뉴가 이미 다루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를 핵심 토픽으로 전면에 부각시키는 방법입니다. 독자들에게도, 슬뉴팀에게도 도움되죠. 그리고 기사 번들링 및 재활용의 효과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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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역량 효율화의 기본은 역시 연재물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죠. 슬뉴에서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를 연재물의 대표격으로, 캡콜드라는 편집위원이 쓰는 “현명하게 뉴스읽기”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조건만 보면, 미디어연구를 업으로 하는 필자라서 전문성도 좀 있고, 칼럼연재 노하우도 좀 있고, 내용도 나름 대중적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니 꽤 견실한 연재가 되야할 것 같습니다. 호응이 매우 마이너한 것은, 뭐 필자의 고유속성이니 넘어가도록 하죠. 하지만 필자 개인의 내적 욕구 외에는, 차기 연재 분량을 계속 쏟아내야 할 동기부여나 압박이 사실 없습니다. 그래서 자꾸 다른 여러 글감 가운데, 자연스레 뒤로 밀려나죠. 뭐 그 외에도 슬뉴에서 ‘연재’ 카테고리를 클릭해보면,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뭔가 다른 종류의 동기부여를 고민해야 할 때인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데드라인이 엄격한 외부지면과의 콘텐츠 신디케이션 협약? 세이브 원고 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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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슬뉴 적극 향유층과 좀더 공식적으로 교류를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오픈넷부터 미스핏츠까지, 이미 협력 파트너십을 맺은 이들을, 정식 목록화한 페이지나 사이드바 위젯으로 명시하는 것도 해둬야 할 작업입니다. 열성 독자들을 상대로 (아, 그런 분들이 존재하신다는 전제가 먼저 필요하지만요) 이벤트를 더 적극적으로 열어볼 필요도 있습니다. 소재 공모전, 글감 추천 등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진행할 노동력이 딸려서 그렇지. 그 외에도 지정 문구 공유 플러그인 같은 기술적 해결책으로 공유 확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도 계속 궁리할 사안입니다. 그리고 혹시나 가능하다면, 슬뉴 팬클럽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장려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부터 강제 가입시킵시다. 여튼 이런 식으로, 앞서 설명했던 3가지 층위에 대해서 동시에 조금씩 뭔가를 개선해나아갈 여지가 있다는거죠.

(이쯤에서…3초 쉬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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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모어 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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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반복합니다. 지속을 위해서는 수익이 있어야 합니다. 한층 집요한 수익사업 및 후원금 모집 영업이 필요합니다. 한때 지미웨일즈가 위키백과를 자신의 째려보는 사진으로 도배했듯 말이죠. 슬뉴에서 상근하는 것이 열정 노동이 아니라, 그냥 노동이 되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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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3번째 생일을 맞은 슬로우뉴스를 자축하며, 마이너한 블로거 capcold 였습니다. 그리고 대신 발표해주신, (뗏목지기)님이었습니다.

_Copyleft 201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_
[이 공간은 매우 마이너한 관계로, 여러분이 추천을 뿌리지 않으시면 딱 여러분만 읽고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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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슬로우뉴스, 이건 좀 고치자 [슬로우뉴스 3주년]

Comments


  1. 슬슬 말도 쉽게 쓰는 고수의 반열에 드실 때가 되지 않으셨나요?

    역량 효율화 같은 비문에 가까운 말이며, 장기적 코어 토픽, 목록화 명시 등등 영어, 한문을 동원한 현학.

    규범론, 효용, 충족론 등 학문적으로 통용되는 의미가 아닌 순전히 자의적 정의로 사용하는 용어들…

    하지만 깊은 고민과, 날카로운 시각과, 좋은 혜안에 항상 감사 드립니다!!

    • SHJUN님/ 말씀 감사합니다. 발표문인지라 용어 수위는 예상청중(이 경우, 슬뉴 모임에 와주실 정도로 디지털 대안 매체에 상당한 관심을 지니신 분들)에 맞추고자 했습니다. / 제시하신 부분에 한정하여 풀어본다면, 역량효율화는 평범한 resource optimization, 규범론은 normative media theories, 효용은 경제학의 흔한 utility 개념, 충족론은 media use & gratification theories를 지칭합니다. 제 성긴 용어 옮김이나 설명력의 한계와 별개로, 각 내용은 많은 분들에 의해 매우 오래 논의되어온 영역이니 흥미 동하신 분들은 더 살펴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2. 아… 자원 최적화(이건 경영학인가요? 효율화는 보통 뭐 자르고 줄이고 할 때 쓰긴 합니다만…), 경제학의 효용은 말씀해주시니 억지로 이해는 하겠습니다.
    규범론? 충족론?? 언론정보학 뭐 이런 학과에서 그렇게 설명해주신 이론들로 통용하시나보죠? 이건 정말 몰랐네요. 워낙 철학과 경영학과 경제학과 언론학을 넘나드시니… 결국 한정된 학문적 배경을 공유하지 않는 이상 자의적이긴 매한가지로 보입니다만.

    또 하나 말씀드리자면 제시한 부분을 다 언급하시진 않은 듯 합니다. 현학 벗어버리는게 진짜 쉬운일은 아니니… 뭐 알겠습니다!

    캡콜드님처럼 생각의 고갱이가 딴딴하게 자리잡은 경우에는 현학과 개념어의 남용만 벗어버리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깊이 공감하지 않을까 해서 드린 말씀이었으니, 너무 괘념치 마세요. 슬로우 뉴스에 고칠 점 중에 하나로 아이러니같이 보여서 던진 지적이었습니다.

    슬로운 뉴스며 쓰시는 블로그며 관심 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SHJUN님/ 네, 격려 감사드리며, 말씀을 채찍질 삼아 늘 조금이라도 더 개념어에 의지하지 않는 글쓰기를 지향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