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2016: capcold 세계만화대상 발표

!@#… 캡콜닷넷 연례행사, 올해의 베스트 2016년 시리즈. 그중 첫타는 한 줌 사람들에게만 나름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할수도 아닐수도 있는 capcold 세계만화대상. 세계라고 해놓고는 한국이라는 만화권역 기준에서만 뽑는 상.

작년 것을 그대로 복붙하는, 애매하면서도 간단한 선정기준. 한 해 동안 나름대로 완성도와 의미를 갖춘 작품들이지만, 굳이 한국작가에 한정되지 않고, 꼭 2016년에 나왔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예술성도 대중성도 매니아적 깊이도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라 그저 2016년의 만화, 만화 관련 사건들. 순위 같은 것은 산정하기 귀찮아서 그냥 무순. 왜 이 작품은 없는가 물어보신다면, 작년에 이미 뽑았거나 까먹었거나 너무 연말에 출시되서 아직 못읽어봤거나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거나. 여기 뽑힌 작품이나 사건에 관여하신 분이라면, 알아서 뿌듯해하시면 됨. 아니면 말고.

 

**2016년의 작품들

(무순. 종이 단행본 발간시 출판사 표시, 온라인연재 만화는 가급적 온라인 지면도 따로 표시)

* 혼자를 기르는 법 (김정연 / 미디어다음): 오늘날 서울이라는 기이한 서식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길러내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건조하고도 시적인 리듬감의 관찰. 좀 더 긴 평은 여기로.

* 죽어도 좋아 (골드키위새 / 미디어다음): 개저씨갱생SF코미디로맨스스릴러. 닳고닳은 타임루프 소재의 통쾌한 재발견. 좀 더 긴 평은 여기로.

* 레드 로자 (케이트 에반스 / 산처럼): 혁명적 공산주의 지식인 로자 룩셈부르크에 대한 세심한 전기이자, 그의 사회 사상에 대한 탁월한 강의. 좀 더 긴 평은 여기로.

* 페코로스, 어머니의 선물 (오카노 유이치 / 라이팅하우스): 시리즈의 최종 완결편. 치매라는 타임머신을 통해서 결국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해내는 낙천적 세계관의 미학. 좀 더 긴 평은 여기로.

*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 네이버웹툰): 감정 의인화의 묘미를 살리는 세밀한 판단과정을 스머프마을식 유머로 소화하여, 주체적 인간상의 로맨틱코미디를 전개. 좀 더 긴 평은 여기로.

* 그래픽노블 빠리꼬뮌 (보트랭, 타르디 / 서해문집): 당대 파리의 도시 공간 속에 펼쳐지는, 인간군상들의 희망과 투쟁의 탁월한 묘사력. 꽤 오래전부터 출판되기를 바랐던 작품이, 이렇게 출간. 아주 예전에 언급한건 여기로.

* 19년 뽀삐 (마영신 / 미디어다음): 반려동물 만화의 힘은 역시, 정말로 인생의 반려자 이야기일 때 가장 빛을 발한다. 소년, 그를 닮은 강아지, 그들의 굴곡 있는 성장과 어쩔 수 없는 이별. 좀 더 긴 평은 여기로.

* 좋아하면 울리는 (천계영 / 미디어다음): 호감이 그대로 표현되는 앱이 보편화된 곳이라는 매력적 세계설정을 심고, 작가 특유의 상큼한(?) 인간관도 유지하고, 심지어 자기혁신적 제작 기법도 정착. 그야말로 성공작.

* 환관제조일기 (김달 / 레진코믹스): 청나라 시절 중국, 궁에 들어갈 공무원들을 환관으로 만들어주는 여성 장인의 시점에서 본, 어떤 흔하고 익숙한 사회의 단면들. 무심한 분위기의 통찰과 유머가 일품.

* 피너츠 완전판 (찰스 슐츠 / 북스토리): 내주셔서 그저 굽실굽실. 판타그래픽스에서 만든 전회 수록 시리즈의 국내 출간 개시. 좀 더 긴 평은 여기로.

특별언급:
*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고대원총 엮음 / 슬로우뉴스 외): 노동인권의 구멍, 열정수탈의 최전선, 위계적 폐쇄사회의 온갖 폐단이 압축되어 있지만 고학력 지식인 교양 이미지 속에 사각지대가 되어버리곤 하는 것이 바로 대학원 사회. 그 안에서 끄집어내는 조직화한 내부고발에, 만화라는 매체양식을 선택했다.

 

** 미묘(좋긴 한데 뭔가 음…한 부분이 남은 작품들)

* 천상의 비벤덤 (니콜라 드 크레시 / 북스토리): 여전히 입을 다물 수 없는 과감하고 화려한, 상징과 장난기까지 넘치는 시각적 표현기법. 그런데 아무리 이야기의 주도권을 놓고 여러 패가 싸운다는 설정이라고 해도 실로 산만한 서사 전개.

 

** 주목 신인

* 야밤의 공대생만화 (맹기완 / 페이스북). 과학과 과학자들에 대한 애정, “드립” 개그에 대한 집착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룬 올해의 발견.

 

** 홀오브쉐임

* 국정을 엉망으로 운영했는데 성별이 여성인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직까지도 여성 비하 코드나 손쉽고 무신경하게 동원하고야 마는 일련의 시사만평들 (관련 기사). 특히 “진보”적 사회관을 지지하는 언론사의 연재에서 그런 것이 나오면 좀 더 한탄스럽다.

 

**올해의 만화계 사건

* 만화 자율규제위원회 설립 협약 체결: 네이버, 포도트리, 다음웹툰, 케이툰, 코미코 등 메이저 플랫폼 모두 함께 만협과 협약 체결. 만화 표현 수위의 자율규제 방침이 합의된 것은 꽤 지났지만, 이제 중요한 구체화 행보.

* “예스컷” 운동 소동: 여성운동 티셔츠를 인증한 게임 성우를 남성소비자들의 항의로 해촉시킨 사건에서 삽시간에 번진 여혐논쟁이 만화분야로 옮겨붙자, 불매운동은 물론이고 무려 국가 검열을 옹호하는 움직임까지 비화. 기본적 가치와 원칙을 전제하지 않는 편가르기 폭주의 흔한 비극. 좀 더 긴 이야기는 여기로.

* 웹툰의 주류 정착, 몇가지 확실한 쐐기. 웹툰이 만화잡지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든지 이야기해온 것은 한 8-9년 되었는데, 여튼 웹툰이 만화의 확고한 주류라고 인식될만한 기념비적 쐐기가 올 해 몇가지 발생. 연재 10년 돌파 네이버웹툰들이 탄생하고, ‘무한도전’에서 웹툰 제작 특집을 만든 것.

* 국제 차원의 웹툰 정착: 올 해 6월, 마침내 네이버 웹툰의 해외 이용자 수가 국내 이용자 수를 추월했다고 발표(해외 1800만, 국내 1700만명. 외국 서비스에 기용된 비한국인 작가도 4명에서 197명으로 증가).

* [미지의 세계] 작가 성폭행 가해 연루, 현실과 작품의 경계: 거침없는 공격적인 인간관과 성적 망상이 작품에 위악적/해방적 매력의 함의를 부여해주었다고 하자. 그 작가가 실제 인간관계에서 발생시킨 사건과 심경을 작품에 투영했다고 폭로되었을 때, 그 매력은 고스란히 심각한 문제가 된다. 현실과 작품의 반드시 필요한 경계에 대한 착잡한 교훈.

 

**내년 가장 시급할 이슈(즉, 한국 만화계에 대한 희망사항)

* 만화 창작의 노동량 연구: 올해도 반복해서 언급하는 과제. 개인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것이야 당연하지만, 내용장르부타 그림밀도까지 여러 세부 분류를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나누어서 각 중간값들을 조사 정리해내야하는 데이터화가 여전히 미진하다. 그런 것이 바로 산업에서 정당한 배분이든 기본 노동권이든 합의해내기 위한 기반.

* 만화의 멀티미디어 활용에 대한 기틀 정리: 가깝게는 소리의 활용부터, 멀게는 VR, AR의 만화적 활용 말이다.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너도나도 타보고 싶어하니까 오히려 더 엄밀하게 효과와 절제를 논해야 할 상황.

* 자율규제 세부 기준 채우기: 여러 분들의 많은 노력으로 틀을 계속 닦고 있으니, 세부 기준들을 만들고 토론하고 시험하고 수정하는 치밀한 고난이 필수적이다.

 

**올해의 명장면

* 시사만화 장도리 패러디 (빨리나와철권7FR / 루리웹): 감상은 여기에서.  이것이 바로 인터넷의 리믹스파워.

* 고수 (문정후 / 네이버웹툰), 55화: 작품들 사이의 세계관 연동이란, 바로 이렇게 하는 것. 같은 작가의 유명한 다른 작품에서 가장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어떤 실루엣이 등장하는 순간의 쾌감.

* 히나마츠리 (오오타케 마사오 / 길찾기) 24화 결말 시퀀스: 감옥에서 나온 형님에게 얼굴 모르는 친자식을 소개시켜주는 감격의 재회 파티를 열어주려는데 그게 좀 많이 잘못되어 있다. 상황이 결국 망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이 하나씩 차곡차곡 쌓이며 필연적으로 결국 터지고 마는 탁월한 개그 연출.

 

**염장의 전당(아직 한국어판 미출간 화제작)

The March (John Lewis, Andrew Aydin, Nate Powell / Top Shelf): 미국에서 흑인들이 동등한 시민으로 제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싸움에 나섰던 험난했던 현장을, 마틴루터킹의 오른팔이었던 운동가이자 지금은 하원의원인 존 루이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운동의 내부에서 보여주는 역작. 올 해 마지막 3권이 나오며 완간.

Copyleft 201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이 공간은 매우 마이너한 관계로, 여러분이 추천을 뿌리지 않으시면 딱 여러분만 읽게됩니다]

Trackback URL for this post: https://capcold.net/blog/13410/trackback
2 thoughts on “베스트 오브 2016: capcold 세계만화대상 발표

Comments


    • 헉, 실수를… 바로 수정합니다. 제보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