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 대변 온라인시민회의 단상

!@#… 촛불민심 대변 온라인시민회의라는 호응도 내용도 실패한 기획에 대해, 몇가지 단상.

–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한 와글(WAGL)은 활동개시부터 스페인의 포데모스 등을 들며 온라인툴을 활용한 직접민주제 요소 강화를 옹호. 이번 건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고, 일반적 맥락의 논공행상인 “숟가락 얹기”, “완장질”라고 해석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시민대표에게 특권 지휘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문 내용은 꽤 극단적인 평등주의에 가까우면 가깝다.

– 하지만 기획과정에서 정치과정에 대한, 특히 대의제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적 토론과 조율을 딱히 거치지 않은 듯하다. 문제는 두 가지인데,
1)현 박2 탄핵국면에서 대의제 정치 작동에 대한 인식 미비, 그리고
2)대의제 약점의 해결 방안에 대한 혼선이다.

우선, 현행 대의민주제가 세계적으로(특히 선진국들에서) 피로와 좌절을 겪고 있는 것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트럼프. 의회의 정략적 자기이익 추구 속에서 정작 민의가 의회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 반복되며 정치효능감이 떨어지고 정치혐오가 커가며 그 빈틈에 혐오와 권위주의가 피어나고… 그런 거시적, 장기적 과제는 명백히 존재한다. 반드시 해결해야하고.

– 그런데 1)에 대해서. 허나 현 박2 탄핵국면은, 무능정권이 부패를 일삼던 상황에서 민의가 여러(세월호 저항국면에서 20대 총선에서 탄핵가결까지) 단계를 거치며 느슨하되 대규모의 조직화로 정당기반 의회정치를 움직여 이뤄낸 성과다. 한마디로, 대단히 많이 돌아왔으나 대의제 정치를 본궤도로 되돌려 승리를 얻는 귀중한 경험인 것. 이런 상황에서 대의제 정치는 망가졌다 우리가 이끌어서 뭔가를 해결하마라는 전제로 기획을 추진하면, 당연히 숟가락 올리기라는 최대한의 악의적 해석에 맞부딪힐 수 밖에.

– 하지만 안타까운건 2)의 부분. 대의제의 약점을 해결하는 접근을 단순하게 나눠보자.
a)대의제 자체의 더 정교한 조율: 의원 선출방식 개선, 감시, 연구지원 확대, 윤리처벌 강화 등등.
b)대의제 과정에 직접참여를 강화: 대중 의견을 수렴하고 발전시켜 입법으로 연결하는 장치의 정교화 같은 것들.
c)직접제 요소를 투트랙: 주민소환제 범위 확대, 시민입법 등등.

이번 온라인시민회의는 이전 와글의 활동과 비슷하게 결국 b)를 원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뭔가를 대변하고 의회를 만든다는 기획으로 인하여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

d)현행 대의제 경로를 버리고 새 대의제 도입.

이쯤에서 큰 문제에 봉착한다. 새 대의제가 이미 작동중인, 특히 1)에서 봤듯 이번 국면에서 감동적으로 회복해낸 기존 의회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나은 것이 있는가. 그렇게 합리적 의심을 품고 내역을 살펴보면, 아뿔싸 그냥 유명인사 인기투표다. 극단적 풀뿌리적 열림이라는 소박한 전제는, 뒤집어 말하면 전문성 검증이고 본인의향이고 뭐고 없는 아무말 아무사람 대잔치인 것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에서조차 전문성 검증보다 인기투표로 가는 문제가 심각한데, 왜째서.

–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했던 것인가. 준비부족인 상태로 스케일 키워가며 문제소지를 키우기보다는, 정교한 b)의 실험을 지속하고 확대했어야 했다. 이미 와글은 국회톡톡이라는, 시민들의 정책제안을 특정 의원이 자기 전문분야를 감안하여 발탁하여 더 개발해서 입법화할 수 있는 일종의 ‘입법매칭’툴을 연 적이 있다. 혹은 민주당의 정감 사이트 역시, 어쨌든 대표성 있는 거대 정당이 풀뿌리 정책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위한 미디어 경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더 널리 알려지고 정확하게 작동하게 하기 위한 보조툴이나 캠페인을 하는 것이 훨씬 신중한 접근이었으리라 본다. 뿐만 아니라 이 기회에 c), 특히 시민입법에 대한 공론을 본격화하는 것도 좋다.

어쨌든 시행착오는 늘 있는 일이니, 실패를 깨끗하게 수습하고 훌훌 털고 더 나아진 다음 행보를 걷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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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촛불민심 대변 온라인시민회의 단상

Comments


  1. 지난 토요일 나가보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보였지만 좀 답답했다.
    박근혜 하야가 끝이 아니라고들 했지만, 그 다음은?

    누가 이 대의민주주의하에서 대통령이 된다 한들 이대로는 어려울 것 같다.
    검찰은 언제든 견찰이 될 수 있고,
    언론은 언제든 힘있는 편에 설 수 있고,
    국회의원은 지금처럼 자기들 잇속에 따라 주고 받으며,
    재벌은 권력과 거래를 할 테고,
    공무원들은 줄서기를 강요당하거나 그 줄로 출세를 노릴테다.

    대한민국이 한 발 더 나가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개혁이 있어야 할 거라는 갈증을 느꼈지만 과연 촛불이 얼마나 더 나아갈 지 의심이 든다.
    나 스스로도 대통령 하야만을 위해 헌재 결과때까지 촛불을 지킬 수 있을 지…
    그리고 곧이어 섞여 나올 대선이나 개헌 이슈의 와중에 이 나라가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 중심을 잡을 수 있을지.

    서툴렀지만, 시민사회의 시도는 필요했다고 보고
    전체적으로 필자의 생각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