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과 5단계 패닉 방지 방법

!@#… 모기불님의 “멜라민코팅 프라이팬?“에서 트랙백. 그러고보니 멜라민 수지는 중3 당시 기술 시간에 플라스틱의 분류 가운데 열경화성 운운하면서 (추가) 불에 직접 올리는 가열도구에 적합하지 않다고 이미 배운 적 있다(덧글로 알게 되었지만, 테플론도 분류상으로는 열경화성수지에 해당된다고 한다… 의심을 제기하다보면 여러가지를 새로 알게 된다). 그것으로 후라이팬 코팅을 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그렇게 쉽게도 굳게 믿을 수 있다니, 불안해 하고 싶어하는 강렬한 욕망 앞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한가보구나 싶다. 뭐랄까 이런 것에 일일이 낚이는 것을 보고 있자면, 많은 분들이 무언가에 불안해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안해서 못견디는 습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순적이자 중독적이며, 정도에 따라서는 변태적이다(아무리 “가족을 위한 걱정” 운운하며 미화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심지어 나는 당신들보다도 더 불안하다고 경쟁적으로 과시하는 습성마저 보인다. 불안 속에서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처럼 보인다고나.

!@#… 고작 몇년 전, 시청률 50%를 넘나든 소위 국민드라마 호칭까지 부여받은 사극이 하나 있다. 그 제목하여 ‘대장금’. 반복해서 등장하는 핵심 메시지는 이렇다:

독과 약은 따로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얼마만큼 쓰느냐에 따라서 독도 되고 약도 될 수 있다“.

이런 엄청난 메시지가 그 높은 시청률 만큼이나 많은 이들에게 아하 그러쿠나하고 받아들여졌다면, 건강 관련 무슨 파동만 터지면 냉정하게 자료를 비교하고 대책을 세우기보다 일단 호들갑부터 떨고 괴담 좀 증폭시키는 패턴은 없었을 것. 장면 단위로 이영애(혹은 지진희 혹은 한상궁) 하악하악만 한 게 아니라 정말로 드라마로서 봤다면 말이다.

!@#… 여튼 이전 광우병 당시 애용한 말을 다시 꺼내오면 이렇다.

걱정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조심은 하되 움츠려들지 말고, 정보는 모으되 근거 박약한 것까지 맹신하지 않으면 됩니다“.

하지만 넘치는 괴담환경에서 어떻게 정신줄을 놓지 않을 수 있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대처방식이 있으면 나쁠 것 없겠지. 무척 겁나는 정보를 들었을 경우, 이렇게 5단계 패닉방지 기법을 생활화하기를 추천한다.

1) 우선 심호흡. 그러면서 딱 한 가지 질문을 머리 속에 떠올려라. “그런데 어떤 조건에서 나쁘다는 거지?” 사실 이미 이 단계에서 패닉은 벗어날 수 있다. 그래도 이왕 4가지 더 적었으니 계속 읽어주셈.

2) 닥치고 검색. **이 뭐에요 하고 지식in에 물어보지 말고, 겁에 벌벌 떠는 동료들 블로그나 한 바퀴 돌지 말고, 여러분의 불안에 불을 지필수록 이익이 되는 입장에 있는 언론사 기사나 단체 성명서에 머리쓰지 말고, 당장 개념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자료를 검색하라. 그저 **는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쓸 경우 어떤 효과가 있는지 세밀하게 이야기하는 자료, 그리고 각 내용에 대해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를 참조하셈 하고 원소스를 던져주는 경우를 찾아라. 능력이 되면 아예 원소스 자체를 보는 것이 가장 좋고. 그래도 좋은 소스를 못찾겠다 싶으면, 패닉현상을 우려하며 열심히 자료를 내놓는 “이성적인 척 하는 재수 없는 쿨게이” 취급당하는 과학자의 글을 선택하라. 그의 주장이라고 해서 100% 옳다는 보장은 물론 없지만, 적어도 그가 누구보다도 훨씬 더 열심히 객관적 자료를 긁어모아줄 것이다.

3) 읽자. 찾아낸 ‘좋은 자료’가 유감스럽게도 쫌 길어도, 제발 좀 읽자. 1주일 벌벌 떨기보다 30분만 투자해서 읽자.

4) 조건 상황을 정리해보자. 예를 들어 “미사랑 한 박스씩 10년동안 매일 먹지 말자” 라든지, “멜라민 허용치 이상 함유된 것으로 식약청 발표가 난 분유 제품군은 유아에게 먹이지 말자”라든지.

5) 에너지를 아끼자. 다들 패닉해서 이것도 먹지말고 저것도 먹지말고 이요것도 불안해 우와 못살겠어 쌩쑈를 치루고 있는 중에, 동참하지 않으면 뭔가 대세에 역행하는 듯한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해올 수 있다. 그럴수록, 한 가지만 생각하기를 바란다 – 패닉하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이다. 식약청에 식품 검사 리스트와 물질 관련 자료를 더 빨리 잘 작성하라고 조르는 것은 좋다. 그런 리스트가 나오면 링크를 퍼나르는 것도 좋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적 압력 하나 행사하지 않는 모 정부의 무능에 열받는 것도 좋다. 상황 개선을 위한 구체적 힘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스스로 신나서 패닉하고 이것도 저것도 끊고 칡뿌리 캐먹겠다는 막연한 불안은 그냥 혼자 에너지 소모하고 땡이다. 덤으로, 다른 이들까지 같이 불안이라는 커다란 에너지 낭비의 구렁텅이로 끌고 가려는 욕망도 좀 접자. 불안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 그것에 대처하려면 여러명이 같이 에너지 낭비하게 된다. 제발 자기 정신적, 시간적, 물질적 에너지 아까운 줄을 좀 알자.

!@#… DON’T PANIC. 은하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의 표지에도 커다랗고 친절한 글자로 새겨져 있는 말이다.

PS.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는 비단 멜라민 패닉 사태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 숫제 건강 이슈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호들갑과 패닉은 어느 분야에서나 출몰한다.

PS2. 이 5단계를 뭔가 더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게, 예를 들어 명랑한 만화로 만들어서 뿌리고 싶으신 생각이 있으신 분은 대환영. (하지만 없을 것 같…)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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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thoughts on “***파동과 5단계 패닉 방지 방법

Comments


  1. 그냥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요… 옛날 독재정권들의 정보통제에 의한 경험이 쌓여내려온 생리적 반응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뭐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만서도, 워낙에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시대를 오래 지내오다보니(요즘도 그런 사건을 꽤나 터뜨리는데다가) 정부가 하는 말이나, 교과서적인 말보다도 “카더라통신”이 더 약발이 먹히는게지요. 이런말 하면 좀 웃기지만, 교육효과에 의한 정권의 업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걸 정상적인 수준으로 원상복귀 시키려면 이때까지 정보를 왜곡했던 시간만큼과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지금은 괴담시대.

    영삼정부때 이미 정착되어서 걱정안해도 될만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걱정’하는게 아니라, 이미 잃어버렸다는것을 전제해서 괴담.

    여러차례 언론의 설레발에 의해서 라면회사가 망하고, 골뱅이가 망하고, 고깃집주인이 자살을 하는 사례를 역시 영삼정부때부터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사례에 의한 다소 차분한 상황파악보다 이미 우리는 죽었다는것을 전제해서 괴담.

    연예인 두명이 나와서 언론을 대고 쌈박질을 하면, 양쪽 소명을 듣고 판단하는게 아니라… A가 1일날 말하면 ‘오오 A가 맞고 B가 나쁜놈이네’ B가 다시 2일날 반박하면 ‘오오 B가 맞고 A가 나뿐놈이네’ 를 무한반복해주는 황희정승 키보드 워리어의 마인드.

    그렇게 괴담은 의미를 갖는다….(응?)

  3. 불안 속에서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처럼 보인다…라니 이것은 에어리어88! 용병부대에서의 사지를 넘나드는 일상에 찌들은 나머지 계약기간이 끝나고도 평화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약이나 술에 빠지거나 또다시 전장으로 돌아가 그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려는 용병들의 슬픔! 잠깐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국민이 그렇다는 얘기면 대체…;

  4. !@#… erte님/ 카더라통신을 더 신뢰하는 전통 때문에 현재 진짜 피해를 입는 것은 고작 정부따위가 아니라, 바로 시민들 자신이죠. 왜 역사적으로 축적된 피해의식에 쩔어서, 스스로 손해보는 짓을 합니까;;;

    nomodem님/ 괴담을 엔터테인먼트 가치로만 즐기고, 현실과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죠. 저는 언급하신 그 책의 논지를 넘어서, 근거없는 두려움으로 이득(?)을 본다고 믿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들이라고 봅니다. 누구한테 동원당한다기보다, 스스로 불안하고 싶기 때문에 불안해한다는…;;;

    시바우치님/ 거친 쏘울의 시민들인겁니다 (핫핫)

  5. 사고가 발생하고 관련된 정보가 부족하면 일단 극단으로 조심하고 보는 것이 합리적 반응이 아닌가요?
    차후 관련 정보가 수집되면 그에 따라 행동을 조정하면 되는 것이겠지요.
    괴담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괴담으로 보려고 하는 강박감은 없을까요?

  6. !@#… 인형사님/ 바로 그 차후 정보를 제대로 된 것으로 수집할 생각을 안하고, 조금이라도 더 불안해지고 싶어서 기를 쓰듯 자신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왜곡된 것만 긁어모으는 것이 더 큰 문제죠. 본문에서 말했듯, 제발 우선 심호흡부터.

  7. 글쎄요? 쾌락원칙을 넘어서 불안을 추구하는 행태는 프로이트 때부터 지적되어온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고 이번 사태에 개입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을텐데, 과연 중심적인 이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군요.

    이번 사태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소위 세계화에 따라서 충분한 품질관리에 대한 보장도 없이 분업의 사슬이 길어지고 멀어진 것이 아니던가요?

    분업은 신뢰를 담보를 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데, 그 신뢰를 배반한 것이지요.

    정보의 문제만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도 중요한 것이지요. 신뢰의 배신에 대한 반발이 일정한 합리성의 기준에서는 과장된 것으로 보일 수 있어도, 신뢰의 배신에 대한 처벌을 하고 재발을 막는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원의 합리성을 담지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부족한 정보하에서의 소비자의 반발을 괴담으로 치부하는 것은 기업들이 주로 써먹는 수법이기도 하지요. capcold는 자신을 그러한 기업들의 태도와 어떻게 구별하시려는 지 궁금하군요.

  8. !@#… 인형사님/ 1) 애초에 본문은 식품안전과 대처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도방정 호들갑 패닉 성향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세계화와 신뢰 이야기는 다른 화두에서 다시 꺼내실 일이 있겠지요. 2) 앞서 말씀드렸듯 ‘부족한 정보하’의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불안에 떨면서 무려 CBS 정도의 간판까지 달고 멜라민 코팅 프라이팬 같은 쌩판 구라를 뿌리고 확산하는 것의 문제지. 3) 기업들이 써먹는 수법이든 이명박 대통령이 써먹는 수법이든 지옥의 악마들이 써먹는 수법이든, 정보 자체가 괴담급 구라라면 괴담 취급하는 것이 맞습니다. 괴담을 믿는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든 동정하든, 구라가 저절로 참이 될 일은 없습니다.

  9. “멜라민 수지는 중3 당시 기술 시간에 플라스틱의 분류 가운데 열경화성 운운하면서 이미 배운 적 있다. 그것으로 후라이팬 코팅을 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그렇게 쉽게도 굳게 믿을 수 있다니”
    ->음… 제가 잘못 이해했을 까봐 걱정이 됩니다만… 이것만 가지고는 멜라민은 가열조리기구의 코팅제에 적합하지 않고 테프론은 적합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녹는점만 비교한다면 테프론이 멜라민 수지에 비해 더 낮습니다. 테프론이 안전한 이유는 내화학성과 정상적인 요리과정에서는 그 정도 온도까지 올라갈 수 없다는 점 때문이고요.(안전성과는 별개로 세상에서 제일 미끄러운 물질 중의 하나라는 점 때문에 코팅제로 쓰이는 거고요.)

  10. !@#… …님/ 세부적인 지식은 물론 제가 부족하겠습니다만(기껏해야 오래전의 중3 수준), 당시 배웠던 내용은 멜라민수지라는 열경화성수지는 녹는점에 도달하기 훨씬 이전부터 (특히 직화라도 닿는 경우) 조직이 경화되어 바스러지기 때문에 가열조리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마이크로파를 흡수하는 습성 때문에 전자렌지용으로도 적합하지 않고. 독성이니 하는 쪽은 당시에는 배우지 않았고, 그런 실용성의 차원에서… 암기했죠. 참, 테프론 이야기는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

  11. 테플론도 열경화성 수지입니다. 내열성만 따진다면 둘 다 비슷하거나 테플론이 좀 더 안좋다고 말할 수 있겠죠. 중 3때 얻은 지식은 누군가를 격하게 비난하기 위한 근거로 쓰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메가 정부도 그랬다지 않습니까. 허위 사실을 이용해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한다는 광고를 했는데 그 이유가 “광우병 괴담이 유포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광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10080905171704)

    식약청의 발표가 괴상했기 때문에 새로운 오해가 또 재생산 되는 것 같습니다. 몰라서 그런 건 아닐테고 멜라민 수지와 테플론의 내열성을 자세히 비교하면 대중들이 또 오해할 까봐서 그런 이상한 발표를 한거겠죠.

    참, 물론 패닉하지 말자는 데에는 적극 동의합니다.

  12. !@#… …님/ 아하, 좋은 상식을 또 하나 배웠습니다. 결국 좋은 예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보시다시피 본문에서 열경화성 수지 운운한 것은 그 자체로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근거가 아니라, 상식적인 수준에서라도 “어라, 정말?” 하고 의심할 만한 근거로 이야기하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렇게 의심이 가야 비로소 (안그래도 넘치고 있는) 정보를 좀 찾아보고 특히 세부적인 오류를 지적해주시는 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