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가 이제 그만 오시고 계신다. 지금껏 본 한국 드라마 계열 가운데 가장 괴스러운 센스를 발휘해줘서 무척 즐기고 있던 터에, 드라마의 컨셉을 쥐고 있던 신정구 작가가 낮은 시청률 때문에 짤렸다는 뉴스에 불안하던 터. 하지만 뉴스 나온 이후의 화에서도 계속 극본 신정구라는 자막이 이어져서 아하 불발탄이구나 하고 안심하던 터. 그런데 뭔가 내용의 큰 줄기 하나를 마무리지었다는 듯한 취중 키스신으로 마무리된 46화를 끝으로, 신정구 작가의 이름이 극본에서 공식적으로 빠졌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작품의 퀄리티가 급하강.

!@#… 나름의 미련으로 한 주 채우느라 3화 정도 더 봤지만, 결론은 확고하다. 대사는 활력이 없고 필요 없는 부연 설명만 많으며, 상황과 캐릭터들의 반응은 깨는 맛이 사라지고, 웃음소리 큐는 허공을 멤돈다. 어떤 상황에서나 개그에 집착하던 근성은 온데간데 없고 찡함의 깊이도 반대급부로 얕아진, 그저 밋밋한 일일 연애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정면승부 개그코드는 남자셋여자셋 시절에나 통용되었던 치졸한 이들의 상호 삿대질코드로 대체되었다. 내용의 핵심을 쥐고 있던 작가를 시청률 문제 같은 것으로 냉혹하게 하차시킨다는 것이 작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별로 필요하지도 않았던 증거사례가 하나 더 쌓였다.

!@#… 이제 더이상 돌아이바, 오호라공주, 운도봇, 불사조군, Careless Whisper의 센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더 이상 문식의 빨간내복, 노숙시절 이야기만 꺼내는 이유, 낙천성과 속쓰림이 교차하는 영희의 심경, 그런 막가는 개그 속 섬세한 찡함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더 이상 목발던지고 깁스깨고 카메라 앞에 달려오는 영희, “오늘은 도를 쳤다. 내일은 레를 쳐야지”라고 독백하는 재용 같은 진성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 이제는 그냥 김빠진 말년의 남자셋여자셋, 캐릭터만 들고왔지 핵심은 다 빠진 어거지 속편 프란체스카 시즌3이 남았을 뿐이다.

!@#… 아직 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서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붙이겠다. “근조 그분이 오신다”. 지금껏 봐온 시트콤 가운데 가장 괴한 센스를 자랑한, 한 눈에 봐도 시청률이 안나올 법한 작품이었는데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겨두기로 함. 1-46화까지, 한동안 즐거웠습니다. 만약 콜렉터스 DVD세트를 낸다면, 딱 그 화까지만. 그리고 진 엔딩 에피소드를 하나 추가하고 완성시켜주시길. 이상, 간만에 한 번 팬보이질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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