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무어의 깐느 황금종려상 수상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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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인잇쿨뉴스의 해리 노울즈가 아주 신났다. 자기가 팍팍 밀어준 두 영화가 깐느를 휩쓸었으니까. 화씨 911 황금종려상, 올드보이 심사위원 대상. 굳이 비교하자면 1등과 2등이다라고들 많이 하지만, 사실 심사위원대상은 심사위원들이 뽑은 최고의 영화라는 거고 황금종려상은 심사위원들의견을 포함해서 영화제가 뽑은 최고의 상 – 즉 모든 걸 다 감안한 상이라는 말이다. 영화라는 측면만 떼놓고 보자면 두 개의 상은 사실상 동격이나 다름없다. 덕분에 이 아저씨는 더더욱 파워가 강해지겠지… 지금도 한국의 스포찌라시에서는 거의 뭐 신으로 떠받들듯고 있지만 (한국 스포찌라시 기사만 보면 이 사람이 전미영화인협회 회장쯤 되는 줄 알 것이다).

여튼, 마이클무어의 비서사 영화(내가 굳이 다큐멘타리라는 좋은 말을 이 사람 영화에는 안쓰는 이유는, 다큐멘타리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뭔가 저널리즘적인 가치들을 억지로 기대하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객관성’이라든지, ‘중립성’이라든지 하는 말도 안되는 어거지 말이다)가 이번 수상에 힘입어 디즈니사의 아집을 깨고 배급에 성공했으면 한다. 올드보이는? 이번 기회에 세계 개봉으로 가면 해피하겠지. 하지만 DVD가 이미 출시되어버렸는걸… 이미 립 버젼과 영어자막smi 가 네트 상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냥, 나중에 UE버전 DVD를 바탕으로 세계 비디오 시장에서 대형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

!@#… <로저와 나>의 후줄근한 아저씨가 결국 여기까지 온 셈이다. 이 기회에 그 사람의 유일한 장편 극영화 <캐나디언 베이컨>도 재출시되고, 아예 좀 박스세트라도 나와주면 좋을 듯. 아직 보지도 못한 영화가지고 칭찬하기는 좀 그렇지만, 마이클무어의 수상은 취향으로 힘을 얻은 정치성의 승리다. 자신의 진보성향 정치성을 숨기지 않고, 자신의 영화에 있어서 장르적 취향(전작 볼링 포 콜롬바인만 보더라도, 리펜슈탈식 다큐에서 사우스파크까지)을 한껏 발휘해서 ‘웰메이드’의 경지로 올려놓는 타입. 아니, 애초에 진정한 웰메이드가 되려면 당연한 요소인지도 모르겠다. 해당 양식의 장르적 핵심을 두루 잘 꿰뚫고 있으면서 그중 자신이 잘하는 것/좋아하는 것을 취합해서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살’이다. 그 속에 자신이 세상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굳건한 메시지를 심어넣는 것이 ‘뼈’다. 마이클무어가 진보진영에서 만드는 수많은 영상물보다 더 절절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재미있다. 특별히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일반 대중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잘 만들어진 재미있는 몸체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겨주고 있는 셈이다. ‘밥/꽃/양’은 의무감으로 보지만 (그러면서 중간에 졸기도 하지만), ‘볼링 포 콜롬바인’은 자연스럽게 열광하며 볼 수 있는 이치다. 진정성, 메시지의 강도, 진보성의 잣대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파급력의 힘. 기록 보관용 영상물이 아니라 메시지 확산용의 영상물이라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키워야할 힘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그리고 무엇보다 막강한 대중 호소력을 자랑하는 만화로서도 반드시 명심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즐기는 것을 스스로 폄하하지 않기. 그것을 파고 파다가 결국 자신만의 새로운 힘으로 승화시키기. 이 모든 것의 핵심이자 목적인, 세상에 대한 인식과 세상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잃어버리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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