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의 진정한 완결: Whatever Happened to the Caped Crusader?

!@#… 간만에 순수한 팬보이질 포스팅. 닐 게이먼 글, 앤디 쿠버트 그림의 2부작, ‘Whatever Happened to the Caped Crusader?’ 하편 마침내 (미국)발매!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시피, 최근의 배트맨 정규 스토리라인이었던 ‘R.I.P’은 브루스 웨인의 ‘죽음’을 다룬 내용이었다(나름대로 빅 이벤트인데, 만화판 바깥에서는 대체로 무관심인데다가 만화판 내부에서도 그러다가 몇 년 뒤 다시 살아나겠지 뭐 투의 밍숭맹숭한 반응이다). 여튼 그것의 마무리를 계기로 그간의 배트맨을 총정리 마침표 찍을 수 있는 결산격 작품을 내겠노라 DC코믹스가 의뢰를 한 것이 바로 ‘샌드맨’으로 유명하며 현대 판타지문학의 블루칩이 되어버린 닐 게이먼. 앨런무어가 비슷한 제목의 작품으로 슈퍼맨 시리즈의 한 시대를 매듭지었듯, 게이먼은 배트맨을 매듭짓는 임무를 받았다.

!@#… 총 2부작짜리인데, 몇 달 전 나온 상편은 고전시대 배트맨의 무대배경에 배트맨의 장례식에 오만 캐릭터들이 모여서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상당히 본편 스토리와 관련성도 뜬금도 없는 이상한 단편들의 꼴라쥬였다. 알프레드가 사실은 조커였다! 라는 단편이라든지, 캣우먼의 품에서 죽는 단편이라든지… 덕분에 팬들은 갸우뚱. 그런데 무려 2달쯤 지연되었다가 이제 하편이 나왔다. 냉큼 어제 막 출시된 것을 펼쳐본 결과, 다음의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기술이 갖춰지면, 각 출판사와 창작팀은 닐 게이먼 클론을 하나씩 배양할 것을 강력 권장한다.

 

[스포일러]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겠지만(앨런무어의 슈퍼맨 사례와 괜히 제목이 비슷한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죽음 직전 브루스웨인의 머리속에 흘러가는 것들. 수많은 ‘가능성’들이 스쳐지나가고, 자신의 진짜 및 가상의 과거와 조우하며, 현재의 자신의 장례식을 바라보며 모든 상념을 정리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브루스 옆에서 그런 상황을 가이드해주는 여인은… 어릴적 살해당한 어머니. 그런 대화와 성찰의 과정 속에서 브루스는 배트맨의 본질을 다시금 깨닫고, 모든 세상에 마음 속으로 하나식 작별을 고하며, 마지막은 브루스웨인이 처음 태어나는 순간으로 순환된다.[/스포일러] 이런 구조를 통해서, 게이먼은 가지치기해 나간 그리고 앞으로 나갈 모든 배트맨 정규 및 재해석 스토리들을 전부 긍정하며, 배트맨(아니 슈퍼히어로물 자체)의 본질적 매력에 대해서 짚어주며, 브루스웨인을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게 만들어주고, 고담시티와 그 캐릭터들에게 인간적 애정을 보낸다. 샌드맨 연작의 ‘The Wake’의 대중적 세련미가 한층 돋보이는 배트맨 버전이랄까.

!@#… BEST. BATMAN STORY. EVER. 문제는 수십년된 배트맨 시리즈를 매듭짓는 워낙 완벽에 가까운 마무리라서, 이제 이 뒤로는 누가 후계자 자리를 놓고 싸워서 이기든지 말든지(현재 진행중인 ‘Battle for the Cowl’ 스토리라인) 더이상 별 관심이 가지 않는다는 부작용. 여튼 몇달 후 상하편과 기타 설정자료를 단행본으로 묶어서 출시한다고 하니, 아마 어두움 쪽으로 역대 최강의 배트맨 스토리인 ‘킬링조크’ 와 비슷한 출판조건이 되지 않을까 한다. 배트맨 정규스토리에 대한 기반이 적고 특히 최근의 ‘RIP’ 스토리 등이 수용된 적 없는 한국에서 냉큼 번역판을 내기에는 좀 무리겠지만, 이건 정말… 최고다. 결국에는 한국어판도 소개가 되기를 기원할 따름.

관련링크: WIRED지 인터뷰

PS. 영 급하신 분들은, 한국에서는 구매대행 사이트들을 이용하시면 되기는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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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thoughts on “배트맨의 진정한 완결: Whatever Happened to the Caped Crusader?

Comments


  1. 저도 어제 만화가게 가서 사봤지요. 1편의 뜬금없던 이야기들을 잘 마무리하더군요. 진짜 이대로 배트맨을 끝내도 아쉬울거 없을 듯한 마무리…T.T 그나저나 대사를 보니 배트맨이 얼마나 쉬게될지 알려주더군요..:) 진짜로, 누가 후계자가 되건 말건..

  2. 헉 평을 읽고 꼭 스포일러를 안 당한 상태에서 직접 읽어보고 싶은 소망과 당장 스포일러를 알고싶은 참을수 없는 욕망 사이에서 마우스를 쥔 손이 덜덜 떨리고 있어요…

  3. 뜬금 업어서 죄송합니다만..

    !@#…

    의 ………의미를 ………. 알.. 고… 싶.. 습ㄴ.다.. .;;;;;;;;

  4. 그러게요, 저도 궁금했어요^^
    제 경우는 !@#를 글을 쓸 때 나중에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붙여놨다가 글을 다 쓰고 나서 검색하면서 그 부분을 수정하거든요. 혹은 일괄 수정이 필요한 경우에도 붙일 때가 있고요.

  5. 안돼! 지금 글도 안보고 댓글도 안보고 썼습니다. 2부가 Fedex Priority로 배송오고 있는 중이란 말이에요! 큰일날 뻔했네.

  6. 참을 인 자 셋으로 살인도 막는다는데 호기심은 못 막는군요.
    한국어로 번역 되려면 한참 걸릴테니 그동안 잊어버리자고 자기합리화 중…(뭐, 아예 번역이 안 되면 GG)
    그러고보니 ‘지미 코리건’이 올 상반기에 한국어판 출판 될 예정이라는군요.
    처음 얘기가 나온 후 3년만의 결실…

  7. !@#… D.K.님/ 재밌게도, IGN은 하편의 마무리에 더 높은 점수를, CBR은 상편의 도발에 더 높은 점수를 줬더군요… 뭐 결국 합쳐놓을 때 훌륭한 물건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테지만. 후계자는… 뭐 후보로 올라왔다는 것들이 다들 좀 하나같이… -_-;;;

    매애님/ 뭐 사실 그다지 스포일러 의존적인 내용은 아닙니다. 여러 주요 배트맨 작품들과 스타일을 교차시키며 오마쥬한 그림도 훌륭하고. :-)

    서울비님, 공도님/ 그게… 포스트로 쓰기에는 사소하고 덧글로 쓰기에는 좀 긴 사연이라서, 어떻게 펼쳐놓는게 좋을지 저울질 중입니다. capcold FAQ라도 모집해 볼까…;;;

    네이탐님/ 헉 무려 priority로 배송해주는 훌륭한 대행서비스군요! 하지만 뭐, 실물을 받아보시면 그 어떤 스포일러를 밟으셨더라도 원한이 녹아내리실겁니다.

    언럭키즈님/ 배트맨 명작선 전문(핫핫) S모 출판사에 제안을 해주심이… :-) // 아아, 드디어 그 죽음의 식자지옥을 헤쳐나왔나보군요. 굳!

  8. !@#… 의리님/ 그러게 말입니다. 고작 배트맨의 이름을 이을 자를 뽑을 때가 아니라고! 브루스웨인이 더 중요해!

  9.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The Sandman 연재가 끝난 이후애 나온 게이먼의 만화들은 The Sandman 시절보다 상당히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Endless Nights도 Frank Quitely의 훌륭한 그림실력을 단순한 기존설정 반복에 불과한 Destiny 이야기에 낭비한것 등이 거슬렸고, 마블에서 내놓은 1602, Eternals 등도 기대에 못미쳤죠) 이번 작품도 예외는 아니군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장점으로 꼽으신 “가지치기해 나간 그리고 앞으로 나갈 모든 배트맨 정규 및 재해석 스토리들을 전부 긍정하며, 배트맨(아니 슈퍼히어로물 자체)의 본질적 매력에 대해서 짚어주며, 브루스웨인을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게 만들어주고, 고담시티와 그 캐릭터들에게 인간적 애정을 보낸다”는 부분은 지난 몇년간 Grant Morrison이 Batman 타이틀에서 꾸준히 해왔던 작업이라서, 배트맨 만화를 어느 정도 읽었던 독자라면 전혀 새로운 점이 없기때문에 더욱 그렇군요. 특히 Batman R.I.P. 직후에 나온 Last Rites 2부작에서 그랜트 모리슨이 배트맨 만화의 거의 모든 역사에 걸친 스토리라인을 요약하고 배트맨의 본질을 다시한번 정립한 상황이라서, 게이먼의 작품은 사실상 불필요했다는 생각마저 드는군요.

    여러 배트맨 만화가들의 다양한 그림스타일을 흉내내는 Andy Kubert의 그림도, 그랜트 모리슨의 Black Glove/Club Of Heroes 스토리라인에서 J.H. Williams III가 각 캐릭터들을 여러 만화가들의 스타일로 그리면서 보여준 놀라운 실력을 어설프게 따라하려다가 실패한것처럼 보여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여담이지만 Kubert 형제는 둘다 평생 노력해도 결국은 아버지의 실력에 미치지 못할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배트맨 정규스토리에 대한 기반이 적고 특히 최근의 ‘RIP’ 스토리 등이 수용된 적 없는 한국에서 냉큼 번역판을 내기에는 좀 무리겠지만”이라고 하셨지만, 사실 제 생각은 위에 적은 것과 같은 이유때문에 배트맨 만화를 별로 읽은적이 없는 독자들이 오히려 더 재미있게 읽을수 있을 만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화전문점에 배급되는 두번째 이슈의 출판스케줄이 확정되기도 훨씬 전에 DC측에서 일반서점 독자들을 위한 하드커버 컬렉션 출판스케줄을 잡은것도 그런 이유때문이겠죠.)

  10. !@#… Dreamlord님/ 음, 아무래도 이번 건에서 게이먼이 기존 스토리들을 긍정하는 방식이 제 취향에 더 맞았기 때문에 호평을 던진 것이죠. 다중우주를 상정한다든지 외전화시킨다든지 하며 설정을 더하지 않고, 있었을 수 있는 가능성의 스토리(“하지만 어차피 모든 것은 스토리”) 라고 주마등이 스쳐지나가는 방식으로 어물쩍 수습하는 것을 선호하는 셈인데, 전체를 꼬박꼬박 보기보다 화제 스토리라인 위주로 띄엄띄엄 읽어온 중급 독자로서는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습니다(RIP 본편의 결말 처리가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Last Rites 포함 기타 에필로그성 이야기들은 포기하고, WHTTCC는 화제성 때문에 그나마 다시 집어든 정도).

    실제로 이 작품이 최근 스토리라인 전개들보다 비교적 오래전부터 쌓여진 캐릭터 설정에 의존하는 만큼 덜 충실한 독자들에게 더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도대체 배트맨이 왜 난데없이 죽는지, 각 캐릭터들이 증언하는 애증은 무엇인지 정도는 알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여전히 아직 한국에 소개된 정도로는 뜬금없겠다 싶습니다. 하드커버 출판일의 경우는… 저는 훨씬 단순하게, 그냥 스케쥴 강행 실패라고 봅니다. 만약 원래 예정대로 하편이 2개월 전에 나왔고 묶음이 7월말 출시라면, RIP하드커버도 2월에 이미 나온 마당에 별로 이상할 것도 없었겠죠. :-)

    PS. Kubert 그림의 경우, 음… 더 나은 재능을 보여주는 다른 작가들이야 항상 어딘가에는 있기 마련이지만, 레젠드급으로 만화사에 입성한 아버지와 비교하는 건 좀 잔인하군요;;;

  11. 방금전에 다 봤습니다. 만족하진 않았지만. 아아, 정말로 배트맨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끝내고 다음 배트맨이 나오지 않는 것을 희망합니다!

  12. !@#… 네이탐님/ 다음 배트맨이 나오지 않는 것을 기대하느니, 차라리 슈퍼맨이 대머리가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