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vs 분배, 그 너머.

!@#…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오래된 담론 프레임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는 취지로 나눈 모님과의 메신저 대화 내역을 바탕으로 살짝 살을 붙인 메모. 이걸로 나중에 본격적인 논지의 글을 쓸 일이 있을지 잘 모르겠기에, 그냥 토막부터 살짝 남겨둔다(라고 해도 이게 결국 결론이잖아).

“사회발전이라면, 역시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틀과는 약간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작(…) 기업에서 노동자 임금을 더 올려주느냐 마느냐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고, 경제가 어려우니 허리띠 졸라매자 같은 구린 레토릭으로 뒤덮여버릴 위험이 농후하니까요. 중요한 것은, ‘중간 이하 계층이라 할지라도 일정 정도의 삶의 질을 보장받는 시스템인가‘라는 것. 그 삶의 질 확보에 관해서 크게 두가지 접근이 가능한데, 하나는 복지, 다른 하나는 시장입니다. 복지는 현재 수입의 크기와 관계없이 국가라는 안전장치의 금융/의료/교육/문화/기타 서비스를 통해서 일정 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받는 것이고, 시장은 저소득은 그 나름대로 향유할 수 있는 시장을 확장해주어 삶의 질을 확보해주는 것(예: 고소득자는 천만원짜리 홈시어터를 백만원짜리 케이블에 연결해서 영화를 보고, 저소득자는 5만원짜리 DVD 플레이어지만 결국 같은 영화를 본다든지). 좌파라면 복지 쪽에 더 신경을 쓸테고, 후자는 빌게이츠 같은 진취적 비전의 자본주의자가 주장하는 바죠. …아, 물론 제정신인 현대 사회의 지도자라면, 그 둘을 같이 조율해가며 운용해야 하고. 나아가, ‘삶의 질’에는 단순히 물질적 생활여건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의사 반영 같은 민주주의 요소들도 반드시 들어가도록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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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1일 6시30분 성공회대학교 대운동장(막판에 여기로 장소 변경).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관련 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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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thoughts on “성장 vs 분배, 그 너머.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Nakho Kim

    http://capcold.net/blog/3828 성장vs분배 프레임에 대한 개인적 단상. 나름 엑기스형 토막글.

Comments


  1. 영화 이야기에 전에 읽은 책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아르헨티나에선 누구나 아침으로 쇠고기 스테이크 한조각, 구운감자 하나, 샐러드 한 그릇, 포도주 한잔을 든다. 단지 포도주가 고급이냐 아니면 싸구려 막포도주냐가 다를 뿐이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2. 성장/분배 논의 자체가 자본주의적 프레임에 갖힌 담론이라고 생각… 이 논의를 구성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이데올로기이지 생산성 자체가 아니니깐

  3. ‘제정신인’
    ‘제정신인’

    이 단어를 한참동안 쳐다 보았더랬습니다.

  4.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성장vs분배’보다는 ‘복지/시장’의 프레임으로 사회발전을 논해야 한다” 이군요.

    근데 용어에 있어 다소 혼란스러운 것이…

    ‘복지/시장’이
    (1) 최소한의 삶의 질을 확보하는 ‘주체’가 누구냐라는 측면에서
    좀더 정확히는 ‘국가vs(자유주의적)시장’이라는 것인지
    (2) 주체가 아닌 ‘방법 혹은 영역’의 측면인지가 쫌 헛갈리네요.

    방법의 측면에 대해 부연하자면…
    복지는 (제공자가 국가든 기업이든) ‘복지시설 혹은 제도’로 이해하고,
    시장은, (누군가) 확장해 준/다/는 표현에 미루어, 자유주의 관점에서의 시장이 아닌 (제공자가 국가든 기업이든) ‘소비재마켓’으로 이해.

    (1)의 측면이라면, 다시 ‘성장vs분배’로 환원되기 쉬워보이고,
    들으신 예들로 미루어보면 (2)에 가깝게 이해가 되는데 그럴경우
    “‘사회발전에 대해 성장vs분배’라는 위계적/대립적 인식을 넘어, 삶의질영역구분을 통한 수평적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걸까요?

  5. !@#… 지나가던이님/ 에에, 아르헨티나의 리즈 시절에 나온 말이 아니었을까요.

    횰/ 뭐 그렇지. 약간 더 자세한 이야기는 advantages님 리플에 더.

    딴것보다님/ 무척 중요한 제한조건이죠.

    advantages님/ 아 제가 표현이 부족했는데(하지만 상당히 근접하게 잘 이해해주셔서 다행), 제가 성장/분배 구도에서 주목하는 문제는 그 위에 있는 상위 프레임입니다. 성장vs분배 구도는 ‘부의 추구’라는 단선적인 틀 속의 분류라서, 사실 결국은 ‘성장’쪽이 항상 이길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는 논리입니다 – 그런데 그 상위 프레임은 대체로 꼭꼭 숨겨져있죠. 그래서 저는 그걸 ‘삶의 질’이라는 뚜렷한 명분이 있는 목표로 전환하고, 그것을 획득하기 위한 방법론의 분류로서 국가 복지제도와과 다층위적인 시장 확장이라는 두 축을 꺼내고자 한 것입니다. 그것들은 (최소한 성장/분배보다는 훨씬) 덜 배타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가치들이죠.

  6. 1. 사회발전의 주체가 오로지 정부인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주체가 되려는 노력도 잠시 생각.
    2. 좌파, 진취적 비전의 자본주의자가 우리 사회는 전혀 없는가 생각하다가 잠시 묵념.

    그곳의 식사가 가끔은 궁금하군요. 그곳의 학생식당 메뉴를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

  7. !@#… 햅.님/ 1.정부도 시장도 개개인도 모두 동시에 주체 노릇을 해야죠. 그걸 조율해나가는 것이 유능한 시스템, 그런 걸 만드는게 제대로 된 리더. 2.없을 리가요. 안철수도 있고 (정치인 말고 기업인) 문국현도 있고… 그런 사례들이 이건희 어쩌고 사례보다 더 확실하게 스타성을 얻게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홍보해야 할텐데 말이죠. // 여기 학생식당은 뭐 뻔한 미국식 푸드코트입니다. 다만 이 학교가 좀 특이한 곳이라, 학교브랜드를 붙인 생맥주를 판다는 차이가.(…)

    언럭키즈님/ ‘누가’ 잘먹고 잘사느냐 주어가 대체로 생략되곤 하죠.

    덧말제이님/ 하지만 잔뜩 추가해야 고료 받는 글(원고지 단위로 계산을…)이나 나아가 단행본을 낼 수 있습니다. (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