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 후원에는 소비운동이 필요하다

!@#… 특정 언론 매체를 소중히 여기기에, 망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치자.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 매체의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우선, 직접 회원제 후원금을 모집한다면 뭐 지원하면 된다. 만약 많은 시사주간지들처럼 매체의 직접 판매로 인하여 수익을 내는 구조라면, 구독해주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문들처럼 제작비로는 오히려 손해를 보면서 광고로 수익을 내는 입장이라면 좀 더 복잡해진다 – 단순히 구독을 더 하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해당 매체를 더욱 빚더미로 몰고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특정신문 광고 기업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법적 한도 내에서 시도해볼 수는 있겠지만,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그들의 손해가 이쪽의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 매체를 광고주에게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다른 종류의 ‘후원’이 필요하다.

!@#… 우선 광고주의 입장이 잠깐 되어보는 것이 좋겠다. 자, 당신이 기업을 운영한다고 치자. 신상품이 나와서 밀어주고 싶다. 광고를 해야지. 그럼 매체를 선택해야겠다. 자, 선택의 기로다.

옵션A 매체를 선택할 경우:
장점: 보급력이 큼지막하다. 저널리즘 자존심 그런거 없이 기사로도 팍팍 밀어준다. 돈 좀 쓰는 꼰대들이 그럭저럭 잘 구독한다. 사회 주류 기득권들에게 잘보인다.
단점: 일부 시민단체들이 화낸다.

옵션B 매체를 선택할 경우:
장점: 일부 시민단체들이 (말로만) 반긴다.
단점: 정권에 찍혀서 어느 정도의 잠재적 불이익을 감수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돈 좀 쓰는 꼰대들, 사회주류 기득권들에게 적으로 낙인찍힌다. 전파력도 미미하다.

옵션A는 돈으로 팍팍 연결된다. 옵션B는 돈으로 연결이 안된다. 얄궂게도, 시민들의 매체후원성 주장광고가 늘어나는 매체일수록 더욱 옵션B의 이미지가 강해진다. 후원이 “필요한”, 즉 상업적 메리트가 부족한 매체가 되니까 말이다. 시민들의 후원광고는 상업적 효과를 노린 경쟁을 불러일으키지도, 지속적 투자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시민광고가 늘어갈수록 기업광고가 빠지고, 주판알을 튕겨보면 상당한 손해. 아니면 옵션A를 선택하면 어떤 이들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한다. 그 경우 잠시 한번만 굴복해주면, 옵션A 매체와 정권이 힘을 합쳐 알아서 뭉개준다. 정치적 소신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이 기준인 여느 평범한 ‘기업’이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은가.

!@#… 매체 후원을 하고 싶다면 그 매체에 광고를 하지 않는 업체에 대한 불매운동보다, 하는 업체의 물건을 소비하는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후원금을 모아 주머니에 찔러넣어주는 것보다, 매체의 상업적 메리트 자체를 올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광고효과가 큰 매체로 만들기 위해,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하나는 우선 의식적으로 소비를 하는 것이다. 뽐뿌노출이 소비로 이어지는 것을 비율로 따지자면 지극히 미미하지만, 그것이라도 노리고 경쟁적으로 광고를 쏟아붇는 것이 현대자본주의 사회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념적/도덕적 명분을 촉매로 하여 특정 매체에서 그 노출대비 구매율을 약간만 더 올려도 메리트가 확 증가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스스로의 소비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이 매체의 독자라면 어떤 류의 상품에 대한 구매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드러내면, 그 분야의 광고를 얻어낸다. 얼추 살짝 혹은 많이 좌파로 평가받을만한 **신문 독자들은 도대체 어떤 종류의 물건/서비스를 지르는가? 그것도 가장 민감하게 뽐뿌질 받아가면서 선택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뚜렷하지 않으면, 결국 남는건 그럭저럭 절반쯤 후원성 광고밖에 없다. 전문잡지는 해당 전문분야의 상품을 다룬다. 하지만 종합일간지라면, 독자들의 정치적 지향점, 생활수준 등 여러가지를 고려한 소비성향을 직접적으로 조사해서 체계화하지 않으면 그런 척도가 없다.

!@#… 즉 매체 소비운동의 기본은 어떤 매체의 독자를 하면서, 뚜렷한 소비성향을 드러내고 실제로 광고의 영향을 받아 실제로 지르는 것이다. 운동이라고 하면 후원성 공동구매라도 해야 어떤 일체감을 느끼며 성이 차실 분들이 있겠으나, 그보다는 차라리 옵션B 취급받는 어떤 매체들의 독자들 소비성향 조사를 도와 자료를 널리 공개할 것을 권장한다. 일종의 “**신문 라이프스타일” 말이다. 그리고 그 라이프스타일에서 가장 쿨하고 폼나는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강조해주는 것이다. 즉 “옵션B 매체적 인간”을 실체화하여 힘있는 시장적 주체로 자리매김시키는 것 말이다. 그리고 하나의 조직으로 뭉쳐서 비장한 운동으로 만들기보다, 오락적으로 만들어 전염적으로 뿌려서 분산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좋다.

이런 작업은 얄궂게도 ‘운동’ 감수성 이상으로, ‘마케팅’ 감수성이 필요하다. 종종 구닥다리 감성이라고 구박받는 시민사회가 어떤 요소들을 수혈해야 하는지, 얼추 방향이 보이리라.

PS. 외부의 매체후원 운동 말고, 실제로 (옵션B의) 각 매체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망하지 않고 고품질 저널리즘을 구사할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별개의 문제니까 다른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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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매체 후원에는 소비운동이 필요하다(우리나라 언론 환경에선 쉽지 않다고 봄, 언소주에 대한 정부와 검찰의 공격을 생각하면…) http://capcold.net/blog/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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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타임워너 탄생?? 조중동방송 탄생!!…

    한국판 타임워너 탄생?? 조중동방송 탄생!! 청와대-방통위 미디어악법 굳히기 작업 강행!! 한나라당의 미디어악법 날치기 이후 재투표-대리투표 논란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언론관련 법 처리절차상의 적법성 여부가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MB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 등 언론 관련 법 후속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다. 공청회도 없이 초안까지 마무리 했다. * 한겨레 / 방통위 방송법 시행령 강행…법 통과 ‘못박기’ *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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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블로그는 없고(정확히는 안하고) 그저 남의 블로그 곁눈질만 하는 이입니다.

    님의 글에 고개가 끄덕여 지는군요. 좋은의견 잘 읽고 갑니다.

  2. !@#… 좌충우돌님/ 무플사태에서 구원해주셨습니다(…). 제가 종종 ‘분개에 의한 공감’ 말고 ‘소비를 매개로 한 전략’을 화두로 꺼낼 때 마다, 호응이 무척 잠잠해집니다.

  3. …공모전 준비 때문에 블로그 / 기사 / 트위터 / 댓글 관리를 전혀 못했습니다. (…) 좋은 글을 이제서야 보네요.

    캡콜 님의 말에는 저도 동감입니다. 동정을 보내고, 분개를 하는 것은 누구나 (는 아닌가…) 할 수 있는 행위이지만 이런 행위가 실질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려면, 결국 돈의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본주의 체제 하에 있는 이상, 동정으로 전개되는 사건은 한계에 다다를수밖에 없습니다. 충분히 인식하고, 그에 따른 ‘공정한 소비’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추신 . 광우병 담론이 한창 전개되던 작년에,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간 제품을 쓰지 말자는 운동이 있었는데 그것도 ‘소비를 매개로 한 전략’ 의 차원에서 봐야 하는 것일까요. 궁금합니다.

    추신2. 저의 얘기를 들자면… 관련 매체도 3개 정도 구독하고 있고 (한겨레 / 한겨레21 / 레프트21) 저는 책 광고를 위주로 소비합니다. 창비 / 문학동네 / 문학과지성사 / 프레시안북 / 한겨레출판의 책을 구매하고 있는데, 다른 신문을 얼핏보니 그 쪽은 제가 방금 언급한 출판사의 책광고는 별로 없더군요. 역시 한겨레 구독하길 잘했어. (?)

    추신3. 그나저나 익스플로러8이 약간 느려졌군요. 이 댓글 쓰는 도중에 리소스 과열로 몇 번 날아갈 뻔 했다능.

  4. !@#… Skyjet님/ 따지고보면 선거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안쓰는’ 운동은 항상 큰 한계가 있죠 – 아무데도 안쓰고 그넘이 그넘이라며 판 전체에 냉소만 보낼 위험이 크니까요. ‘더 나은 다른 것에 쓰는’ 운동이어야 비로소 인센티브가 생깁니다. 작년의 미국산 쇠고기 건은, 단순한 불매운동을 넘어 어디까지 전개되었는지 제가 잘 모르겠군요. // 중요한 것이 추신2입니다. 뚜렷한 스타일의 왕성한 소비활동을, 마음껏 폼나게 자랑해야 합니다!

  5. A타입에 대한 불매운동을 성공한다해도, B타입이 A타입만큼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A타입에서 빠져나온 돈은 아예 다른 판(예를들어 TV광고)로 빠져나가니 결국 지갑을 안 꺼내는 한 잘 해야 동반자살이 되겠죠.

  6. !@#… 모과님/ 그 정신공격을 넘어서는 귀엽고 발랄한 화답을 하려다가, 그냥 패배선언. (…)

    언럭키즈님/ ‘잘해봤자’ 동반자살이지, 백이면 구십구 혼자자멸이죠;

  7. 꼭 언론 매체에 대해서뿐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소신있는 행동 하나,
    시끄럽지 않게 하는 행동 하나가 ‘진짜’인데
    목소리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소리지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계몽과 운동과 윽박-_-따위보다 그냥 행동 한 번이 결정하는 것인데 말이죠.

    …이렇게 말하면 ‘본질을 흐린다’라는 욕 먹기 십상=_=a

  8. !@#… 조랑님/ 계몽과 운동과 윽박(…)도 중요하긴 중요하고, 보기보다 경계가 애매하기도 하죠(예를 들어 저는 지금 일상적이고 뚜렷한 행동의 필요성을 ‘계몽’하는 셈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애초에 왜 하는지 까먹고 그것’만’ 하는 함정에 빠져 지사적 자아도취에 빠지면 대략 심각한 에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