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저작권 소송 사건에 관해 짧게.

!@#… 최근 미/일 포르노 업체들이 한국의 불법업로더들을 고소했다는 사건에 대해, 모 동호회에 남긴 몇마디. 물론 개인적으로는 매체환경과 문화현실에 뒤쳐진 한국의 음란물 금지 규정 자체를 찬성하지 않기에, 궁극적으로는 그쪽을 뜯어고치자는 담론을 위한 떡밥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법을 적용하는 제도적 논리에 대해서 접근하자면
(2009-08-17 06:59:50)
!@#… 개별 법조항 말고 법을 적용하는 제도적 논리에 대해서 접근하자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목표로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1)자사 콘텐츠의 불법유통을 막아 합법유통의 판을 가꾸는 것이고, 2)영업손실에 대한 배상을 받는 것. 그런데 합법유통 자체가 현재 금지되어 있으며 법에 맞추어 제가공을 해서라도 진출하겠다는 플랜이 없다면 1)은 탈락. 특히 미/일의 50여개 업체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한국의 포르노 관련 제도변화를 점치며 일제히 시장을 꾸리겠다고 달려들었을 가능성은 특히 희박하겠죠. 2)의 경우는 불법유통으로 인하여 불법행위자가 취득한 이득과 저작권자에게 발생한 손실을 바탕으로 산정하게 되어 있으나 애초에 유통 자체가 금지되어있으므로 탈락. 즉 이런 일을 벌일 동기 자체가 부족하죠. 다만 합의금 국면이 되서 공돈이 생기면 나쁠 것 없으니 밑져야 본전.

반면 사법당국 입장에서는 시장 플레이어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시장 자체가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니), ㄱ)유통 자체만 막으면 됩니다. 유통 금지를 장려하기 위해 적당한 수위의 처벌도 가하고. 그건 법적으로 애매한 상태의 저작권 적용보다는, 그냥 뚜렷하게 정보통신망법으로 가는 것이 낫죠. 실제로 현행 저작권법상에도 영리를 위한 상습적 침해에 대해서는 친고죄 예외가 적용되고 있지만 그래도 음란물 유포에 대해서만 죄를 물어온 것과 같은 이치.

하지만 법무법인의 입장에서 목표로 할 것은 다릅니다. A)어떤 식으로든 사건에서 수임료 챙기기. 이번 건 같은 조건이라면, 형사고소를 윽박지르며 법정외 합의 유도, 즉 합의금 챙기기가 주 목적이 될 수 밖에 없죠. 법무법인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음란물 배포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도록 배려하느라 저작권으로 걸었다”라고 궤변을… 유통사실이 증명되면 자동적으로 음란물 배포죄는 성립. 저작권 국제협약의 국가간 상호주의를 근거로 들기도 하는데, TRIPS상의 상호주의는 내국인에게 차별적 특혜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들의 말처럼 사실상의 시장권 통합은 아니고(FTA를 굳이 따로 하려는 이유가 다 있죠). 즉 50여 업체가 시장진출을 노리고 대대적 레이드를 의뢰했다기보다, 법무법인이 수익을 노리고 50여 업체를 동원해서, 웹하드 주욱 검색돌려서 1만 아이디 마구 뽑아냈다는 쪽이 그럴싸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런데 합법적 시장을 장려하는 효과 없이 합법 바깥의 영역을 수탈해서 돈 뜯어가는 이들에 대해서는 뭐랄까 여러가지로 반발을 하고 싶어집니다. 하기야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저작권법이 1조에서 문화와 산업의 장려를 법의 존재목적으로 명시하고 있죠.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향후 베스트 시나리오는, 이왕 명단 확보했으니 해당 업로더들에게 정통법상의 음란물 유포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각각 기존 관행에 의거해서 적절히 처벌하는 것입니다. 저작권의 적용은 한국에서 하드코어 포르노가 합법화되거나, 혹은 저작권자들이 자신들이 해당 콘텐츠들(의 합법적 버전)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자 함을 호소해올때까지는 유보하고 말이죠. 나름 사법당국의 임무와 저작권자의 잠재적 권리를 열어주는 타협적 해피엔딩. 묻지마 소송 지향 법무법인 즐.

PS. 관련 법조항 자체에 대해서 읽어볼만한 관련글 몇가지: 클릭,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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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포르노 저작권 소송 사건에 관해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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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 제도의 틀거리 Q&A – 2009년 포르노 저작권 침해 사건 당시 꺼낸 ‘이해 관계’ 기반 해설 – 카피레프트에 대한 편견 – 한미FTA와 저작권 – 2007년 저작권 개정 당시 […]

Comments


  1. 뭐 50여개 업체 어쩌고 할때부터
    법무법인이 먼저 연락했으려니 했습니다.

    …만, 곰곰히 이번사건을 놓고 생각해보니,
    어디 아프리카 부족부락의 전통음악같은 것도 이젠 고!소!크!리! ㅎㄷㄷ;;
    (그런데, TV, 라디오 등 방송에서 쓰는 꼭지 시그널 음원은 다들 저작권료가 지급된 정식 라이센스인지 궁금하군요. 일본 애니의 음원을 많이 갖다 쓰던데, 분명 애니도, 그 애니의 OST도 정식 발매가 안된 상태에서 말이죠)

  2. !@#… 언럭키즈님/ 그런 식의 접근을 하는 법무법인은 신용도가 떨어져서 밥을 못벌어먹는 아름다운 문화가 시급하죠. 물론 심각한 침해에 대해서 아예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고, 중간 어딘가에서 만나야하고.

    ㄱㅁ님/ 음 (90년대만 해도 대충 넘어갔지만) 요새는 방송국이 웬만하면 라이센스를 확보해놓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개인소비자용 시장보다 2차저작용 라이센스 시장은 좀 더 살벌하죠.

  3. 어려운 문제인데 나름대로 베스트로 내놓으신게 3자 입장에서도 제일 적절하신듯. 초딩들에게 최인기인 웹툰에서 조차 야동과 p2p 공유가 ‘누구나 아는 상식’으로 통하며, 다른나라의 변태적인 성인컨텐트를 욕하면서 그걸 가장 많이 찾고 유통하며 심지어 배우 이름이 공대생들에게는 보편화된 정보로 통하는 2009년의 한국 인터넷 문화를 볼때 정말 답이 안보이더군요…

    유통하면 바로 깜방에 가야하는 성인컨텐트만 해도 이런데, 나머지 컨텐트에서 덜떨어진 방식으로 지적재산권을 아무리 교육해봐야 ‘아..그러니까 법이 문제란 말이죠?’ 식의 잘못된 개념만 넣어주기 쉽상이더군요. 뭔가 좀 더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건들이 나와주길 바랍니다.

    이 커멘트 적고 있는 와중에 김전대통령 서거하셨습니다..

  4. !@#… nomodem님/ 저작권법 교육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인식의 프레임을 잘 만들어야죠. 산업이 죽어갑니다 같은 것으로는 택도 없고, 정품 구매가 간지난다(!)는 쪽으로 만들어봐야하는데 언젠가 다른 기회에 자세히. // 옙, 저도 소식을…

  5. !@#… 언럭키즈님/ 뭐 검찰이 그리 판단을 내리겠다면, 그럴 수 있죠. 음란물 금지 문제는 시장과 관련된 저작재산권 행사와 정면충돌해서 그렇지, 개별인들 콩밥 먹이는 저작인격권을 인정하는 것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으니까요. 실제로는 그런 이유 때문에 처벌을 때릴 때는 결국 정통망법이 메인이 되고, 저작권법은 상습-영리 침해 여부를 통해 처벌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으로 가겠죠. // 그건 그렇고, 링크하신 기사는 드디어(!) 막연하게 ‘국가간 상호주의’가 아니라 ‘내국인 대우’라고 제대로 써주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