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중단의 논리.

!@#… 김은희의 <더칸> 연재중단 건과 관련해서.

http://jumosee.egloos.com/504110

http://www.manhwain.com/main.html?no=120

http://blog.naver.com/johnsilver9/20015555098

!@#… <더칸>이라는 작품을 특별히 좋아한 적은 없지만, <윙크>를 현재 구독하고 있지는 않지만, 연재중단이라는 것은 언제라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작가의지든 편집부 의지든.

!@#… 하지만 솔직히 <해와달>이 아이큐점프에서 연재중단 밀려났을 때보다 더 가슴아프다든지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때도 안타깝지만, 그 결정에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반대했지만, 그래도 납득은 갔습니다. 잡지니까요. 연재니까요. 고료가 들어가는 작업이니까요. 그나마 예고라도 있고 반항할 여지라도 있지, 영챔프에서 <맘보 파라다이스>, <그의 나라>가 사라졌을 때에는 참… 당혹스러웠죠. 하지만 납득은 합니다. 작품의 수준이 어떻든, 편집부와 ‘주독자층’의 수준이 모든 것을 결정할 따름입니다. 극단적인 비유로, 신일섭씨의 <코믹스> 웹진에서 연재하는 마고딕 작가의 그로테스크한 작품이 난데없이 <팡팡>에 연재된다고 칩시다. 당연히 밀려날 겁니다. 물론 애초에 장기적 포석을 못하고 근시안적이었던 편집부의 실수가 큽니다. 하지만 결국 밀려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겁니다. 작품이 좋든 나쁘든, 잡지는 자신의 성향을 가지고 다른 것을 밀어내는 것이 정상입니다. 문화적 종 다양성, 저는 200% 지지합니다. 하지만 일개 잡지가 그것을 맡아서 해줘야할 의무나 책임감을 바라는 것은 애초에 무리입니다. 그런 희생이 어디있습니까. 만화사랑의 이름으로 희생해야 하는겁니까?

!@#… 만화 팬 여러분, 만화 좀 그만 사랑하십시오. 사랑의 열기는 좀 덜 해도 되니까, 대신 차갑게 지갑을 여십시오. 10대 팬클럽들이 지갑을 열고 보이밴드들의 음반을 사재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모든 꽃미남들은 가수로 데뷔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등생들이 부모를 시켜서 학습만화를 빙자한 아동 오락만화에 지갑을 열었습니다. 수많은 출판사들이 그쪽으로 달려들었고, 너도나도 제2의 그리스로마신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더칸>을 살리고 싶다면 <더칸>에 지갑을 여십시오. 그 중에서도, 시장성을 과시하는 쪽으로 여십시오. 예를 들어, 빌려보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빌려보는 것으로 증명되는 종류의 시장성은 용도가 제한되어 있어서, 적어도 잡지연재를 지속시켜주지 쪽에는 써먹지 못합니다. 돈은 없지만 사랑은 한다구요? 그렇다면 작가분도 돈은 없지만 사랑을 하시기를 – 즉 연재비를 포기하고 단지 만화사랑만으로 작품을 완간시켜주기를 간절히 기도해보시기 바랍니다.

!@#… 많은 팬들의 당혹스러운 점이, ‘만화사랑’이 모든 것을 정당화해주고, 또 ‘만화사랑’에 대한 보답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바란다는 겁니다. ‘사랑과 분노’가 아닌, ‘시장성’을 보여줘야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전설처럼 인용되곤 하는 말인 “일본의 어떤 출판사에서 500부 팔릴 내용이라도 만든다더라”라는 건, 그 500부로도 돈을 뽑을 만큼 운영을 짜게 하고 책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는 곳은 한국에도 넘쳐납니다. 만화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시장성이 열악한, 시집들을 보세요! 비록 마이너하지만 나의 취향을 즐기고 싶다, 라면 그 취향이 산업적으로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소비해줘야 합니다. 완전히 오타쿠화되어버린 일본의 만화/애니 시장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오타쿠들이 목숨 걸고 돈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취향을 지킬 – 즉 물질적 투자를 할 – 각오도 없으면서 나무에서 모든 것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겁니다. <더칸>이 나이대 때문에 윙크에서 밀려난다면, 나이대에 맞는 지면으로 옮기면 됩니다. <허브>라는 성인 순정지의 존재조차 모르는 자칭 만화팬들이 태반이지만. 나이대는 맞지만 장르 성향이 안맞는다면, 또 다른 방법들을 모색해야 되겠죠. 단행본 단위로 가든, 웹 연재로 돌리든, 사전 주문 동인지나 이슈 형태로 가든… 쉬운 길은 아니죠. 하지만 특정 지면에서 밀려났다고 해서 사라져버릴 만한 작품이라면, 사라질 만한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 뿐입니다. 독자층이 확고하고 그 독자층이 바로 시장층이 되어준다면, 어떤 형태로 가더라도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 서명운동으로 10만명을 모으는 것보다, 단행본 판매부수 1만권을 해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만. 아니, <윙크> 구독 부수를 단 5000부만이라도 더 늘려주고, “<더칸>때문에 윙크를 사봅니다! 화이팅!”이라고 한마디라도 게시판에 남겨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지요. 별로 어렵지도 않고 귀찮을 것도 없습니다. 윙크 항의 서명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 연재를 못하게 될 5-10권까지가 담긴 박스세트를 사전예약 판매를 하십시오. 애장판 가격으로 해서, 1000세트만 사전판매 달성한다면 연재지면이 생길 겁니다. 이런 것이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는 운동’ 입니다. 서명운동보다 불매운동, 불매운동보다는 구매운동, 구매운동보다는 자연스러운 구매활동이 필요하다는 무지하게 간략명쾌한 논리를 좀 효과적으로 설파하고 싶습니다.

 

— 2005 copyleft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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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연재중단의 논리.

Comments


  1. [네이버덧글 백업]
    – 기린아 – 경제학자들이 200년간 그 논리를 학습을 시킬려고 했고, 무수히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2005/08/30 09:31

    – 난나 – 낙호님 글, 새삼새삼 반가워요~~!!(부비부비) 2005/08/30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