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쿼터제 논의에 찬물 끼얹기.

!@#… 해외 만화 쿼터제 도입 제안에 대한 뉴스가 나간 뒤로 여기저기서 반발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어차피 대부분은 그냥 그 기사만 달랑 읽고 0.5초만에 분노, 0.94초만에 욕설이나 대충 갈겨버린 것들이니 무시. 아주 소수는 그나마 좀 더 현실적으로, ‘그러다가 공멸한다’라는 이야기를 함. 다만 이해가 전혀 안가는 부류들은, “그러다가 공멸한다고! 그러지 말고 대여점이나 없애!”라고 주장하는 부류. 대여점을 인위적으로 없애는 것이 차라리 더 공멸의 지름길이라는 정도는 생각을 좀 했으면 좋겠지만 뭐 그건 몇년째 이야기하고 나니 피곤해서 패스.

!@#… 이전에도 이야기했듯 capcold는 쿼터 반대론자는 아니지만 회의론자. 쿼터제 도입만이 살길이다!가 아니라 쿼터 배분의 효과를 지닌 우회로를 만들자, 라는 지극히 현실주의적 입장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http://capcold.net/blog/?p=593 에서 했으니 생략.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수입배급업자와 창작출판사를 따로 분류한 후 문화산업 지원을 후자에게 몰아주는 것).

…한마디로, 찬쿼터/반쿼터로 단순하게 나누어버릴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아니 그렇게 나눠버리는 순간, 건설적인 발전방향과 실천은 20억 파섹 너머로 날라가버린다. 반쿼터를 부르짖고자 하는 사람들은 하다못해 왜 이런 정책제안을 하는지 자료를 좀 찾아보기나 할 것이며(찾기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쿼터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좀 열정과 의지를 잠시 가라앉히고 현실적으로 머리를 식혀가며 현실적 방안들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법을 제안하는 것은 원론 수준에서의 문제제기가 아니니까. 너도나도 잘못했다는 양비론이 아니라, 현실적인 방안을 다듬어내고 밀어붙이자는 말이다. 민병두 의원측에서 제시한 안은 분명히 그 구체적인 듯한 이미지에 비해서 아직 너무 거칠다. 문제의식만 있지, 도입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조율이 전혀 없다. 한마디로, 아직 발표할만한 단계의 물건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 그래서 정말 아쉬운 건, 미숙한 이슈메이킹이다. 원래 쿼터제의 도입취지가 무엇이든 간에, 뉴스보도는 어디로보나 한국만화 확보가 아닌 수입규제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50%니 1%당 벌금 100만원이니 하는 비현실적 수치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보도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다. 이렇게 해서야 결코 도입의 본래 취지가 전달되는 일이 없이, 다만 “정부가 엄청난 뻘타를 날린다!”(보통, 사람들은 국회의원이든 뭐든 다 정부라고 생각한다) 고 생각하게 될 뿐. 대형 출판사로 하여금 종수를 줄이도록 유도한다는 것 역시 이면의 기획이어야지, 드러내놓고 수입규제로 비추도록 하면 역효과를 일으킬 뿐. 그보다 애초에 이해가 안가는 것이, 만화판의 현재 상황 – 특히 대형 출판사들의 무분별한 종수경쟁과 그에 따른 과다물량 – 에 대한 개요와 여러 종합적 대안 등이 담겨있는 종합보고서, 내지 하다못해 공식 보도자료의 형식으로 먼저 기사화를 하면서 그 후에 공식 제안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이슈메이킹 과정이어야 할 텐데… 어째서 먼저 쇼크!부터 터트린 후 그저 아무도 서로 말을 안듣고 시끄러워진 판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것인가. 건설적인 담론형성과 정책입안에 해가 되면 해가 되었지, 결코 득될 것이 없는 미숙한 언론전략이다. 또한 다양한 종합 발전 정책을 아우르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그 취지 속에서 이런 것을 추진한다는 비전을 보여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쿼터 이야기만 툭 꺼내면 누구라도 반발심이 생길 수 밖에. 규제책이란 그런 것이다. 아, 정책제안서에 여러 개념들이 언급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왜 대여권이 추진되다가 고착상태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현실적 재검토 없이 곧바로 ‘역시 대여권은 필요하다’라는 원론을 반복하는 식으로는 그다지 현실감이 없다. 정확한 통계, 공공 출판 시스템… 이미 몇년 전에 다 제시되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제대로 진행이 안된 것들 투성이(자세히 소개하자면 길다). 그런데 쿼터제 이야기만 새롭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부분만 부각될 수 밖에. 또한 쿼터제가 대여권이나 다른 정책들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될지에 대한 제시보다, 이것도 저것도 필요하다는 수평적 요소 나열으로는 더욱 설득력이 부족하다. 각각의 요소들은 멋진 말이지만, 합쳐놓고 볼 때 인과성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아직 베타버젼, 아니 알파버젼의 제안서다.

… 민 의원 진영에 냉철한 담론 전략가가 개입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앞으로 갈 길이 천리만리길인데, 첫 걸음부터 벌써 똥을 밟아버리면 곤란하다. 다만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 갈 길의 종착지는 한국만화판에서 한국만화가 안정적인 양적/질적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며, 쿼터제는 그곳으로 가는 작은 길목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만약 곤란하겠다 싶으면 당연히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우회로를 택하는 것이 맞지, 그 앞에서 주저 앉아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이미 대여권 도입 시도와 올해 입안 실패에서 겪은 일 아닌가.

!@#…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쿼터제는 좋든 싫든 규제책이다. 쿼터제라는 규제책이 아닌, 의도한  긍정적 효과와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지원책에서 우회로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입사에는 배급업자로서의 세금을, 창작사에는 창작지원의 혜택을.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 수정 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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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불 붙은 쿼터제 논의에 찬물 끼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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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쿼터제라는 섹시한 이슈메이킹이 필요한 이유 09/28 17:29 쿠루쿠루(enterani)
    민병두 의원이 제안한 만화 출판쿼터제 해설 09/28 16:12 쿠루쿠루(enterani)
    만화 쿼터제에 대한 회의론, 그리고 대안. 09/28 16:10 캡콜드(capcold)

Comments


  1. [네이버덧글 백업]
    – 발파공사 – 의외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네요.. 박인하 교수님 블로그의 글도 계속 읽어보고는 있지만, 일본만화를 못 내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라는 글 이후에는 출판사의 과다물량을 줄인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어서, 말씀하신 것처럼 대형 출판사들의 종수 경쟁과 과다물량이 실제로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가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결국 못 내게 막으려는거잖아’로 비쳐질 수 밖에 없어보입니다.
    만화시장에 해 줄수 있는 거라곤 마음에 드는 책 있으면 돈 주고 사는 것 뿐이지만 그래도 쿼터제같은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5/09/28 16:29

    – 캡콜드 – !@#… 워낙 오래된 결론이어서 (예를 들어 웹진 < 두고보자>에서 대여점 불태우자 광풍 사건 당시 이미 2001년에 제시한 부분이죠), 만화판의 ‘선수’들이 너무 그것을 기본전제로 삼고 홍보에 게을렀던 것이 문제죠. 조만간, 그 부분을 다시 한번 간단 명쾌하게 정리하겠습니다. –; 2005/09/28 16:48

    – 쿠루쿠루 – 엮인글로 남겼습니다만, 일단 만화출판사는 제작과 배급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이므로, 고민할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배급단계에 쿼터 조정 가능. 미숙한 이슈메이킹이 아니라 전략적 이슈메이킹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 만화지원하자, 돈 붓자>고 해봐야 씨알도 안먹히고, 레지던스프로그램이니 정책지원이니 펀드조성이니 해봐야 기사도 안타고, 결국 약발이 먹히는 섹시한 야마는 쿼터제! 쿼터제를 던지니 그동안 꿈쩍도 안하던 대형출판사에서 약간씩 반응(걱정하는 폼은 잡고 있음), 결국 대형출판사를 끌어내 열린 공간에서 쿼터제로 압박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음. 그러면서 셋트로 독자들과 대면할 만화전문서점, 새로운 출판 프로젝트의 출현이 가능한 만화펀드 조성 등이 정책으로 움직일 것임.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쿼터제는 깃발들고 나가는 전략! 2005/09/28 17:33

    – 캡콜드 – !@#… 쿠루쿠루님/ 전략적 이슈메이킹이라든지 깃발전략이라는 것이야 당연히 이미 알고 있죠…-_-;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전략이 충분히 철저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완전한 정책 도입과 실행까지 도달할 정도의 확고한 완성품을 밀어붙이지 못하면 중간에 파워가 소진됩니다(큼만화가 사태의 경우든, ‘만화정보’의 경우든, 대여권 도입 흐지부지의 경우든…기우가 아니죠). DHS출판사들이 그런 계산을 못할 정도 수준인 것도 아니고. 제가 미숙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아직 약발이 충분히 세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도입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 듬성듬성해서, 걱정하는 폼이 아니라 진짜로 걱정하고 변하게 만들기에는 아직 덜 숙성되었다는 말입니다. 나중에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출판사가 제작과 배급을 동시에 한다면 애초에 총판가지고 걱정할 필요도, 동네 서점에 만화가 안들어가는 것 때문에 전전긍긍할 필요도, 대형서점에서 어떻게 매대에 진열해 놓는지에 따라서 출판사 사람들이 속썩을 일도 없었겠죠. 배급은 어디까지나, 독자를 완전히 만나는 그 순간까지를 의미합니다. 또한 한편 수입을 위한 수십편 졸속 제작은 얼마든지, 초저가로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고료는 복간 또는 동인 또는 단순한 착취 등으로 절감하며, 유통은 50부만 찍고 그냥 안뿌리면 그만. ‘어떻게든 합법적 틀 내에서 사기치는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 시각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원론적 플랜으로서의 압박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어차피 끝까지 못가니까 버텨보자, 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런데 어떤 분야든, ‘규제책’을 도입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워낙 지난한 일이고, 실패확률도 높습니다(저만 하더라도 규제책이라는 형식에는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한국만화시장은 이미 크고 아름다운데… 사실은 규제책을 도입하면서까지 보호해줘야 한다”고 하는 모양새가 되면 논리가 앞뒤가 서로 부딪힙니다. 충분히 전략적으로 숙성시켜서 정말로 외통수나 다름 없는 압박 방식을 취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05/09/28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