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치코마, 대지에 서다 [1/24 웨이브 / 공각기동대 SAC]

!@#… ‘공각기동대’라는 작품의 행보는, 한때 빛나는 작가였던 오시이 마모루가 얼마나 자기 세계에 도취한 텅빈 겉멋의 제왕이 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명이다. 세계적 칭송을 받았던 첫번째 극장판은 작품 자체만 놓고 볼때는 당시의 기준을 크게 뛰어넘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공각기동대라는 작품의 세계를 놓고 볼때는 그다지 돋보일만한 이유가 없다. 마사무네 시로의 원작만화에서 중요한 소재들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주제였던 “인간과 기계가 섞이는 것은 어차피 당연하고, 여러 영혼들과 인공지능이 네트워크로 뒤범벅되는 디스토피아라도… 그래도 여하튼 살아야하지 않겠어?”라는 냉소적 유머감각은 죄다 제거해버린 어중간한 작품이었으니까(뭐랄까, 삼겹살에서 정작 비계를 모두 제거하고, 위에 쓸데없이 철학적인 경구와 꽃무늬를 세겨넣은 느낌이랄까). 그 증세가 훨씬 악화되었던 것이 두번째 극장판 ‘이노센스’였음은 다시 말할 나위도 없고. 그래서 항상 지니던 아쉬움은, 만약 원작의 정서와 주제의식을 제대로 살려내고, 나아가 팀웍을 위주로 하는 전개라든지 결국 인간사회에 대한 관심이라든지 하는 요소들을 제대로 살려내는 장편 시리즈물이 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 그런 와중에 발표되었던 것이 바로 그 모든 것을 충실하게 채워주며 등장한 공각기동대 TV시리즈, ‘공각기동대 SAC’다. 1기는 초대박급, 2기 시리즈도 대박급. 한층 오시이 마모루의 빈자리가 반가웠던 작품들이었다(완전히 손을 안 댄 것은 아니지만).

!@#… 여하튼 서설이 길었다. 중요한 것은, SAC 시리즈는 팀웍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공안 9과의 돌쇠들인 인공지능 사고전차 ‘타치코마’ (원작은 원래 후치코마라는 다른 모델이 등장하는데, 둘 사이의 관계는 2기 시리즈 마지막쯤 가면 드러난다)가 등장한다는 사실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전혀 이야기는 다른 수준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타치코마는 가샤폰 피겨 말고는 제품화되지 않아서 그 귀여움을 제대로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올해 봄, 웨이브에서 인젝션 키트를 발매. 이걸 안 만들어보면 어찌 capcold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여타 다른 일들의 압박 때문에 프라모델을 만드는 속도가 무척이나 더딘 시간이 지속되고 있지만, 하루에 십분씩이라도 다듬으면 언젠가는 뭔가 완성. 자, 그럼 살짝, 이야기 시작.


…가조립 상태. 건프라가 아닌 것 치고는 색분할을 꽤 신경쓴 부품 설계.

…하지만 접합선의 압박은 약간 과장하자면 가히 구판 키트들 수준. 정직한 중앙분계선.

…퍼티와 사포질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색 배합 자체야 간편한 편이니, 퍼런 스프레이로 편하게 몸통 도색.

…그런데 아뿔싸! 테스터스 스프레이의 악명을 까먹고 있었다! 테스터스 스프레이는 뭉침현상이 강렬하기로 모델링계에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타미야 스프레이 칠하듯 칠했더니, 기포가 아주 예술로 박혀버렸다!

…신나 목욕 시킨 후 다시 칠할까…했다가 역시 시간도 없고 귀찮아서, 차라리 그냥 “잔기스와 리벳과 용접땜빵과 총알 자국” 컨셉으로 가기로 했다. 나머지 부품들도 모두 그 정도 질감이 나오게 일괄적으로 스프레이질. 처음에는 깔끔 도색 목표였는데…;;;

…분해 부품 전개. 다리부분의 바퀴가 발모드와 바퀴모드 바꿔끼울 수 있고, 주둥이는 일반 센서, 특수 센서, 기관총 등 교환식으로 3가지 장착 가능.

…다 끼우면 이런 모습. 오돌토돌한 차체 질감에 주목.

…앞모습. 역시 귀엽다.

…윗모습. 생각보다 짜리몽땅.

…뒷모습. 등짐에 사람 들어가는 문이 제대로 양옆으로 열리도록 개조…하려다가 시간없어서 그만뒀다.

…밑모습. 확실히, 곤충을 모델로 했음이 드러난다.

…의외로, 다른 개조 없이도 디테일이 꽤 좋은 편.

…눈. 굴러가는 식으로 작동 가능.

…손(앞발?). 기계 파트는 기본 뼈대는 알미늄, 관절부위는 다시 멕기실버를 칠해주는 식으로 도색. 티는 잘 안나지만.

…기관총과 바퀴 장착.

…바퀴 장착시에는 다리를 얌전히 가지런히 정렬.

…개틀링의 디테일이 쓸만하다.

…비스듬히 내려보는 각도가 은근히 어울린다.

…동봉된 소령 피겨. 크기 비교로 보자면, 역시 쭈구리고 앉아야 겨우 짐칸에 들어가는 정도. 그러나 차렷 자세 부록 피겨는 색칠을 귀찮아하는/못하는 관계로, 나중에 다른 방식으로 처리. 추후 별도 포스트로 처리 예정.

…기스 가득한 머리.

…밑에서 올려보기.

…곳곳에 삼각형 모양으로 배치된 점 세개의 시각 센서가 장착.

…요츠바 탑승!

…크기 상으로도 싱크로가 장난아님;;

…”이랴!”

…여튼 그 후로, 이렇게 책상 한켠에 버팅기고 있다. 공부해! 원고해! 라고 독촉하는 느낌.

…이왕 타치코마 꺼낸 김에, 보너스. 아주 예전에 입수했던 세가 경품 피겨 세트, SD 공안9과.

…소령과 바토. 바토, 너무 작아!

…사실은 바로 이녀석 때문에 질렀던 세트. SD 타치코마! (라고 해도, 원본도 충분히 귀엽지만)

…탐승모드 소령과 합체하면, 이런 모습도 만든다!

…도색은 좀 거시기하지만, 디테일이 이정도면 어디야.

…그리고 진짜 보너스. 사진 찍어서 포샵으로 대충 긁어본 연출사진. 처음부터 이런 연출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뭐 대충대충 되는대로 만들다보니 이런 모습이 되어있었음. 클릭하면 1024 사이즈로 벽지 받기 가능. 다른 사이즈를 원하신다면, 알아서 재가공 하시길.

!@#… 여튼 뭐 특별히 손맛이 좋은 키트라든지 하는 건 아니지만, 타치코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리고 모양새가 썩 그럴싸하게 나왔다는 이유까지 더해지면서 대략 호감 키트. 한국에 있었더라면 아마 3대 사서 소대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이거 하나로 우선 만족.

(나중에 추가) 역시 타치코마와 후치코마의 관계를 따로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약간 추가정보… 간단히 설명. 원작에 등장하는 녀석은 후치코마로, 일본 고사기에 등장하는 스사노오가 타고 다니는 말의 이름에서 따온 것. 그런데 TV시리즈를 만들 때 난관이 생겼던 것이다. 비디오게임업체 코나미사가 후치코마를 상표등록해버린 것. 그래서 컨셉은 같지만 디자인은 다르게 변형시킨 사고전차 ‘타치코마’를 고안한 것이다. 이것을 스토리상에서는 어떻게 풀었냐하면, 2기 마지막에 타치코마의 후속기로 후치코마가 등장해서 결국 원작팬들도 충분히 만족시켜주는 팬서비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후계기는 후치코마를 닮기는 했으나 미묘하게 디테일 디자인이 살짝 다르고, 사실 정식으로는 ‘우치코마’라고 이름 붙여져 있다. -_-; 엉터리 저작권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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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oughts on “타치코마, 대지에 서다 [1/24 웨이브 / 공각기동대 SAC]

Comments


  1. 타치코마 없는 SAC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지요. 뭐 지금까지 본 애니메이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본 애니메이션들 중, 최고의 애니메이션 중의 하나인 것은 확실한 듯 합니다.
    극장판은…이노센스는 못봤습니다만 첫번째껀…뭐그냥 그렇더군요-_-;; 차라리 tv판 SAC가 훨씬 나은 듯 합니다.

  2. !@#… Radiostyle님/ 훨씬 낫죠. 3기가 제작 결정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릴 따름입니다.

  3. 앙증맞은 타치코마가 등장하던 타치코마크래프트가 생각나는군요. 스타크래프가 유행하던 초기에 건담크래프트와 함께 등장했던… 거의 모든 유닛이 바뀌어 있던 건담크래프트와 달리 마린만 타치고마로 바뀐것이라 약간 아쉬웠었는데. 그나저나 녹슨(?) 타치코마가 꽤 멋집니다.

  4. 님 세가 경품 피겨 세트, SD 공안9과 이거 어디서 구입하셨나요???

    제가 타치코마를 구하고있는데 한마라 파시면 안되나요???

    일단 어디서 구입하셨는지좀 가르쳐 주세요 ㅜㅡ

  5. !@#… 지금이야 아무래도 쉽게 구해지지 않을 듯 합니다만, 원래는 토이스*크에서 주문했습니다. 자고로, 아이템을 구하는 방법은 타이밍 아니면 웃돈. 웃돈이 없는 저로서는 타이밍쪽입니다. 그리고 업자가 아닌 개인 아이템 리뷰 게시물에 판매 요청을 하는 것은, 저에게는 무척 이해불가능한 문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