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 독자론(3): 독자들의 생활, 만화의 일상성 [만화규장각 칼럼]

!@#… 게재본은 여기로. 시장조사는 단순히 ‘규모’가 아니라, ‘내역’에 관한 것.

 

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 독자론(3): 독자들의 생활, 만화의 일상성

김낙호(만화연구가)

하나의 대중문화장르를 수용자들에게 확고하게 자리매김시키는 작업이란, 그들이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장르마다 그 방법이나 수위는 다르지만, 만화로 돈을 벌고자 하는 경우라면 특히 일상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만화를 읽는 것이 마음을 다잡고 큰 돈을 투여하는 특별한 클래식 콘서트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책을 꺼내든 모니터를 키든 자연스럽게 하는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수집가 업계처럼 값비싼 레어 판본 시장을 통해 만화책이 특별한 소유재가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만화는 복제예술의 형식과 대중서사의 내용을 담아 즐긴다. 미술관에서의 원화전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널리 즐겨지는 것이 미덕인 방식이다.

그런데 독자들의 일상에 파고들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독자들의 일상이다. 도대체 독자들의 일상은 어떻게 이뤄져있으며, 왜 만화가 그 일상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가. 풀어 이야기하자면, 어떤 일상을 보내는 독자들을 상정하고 있으며 그들의 일상에 (내가 돈을 벌고자 하는) 만화가 어떤 가치를 주도록 고안되어 있는가. 아니, 한 층 더 풀어보자. 왜 당신이 독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그들의 생활 속에서, 당신이 파는 작품을 즐겨야하는지 생각해보았는가.

독자는 각자의 한정된 관심과 시간, 돈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문화를 향유한다면 각각 그리고 집합적 맥락에 따라서 대세 향유부터 개인취향 향유까지, 집중적 향유부터 가벼운 향유까지, 목적적 향유부터 부수적 향유까지 여러 축에서 일상화의 수준이 위치지어질 수 있다. 작품의 사회적 유행에 솔깃하는 것인가 개인화된 (종종 아예 요소 단위로 코드화되기도 하는) 취향에 더 따르는 것인가. 집중적으로 모든 관련 소비를 하는가 아니면 해당 작품만 가볍게 읽고 넘어가는가. 학습이든 사회화든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읽는가 좀 더 여가 오락으로서 읽는가. 그 외에도 여러 축이 가능하겠지만, 만화가 대중문화 장르로서 차지하는 속성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볼만한 단서가 되어주기는 한다. 오늘날 한국 주류 취향 젊은 성인을 타겟으로 상정하며 개인취향-집중-부수 향유를 필요로 하는 내역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웬만한 기적이 없다면 당연히 망하리라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온전히 개인적 소비에 가까운 것이 성공하기에는 한국 특유의 오지랖 문화나 취향 눈치 보기가 강력하게 일상에 자리잡고 있으니 말이다.

거시적 ‘문화’ 차원의 문제도 아니다. 목표로 하는 독자층이 과연 각각의 축에서 어느 방식으로 작품을 받아들여줄지, 현재적 일상패턴의 맥락을 파고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자 청소년이 주요 대상인 소년만화잡지를 생각해보자. 우선 남자청소년의 생활부터 언제, 어디서 만화를 읽는 것인가. 소년만화잡지 발행부수의 전성기였던 90년대 초중반, 잡지는 야간“자율”학습시간의 꽃이었다. 선생의 단속의 눈길을 피해 만화잡지를 책상 밑에서 돌려보며, 그 주의 주요 연재 작품 전개상황을 쉬는 시간에 바로 떠들 수도 있었다. 그런 행위가 만화 독서를 넘어 소극적 일탈의 쾌감까지 약간 가미해주는, 청소년문화의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10년대인 지금, 그런 위치를 만화잡지 독서가 차지할 만한 이유는 적다. 그런 일상은, 대신할 만한 여타 전자기기가 많다. 반면, 그런 미디어 일상을 이용하여 청소년 취향의 디지털만화를 온라인에서 가볍게 몰래 구경할 주요 방문 콘텐츠로 섹션화하여 발전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해 볼 만한 전략이다(단속에 열 올리는 선생들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그리고 그 기반 위에 비로소 일상에서 어떻게 문화에 돈을 쓰도록 만들 것인가, 혹은 쓰지 않더라도 수익 효과를 끌어낼 것인가 고안해야 한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다들 캐쥬얼 게임만 즐길 수 밖에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데 고가의 유료회원제 패키지를 내봤자 의미가 없다. 소액 게임머니와 아이템, 광고로 승부해야 좀 더 적합하다. 대중교통이나 카페에서 무심하게 과시하듯 펼치며 읽는 것이 트렌디한 예술성의 소설(무라카미 하*키라든지)이나 시집 등을 향유하는 일상이고 혼자 집에서 싸매고 읽는 것이 자기계발서적의 일상이라면, 트렌디한 예술성을 과시하기에 좋은 만화는 한층 분절된 단위로 읽기 쉽게 만들고 판형은 휴대하기 좋고 표지는 우아하게 뽑아줘야 한다. 자기계발이나 지식전달과 관계된 교양만화라면 좀 더 두껍고 무거워도 상관없는데 그 대신 ‘더 찾아볼 거리’들을 잘 갖추어 계속 방안 책상 위 참조자료로 꼽아두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다못해 내심 청소년이 주로 찾는 성인에로만화는 장롱에 숨기거나 참고서 사이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판형과 책등으로 만들든지 말이다(이번에는 단속하는 부모님들께 죄송한 말이지만).

이미 있는 일상에 적응시키는 것과 함께, 만화를 일상화시키는 것도 좀 더 장기적이기는 하지만 물론 중요한 목표다. 사실 오랜 기간 동안 만화 일상화의 첨병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잡지였다. 단행본이 특정 작품에 대한 확실한 선호를 만든 후 따로 돈을 주고 사는 이벤트적 성격이 강하다면, 잡지는 이것저것 섞여있는 묶음을 일정 기간마다 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묶인 작품들이 일정한 공통 취향을 반영하고 그 안에서 더 좋아하는 것들이 갈리기 마련이지만, 마음먹고 찾아가는 맛집 코스요리보다는 매일 가는 몇 반찬들이 준비된 구내 식당에 가깝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랜 기간 만화 일상화를 이끈 종이 잡지는 독자들의 일상적 매체활용 환경의 변화에 상품 채산성으로도 제작공정으로도 한계에 부딪혔다. 비단 만화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종이책을 덜 읽고, 잡지를 덜 사서 들고 다닌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만화를 연재분량으로 쪼개서 일상적으로 다양하게 가볍게 접하게 만드는 과정은 없어진 것일까? 그럴 리가 있는가. 포털사이트의 웹툰 연재란들이 그런 식의 일상화를 맡게 되었다. 그 전에는 스포츠/연예신문들의 사이트들이 그런 역할을 주로 수행하기도 했다. 전문 만화포털들이 원래 가장 먼저 그런 역할을 자임했으나 시기나 결제방식, 콘텐츠 관리 등 여러 조건들이 어긋나며 주류화에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포털사이트의 웹툰코너를 통해 만화의 일상적 향유라는 기능이 계속 – 아니 이전보다도 더욱 폭넓게 – 이뤄지고 있다. 특히 독자들 차원에서는 이미 충분히 전환되어 있다. 인기 만화의 최신화가 올라오는 날 쏟아져 들어오는 수십 수백만 히트수에서 보듯, 웹툰 섹션은 만화의 주류적 일상이다. 여전히 종다양성은 아쉽고, 테마 섹션화 등 다양한 묶음 전략도 놀랄 만큼 부족하지만 말이다. 일상화의 핵심기제가 되었지만, 수익모델이 여전히 부실하여 일상화가 창작자에 대한 충분한 수익으로 돌아가지 않을 따름이다. 수익성을 지닌 잡지로 만화의 일상화 기능과 창작자에게 생활비를, 단행본으로 작품 성공에 따른 수익성을 제공하던 모델은 종이잡지에서도 90년대 후반 이래로 그리 잘 작동했다고 보기 힘들지만, 웹툰 섹션에서는 한층 부족하다.

독자의 일상을 파악하고 공략하는 것의 또 다른 중요한 주안점은, 일상이란 평범함의 자연스러움과 동경이 늘 함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간지”의 역할은 보기보다 중요하다. 만화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가장 자신들의 생활 스타일에 맞아 떨어지는 영역과 함께 그 스타일보다 한 층위 멋진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가장 대중적인 작품도 흔하지만, 고급스러운 부분도 흔해 보여야 한다. ‘추억’이나 ‘의외의 소재’로서뿐만이 아니라, ‘고품격 미학’으로 포장되는 소위 예술만화의 영역도 충분히 가시적일 때 오히려 가장 일상적 대중오락의 눈높이에 맞춘 만화도 더 낮은 것으로 편견을 동원당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21세기 초에 유럽만화 붐과 인디작품의 성장 속에서 그런 영역이 일정부분 만들어질 뻔 했으나, 대중적 호소력을 지닌 포장 작업이 유감스럽게도 많이 부족했다. 유럽만화의 ‘알붐’ 포맷은 들고 다니며 자랑하기에 쉽지 않았고, 인디/언더만화계는 예술의 자유혼에 몰입하여 기술적 완성도를 걷어 차버리기 십상이었고, 평론들은 허영심과 구매욕을 동시에 자극하여 판매량을 올리는 접근법이 부족했다. 덕분에 만화가 동경의 대상이 되어 일상성을 함께 높여주는 과정은 아직도 매우 더디게 진행중이다. 물론 이 또한, 독자가 자신의 일상적 생활 속에서 언제 어디서 소위 예술만화를 읽으며 자신의 취향을 자랑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출판사의 소셜미디어 전략이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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