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밥할머니 축출 사건, 대처하는 자세

!@#… 서울대 인문대 앞 ‘해방터’의 김밥아줌마가 쫒겨나게 생겼다는 기사가 무려 네이버 가장 많이 본 뉴스란에 등극. 언제부터 날품팔이 노동자의 삶에 다들 이리 관심이 많았는지 신기할 노릇이다. 또 서울대 네임밸류인가.

!@#… 사실 서울대 인문대 측도, 학생회 측도 일리가 충분히 있다. 학교 입장으로서는 여튼 무허가에 위생검사 없는 장사인거고, 학생회 측 입장에서는 생활의 일부이자 학생 문화의 중요한 전통 가운데 하나니까. capcold 역시 김밥할머니를 종종 애용했고, 항상 총학 단위로 참가할 정도의 큰 시위가 있을 때마다 현장에 나와서 비상식량을 공급해주는 그 굳건한 모습에 감동한 바 있다. 즉 행정적 분류상으로는 잡상인, 문화적 위치로는 유서깊은 서울대 명물.

!@#… 여기에 대놓고 왜 인문대 행정 공무원들이 할머니를 내쫒느냐고 해봐야 소용 없다. 그들의 ‘공무’에 있어서 서울대의 암묵적 전통이고 문화적 가치고 명물이고 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으니까. 식중독으로 누가 쓰러지면 그들이 책임을 뒤집어쓰는 사태만 막는 것이 그들에게는 중요하다. 그렇다면 전통과 이미지를 신경써줘야할만한 교수들이라면? 에이. 김밥할머니는 교수 생활의 명물이 아니라, 학생 생활의 명물.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없다. 가져주면 훌륭한 사람이자 대인이지만.

!@#… 즉 무슨 말인고 하니, 김밥할머니를 명물로서 보호해야할 임무는 애초부터 학생들에게 있고, 그들의 대표기관인 학생회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호하냐고? 대자보를 수십장 쓰든 인터넷을 폭격하든 어쩌든 아무 소용없다. 룰 바깥에 있던 김밥할머니를, 룰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우선, 김밥할머니의 캠퍼스 내 영업허가를 받아내라. 대학 행정부와 쇼부치고, 영업비를 대납해주는 것도 필요하면 해야지. 위생검사 받아라. 물론 행정절차 복잡하고 이거저거 잔손이 많이 가서 할머니가 직접 처리하기 난감하겠지? 학생회가 해줘라. 간단한 논리다.

!@#… 지켜야할 가치가 있고 또 지키고 싶다면, 계속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켜주라는 말이다. 조건이 부당하면 연관된 이들과 함께 합의하여 새로운 룰을 만들어내든지. 그 모든 합리적인 방법들을 놔두고 주장만 백날 퍼트려봐야 아무 소용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단 서울대 학생회와 김밥할머니 뿐만 아니라 좀 더 큰 차원의 여러가지 ‘운동’들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 이제쯤 다들 눈치채시리라 믿는다.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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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thoughts on “서울대 김밥할머니 축출 사건, 대처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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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노점상의 강세는 ‘노’가 아닌 ‘상’에 있다

    […] 노점상이라. 이전에도 capcold는 만약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면 제도의 틀에서 지켜내라고 […]

Comments


  1. 아 정말 맞는 말씀이네요. 서울대 총학생회가 저런 식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네요. 근데 저런 방식을 생각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진행상의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닐테고 비용도 꽤 들어갈텐데 말입니다. 그걸 해결하려면 아마도 학생들의 비용 모음이 필요할 수도 있을테고, 절차상의 난관도 꽤 있을텐데… 그걸 다 극복하려면 단순한 관심만으로는 해결안될테고, 메타 이슈를 주로 다루고 싶어하고 작은 이슈는 문제 제기로만 그치고 넘겨버리는게 속편할 총학생회가 과연 어떨지… 전술적인 측면에선 언론 매체를 통한 이슈 폭로와 대중들의 감성을 활용하여 쉽게 위에서의 해결을 도모하는 시간 절약형 해결도 국내 정서상으로는 일리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합리적일 수도 있죠. capcold님의 합리적인 방식도 좋은 전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 절약형 해결법이 안먹혀들어가면 당연히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구요. 근데 과연 할 수 있을 지는 ‘대단히’ 의심스럽습니다.

  2. Gameweek/ 단순히 좋은 전술이 아니라 유일한 해결법이 아닐까요. 말씀하신 시간 절약형 해결법 같은 것은 사실 “우린 마음은 앞서지만 나서기는 귀찮으니까 누구 한가한 분께서 저 유일한 해결법을 누가 좀 나서서 대신 해줍쇼-“하는 셈일 뿐인 것 같습니다.

  3. 기사에 나온 대로라면 ‘대신 해줍쇼’ 수준도 안 되던 걸요. 기사내 인터뷰 학생들은 저런 해결법 이전에 학내 노점이 문제가 된다는 것도 인식 못 하는 수준이라. 서울대 총학이나 게시판에도 그런 글들이 꽤 있던데 특히 먹고 죽었다는 사람 없으니 ㅇㅋ라는 인문대 학생회의 글은 참 안습이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상태가 좀 더 낫길 뿐입니다.

  4. 비슷한 생각은 했습니다. 일단 학교측의 주장이 합리적으로 문제될건 없으나.

    그럼 ’20년동안은 왜 가만히 있었는가’ 라는 시기에 대한 문제가 생기니

    그런, 이런 저런 점들을 끌어댕기면 ‘이 할머니만큼은 예외로 쳐, 명예장학생? 명예학위? 명예교직? 등을 부여하고 그런 부여자의 이름은 학생회의 이름으로, 그리고 그 학생회의 행사를 학교측에서는 20년세월에 대한 특례로 묵과해주는 등의 방법이 있겠거니?’ 라고 생각했죠.

    뭐 문제의 포인트는 언제나 윈윈과 예측가능한 범위내에서의 우려를 없애나가는것일텐데 그런 묘가 보이지 않는 일방적인 호소로만 이뤄져있어서 으흠..하게 되더군요.

    캡콜선생의 이 글은 곧 미디어ㅁㅂ….으로 콜록

  5. 여하튼 다른 이야기지만 저도 비슷한 문제들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편입니다.

    5년전에는 , 길을 걸어다니면서 노점상들을 볼때마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에이 세금을 내기는 커녕 탈세를 하면서, 시민들의 공공재산을 침해하여 장사를 하고 있는 이들. 분명히 공무원들의 뒷주머니나 기타 자리세를 뜯는 세력들에게는 시달리고 있겠지. 좀 근본적으로 다 없어졌으면!”

    그런데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공공도로로서의 면적과 보행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상태에서, 적절한 세금을 부과받으면서 뭔가 노점상이 공존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꼭 없애는게 능사는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내일을 무시한채 길을 점유하게 내버려두는것도 결코 좋은 문화는 아니니, 분명히 뭔가 공존할 방법이 있을텐데. 그것이 뭘까.”

    아직도 그것이 뭔지 궁금합니다.

  6. !@#… all/ 문제는 역시, ‘문제를 제기할 마음’은 넘쳐나도 ‘문제를 해결할 각오’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주입식 야매 교육의 – 심지어 논술마저도 – 폐해? (퍼펑~)

    !@#… nomodem님/ 노점상 일반의 경우도, 노점상의 ‘가치’가 누구에게 과연 무엇이 있는지를 우선 확실하게 따져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겠죠. 추운 겨울밤 버스 정류장 근처 군고구마 리어카의 서민문화적 가치를 어찌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룰을 만들고 관철시키기 위한 복합적인 합의체의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차피 공무원은 공무원, 애호가는 애호가, 장사치는 장사치, 지역주민은 지역주민의 마인드로 가게 되어 있으니까요(공무원들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준다든지 하는 일 따위, 절대 없습니다). 합의체에서 합리적인 합의를 못보면 다 함께 손에손잡고 루즈-루즈라는 확실한 교육과 함께.

  7. 풀로그 타고 들어와서 봤는데. 마지막 덧글의 “어차피 ~” 부터 끝까지의 문장이 일본 소설 같은 느낌이네요.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라서 인사겸 ^^;

  8. 학교 당국이 두 손 들고 출입규제를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전한 다이내믹 코리아.

  9. !@#… intherye님/ 즉,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갔군요. 언제라도 책임자급 당국자 한 사람이 다시 마음만 먹으면 같은 상황 반복…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