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럭, 황우석. (와이어드 기사)

!@#… ‘국익’이라는 광기의 색안경을 제거하고 보면, 지난 한달간의 황랩 쑈는 대략 이런 상황이 된다. WIRED지에 기고한 한 평범한 미국 전신마비 장애인 필자의 사건 과정 관찰.

Good Luck, Hwang Woo-suk  (2005-12-19)

!@#… 이 사람에게도 황랩의 줄기세포 연구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희망‘인양 목숨걸지는 않는다. 하기야 미국에서 9년째 전신마비인데 별의별 치료법에 대한 소문과 소식들을 들어왔겠지. 그리고 아직 그게 진짜 치료로 이어지려면 천년만년이라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사기면 죽어버릴꺼야라는 비장함보다는, “맞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점점 믿기 힘들어지는구나”라고 관조적인 평을 내릴 수 있는 것.  33조? 국익? 이 사람은 그냥, 치료법이 개발되면 한테 도움이 된다는 거다. 실제 과학의 성과나 과정들을 놓고 볼 때, 이것이 바로 정상적인 반응이다.

!@#… 현재 한국 찌라시 언론의 마지막 지푸라기, 과연 원천기술이 있는가 없는가 이슈. 원천기술이 뭐라도 있다고 증명되면 그간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해주자는 아주 연말스러운 훈훈한 분위기다. 역겨울 정도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현대 서양식 과학을 옛날이야기의 ‘짚신의 장인’ 취급한다. 일자전승, 세상에 혼자만 할 수 있는 기술. 장인이 죽으면 기술도 사장되는 신비주의. 하지만 현대 서양 과학의 체계는 바로 기술의 기록과 전파, 즉 축적을 위해서 최적화된 시스템이다(그렇기 때문에  데이터 조작 등으로 축적 과정에 해를 끼치는 것이 바로 가장 큰 죄악이다). 아니 도대체 ‘논문’이라는 것이 과연 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황교수가 낙마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희망’이 꺾이는 것은 아니니 제발 걱정좀 그만하시길. 차라리 이 분야가 과학으로서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공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원 처우개선을 주장해주시길 바란다.

PS. 아 이런 된장, 조선일보에서 벌써 위의 기사를 낚아갔다. 물론 실제로 대단히 관조적인 본문 분위기와는 달리 졸라 감상적으로. 같은 기사도 그렇게 엮어넣을 수 있구나. 아 짜증나.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조선일보가 아니라 조선할리퀸이다.

PS2. 그런데 구글 영문뉴스에 황랩 관련 기사가 자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영자 기사들로 도배되는 것, 무지 보기 민망하다. 그런데 코리아 타임즈에서 의외로 진짜 재밌는 것 발견: (클릭)

…무려, 황우석과 영화 킹콩을 비교하는 절묘한 센스. 그래, 이런 게 바로 스펙타클이고 엔터테인먼트지.

PS3. capcold도 관조적 자세를 한번 취해보려고 부던히 노력해봤지만… 이런 내용들이 자꾸 드러나면 정신이 대략 멍해진다. http://mogibul.egloos.com/2042166

… 기증자 가족이 있는 윤리위, 인체실험 제안… 과연 어디까지 개념이 증발하나 한번 두고보자.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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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굳럭, 황우석. (와이어드 기사)

Comments


  1. [네이버덧글 백업]
    – drmlord – 혹시 영어가 부담스러운 분들은 Wired 기사를 다음에서 한글로 읽을수있습니다. 매일 나오자마자 번역하는거라서 번역의 질은 보장못하지만요.

    http://wired.daum.net/technology/medtech/article00466.shtm 2005/12/21 03:03

    – 캡콜드 – !@#… Dreamlord님/ 방금 Little Nemo 배달왔습니다. (뽐뿌에 굴복…) 2005/12/21 03:45

    – 기린아 – 솔직히 점점 관조적 자체가 어려워 집니다.-_-; 관조적 자세를 유지해 보려고 해도, 잘 안되는군요.-_-;; 2005/12/21 10:01

    – drmlord – 부럽습니다. 저는 이번주에 부모님이 오실 예정이라서 집에 사놓은 만화책도 조금 덜보이게 감춰놔야 할 판이라 (“안보이게” 감추는건 불가능) 당분간 비싼책 구입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2005/12/21 16:07

    – pinksoju – 1. 티비토론 때, 누군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데, 많은 난치병환자를 대표하는 사람이 토론자격으로 참석했었는데, 사실 위의 사람과 거의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어차피 난치병 환자들은, 자신을 일으켜줄 기적의 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지요. 황우석을 기적화한 것은 역시 알럽황까페와, 각종 언론 등지의 역할이 문제…얘기 들어보니, 드라마에서도 누가 아프면 “황우석 교수님이 구해주실꺼야.”라는 대사도 자주 나오곤 했다더군요..:)

    2. 임상실험…좀전에 한피디 인터뷰 기사보고 왔습니다;;; 오히려 점점 어떤 인간인지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 같은 생각이. 관조적 자세는 그 밑에 달린 황빠!(이 표현 정말 쓰기 싫었는데.)들의 대다수 임상실험 옹호 리플때문에 잃어버렸습니다.
    2005/12/21 19:26

    – 캡콜드 – !@#… 그러고 보니 경향신문에서도 위의 와이어드 기사 소개. 그런데 여기도 이 글을 무지 감상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아… 그러고 보니 사이엔지에서는, 이것을 “눈물의 호소문”이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군요. 도대체 다들 왜그러는거야! 2005/12/22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