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블럭화를 추구하기

!@#… 진보지식생태계라는 개념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른 조건들도 적지 않지만) ‘지식의 블럭화‘다. 아니, 지식들 사이에 장벽을 쌓자는 식의 ‘차단’의 block이 아니다. 레고 같은 블럭 장난감의 그 블럭이다. 말 만으로 쉽게 설명하기 좀 어려운 이야기라, 간만에 설명용 짤방도 좀 들어감.

!@#… 예를 들어, 예술과 인문학 대부분의 경우 종종 하나의 지식은 그 자체로 완결적 작품에 가까워지곤 한다. 여러 전통과 영향 속에서 나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각각은 독립체 같은 모습이다. 보편 지향 지식, 메타적 틀, 세계를 보는 하나의 직관 같은 경우들 말이다. 비유하자면 동상 같은 것.




과학, 즉 사회과학 대부분과 자연과학의 경우, 하나의 지식은 부품에 가깝다. 어떤 연구 패러다임 혹은 연구 토픽 안에서, 특정한 완성체를 만들기 위한 특정 부품의 모습이다. 분과화된 전문성이 워낙 강해서, 그 분과 이외의 부분에서 직접 적용하는 것은 대체로 매우 어렵다. 비유하자면 특정한 사이즈와 두께의 태엽.



그리고 그 분과 안에서는 정밀한 무언가를 완성해내는 것이 가능하다. 비유하자면 특정한 태엽들로 이루어진, 정밀 시계.



그런데, 이런 것들이 늘어날 필요성을 역설하고 싶다.


각각은 부품이지만, 특정한 정해진 하나의 완성품보다는 범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추구하는 바에 따라서 어떤 이는 이런 것,




다른 이는 이런 것,



또 누군가는 이런 것도 만들 수 있다.


개별 부품의 모양은 물론 다양하고, 그 중에는 투박하고 단순한 모양도 섬세한 물건도 있다. 하지만 기본 모양에 더해서 돌기라는 호환성 높은 “결합부”가 존재하기 때문에, 낱개의 독립체도 특정화된 부품도 아니라 여러 결합이 가능한 ‘블럭’이 되어준다. 돌기가 있어서 개별적 플라스틱 덩어리는 블럭로 거듭난다.

!@#… 레고블럭이 아니라 지식생산물이라면 그 돌기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일까. 우선 그 지식을 여러 층위에서 쉽게 검색하고 제대로 이해하고 필요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이 있다. 우선 키워드 태그, 내용요약 같이 기존 학문분야에서 이미 충분히 확립해온 것들을 비학문분야의 지식정보에도 더 보편화할 필요가 있다(그렇다. 세줄요약 문화에서 희망을 본다). 사용한 데이터 역시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가급적 많이 표준화 가능한 로데이터로 오픈시키는 것도 또다른 돌기다. 그리고 돌기의 다른 기능은 그런 결합이 있다는 것 자체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이 지식정보는 어떤 식으로 다른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따로 첨부하는 것도 돌기다. 특정한 지식정보를 통해 결합이 되어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소스를 명시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 속에서, 레고로 물건 만들듯 각자 관심있는 형상으로 자기 실력껏 자유롭게 만들어보는 것. 그것이 지식정보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조건이다. 조각가의 심정으로 개별 작품을 쪼아내거나, 시계공이 아니면 부품을 다룰 엄두가 나지 않는 그런 식을 벗어나 한층 자유롭게 다양한 가능성들을 실험해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지식정보들에 인터페이스를 부착하는 것이 바로 지식의 블럭화다.

!@#… 그런 식으로 뭔가 능동적으로 만들어보는 것에 머뭇거리는 보수성향보다, 진보성향을 추구하는 이들이 앞서서 주도하기에도 좋다. 진보싱크탱크로 분류되는 연구소 하나에서 먼저 실험적으로 자신들의 연구결과물들로 검색엔진 중심인 오늘날 정보환경에 최적화된 분류와 접근성을 실험해보고(예를 들어 하다못해 해피캠퍼스보다는 구글 페이지랭크가 높아져야하지 않겠나), 그게 오호라 쓸만해서 다른 곳에서도 배워가고 그게 점점 더 퍼지면 딱이다. 뭐 여튼 그런 이야기다.

Copyleft 2010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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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thoughts on “지식의 블럭화를 추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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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태그에 ‘짤방’을 넣어서 보기드문 짤방 포함글을 기념하심이… ㅎㅎ 이미지 들어가니까 이해가 더 쉽네요. 잘 읽었습니다.

  2. 모듈화 지식부품의 생산-유통-조립을 위해서는 규격과 표준, 품질검사 등의 부품산업이나 과학저널에서 쓰는 방법론이 유용할 듯합니다. 너무 심각하게 적용하면 번거로울 테니까 간단양식으로라도 필수요소를 생각해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지난번 강조하신 출처표기도 한가지 중요한 필수요소죠.

  3. !@#… R~님/ 문제는 커녕, 대환영입니다.

    새벽안개님/ 옙 부품산업이나 과학저널 등에서 이미 더 많이 발달시킨 것들을 적극적으로 여기저기 차용할 필요가 있죠. 규격에 내용을 맞추기보다 내용에 적합하도록 규격을 조율할 수도 있는 융통성과 함께… :-)

  4. !@#… dauti님/ 옙 저도 Pivot을 꽤 흥미롭다 생각하여, 링크 걸어둔 진보지식생태계 구상 페이지에도 처음부터 언급했더랬죠(2.1 ‘순환’ 파트). 다양한 취합과 재조합이야말로 지식의 본모습이자 이상향이고, 블럭화는 그 방향을 위해 여러 사람들이 여러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바를 제 방식으로 개념화한 것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