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저널리즘의 새로운 다크호스

!@#… 밑바닥 따위는 없다. 계속 떨어질 뿐이다.

 KBS “황우석 ‘줄기세포 특허’ 지켜야” (한국일보)

 KBS’생방송 시사중심’ 전용길 PD 말씀하신다: “이번 방송은 언론의 맹목적인 팩트주의를 반성하는 내용을 담을 것“. 이럴때는 대략 어이가 은하철도999타고 안드로메다로 직행해서 메텔과 쎄쎄쎄하신다. 지존급 개그언론인으로 발돋움하셨으니 축하.

 !@#…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의 “때로는 국익을 위하여 진실을 덮자“(MBC 100분 토론) 발언 이래로 최강의 개그.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팩트보다는 직관이다” 발언과 같은 패밀리 계열이기는 하지만, 뭐랄까 포스가 남다르다. 자타 공인 황빠 KBS 홍사훈 기자와 함께 우석갈비를 먹다가 탈나서 광우병이라도 옮으신 것 아닌가 사료된다. 빠른 쾌유를 빈다.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오랜만에 발견한, “개념글“.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야매 외신은 계속된다: 유럽 라이벌들이 한국을 제쳤단다

!@#…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구나, 찌라시 언론들의 지조때로 외신 짜깁기. 황우석의 사기가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는 틈에도, “이러는 사이 외국이 자꾸 한국을 추월하고 있어!”라는 골때리는 채찍질은 그치지 않는다. 사실 언론사의 입장에서, 이따구 논지가 가져다주는 몇가지 확연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뭐냐하면,

1) 독자 일반의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건드려줌으로서 공감대 형성

– 심지어 ‘진실’보다도, 독자와의 공감대가 더 중요시된다는 것이 이번 건에서 누차 증명되었으니 뭐. 조선일보가 황을 감싸고 오보를 남발하고 진실규명 노력을 짓밟았지만, 황이 사기꾼으로 판명되었으니까 이제 조선일보 구독 끊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심지어 강단있는 반골 이미지로 자신을 구축해온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조차도 피디수첩의 진실규명 노력을 “재수없다”고 치부하는 판에.

2) 선진국을 따라잡자라는 현대사 이데올로기

– 여하튼 한국은 전후 현대사 내내 잘살아보세를 암묵적 국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잘살아보세의 내막은 정말로 행복한 삶을 꾸린다든지 하는 것보다는 선진국, 특히 서구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즉 한국 자체를 판단 기준으로 신뢰하고 싶지 않고, ‘선진국’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그러니까 미국의 영어테스트인 토익따위가 한국에서 입사 시험의 준거틀이 되지 않던가). 선진외국과의 비교는 아주 근본적으로 잘 먹혀든다. 재밌는건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독자들이 외신을 준거틀로 삼고자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것. 그 외신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한국 언론을 통해서 필터링되서 들어오는 건데 말이지. 참 골때리는 일이다.

3) 저널리즘의 ‘전문영역’을 자랑하기

– 솔직히 요새는 누구나 다 자기 소식이 있고 특종이 있다. 즉 누구나 기사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극단적인 예는 오마이뉴스, 개인 블로그들이고. 즉 특별한 소식을 발굴해서 전한다는 저널리스트들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졌다. 그런데 아직 ‘일반인’들이 손대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해외 언론들을 통한 소식, 즉 “외신”이다. 언어장벽이 있거든. 그리고 외국 언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왠만해서는 잘 모르고(잘 알 필요도 없고). 그래서 외신 보도를 하면 아주 전문적 저널리즘처럼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다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저널리스트들도 그렇게 외신에 밝지 못하기 때문에, 소수 전담 취재자들이 가져온 소스를 가지고 서로 돌려가며 베껴가며 비스무리한 내용들을 양산하지만.

!@#… 게다가 이번 건에 한정시켜 놓고 보자면, 한가지 이점이 더 있다:

4) 지난 과오 묻어버리기

– 알다시피, 찌라시들로서는 참 이번에 밑바닥을 드러냈다. 아니 밑바닥을 파고 천연암반수까지 도달했다고나. 한편으로는 그래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 소재를 우려먹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추리꺼리’도 슬슬 떨어지는 만큼 어서 봉합하고 넘어가고 싶은 구석도 있다. 어떻게 하면 너무 속보이지 않게 다른 이슈로 넘어갈 수 있을까. 간단하다. “소모적인 논쟁을 이제 슬슬 접고 발전을 바라보자”라는 명제를 주입시키는 거지. 이런 패턴 한두번 본 것 아니지 않나. 가깝게는 2004년의 대통령 탄핵건에서도 화려하게 선보였던 담론 구성방식. 소모적 논쟁을 하면 안된다는 당위성을 주는 확실한 방법은? 이러는 동안 남들이 우리를 추월한다는 것. 명쾌하다.

!@#… 여튼, 그래서 이런 보도들이 나오는 것이다.

황우석 박사 실족, 유럽 라이벌 학자 활개친다
[연합뉴스 2006-01-02 01:05]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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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유력지이자 세계 우수 저널리즘 톱텐 안에 항상 들어가는 신문,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의 1월1일 일요일자판에서 외신 인용. 선정적인 제목에서 볼 수 있듯, 황우석이 낙마하니까 다른 외국 학자들이 활개친다, 뭐 그런거지. 아 이거 위기감 고조. 한국인들이 이러고 있어도 될까, 하는 위기의식이 절로 샘솟는다.

!@#… 자 여기서, 슬슬 원문 뒤져볼 때가 되었지. 무료 기사 공개되어 있는 온라인판이 아닌, 유료 서비스라서 눈물 머금고 기사 단위 결재. 아아, 졸라 비싸다. 여튼 어디보자. 1면에 있는 기사 예고 제목은 “Weiter klonen“. 즉 “복제는 계속된다“. 59면(즉 그만큼 과학 기사는 무척 비대중적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에 있는 본문 기사 제목은 “Europas Klonpionier“. 유럽의 복제개척자. 자세한 내용은 좀 줄이고, 그냥 1면에 소개된 예고글 그대로 옮기자. 움라우트는 코드 깨지니까 생략.

Der Falschungsskandal um den sudkoreanischen Klonpionier Hwang hat die Stammzellforscher erschuttert. Jetzt ruhen die Hoffnungen auf den Wissenschaftlern in Europa. Einer von ihnen ist der in Newcastle tatige Miodrag Stojkovic. (by Mark Livingston, 1.1.2006)

남한의 복제개척자 황의 조작 스캔들이 줄기세포 연구자들을 뒤흔들었다. 이제 희망은 유럽의 과학자들에게 놓여졌다. 그들 중 하나는 뉴캐슬에서 활동중인 미오드락 스토이코비치다.

대략 여기까지만 봐도 원문의 뉘앙스 짐작가지 않나? 스토이코비치 소개 기사다. 황우석 이야기는 그냥 양념일 뿐. 그것도 전체 기사는 줄기세포 연구의 제도적 어려움에 대한 것, 줄기세포 연구가 복제인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 등의 내용이다. 스페인으로 간다는 것도 고액연봉 스카웃 그런게 아니라 복제 연구 제한이 덜한 곳으로 가는거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이 기사는 스토이코비치를 통해서 줄기세포 연구가 무슨 만능 치료약이 아니라는 것, 당장 내일이면 모두 벌떡 일어나서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잇다. 즉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세간의 편견과 거품을 오히려 깨버리고자 하는 기사라는 말이다. 유치하게 무슨 국제 경쟁이 어쩌느니, 유럽이 세계최고니(아니 도대체 유럽이 한 나라냐?) 하는 기사가 아니란 말이다.

또 덤으로 연합뉴스 문정식 기자는 “최근까지도 스토이코비치 박사는 건강한 여성의 난자를 확보한 황박사 팀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라고 쓴 대목이 있는데, 원문에서는 “건강하고 젊은 여성의 난자를 쓸 수 있는 남한을 부러워했다“라고 되어있다. 연합뉴스 문정식 기자가 생각하고 싶었던 것 처럼 스토이코비치가 황랩을 시기한게 아니라, 한국의 연구환경을 탐냈다는 거지. 이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연구환경을 찾아서 영국으로 갔고, 또 스페인으로 가려는 사람 아닌가. 참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이토록 뼈저릴 수 없다.

!@#… 하지만 지조때로 읽어낸 기사 하나, 한국 찌라시 업계를 한바퀴 도셨다. 아싸가오리 외치면서 이걸 그대로 이어받아서, YTN, MBN, KBS, 해럴드경제,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바퀴 돌아가면서 다 그대로 썼다. 번역이고 뭐고 그대로 베끼다시피 해서. 연합뉴스 기사에서 ‘미오드라’라고 이름을 잘못 표기하니까, 이후 보도들에서 너도나도 미오드라다. 원문에 원어로 쓰여진 본래 이름 안 읽어본거지. 하기야 영어들도 잘 못하는데, 독일어는 오죽하겠나. 게다가 숫제 이전에 국내에 보도되었던 과학 관련 기사들 검색조차 안해본거지. 중간에 “유럽 학자, 줄기세포 선두 주자로”(중앙일보) 같은 문학적인 제목으로 가끔 탈바꿈도 하고. 뭐 굉장하다고 밖에.

!@#… 하지만 진짜 걸작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있다. 세계일보, 아주 뒤지게 웃겨줬다.

한국은 죽쑤는데…미국 “배아줄기세포 신기술 개발”
[세계일보 2006-01-02 21:06] 조현일 기자
(기사클릭)

개그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UW-Madison에서 개발했다는 연구라는 것은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지, 황랩에서 하고 있던 핵치환 배아 줄기세포가 아니라고. 그것도 영양세포 공급법 개량을 통한 배양 효율 개선.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한 녀석은 브레이크 연구 중이고 한 녀석은 트랜스미션 연구중이었다, 라고 보면 되겠다. 나중에 다 취합되면 좋은 자동차가 나오는 것이지, 무슨 동종 분야의 라이벌 연구가 아니라고. 게다가 황빠들이 원천기술이라고 극구 주장하는 황랩의 주력 분야는 배반포 단계까지라며. 아 그리고 이 기사에도 말미에 “미오드라” 스토이코비치 박사 또 등장하신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외신, 아니 그걸 인용한 연합뉴스 기사 적당히 쑤셔넣어서.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는 스포츠고 연예고 정치고 경제고 뭐고 다 뭉뚱그린 ‘국제’ 섹션 전문인지라 과학에는 사전 학습이 좀 많이 부족했나 싶다. 그런데 프로 저널리스트가 그러면 안된다. 특히 전국민(?)이 세포 전문가가 되어가는 한국 현실에서. 너무 쉽게 야매란게 뽀록나잖아.

!@#… 호랑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외국 과학자 라이벌들”이 몰려오신단다. 겁나 죽겠다. 아 뭐 여튼. 저널리즘의 위기는 온전히 저널리스트들의 몫이다. 어디 딴데 이유 돌리고 자시고 그런거 없다. 이런 식의 같잖은 외신 보도는 그런 야매스러움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번 황건으로 한국 과학계의 야매가 마구 드러나는데, 사실은 한 구석에서 언론의 야매도 마구 드러나고 있다. 이쪽에도 나중에 사람들이 관심 좀 가져서, 언론개혁 한번 하면 얼마나 좋을까.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빨리빨리 문화가 문제라고 AP님이 말하셨단 말이지?

!@#… 자꾸 기사 좀 이딴 식으로 날로 먹지 좀 마, 스벌놈들아. AP님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셨단다. 어째 “일반인은 못본다는 엄청난 권위의 사이언스님”이 생각나는 투의 어감이지만, 뭐 그러려니 하자.

클릭 (YTN)

또 클릭 (SBS)

!@#… 결론부터 말하자면, 찌라시 언론사의 찌라시 기자들이 원문도 제대로 안읽고 지랄친 것. 원문은 이거다.

여기서 빨리빨리 문화 어쩌고 하는 것은, 고려대 사회학과 박길성 교수의 말을 인용한 것. 무엇보다, “빨리빨리 문화”라고 키워드를 하나 새로 만든 것도 아니고 “신속한 결과를 원하는 사회 시스템”이라고 표현되어 있을 뿐. 난데없이 빨리빨리 문화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도 아니고, 특별히 지탄하는 것도 아니다(심지어 이런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도 높게 평가하는 부분도 있다). 아 “빨리빨리”라는 단어 자체를 한번 해설해주기는 하지만.

!@#… 그보다, 한국인의 문화가 좀 그렇다, 라는 것은 한국인을 제외한 나머지 전세계인들에게는 기사적 가치로 치자면 대략 흥미 가십거리 정도 이상이 아니다. 부시가 대통령으로 재선된 이유에 대해서 “미국놈들이 원래 좀 저능하거든” 이라고 기사가 나가면 한국에서는 그게 슬쩍 웃고 지나가는 오락성 기사 이상으로 받아들여지겠냔 말이지.그런데 왜 이렇게 대단한 지적이라도 받은 양, 진리라도 알아낸 양 지랄치고 있냐고? 왜냐하면 기사를 이따구로 써줘야 해피해 하는 독자들이 무진장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문화’가 잘못이면, ‘내 책임’은 사라지니까.

 

— Copyleft 2005 by capcold.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격한 비판은 쓰기 싫었는데, 그래도 이동/수정/영리 자유. —

조선일보의 문서 독해 능력이란…;;;

!@#… 조선일보가 일말의 반성도 뭣도 없이, 갑자기 정의의 사도 흉내내며 황우석 의혹 캐기 노선으로 간 것은 뭐 그렇다 치자. 사실 ‘다수 여론’이라는 것 자체가 딱 그 수준이니까. 조선일보가 그런 씨부럴 짓들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다 충성스러운 지지를 보내주는 독자라는 공범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너무 급박하게 노선을 바꾸고 취재를 나서서 그런지, 취재내용들이 아주 개판이다. 최근 조선일보가 전형적인 ‘특종’형 보도로 내세우고 있는 이 녀석을 보자.

관례 벗어난 거액 연구비… 돈거래 조사 불가피: 섀튼, 黃교수에 ‘대금청구서’ 보내  (2005.12.21. 01:36 / 특별취재팀)

(클릭)

“…섀튼 교수는 황 교수에게 보낸 청구서에서 자신을 포함한 3명의 기본 연봉(Inst.base salary)을 섀튼 25만9000달러, 시멀리 12만6274달러, 휴잇슨 10만9803달러라고 밝혔다. 기간은 12개월이며 9월에 보낸 청구서에서는 ‘25%’에 해당하는 청구금액으로 섀튼 7만9858달러, 시멀리 3만8829달러, 휴잇슨 3만3764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은 9월에 보낸 청구서가 처음 보낸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비슷한 금액이 청구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이 같은 금액의 요청이 수차례에 걸쳐서 정기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25%? 어디, 조선일보가 입수했다는 서류 스캔본을 봤다. 아니나 다를까, Effort on Project 항목 아래에 있구먼. 한국에서든 어디든, 대학원서 프로젝트 뛰면서 기안 만들어본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배꼽잡고 자빠져 웃기 시작할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이건 ‘투입율’이라고 해서 개별 참여인력의 가용 시간과 노력 가운데 어느 정도의 비율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하는가 라는 것이다. 섀튼이 연봉 2만6천달러 짜리 가치를 지니는 사람인데, 졸라 프로젝트가 많단 말이지. 그런데 A라는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이, 그 인간 전체 업무의 25% 만큼의 노력을 투자한다. 그렇다면 그 프로젝트에서 내게 수당으로 주어야 할 것은 1년 기준 65000달러. 프로젝트에서 man-month를 계산하는 기초중에 기초다. 즉 조선일보 기자님들이 졸라 머리 굴려서 추측한 바는 이번에 25% 청구했으니 나머지 75%도 틈틈이 청구했겠구나, 뭐 그런거지만… 실상은, 이게 바로 전체 청구내역인 것이다. 문서 정도는 제발 제대로 읽을 줄 알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자꾸 생긴다. 그래도 금액이 졸라 많다고? 무슨 교수가 연봉이 2억원이 넘냐고? 쌓인 업적과 명성에 따라서 연봉 차이가 졸라 큰 게 그 쪽 세계란다.

그리고 무슨 청구내역이냐고? Role on Project 란에 써져 있잖아. Chair, Board of Directors. 이 프로젝트에서, “이사장”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연구수행이 아니라 이사장. 경영 역할. 뭘 경영하냐고? 제인 더필드 대변인의 미디어 관계 업무 금액도 청구되어 있는 것 보면 얼추 감이 잡히지 않나. 세계 학계 (및 생물학/의학 산업계)에 황우석표 줄기세포라는 상품을 세일즈하는 기업 경영을 하는거지. 그게 무슨 억측이고 자시고야, 문서에 다 나와있구먼. 이름을 붙여볼까? 월드 스템셀 허브 컴퍼니. 뭐 이런 비슷한거겠지. 한마디로, 애초부터 이건 연구 프로젝트용 청구서가 아니다.

아니 그보다. 이 청구내역이, 예산 제안서인지 아니면 영수증인지는 체크해봤나? Budget plan이냐 Invoice냐 Receipt냐? 확인 안해보고 그냥 터트린거지? 그럴줄 알았어.

!@#… 그래도 여튼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을 의혹 제기했는데, 자잘한 것 가지고 트집잡지 말자고? 날씨도 추운데 쉰소리 좀 하지말자. 국익에 도움되니까 세포 데이터쯤 야매로 넘어가자는 말과 다르지 않으니까. 지들이 입수한 문서를 제대로 읽어내지도 못하고, 그 의미를 제대로 진단도 안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펑펑 터트리기만 하는 바보들을 묵과하면, 지난 한달여의 소동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말과 진배없다. 거액 연구비가 미국으로 지출되었기 때문이 아니라도, 어차피 연구비 집행 내역은 조사대상이란다. 민주노동당이 그렇게 입이 부르터라 주장할때는 한줄도 안실어주더니, 이제와서 외국놈 나쁜놈 하면서 이런 식으로 들고 나오니, 참 신선하기는 하다.

!@#… 솔직히 조선일보 당신들이 난데없이 반성을 한다든지, 언론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하면 심장마비로 쓰러져 돌아가실 분들이 너무 많으니 별로 기대도 안한다. 하지만 말야… 제발 기자들 공부 좀 시켜라. 아니면 국장을 공부 좀 시켜서, 이런 무식을 중간에 커트하도록 해주든지. 여튼 기차를 바꿔타려는 조선일보의 몸부림이 무지 애처롭기는 하다. 하지만 더 애처로운 것은, 그것에 기꺼어 속아넘어가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자칭 ‘국민여론’이겠지.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조선일보에는 수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처에서, 사실 조선일보는 졸라 바보집단이라는 제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조사를 해볼수록, 실제로 유능한 인재를 눈으로 보았다는 사람이 없다! (사회)과학적 분석을 해보면 해볼수록, 이제는 단 한명이라도 유능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러다가 방회장이 기자회견해서, “그래도 우리는 원천기술이 있다!”라고 선언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언론을 뒤져보자(2): “PD수첩 야매론” – 미디어전의 진국

!@#… 황랩 사건과 미디어, 이것이 궁금하다 2탄. 이번에는, “피디수첩 야매론”의 스토리를 한번 쫒아가 봤다. 잠시 한 일주일 어치 기억을 되돌려보자. 피디수첩이 취재과정에서 협잡을 해서 질타를 받고 낙마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예 진실을 까놓고 이야기해버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그 전부터 직살나게 욕먹고 있었지 않던가. 그 중 결정적으로 많이 언급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피디수첩은 일개 언론에 불과하고, 과학적 성과를 검증하기에는 턱도 없는 것들이 지들 언론의 권세만 밑고 졸라 쌈마이처럼 덤벼들었다는 것. 한마디로, 피디수첩의 검증 자료들은 야매라는 것, capcold식 조어법으로 고치면  “피디수첩 야매론”.

이번 사건이 다루어진 ‘과학 저널리즘’이라는 관점에서, 구도는 원튼 말든 어느 틈에 과학팀과 언론 사이의 미디어전이 되어버렸던 때가 있다. 그런데 과학팀이 상대우위를 점하고 있는 필살기가 바로 과학 그 자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이 어떻게 포장되어서 다루어졌는가가 이번 미디어전의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에 있어서 도움이 좀 될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파봤다. 1탄만큼 재밌지는 않지만, 그러려니 하자. 여하튼 미디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입장이니 만큼, 또 한번 순서대로 흐름을 추적해봤다. 이번에도 사회과학적 분석이고 뭐고 없이, 스토리만 정리해본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황교수 논란을 바라보는 외신보도의 진실

!@#… 황교수 논란을 바라보는 외신 보도의 진실. 긴 말 하지 않겠다. 각 기사들의 전문을 옮기면 저작권위반인지라 주요 파트만 인용. 구글에서 제목 입력하면 전문으로 가는 링크가 나오니까 꼭 한번씩 보시길.

사례1]

“황 교수 기술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
[YTN 2005-11-30 07:25] 
[신현준 기자]
황우석 교수의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황교수의 윤리적 문제가 장기적으로 세계 줄기세포 연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하략)

이 기사에서 원용하고 있는 보도는 이것이다. 제목부터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Stem Cell Setback Won’t Hurt Research
Nov 29, 8:41 PM EST
By EMMA ROSS (AP Medical Writer)

물론, 이 기사에는 황 교수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 따위는 애초에 없다. 신현준 기자의 소신에 의거한 순수한 창작. 이 보도의 초점은 황교수가 주춤하면 전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의 진전에 장해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대한 회답이다. 국제적 공조도 이미 잘 되어있고, 기술은 빨리 전파되기 때문에 이상 없다는 것. 게다가 “줄기세포 연구의 99%는 클로닝과 관련 없다”는 영국학자 Peter Andrews 의 말도 인용. 즉 비교하자면 이런 의미구조다.

원래 AP 기사:                        
  줄기세포 연구 전체 차원, 국제공조, 연구의 진전은 계속됨

YTN 기사에 재현된 AP기사:
 황교수의 세포복제 차원, 황교수 대 세계의 경쟁, 기술을 따라잡힐 위험이 있음

흔히 시쳇말로, “왜곡”이라고 부른다. 전문용어로도, “왜곡”이라고 밖에 못부를 듯 하다. 왜곡의 목표는 너무나 뚜렷해서 굳이 지적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영웅 황랩 연구에 딴지걸면 세계 경쟁에서 지는거야”.

사례2]

“황교수 다음 업적 조심스럽게 점검될 것”
[연합뉴스 2005-12-04 23:24]
이래운 특파원

줄기세포 연구결과에 대한 진위 논란으로 다음에 이루어질 황우석 교수팀의 큰 과학적 업적이 극히 조심스럽게 받아들여 지더라도 한국인들은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략) …이 신문은 특히 “아직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핵심 문제는 난자 제공에 대한 황우석 교수의 거짓말이 과학적 결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을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주장했다. (중략)… 또 황 교수가 난자 제공의 구체적 사실을 알지 못했고, 당시엔 불법도 아니었다는 의견도 소개하면서 “일부 미국 과학자들도 난자 제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략)

이 기사에서 원용하고 있는 보도는 이것이다:

(NYT) Editorial
South Korea’s Cloning Crisis
Published: December 4, 2005

South Korea’s high-flying stem cell researchers – reputedly the best in the world at cloning – have stumbled badly in handling the ethical issues of their controversial craft. Worse yet, the research team’s leader, a national hero in his homeland, lied in an effort to hide his ethical lapses. We can only hope that he has not also lied about the astonishing scientific achievements of his research team. (중략)… But what really torpedoed Dr. Hwang was the cover-up: his repeated lies to the effect that his eggs were donated by unpaid volunteers. These misrepresentations led his most prominent American collaborator to sever ties because his trust had been shaken. (하략)

원문의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난자매매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이야기 투성이다. 제목의 ‘Crisis’ 라는 표현은 바로 거짓말에 따른 신뢰성 상실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기사 말미에 가서야 비로소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 The key unresolved issue is whether lying about egg donations suggests that the Korean team may have lied about its scientific results. So far there is no evidence of that. Indeed, American collaborators and observers remain confident that the team’s achievements were real. But science is an enterprise that relies heavily on trust. The Koreans should not be surprised if their next scientific breakthrough is greeted with extreme caution.

즉 마지막의 결론은 과학은 신뢰에 의존하는 분야인데 한번 거짓말이 탄로났으니 이후 연구 성과들이 훨씬 더 조심스럽게 검토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 라는 것이다. 결과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 이야기는, 증거도 아직 없고 미국측 협력자들도 확신하고 있다는 것 뿐. 이번에도 비교하자면 이런 의미구조다:

원래 NYT 기사:                        
 황랩이 윤리문제에 부딛혔다. 난자기증 거짓말 때문이다. 앞으로 신뢰성 검증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YTN 기사에 재현된 AP기사:
 황교수 다음 논문이 외국에서 견제 당할 것이다. 결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리도 의심스럽다.

이번에는 원문에 아예 없는 말을 새로 지어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기사의 핵심 이슈를 입맛에 따라서 왜곡했다. 이번에도 목표는 뚜렷하게 보인다: “실험 결과에 대한 의혹을 네놈들이 제기하는 바람에 외국에서 앞으로 잘 안 받아준다더라.”

사례3] 이건 워낙 걸작이라서 전문을 옮기고 싶지만, 저작권법이 있으니 적당히 중략.

로이터 “외국 연구자들 황교수 망하길 원해”
[한국일보 2005-12-05 06:42]

“다른 나라 연구자들은 그(황우석 교수)가 폭삭 망하기를 바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일‘한국 과학자 은든 중, 그러나 폭풍은 계속돼’라는 기사에서 미 버클리대 데이비드 위닉코프 조교수를 인용… (중략)… 뉴욕타임스는 이 날 ‘한국의 복제 위기’라는 사설에서… (중략)…  “핵심은 황 교수가 과학적 결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을 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지 여부”라며 “황 교수의 큰 업적이 조심스럽게 받아들여 지더라도 한국인들은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외신=종합

원용한 기사는 앞서 이야기한 NYT 기사와, 바로 이 기사다:

(Reuters) S.Korea scientist in seclusion; storm continues
Sat Dec 3, 2005 10:04 PM ET
By Jon Herskovitz

이 기사 역시 사례1의 AP 기사와 마찬가지로 윤리문제와 그것이 얼마나 전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 진행과정에 장해를 줄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기사에 거의 문단마다 bioethical이라는 단어가 도배되어 있다). 문제의 다른 연구자들 어쩌고 부분을 보자.

Another is honesty concerning Hwang’s decision not to give information about the donations in a timely fashion, and there is the problem of a lack of global ethical standards for procuring human eggs for research.

“He (Hwang) really is the face of stem cell research and cloning research right now. He has been lionized in some ways,” Winickoff said by telephone. “Researchers in other countries are all too eager to see him go down in flames.”

위니코프 교수의 이야기를 인용한 취지가 바로 앞 문단에 설명되어 있다. 황교수가 제 시간에 난자 기증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은 것의 부정직성, 그리고 인간 난자를 연구에 사용하기 위한 전지구적 윤리 기준의 부재. 그리고 황교수는 바로 이런 문제들을 담고 있는 분야의 얼굴마담. 그래서 이런 문제에 우려를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의 연구자들이 황교수의 몰락을 바라는 것이라는 취지의 인터뷰다.

그런데 한국일보 박상준 기자는 이 이야기를 NYT 기사로 마무리하는 합성 신공까지 선보인다. “핵심은 황 교수가 과학적 결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을 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지 여부” 라는 놀라운 왜곡번역으로 말이다. The key unresolved issue 는 그냥 핵심이라는 말이 아니라, 아직 해결 안된 주요 이슈라는 말이다. 즉 아직 논쟁중이거나 해결 안된 것들 가운데 주요 안건이라는 뜻. 그리고 앞서 보았듯이 원문에서는 그래서 우리도 결과를 의심한다는 것이 아니라 부정직함의 대가로 검증이 더 빡쌔질꺼다라는 것 아닌가.

덤으로 진짜 히트는, “국가적 자긍심과 국제적 과학이라는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이라는 구절이다. 원문은 “national pride and global science at stake”, 즉 “국가적 자긍심과 전세계적 과학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과학발전의 문제라는 말이다. 이 구절을 교묘하게 틀어서, 다시 그 유명한 ‘국익’ 이데올로기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박상준 기자가 의식적으로 이렇게 했다면 고수, 무의식중에 이렇게 했다면 국익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기계의 충실한 부품. 뭐 둘 중 하나다. 여하튼, 의미구조 요약이다:

원래 로이터스 기사:
황교수 은둔이 세계적 줄기세포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원래 이 분야는 윤리문제 때문에 민감한 분야. 한국사회가 황교수 연구를 보는 자세의 국가주의적 측면.

원래 NYT 기사:                        
 황랩이 윤리문제에 부딛혔다. 난자기증 거짓말 때문이다. 앞으로 신뢰성 검증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일보에서 재현된 기사들:
 로이터: 이때가 기회다, 하고 외국이 황교수를(즉 한국의 업적을) 뭉개버리려고 한다. 
 NYT: 결과가 거짓일 것 같다는 의혹에 외국인들은 무척 솔깃하다.

즉 한마디로 “외국은 이번 기회 삼아 황교수를 깔아뭉개고 기술을 빼앗아가고 싶어한다”고 자연스럽게 묘사해버리는 신공을 발휘하는 것이다. 굉장하다. 

!@#… 이상 3가지 사례 모두 국내에서 이들 소위 ‘언론’이 하고 싶은 프레임 설정에 맞도록 외신을 난도질 도입했다. 원래 외신의 틀은 어디까지나 윤리문제다. 거짓말을 해서 과학자로서의 신뢰를 위축시켰다는 것, 그리고 줄기세포 연구가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인간생명 윤리문제. 그리고 그 윤리문제가 줄기세포 연구 발전이라는 과제 자체에 어떤 장해를 줄 것인가, 라는 문제.

그런데 YTN,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이 설정한 현실 인식의 틀의 핵심은 이것이다:

“황교수에게 딴지 걸면 외국놈들이 기를 쓰고 기술을 빼앗아 간다. 그런데 난자기증 윤리문제고 데이터 진위고 자꾸 딴지를 거니까 외국놈들이 신나서 기뻐한다.”

그것을 위해 외신의 내용을 근거로서 제시한다. 물론 왜곡해서.

!@#… 한국 언론판의 찌라시성이 지금 극단을 달리고 있다. 그것도 ‘여론’까지 등에 업고. 양쪽이 합심해서 전근대적 국익만능주의를 향해서 무한한 폭주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사례 3개만 가지고 간이 해석만 살짝 건드렸지만, 언제 한번 이번 이슈의 언론 보도 전체를 묶어놓고 정식으로 총체적 프레임 분석을 한번 해볼 일이다. 

 

— 2005 copyleft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KBS의 피디수첩 공격. 아주 웃겨죽이는구나!

!@#… KBS에서, 자칭 애국시민들의 사랑도 좀 받고 경쟁자도 좀 깔아뭉개고 싶었는지, 아주 분연한 11분짜리 심층 분석 코너를 내주셨다. 피디수첩이 졸라 야매라는 취지로.

 (공짜다… 클릭)

웃다 죽을뻔 했잖아, 이눔들아. -_-;

!@#… 이런 야매 언론 같으니라고. 다음은 카페애니메이트에 올려 놓은, capcold의 ‘검증결과’다. 관심있는 분들은 마음껏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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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크로스카운터 게시판에서, 중간 과정에서 별 보도가치도 없는 찌라시같은 정보들이 난무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거기에 이번 KBS 뉴스가 막 추가되었습니다. 홍사훈 기자분이 최소한 피디수첩 기자회견 보도자료와 한겨레 신문의 취재 기사 정도는 읽고 오셨더라면 좋을 뻔 했습니다. 저는 결국 논문 데이터가 조작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KBS 보도가 형편없다는 것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받아낸 세포 내역부터 화끈하게 틀려버립니다. “15개 중 반이 줄기세포, 반이 체세포입니다”라니…-_-; 이봐, 15는 이래뵈도 홀수라고! 줄기세포 5개, 체세포 5개, 그리고 바탕영양세포 5개. 그렇게 해서 검증용 세트 5개가 구성되는 겁니다.

덤으로, 그 후에는 이를 4개 패키지(총 세포수는 15 * 4 = 60개)로 나눈 후 한 패키지는 양측이 합의한 변호사가 증빙용으로, 하나는 아이디진, 하나는 국내 대학 법의학랩, 나머지 하나는 피디수첩 자체보관용. 즉 두 군데 검증을 맡기고 하나는 자사보관, 하나는 증빙자료 보관이라는 형식입니다.

(2) 고정시료 트리졸과 파라포름알데히드 문제는 제 전공영역 바깥이라서 패스. 병원이 야매였다면, 뭐 그것 나름대로 이미 낭패. 하지만 뉴스 바로 밑에 오동하님이 단 댓글이 있습니다: “파라포름알데히드에 고정한 시료로 PCR 등 DNA 분석 많이들 합니다. 유향숙박사님 말씀도 전부 다 나온 게 아닌 것 같고, ‘변형이 될 수도 있지요’ 라고 했죠. 파라포름알데히드는 DNA, RNA, Protein 같은 것들이 서로 ‘엉겨붙게’ 만들지만, DNA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며, 이걸로 염기서열이 변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3) 검증결과에 대한 보도가, 아주 지조때로군요. 우선 홍사훈 기자가 이야기한 것 처럼 ‘벤쳐기업’으로 칭해진 아이디진 한군데만이 아니라 법의학랩까지 두 군데에 맡겼습니다. 아이디진의 결과는 홍기자의 말대로 14개 불가 1개 검출. 법의학 랩 검사결과는 15개 검체 모두에서 DNA지문이 검출 안됨. 그래서 PD수첩이 자체보관용으로 가지고 있던 세트를 다시 아이디진에 맡겼는데, 또 판독불능.  같은 것으로 재검사했더니 한번은 나오고 한번은 안나온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상황이었던 겁니다.

여튼 30개(법의학랩 포함시 45개) 중 하나 나온 2번 배아줄기세포로 사이언스 논문과 비교해봤더니 불일치.
(참고로 아이디진이라는 회사가 전에 오류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봐라 야매 아니냐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2000년에 발생했던 문제는 샘플이 뒤바뀌어서 생긴 촌극이었지 해독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4) 홍기자는 운반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전달과정에 황교수팀이 지정한 전문가가 전 과정을 참관했다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군요.

(5) 국과수의 역할. 국과수에 DNA 지문분석 Raw data와 사이언스 논문에 있는 환자의 DNA 데이터를 주고 두 가지가 일치하는지 체크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사실 이미 불일치라는 것은 이미 다른 전문가를 통해서 알고 있었으나, 국과수의 공식 검증을 얻고자 한 것이죠. 물론 무슨 자료인지는 숨긴 채로.

국과수에서 구두통보를 했느냐 안했느냐는, 했어도 안했어도 녹음을 안해둔 이상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최종 분석소견서만이 중요하죠.

(6) 외신이 한마디 보도 없다… 외신들의 반응이 정확한 반응이다… 아주, 웃겨 죽여버리려고 작정한 듯 합니다, 이 기자분. 외신 보도가 적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피디수첩이 최종결론을 내서 본 프로를 방영을 하지도 않았는데 오버질을 하는 것은 무척 쪽팔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보도를 한 경우도, 조선일보에서 이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 라는 인용 방식으로 갔습니다. 황랩의 편을 들거나 피디수첩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아직 보도대상으로서 성립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7) 홍사훈 기자가 AAAS 회원만 볼수 있다는 대단한 사이언스, 학교 도서관마다 꼽혀있습니다. 구독 자격이 AAAS 회원(그리고 학술 기관)이라는 것 뿐. 아니 정확히는, 구독하려면 자동적으로 AAAS에 가입하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회원 자격은? 과학 종사자이긴 한데, 그게 또 범위가 좀 넓습니까. 실제로 AAAS에 가서 멤버쉽 지원서 가입란을 봅시다. 분야만 하더라도 인문학, 사회과학도 다 범주 안에 들어있죠. 그리고 프로페셔널 멤버라는 범주가 있어서 사실 왠만하면 누구나 다 가입할 수 있습니다. 뭔가 대단히 잘못 알려지고 있는데, AAAS에 가입해서 SCIENCE를 구독할 수 있는 방법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아니, 심지어 가입이고 뭐고 그냥 아마존에서 구독할 수도 있네요. 다만 왠만하면 과학, 특히 자연과학 전문가들이 그것을 구독해볼 뿐이죠. 돈도 드는데다가, 그쪽 분야 기사들이 들어가 있는 잡지니까요. 그것 뿐입니다. 아까 이미 웃다가 죽어버렸으니, 이제는 웃다가 환생할 차례입니다.

(8) 홍사훈 기자, 마지막에는 아주 소설을 쓰고 계시는군요. 사이언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 사이언스 말고는 낼 수가 없어서 황교수가 망설인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다… 황교수가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추측가지고 기자로서 보도를 하고 있다면, 저널리스트로서 심각한 자격미달이죠. 그리고 우선 사이언스가 다른 나라에서 일개 피디들에게 권위를 의심 받았다고 해서 자존심이 상해하고 그 결과로 논문을 안실어준다고 하는 치졸한 발상 자체가 저는 너무나 유치해서 견딜수가 없군요. 사이언스가 무슨 동창회보입니까. 실어줄 가치가 있는 과학적 업적의 논문이라면 실어줍니다. 물론 이전에 연구 성과에 문제가 있었던 학자의 차기 논문이라면, 당연히 더 까다롭게 검증하겠죠. 그런데 스캔들에 연루되었다 안되었다가 아니라, 정말로 그 연구가 가라였나 아니었나가 판단기준인 겁니다. 그것 하나로 쌓아올린 명성입니다.

!@#… 이상, 제가 11분이나 되는 귀중한 시간을 한 자격미달 기자의 찌라시 보도에 낭비한 후 짜증나서 30분을 더 낭비해서 정리한 소견입니다. 제 검증결과는 이겁니다: “보도로서 일말의 가치도 없다.”

PS. 본의 아니게 자꾸 유전자 검사에 대한 잡학지식만 늘어나는 중입니다. 

 

— 2005 copyleft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무척이나 자유 —

인터넷하면 머리 나빠진다? 인포마니아 소동과 싸구려 과학 저널리즘

!@#… 올 봄, 아주 도발적이고 강렬한 제목의 기사가 여러 신문의 과학 섹션을 때렸다. “이메일-문자메시지 많이 하면 IQ 나빠져(동아일보)” , “엄지족의 빛과 그늘(시사저널)” 외 다수, 이 기사들의 요지는 간단하다: 인터넷과 문자메시지 등등 각종 온라인 정보 통신을 많이 활용할수록,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이다! 아하, 이것 참 충격이다. 심지어, 마리화나 복용보다 두 배 더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런 혁신적인 소식이라니, 머리와 학력에 목숨 거는 동방의 어떤 나라 입장에서는 정말 아주 쇼킹한 일이다… 여담이지만, 물론 그다지 큰 풍파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과학 섹션에 보도된 기사니까. 한국에서 저널리즘이 여론형성이라는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솔직히 정치, 경제, 사회면 뿐이다. 사람들은 다른 면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다 – 아마 애국가 가사로 가득 채워넣어도 눈치채지 못하리라 확신한다. 뭐 여하튼, 사람들이 가면 갈수록 멍청해진다는 과학적 발견은 평소 capcold의 사회적 목격담과 매우 일치하는 바, 그래서 이 보도를 좀 자세히 읽어보기로 했다. 보통 그렇듯 뉴욕타임즈, 더 타임즈 등 해외 뉴스 타전을 연합뉴스 통해서 받고는 그대로 배껴서 서로 비슷한 기사들을 양산해낸 것이었는데, 내용인 즉슨 영국의 King’s College London 심리학과의 글렌 윌슨 교수(시사저널은 무려 글렌 교수라고 써놓는 굉장한 취재능력을 발휘했다)가 발표한 연구결과였다. 임상실험을 해본 결과, 정보통신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IQ 포인트가 크게 떨어졌는데 신경 분산과 집중도 저하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것을 무려 ‘인포마니아'(infomania)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정보화 기기에 매몰돼 일시적으로 주의가 산만해지고 IQ가 떨어지는 현상”).

결론은 참 해피하고 좋은 내용이지만, 뭔가 수상쩍다. 그래서 과연 어떤 ‘실험’이었는지, 좀 더 뒤져봤다. 여기서부터는 물론, 국내 언론(언론이라고 쓰고 찌라시라고 읽는다)은 전혀 신경도 안쓴 부분이다. 내역인 즉슨, 지원자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하고 1100명을 설문조사 했다고 한다. 연구는 휴렛패커드사에서 자금지원을 했다고 한다. 오오, 이거 좀 설득력 있어 보이는걸. 더 자세한 걸 알고 싶으니, 발표된 논문을 한번 직접 읽어봐야지.

없다.

결과까지 저널리즘에 발표된 적지않은 규모의 과학적 연구인데, 논문이 어디에도 없다. 이것 참 좌절스럽고 수상쩍은 일이다. 그래서 휴렛패커드 쪽으로 가봤더니, 논문은 커녕 브리핑 자료만 달랑 있다. “이런이런 현상이 있으니, 정보통신 좀 작작 하세요, 좀 쉬면서 자제해가면서 인간다운 생활 누려봅시다, 오케이?” 뭐 그런 내용이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사람들은 capcold 말고도 당연히 많이 있었고, 그 중 하나인 마크 리버만이라는 블로거가 아예 윌슨 교수에게 직접 문의를 했다. 그 결과, 답장에서 드러난 더욱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아니 그냥 그대로 옮겨오자.

This “infomania study” has been the bane of my life. I was hired by H-P for one day to advise on a PR project and had no anticipation of the extent to which it (and my responsibility for it) would get over-hyped in the media.

There were two parts to their “research” (1) a Gallup-type survey of around 1000 people who admitted mis-using their technology in various ways (e.g. answering e-mails and phone calls while in meetings with other people), and (2) a small in-house experiment with 8 subjects (within-S design) showing that their problem solving ability (on matrices type problems) was seriously impaired by incoming e-mails (flashing on their computer screen) and their own mobile phone ringing intermittently (both of which they were instructed to ignore) by comparison with a quiet control condition. This, as you say, is a temporary distraction effect – not a permanent loss of IQ. The equivalences with smoking pot and losing sleep were made by others, against my counsel, and 8 Ss somehow became “80 clinical trials”.

Since then, I’ve been asked these same questions about 20 times per day and it is driving me bonkers.

80명이 아니라 8명이고, 그건 지속적 아이큐 저하가 아닌 일시적 주의산만 작용에 불과하다(즉, IQ 테스트하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이메일오고 전화 울리면 점수가 떨어진다는 참으로 놀라운 과학적 발견인 셈이다-_-;). 게다가 이 모든 건 HP사의 PR 프로젝트의 일부였으며 이 사람의 역할은 단지 자문을 좀 해주는 것, 정도였다는 말이다. 요약하자면, 완전히 대기업의 개사기다.

이런 ‘진짜’ 내용은 한국언론은 물론이거니와, 영국이나 미국 언론에서도 후속보도로 다루어진 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도 진실 따위는 신경쓰지 않거든. 중요한 것은 기사로서의 ‘매력’ 뿐. 인포마니아라는 멋진 단어를 유행시키고, 정보통신에 대한 딴지를 화근하게 걸어주면 땡이다. 아니면 말고. 뭐랄까, 저널리즘의 가장 근원적인 병폐를 드러내는 부분이 바로 가장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과학 저널리즘 분야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신문과 TV는 연합뉴스를 베끼고, 연합뉴스는 더 타임즈를 베끼고, 더 타임즈는 대기업의 PR보도자료를 그대로 덥썩 물어버리고, 보도자료는 애초에 뻥투성이고. 이 전 과정이 한번의 딴지나 검증 없이 일사천리로 흐러갔다는 것이 참 두려울 정도다.

황우석 교수 연구실의 연구결과 덕분에 난데 없이 과학한국이 되어버리고 있는 오늘날, 드디어 한국에도 과학 저널리즘이라는 화두가 좀 수면위로 부상할만한 때가 되었다. 하지만 고차원적인 언론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서, 최소한 기자와 편집자들이 자신들이 써내는 내용의 근거에 대해서 한번쯤 찾.아.볼. 정도의 전문성은 발휘해줬으면 한다. 아… 정치 경제부로 갈 준비중이라서, 무리라고? -_-;

 

PS. 인포마니아라는 용어를 ‘정보광’이라고 해석하는 방식 자체에 대해서도,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매니아는 흔히 아는 ‘열광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임상심리의 차원에서는 ‘조증’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업되는 기분장애. 반댓말은 울증, 합치면 조울증. 그리고 이 증세의 일부로서 주의산만, 과다한 행동, 사고의 비약 등이 수반된다. 아이큐 저하(?)의 원인은 광적인 집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조증 증세에서 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애초에 임상심리학자인 윌슨 교수가 이 용어를 어떤 발상으로 꺼내왔는지 대략 짐작이 가지 않는가(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정보 조증’으로 해석하면 너무 매력이 없어서 깔쌈한 대중 기사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물론 휴렛패커드는 이런 중의적 의미 가운데 ‘정보광’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말이다. 뭐 여튼, 이런 미묘한 지점들도 있다는 거다. 이 것 역시, 과학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기자들이 약간만 더 현명하다면 충분히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문제지만.

PS2. 한국의 과학 저널리즘에 대해서 개탄하는 글로, 딴지일보의 이 기사도 추천.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가 —

‘모에’를 통해서 기자의 전문성을 생각하다

!@#… 뭐! ‘모에’가 이렇게 건전무쌍한 개념인 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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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모에를 소재로 기사를 쓴다면, 아무리 마감이 바쁘더라도 최소한 모에가 뭔지 한번 제대로 알아보는 정도는 했으면 좋겠는데. ( 단지 신문기사라는 이유만으로 이 설명이 ‘모에가 뭐에요? 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표준 대답으로 스크랩되고 돌아다닐 것을 생각하면, 참 세상 별 볼일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 기자에게 있어서, 속보와 흥행이라는 공명심의 불길 속에서 가장 먼저 증발하는 것은 바로 전문성. 하기야 기자 뿐만이 아니겠지만.

—(3번째 리플까지 보고 보충설명 추가)—

!@#… 그럼 모에가 뭐냐고?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히로스에 료코가 귀여워서 좋아하고 있다면, 그건 그냥 좋아하는 것일 뿐. 하지만 히로스에 료코라는 인물보다, 영화 <철도원>에서 커다란 오렌지색 조끼를 입고 있는 미소녀의 이미지가 눈앞에  집착한다면 뭔가 좀 다른 경지다. 아니 한발 나아가서 철도원이고 료코고 뭐고 간에, 아예 “단발머리의 귀여운 소녀가 커다란 오렌지색 조끼를 입고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집착적으로 불타오른다면 어떨까? 그것이 바로 모에. 모에는 특정 요소들에 대한 , 그리고 그 요소들의 조합에 대한 애정적 집착. 그 과정에서 개개 인격체나 캐릭터 자체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날수도 있고. 그리고 그건 세부 요소로 환원될수록 확실해진다. 예를 들어서 미소년모에라고 한다면, 그다지 모에라고 명함 내밀기도 뭣하다. 안경모에, 고양이귀모에, 방울모에… 이 정도는 되야 좀 체면(?)이 산다. 위에서 어설픈 기자양반이 대충 쓴 것 마냥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에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귀여운 것이라는 개념을 구성하는 어떤 특정한 요소(세라복이라든지, 안테나 머리라든지, 뾰족한 덧니라든지)에 집착을 하는 것이 모에다.  

에반게리온의 ‘레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그냥 팬일 뿐. 하지만 붕대를 맨 미소녀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이고, 하필이면 레이가 그 결정체이기 때문에 좋아한다면 그건 어엿한 ‘붕대소녀모에’. 이 사람은 아마도 수많은 만화, 애니, 게임 등 장르 대중오락문화를 샅샅이 뒤져가면서, 그 중 붕대를 맨 소녀 캐릭터를 찾아내며 애착을 보낼 것이다. 아마 그리고 붕대소녀는 자고로 이래야해(3분에 한번씩 아픔으로 얼굴을 찌푸려야 하며, 부상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활약을 벌이려다가 아픔으로 한번 넘어져 줘야 하며, 머리에 붕대를 맬 경우 머리카락 전체를 뒤덮어서는 안되고 이마와 한쪽 눈 정도까지만 덮어야 한다는 등…), 하는 나름의 공식을 만들어내기 시작할 것이다. 당연히 붕대소녀를 묘사한 각종 피겨와 게임, 만화책들을 긁어모으고 (문화평론가 아즈마 히로키의 용어를 빌자면, ‘데이타베이스적 소비’). 만화/애니/게임이라는 서브컬쳐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양적으로 비대해진, 기호와 상징의 홍수인 일본이기에 나올 수 있었던 현상. 페티시즘적 쾌락과 집착적 대중문화 소비의 화려한 만남.

설명이 어렵다면, 이렇게 쉽게 요약할수도: 80년대의 애니광들은 <오렌지로드> 마도카의 ‘팬’이었지만, 2000년대의 오타쿠들은 <오네가이 티쳐> 미즈호를 보며 ‘누님 모에’를 한다

나중에 또 덤으로 추가:

1) ‘모에’라는 단어를 감탄사로 쓰면, “나는 지금 맹렬히 모에하고 있는 중이다”라는 뜻의 약칭이 된다. 왠 오타쿠 캐릭터가 아이돌 콘서트장에 가서, “모에~!!!”하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다. 만약 모에의 대상이 되는 캐릭터가 “모에~?”라고 귀엽게 한마디 불러준다면? 그건 “나에게 모에해주시지 않을래요?” 라는 말의 약칭이 된다. -_-;

2) 리플에서 pseudorandom님이 지적하셨다시피, ‘모에’ 행태는 실체를 획득할 수 없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실제로 획득할 수 있는 대상이면 가서 얻어내면 되는 것이지, 관련 굿즈를 사모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냥 팬으로서 상대의 전체를 동경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특정 요소 단위로 집착할 필요도 없고. 만화, 애니의 2차원 캐릭터(의 특정 요소들)에 모에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 하지만 인기 없는 오타쿠들에게 있어서는, 3차원 물질계의 여성들도 이미 실체를 획득할 수 없는 먼 세상 신비의 대상이다.

3) 참고로, ‘모에’라는 단어는 “싹트다, 움트다” 라는 용어와 “불타오르다”라는 용어의 동음이의어 말장난이다. 오타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의미상으로는 불타오른다 쪽이 훨씬 적합.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만화 담론의 역사를 리셋시키지 말란 말이다.

!@#… 신문을 읽다가 푸념 한가지. 사람들이 멋대로 한국에서 만화 담론의 역사를 리셋시키지 말아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만화 자체를 깔보니까 만화에 관한 담론도 그렇게 우습게 보는 거라고.

…뭐냐, 이 찌라시스러운 기사는. 최초, 1호, 오오!박사!! 뭐 그런 느낌을 위해서 적당히 사실을 날조하고 혼자 좋아하고 싶은건가. 만화학박사? 저기… 신방과에서 만화를 소재로 한 논문이 통과되면 그건 여전히 신방과 박사라는 기본 상식을 기대하는 건 좀 무리일까(실제로, 박사과정이 있는 만화학과는 공주대에 있다…올해 생겼지). 신방과든 교육 관련이든, 지금까지 만화를 소재로 한 논문을 쓰면 다 만화학 전공자가 된다는 건가. 1호 박사? 공주대 임청산 교수는 그럼 0호구나. 1호 평론가? 아니 그럼  7말8초에 활동한 오규원이나 김현 등은 선사시대로 치는 건가 (그 이전 세대들은 더더욱 말할 필요도 없다). 아니면 신문 공모전으로 등단해야만 ‘공식’ 평론가 직함을 부여할 수 있다는 황당한 오만인가? ‘스타’를 만들어내서 야한 기사를 쓰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이쪽 분야를 그렇게 맘대로 폄하해 버리면 섭하지 않은가.

!@#… 여담이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기자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다”라는 말도 안되는 뻥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아 물론 직업 특성상 정보를 많이 접할 기회가 있고, 노력여하에 따라서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전문가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차일 뿐. 

 

—- Copyleft 2004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조선일보 만화들의 마력 [인물과 사상 0412]

!@#… <인물과 사상> 12월호에 실린 원고. 제목, 소제목 등은 실제 게재된 버젼에 준함… 중앙, 조선을 다루었으니 아마 다음번에는 동아…도 다루어야 균형이 맞을 듯(사실 이미 ‘나대로 선생’으로 쓰려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그 뒤에는 그 반대쪽 선수들도 공략하고. 여기에 쓰는 글들은 언론과 만화의 접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은데, 지면의 성향이 ‘인물’ 중심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신문시사만화 이야기로 흐르고 있다;;;

!@#… 계속 그래왔듯이, 이 내용은 <미디어 오늘> 온라인판에도 공유. 그런데 글 중간에 숏트랙 만평 건에서, 첫번째와 두번째 만평이 바뀐 순서가 논란의 여지가(capcold가 본문에서 근거로 삼았던 오마이뉴스 고태진 시민기자의 증언으로는 지방판에서 먼저 온 것이 ‘부시 방한’ 내용으로 왔다고 하는데, 미디어오늘에서 서울에서 초판을 받았던 것에는 ‘신규칙’ 내용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순서를 실제 조선일보측에 문의해보니, 노코멘트로 일관) 있다고 하여 그 문단을 일부 수정. 별로 중심적이지도 않은 부분에서 논란을 남겨서 글 전체의 요지가 흐려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서…;; 뭐, 신문에서 판본 바뀌면서 내용 업데이트 되는 것 같은 이치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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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편안하게 길들이기: 신경무와 조선일보 만화들의 마력

김낙호(만화연구가)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만화보면 연쇄살인마된다

!@#…최근에 잡힌 연쇄살인마의 어머니되시는 분의 신문인터뷰.

“제 정신 갖고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어릴 때는 참 착했는데 만화책을 좋아하다가 소년원 감방 들락거리더니 점점 나쁜 짓을 하기 시작했어요. 자기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나 똑같은데 이혼하고 큰 충격을 받아 그런 겁니다.” (출처)

!@#… 아하, 그러쿠나. 만화책-> 소년원 -> 감방 -> 인생파멸. 만화책을 보다보면 연쇄살인마가 되겠쿠나.

!@#… 아직도 이런 시대착오적인 기사를 쓰고 앉아있는 찌라시 기자들이 남아있다니. 이 글을 쓴 동아일보의 전지원 기자에게는, ‘볼링 포 콜롬바인'(콜롬바인 총격살인사건은 볼링 때문이었나? 라는 멋진 질문을 던져주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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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위 뉴스의 링크가 망가졌군요. 그냥 전문을 퍼왔습니다.

범인 유영철 어머니 “나도 죄인…무슨 할말 있겠나”

“자식 잃어버린 부모 마음은 다 똑같지요. 내 딸이 죽었다면 가만히 있겠습니까. 내가 자식 앞에서 죽어야 하는데, 생목숨 끊기가 쉽지 않아서….”

18일 오후 10시반경 연쇄살인범 유영철씨의 어머니 A씨(62)는 집 앞에서 기자와 만나 “나는 죄인”이라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는 말을 힘없이 되풀이했다.

그는 “처음 경찰로부터 아들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지어낸 얘긴 줄 알았다”고 말했다. “모자란 아이라 마구 지어냈을 줄 알았다”는 것. 하지만 시신을 발굴했다는 말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푹 쓰러졌다는 것.

그는 “한두 명도 아니고 그렇게 여러 명을 죽였다니 믿을 수 없다”며 “딸도 매우 충격을 받아 쓰러진 상태”라고 말했다.

“제 정신 갖고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어릴 때는 참 착했는데 만화책을 좋아하다가 소년원 감방 들락거리더니 점점 나쁜 짓을 하기 시작했어요. 자기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나 똑같은데 이혼하고 큰 충격을 받아 그런 겁니다.”

그는 “15일 아들을 만났는데 ‘나는 이제 갑니다. 죽습니다’고 하더라”면서 “아무 할 말이 없어 울기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평소 아들과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지만 오피스텔에 자주 갔었다는 아들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A씨는 아버지와 형이 간질로 목숨을 잃었다고 진술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