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한나라당에 대한 사랑을 인정하라

!@#… 사실 그리 멀지도 않았던 어떤 과거의 날을 돌이켜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조해서 대통령 탄핵 시도라는 희대의 자충수를 두었던 지난날. 말도 안되는 비민주적 삽질에 대한 광범위한 분노. 그리고 직후에 실시된 총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거의 40%를 득표했다. 열린우리당은 “빗자루에 양복만 걸쳐놓고 후보를 내놔도 이길 태세”라고 평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반수를 겨우 턱걸이하고도 축제 분위기. 다행히도 민주노동당이 10% 지지를 겨우 확보하고 마찬가지로 축제 분위기. 그런데 그런 상황을 보고 자칭 보수 언론들과 딱 그 정도 의식 수준 밖에 없는 자칭 시민들은 뭐라고 불렀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 국민의 탁월한 균형감각”. 한쪽으로 쏠림 없이, 보수와 진보의 현명한 균형을 이루어냈으며 견재와 응원을 동시에… 어쩌고 저쩌고 자화자찬. capcold는 세상에 그런 편리한 자기만족성 구라가 다 있나, 하면서 실망했던 터.

이번 지방 선거결과가 그것을 여실하게 증명해준다: 광역단체장, 한나라당이 사실상 싹쓸이. 균형감각은 얼어죽을. 그냥 무슨 일이 일어나도 조건반사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뿐이지. 스스로를 속이면서 살지 말자. 당신들은 한나라당과 이미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단 말이다! 당당하게 커밍아웃하시길. 하기야 뭐 심지어, 박근혜 상해 사건 이후로 한나라당으로 지지를 결정한 사람도 6%나 된다고 한다(비록 조선일보 기사라서 신뢰성은 무지 떨어지지만).

!@#… 한나라당에 대해서 한심하고 구태라고 생각하면서도 끝없이 지지해주는 위선적 행태는 바로 동경으로서의 사랑에 가깝다. 한나라당의 실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전통적 가치를 지켜내는(이것이 바로 보수주의자들 최고의 낭만!) 소수 야당이라는 어렴풋한 이미지를 보는 것이다. 혹은 한나라당의 전신들이 절대여당이었던 시절을 겪어온 나이든 사람들은, 좋았던 과거(젠장)에 대한 왜곡된 환상적 기억을 무려 한나라당과 동일시하고 있거나. 혹은 심지어, 민병두 의원의 비유를 인용하자면 ‘무능한 남편보다 부패한 남편이 낫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자기합리화를 하거나(왜냐하면, 열린 우리당이 무능하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자동으로 유능해지는 것은 아니지 않던가? 부패하고 무능하기까지 하다는 것이 오히려 97년 IMF 사태 당시의 경험 아니던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콩깍지 모드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얼마나 무식한 추태를 부리든 말든 눈에 안들어온다. 추태를 부리는 그 순간에 혀는 한번 차지만, 혀를 차는 대상은 ‘정치인 놈들’ 전반에 대한 분노지 한나라당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사그러들게 하는 것이 아닌 듯 하다.

!@#… 그런 의미에서, capcold가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차라리 그 사랑을 인정하라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을 스스로 인정해야 어떤 식으로든 사랑이 완성되니까. 그리고 사랑이 완성되어야 나중에 권태기도 생기고, 실제 생활 하다가 눈꺼풀에서 콩깍지도 떨어지고, 다른 쪽으로 바람도 피니까. 자신의 진짜 정치성향에 대해서, 완전히 인식하고 또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인식해야 ‘생각’도 가끔 하고 사니까 말이다. 중립이니 어쩌니 하는 구라를 치면서 자신들의 무관심과 무뇌성을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근거와 판단을 가지고 서로 충분히 정보와 시각들을 소통하고 정치적 견해를 만들어내는 것(이쪽 용어로, ‘숙의’라고 부르는 것). 좀 솔직하게 살아보자고.

PS. 그나저나 capcold가 당비를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정작 울산에서도 밀리고 있구나…;;; 정당 지지율에 비해서 턱없이 낮은 실제 구역별 당선. 사람들의 그 ‘사표 심리’라는 것, 정말 연구대상이다.

 

— Copy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칼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치란, 아무 때나 진심을 드러내면 낭패를 보는 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피해를 이용함으로써 자신의 이득을 도모하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더. 한참 서울시장 선거의 유력 당선자로 발돋움하신다는 오세훈 후보가 한 건 올리셨다. 내용인 즉슨, “박근혜 대표님 감사합니다”. (클릭).

!@#… 뭐 사실 박근혜가 칼맞은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정도로 멍청한 사람들이라면 이 블로그까지 흘러들어오지도 않았으리라. 하나의 개인으로 놓고 볼 때는 안타까운 일이고 불의의 사고이며 쾌유를 빌어줄 일이다. 하나의 역사적 인과율로 놓고 볼 때는 유신공주로서 지니는 한국 현대사의 업이라는 것이 기형적 방식으로 귀결되고 있는, 또다른 안타까움의 사건이다. 박정희 시대의 불의에 대한 완전한 단죄와 그 유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철저한 성찰과 자기반성이 이루어져야지, 박근혜라는 하나의 작은 상징체에 헛된 보복심을 불태운다고 되겠는가. 그런데… 선거를 앞둔 시즌이라는 현실을 고려한 하나의 정치사건으로 볼 때, 이 것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에 무척 도움이 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아무런 제대로 된 정책이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거나 능력을 증명하지 않고도, 날로 먹을 수 있는 지지율. 미묘하게 서로 연결이 되어있으나, 따로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운 세 가지 차원이다.

!@#… 도대체 그 공짜 지지율 확보의 정체는 무엇인가. 도대체 박근혜가 칼맞은 것과 한나라당 지지가 올라가는 것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간단하다. 이 사건은 바로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싶어서 미치려는 사람들에게, 자기합리화를 마련해주는 안전한 장치라는 말이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현 정권이, 열린우리당이 일을 못하고 나라 경제를 말아먹고 사는게 힘들어서 한나라당을 찍어줄거라고. 하지만 아무리봐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지 않나. 이 명제는 한나라당은 일을 더 잘한다는 전제, 하다못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근거라도 있어야 성립된다. 아예 한 단계 더 나아가,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한나라당을 찍어준다는 사람들도 넘친다. 말인 즉슨, 현 정권에게 정신차리라는 의미란다. 아마 이런 사람들은 대통령 탄핵쑈 당시에도 황금 균형 어쩌고 스스로 변명하면서 명백한 반민주 헛짓거리를 저지른 한나라당을 찍어준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이러한 주장이 성립되려면, 한나라당이 세력을 잡으면 이 정부 이 국회가 더 일을 정신차리고 공정하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말이야… 그런 근거 따위 없다는 것 다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결론은 명백하다. 사람들은 한나라당에 표를 던지면서도, 사실은 한나라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란 합리화의 동물. 이유를 만들어서 채워넣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견딘다. 황우석 과학사기 사건 당시 마구마구 증거가 드러나도 각종 음모론을 던지며 황빠질을 했던 수많은 평범한 일반인들과 나름대로 지식인들의 무한 삽질 연타에서 여실히 증명되지 않았던가 (그러고보니 궁금해지는 것이,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언제 배째나?). 그래서 호시탐탐, 한나라당을 지지해줘야 할 만한 이유를 발견해내고 싶어서 미치는 것이다. 그런데 어머나. 당수가 칼맞았네. 오, 그러면 박해받는 야당지도자네. 이거 딱인걸. 한나라당을 찍어주면 박해받는 사회정의를 회복하는 데에 일조한 셈이 되네. 비록 근거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얼추 그런 모양새가 나오니까 적당히 납득하고 대만족.

아 그러고보니 여성지지율이 특히 더 올라간다고 한다. 몇년전에 씨네21에서 벌어졌던 최보은-김규항 설전이 다시 기억나누나. 최보은씨가 여성주의의 입장을 내세우며 강력한 여성정치인이 필요하기에 박근혜를 지지하자고 하자 민중계급 구도를 중시하는 김규항씨가 아주 버럭 화를 내버려서 각종 뻘타 경쟁까지 이어졌던 사건. 그때 최보은씨 논리를 상기한다면야, 강력한 여성 정치가가 칼맞았으니 한나라당 찍어줄 만한 이유를 드디어 찾아냈다고 납득하는 여러 여성 투표권자들의 사고방식도 이해할만 하다.

게다가 며칠 전으로 기억을 되감아보자. 박근혜 칼침 사건을 가지고 조선일보의 친한나라당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보도행태를 비판했던 노사모 노혜경 대표의 글이 올라와서, 불같이 비난받았다. 너도나도 또 노무현 탓이다를 외쳤다. capcold도 그 글은 내용의 옳고그름을 떠나서 무진장 부적절하고 비전략적이고 한마디로 멍청한 처사였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개인적 차원의 불행을 정치적 잣대를 통해서 이용해먹고자 할 때 도덕적으로 신중하지 못할 경우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오세훈 후보의 발언은 사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지 않던가. 그런데 그다지 반응 없음이다. 참 놀라울 지경이다. 즉, 사람들은 애초에 정말로 노혜경의 발언의 도덕적 신중하지 못함을 비난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박근혜 칼침사건은 한나라당을 지지할 이유가 충분히 된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하기야 사실 이 모든 것의 근저에는 우리 대중들의 일반적 비겁함이 자리하고 있다.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욕은 하면서도, 그래도 한나라당에 표를 주는 사고. 아니 그렇다면 당신들의 사회계급적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는 민주노동당을 찍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물어보면 다 똑같다느니 현실성이 없다느니, 그리고 무엇보다 ‘사표’가 되도록 할 수 없다느니 하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그것이 바로 사표방지 심리다. 결국 자신이 지지하는 입장을 힘있게 만들어주기보다는, 힘있는 편을 지지하고 싶은 사고다. 내가 지지한 편이 힘이 있으니 나는 옳았다고 스스로 납득하고 싶어하는, 생활화된 비겁함이다.

!@#… 한나라당을 이유가 있어서 지지한다고? 고작해야 열린우리당을 싫어하는 정도 뿐. 사실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니까 이유를 찾는거다. 그런데 박근혜가 칼맞아서 그런 이유를 상당부분 제공해주었으니, 당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맙겠는가. 그런 고마운 마음이 얼떨결에 빠져나오고 말았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너무 솔직했다. 그런데, 솔직한 후보라고 더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아니, 이게 농담이 아니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역시… 재미있어” (사신 류크, <데스노트>에서)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그래, 그러니까 PD수첩이 죽일 놈들인가?

!@#… 카페애니메이트 크로스카운터란의 “PD수첩이 틀리다면 앞으로 결과는?”(강조는 여기 전용). 쓰레드에 달아 놓은 글. 미디어를 공부한다는 capcold로서 작금의 여론/언론 개판 모드에 대해서 도저히 아무 말 안하고 있기가 힘든데, 정작 취지는 사람들이 쓰잘데기 없이 말들만 많다는 것. 미묘한 모순이다.

!@#… 이번 건에서 느끼는 바는, 평소에는 꽤 멀쩡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의외로 많이 피디수첩 때려죽이자 또는 우석오빠 만세 광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2005년,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최고의 키워드는 ‘대세‘라고 정하기로 하겠다. 이건 이제는 심지어 집단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파시즘도 뭣도 아니다. 국익 어쩌고는 변명일 뿐이고(아니 뭐가 국익인지 이미 사고를 포기한 것 같다), 이제는 그냥 대세에 같이 편승해서 맹목적으로 그저 피디수첩을 때려부수고 싶은 것 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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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깁니다만, 카페란을 얼룩지게 하는 것 보다는 크카가 훨씬 이런 취지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여기다가 올립니다.

(1) 원래 PD수첩에서 다루고자 했던 본체가 바로 복제 체세포의 진위여부 자체였고, 난자기증 윤리문제 건은 기껏해야(?) 워밍업 정도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난자기증 건은 PD수첩에서 뭔가 새로운 문제지적을 했다기 보다, 이미 세튼 결별 건으로 이미 다 실질적으로 드러난 것을 취합하고 약간 증언을 더 확보해서 보도한 것 뿐이죠. PD수첩에서 한번 그런식으로 다루었다고 해서 특별히 국제적으로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국익'(그게 도대체 뭔지 도저히 모르겠지만)에 실질적으로 침해되는 것도 아니죠. 연구과정의 윤리문제야 워낙 간단히 정리됩니다: 황교수가 뻥쳤다, 라는 것. 법적으로 문제없고, 연구성과도 보존되기로 했으니 남은 이슈라고 해봐야 그것 뿐이죠. 하지만 그것마저도 황교수 기자회견을 통해서 봉합. 저는 왜 그 정도 방송에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오버해서 우석 오빠 건들지마를 외쳤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조동이 합심해서 MBC 때리기에 나선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니 그렇다 치더라도.

(2) PD수첩 따위가 감히 검증을 하려고 해, 라는 괘씸죄 여론은 더더욱 이해가 안갑니다. 학술지에 나간 것은 이제 이것이 진리다, 라는 마침표가 아닙니다. PD수첩이 아니라 일개 고등 학교 과학서클이라도 “어, 뭔가 수상쩍은데” 싶으면 검증을 나설 수 있는 것이 바로 학술의 세계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황랩에서 협조를 해주느냐 안해주느냐는 그들 스스로 결정할 문제고 말이죠. 그런데 PD수첩건의 경우, 귀찮아서 그랬든 어쨌든 체세포를 일정량 줬습니다. 자, 이거 먹고 떨어져라, 전문검증 기관에 가지고 가서 검증해봐라. 그래서 검증을 해본 겁니다.

(3) PD수첩은 왜 이렇게 돌쇠짓을 하는 것일까요. 연구 결과에서 편법이 있었다는 인사이더 제보가 들어옵니다. 그 제보를 살펴보니, 연구실 핵심 인력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것을 취재하는 것이 언론의 본분입니다. 취재하고 나서 근거가 충분히 모이면 보도를 하는 것이고 말이죠. 그런데 취재를 위해서 검증을 하는 중, 기관에서 직접 받은 체세포들이 4개는 판독불가(훼손), 1개는 불일치. 국익이니 윤리니 우석오빠 사랑해요를 다 떠나서, 이 결과 자체만 놓고 판단했을때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좋겠습니까. 답은 간단합니다. “다시 검증 해보자”. 지금 상황이 정확히 여기까지입니다. 취재를 통해서 제보된 의혹들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끝나면, 그때가서 방송을 합니다. 검증이 안되면 방송이고 뭐고 못하죠. 혹은 의혹 자체의 존재 대해서만 이슈를 정리해서 보도하거나.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습니까.

(4) 물론 PD수첩의 보도방식이나 여론 향방에 대한 대처방식이 세련된 것은 물론 아니었다고 봅니다. 방송도 아직 안나간 상태에서 이따위로 추측보도들이 마구 나오도록 정보가 세어나갔다는 것, 그래서 무려 취재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까지 한다는 자체가 전혀 프로답지 못하죠. 외부 영향을 최소화해야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주먹구구입니다. 도저히 이번 건을 어떻게 수습하려는 것인지, 그 자충수의 끝이 전혀 짐작도 안갑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영향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열광적인 지지자들 스스로가, 황랩의 연구가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성과에 대한 의혹을 한번 제기한다고 해서 무너져내릴 만한 만만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익’이라는 모호하지만 이상하게도 공감대가 넓은 이데올로기에 묻어가서 ‘잘난 언론’에 대한 평소의 불만과 스트레스를 이번 기회에 한번 터트려보자는 것에 불과하지 않는지. 한번 생각해볼만한 일입니다.

PS. 100분토론에서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예, 학술지 엠바고를 깨서 물의를 일으켰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가 출연해서 굉장한 말을 하더군요. 요지는 “진실보도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서 해야한다”.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그 파장을 고려하는 기준이 하필이면 그 분에게 있어서는 ‘국익’이더군요! 기자가 무례한 취재질을 허락받고, 명예훼손 고소로 부터 그나마 상당부분 제외되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기자들은 진실 오타쿠 들이다’라는 사회적 역할 합의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근본적인 자기 기반을 타협해버릴 수 있는 기준이 고작 실체도 모호한 ‘국익’이라니, 스케일이 너무 작아서 실망했습니다. 최소한 ‘보편적 인권’ 이나 ‘세계 평화’ 정도는 되어야지…;;; 만약 중앙일보와 PD수첩 가운데 어느쪽이 언론의 역할에 충실한가를 물어보신다면, 0.5초 망설임도 없이 PD수첩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나중에 한참 밑에 또 추가한 부분)

!@#… 그보다, PD수첩에서 검증한다니까 많은 사람들은, 어디 방송국 창고에서 피디들이 플라스크 들고 실험하는 줄 아는 듯 합니다(진짜로). 황랩에서 논문제출 전에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검증받아서 자료제출하듯, MBC도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평가자료를 받아보는 것 뿐입니다.

저는 학부생때, 기말과제를 마감시간 내에 내야하는데 실험 데이터는 엉망이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론적 또는 절차상의 큰 문제라기보다는, 학부생들이 가용한 장비라는 게 워낙 열악해서 에러가 많이 들어가고 샘플사이즈도 작고 실험자의 숙련도도 낮고 뭐 여튼 여러가지 운용상의 결점들이 있어서 그랬으리라고 지금은 회상합니다. 여튼 그래도 깨끗한 보고서를 내기 위해서 한 일은 간단했습니다: 실제로 데이터에 일괄적으로 약간씩만 수치를 더하기. 그 결과 아주 해피한 결과보고서가 되어주었죠. 물론 학문적 측면에서 볼 때, 아주 심각한 사기를 친 셈이지만 말입니다. 다행히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학부생 숙제 정도여서, 스스로 양심 한번 찔리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혼자 다짐하고 끝난 일이었습니다. 만에 하나, 이런 패턴이 황랩에서 일어났다면, 정말 수습불가능입니다. PD수첩에서 검증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물론 황랩이 스스로 연구활동에 방해받으면서까지 검증에 꼭 전면 협조해줘야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이미 협조하겠다고 계약서까지 썼다고 합니다). 검증 결과 문제 없음으로 드러나면 방송하고 자시고 할 건덕지가 없어지는 것이죠. 한마디로, 아무 일 없이 끝나는 겁니다.

이런 비교적 정상적인 언론 취재 과정 속에서, 난데 없이 너도나도 중간중간 새어나오는 오만 짜투리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섣부른 분노를 터트리고 있는 것 자체가 “광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요새 PD수첩이 어쨌더라 하는 보도들의 태반은, 저에게는 “오노가 새끼발가락이 못생겼다더라” 하는 뉴스 이상의 가치를 주지 않습니다. PD수첩이 사실은 잘나고 우수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PD수첩이 시도하고 있는 기능이 언론의 존재 의미 그 자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또 추가… 그쪽 토론도 계속 현재 진행형이라서;;;;)

!@#… **님/ (1) 사람들이 실제로 기자가 진실 오타쿠라는 설정을 믿고 안믿고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바로 그들이 지향해야 하는 지점이라는 말입니다만. (2) 아직 방송을 안했습니다! 그게 지금 가장 황당한 것 아닙니까. 취재과정에서 정보가 새어나간것 뿐이고, 그것으로 별별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정작 PD수첩이 아니라 조중동과 오만 네티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PD수첩을 거꾸로 매달아버리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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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 음모론은 그다지 논의에 반영하고 싶지 않습니다. 미끼론은 물론이고, MBC가 시청률 확보를 했는지 역시 근거가 없습니다. PD수첩을 방영해야 시청률이고 뭐고 나옵니다. PD수첩으로 물의 일으킨다고 드라마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니 말이죠. 게다가 시청률 확보의 이유는 애초부터 광고 확보, 광고 단가 상향조정 때문입니다. 아무리 멍청해도 그런 좌판 접는 짓을 하지는 않습니다. 뭐랄까, 많은 분들이 언론 전반에 대한 평소의 불신으로 말미암아 이번 사건 전개과정에 대한 냉정한 – 아니, 사실에 입각한 시각을 잃어버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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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 (1) 피디수첩에서 이 주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좌판 접을 만한 짓은 아닙니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난자매매 관련 보도를 한 첫번째 PD수첩 프로만 하더라도 “영웅만세”를 드높였던 다른 황교수 관련 뉴스들과 비교하자면 악의 넘치는 보도처럼 보이지만, PD수첩의 평소 모습이나 2580 같은 시사 고발 프로라는 기준에서 보면 그다지 특별히 더 심할 것도 덜할 것도 없었습니다. 만약 후속편, 즉 본체가 방영된다 할지라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즉, PD수첩은 그냥 원래 해오던 대로의 사회 고발 프로를 또하나 만드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우석 오빠 사랑으로 광분해서, 우리가 당신들 좌판을 접어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논리적인 상황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음모론도 아직 들어갈만한 근거가 없습니다.

(2) 취재가 안끝났으니까 방영을 미루는 겁니다. 취재는 언제 끝나냐고 물으신다면, 결론이라고 할만한 검증결과가 나와주면 그 때 끝납니다. 그런데 검증결과는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그렇다면 방영을 못합니다. 또는 검증결과가 나와도, 문제가 없다면 방영을 못합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당당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 물론 피디수첩이 이 안건을 다룰만한 성격의 프로였는가, 라는 것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제보를 했다는 사람도 만약 진짜로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면 애초에 사이언스지에 제보를 했어야 했죠(왜 일부러 PD수첩을 택했을까 같은 또다른 음모론은 사양합니다). 하지만 피디수첩이, 들어온 의혹을 단지 황우석 교수가 세기의 영웅으로 잔뜩 칭송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포시 은폐하고 뭉개버렸다면 그게 더 큰일이었을 것입니다. 방송도 안나온 상태에서 피디수첩을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라, 근거 없는 분노에 휩쌓인 나머지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의 정상적인 언론 기능까지도 싸그리 부정하는 최근의 여론 경향이 심히 걱정되서 꺼내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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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시류와 타협해서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아니면 충분한 근거도 확보하지 못하고 어설픈 의혹과 적당한 음모론으로 포장된 프로가 무려 방영까지 된다면 그때 비로소 저는 PD수첩에 분노할겁니다. 그 전까지는 제가 PD수첩에 분노해야할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갖가지 뒷소문들 흘러나오는 것들만 가지고 수십 수백건 기사를 뽑아내서 뿌리고 다니는 여러 잡배 언론매체들과, 언론의 마땅한 역할마저도 부정하고 일방적인 국익만능주의 타령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지금 이미 분노하고 있습니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 수정 영리 당신들 맘대로. —

군대 총기난사, 미디어, 그리고 ‘보이는 적’ 만들기

!@#… 한 일병이, 자기 분대를 몰살시켰다.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이었던 간에, 결국 그 짓을 함으로써 자신의 모든 일말의 정당성을 스스로 소멸시켜버리고 만,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더 큰 비극을 불러다준 멍청한 악행. 아마도 군법에 의거, 총살형 예정. 편의적인 근무수칙 위반, 수많은 상병들 사이에 둘러쌓인 일병, 인격모독, 내성적 어리버리 성격, 쌓이는 스트레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얼추 머리 속에서 시나리오가 그려질 법한 이야기. 그리고 항상 지겹도록 반복되는 이야기는 한국 군대의 비민주적/시대착오적 질서유지 방식에 대한 피상적인 질타. 순진한 인권론자들도 군기 강화를 부르짖는 이들도, 그 근본적 이유인 거대 조직 군대의 비효율성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댈 구체적인 경영 마인드는 드물다. 너무 거대해서 제대로 쳐다보기가 너무 힘드니까. 구조조정을 하자, 라고 한다면 많은 고민과 드넓은 시각, 보이지 않는 다양한 방해요소들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것보다 훨씬 안전한 길을 선택한다. 바로, ‘보이는 적‘을 만드는 것이다. 그 것이 진짜 적인지, 문제의 근본 원인인지는 이들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통해서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없을지 조차 이들에게는 사치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눈 앞에 보이고, 지금 당장 때려줄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뿐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이것, 저것

!@#… 아, 그래. 컴퓨터 게임이 문제고, 만화가 문제라고 하는구나. 뉴스라는 미디어가, 게임이고 만화고 하는 다른 미디어를 악의 근원으로 몰고 간다니 참 웃기지도 않은 일이다. 이러한 것들이 선택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구체적으로 보이니까. 컴퓨터 게임에서 총쏘는 장면 많지? 만화에 환상적, 비현실적 싸움 장면 많지? 자 한번 봐라. 이번의 사건과 비슷해 보이지? 그래, 그러니까 이걸 보고 배운거다. 에잇, 게임 만화 나쁜놈들. 때려주자…. 뭐 그런거다. 존내 유치하고 치졸하고 말도 안되지만, 그게 세상 사람들에게 아직도 잘만 받아들여지는 논리다. 만화계가 어려우니까 대여점을 불태우자고 하고, 관동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니까 조센징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고 하고, 민심이 불안정하니까 후세인이 핵무기를 숨겼다고 하는 거다.

!@#… 어쩌면, 사람들은 가뭄이 들면(복합적이고 거시적인 이유, 바로 대자연의 규칙) 왕을 잡아죽였던(보이는 ‘적’을 퇴치) 수천년 전 그 당시의 정신수준에서 한 발짝도 진화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판을 넓게 보는’ 사회적 지성의 방향을 포기한 대가를 두고두고 치루는 셈이다. 앞으로도 더욱 많이 치루겠지. 자의식은 커가고 사회적 지능은 떨어져가는 어떤 시대의 단상이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 수정 영리 자유 —

온라인 닭대가리들에 대한 잡상.

!@#… 최근, mayrabbit님의 “당신도 할 수 있다! 뒷탈없는 강간을 위한 15계명” 이 여기저기 작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듯. 보다시피, 마구 공감가도록 쓴 촌철살인의 풍자다. 어디로보나, 밀양 집단강간사건의 최근 판결들에 대한  분노가 듬뿍. 그런데… 이게 DC 아햏햏 뉴스에서 기사화되었다. 리플들이… 가관이다. 풍자와 정신병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천한 독해능력과 그럼에도 한몫 끼고 싶어하는 다구리 정신은 가히 대한민국 국어 및 윤리 교육의 암울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종종 느끼는 바지만, 기본적으로 소위 ‘네티즌’들의 지능을 과대평가하면 큰코 다친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통찰은 이렇다: “한 집단의 전체 지능 평균은 항상, 그 집단 내 최악 닭대가리의 지능과 거의 같다“. 즉 지능 10짜리 99명과 지능 1짜리 1명의 집단이 있다면, 그 집단의 전체지능은 한 2나 3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속칭 ‘물흐림’의 법칙).

가장 보편적인 해결책은, 그 1짜리 성원을 축출시켜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많은 경우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더러,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공개적인 온라인 공간이라든지 말이다. 자꾸 언론에서 네티즌 네티즌 해서 그러는데, 네티즌이라는 범위는 국민이라는 말보다도 더 애매한 큰 범주다. 사실 초딩과 전문가가 똑같은 발언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몽상적 민주주의로 보자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사상적 파시즘에 더 가깝다(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애초부터 지능 1짜리 독자들의 수준에 맞춰주는 것이다. 풍자? 그런 고난이도 기술로 찌질이들을 자극했다간, 원래 글의 의도는 소리소문없이 묻혀버린다. 전문용어? 못알아먹으면 화를 내는 것이 대세다. 지식은 얕은데 자존심은 높은 초딩들을 화나게 만들면, 다구리 당한다. 그러니까, 공개적이고 논쟁적인 내용의 주장일수록 논의수준이 얕아야 된다. 하염없이 얕아야 된다. 예를 들어, “여하튼 모든 건 노무현 잘못이야” 라든지, “노동자들은 빨갱이” 라든지, “박정희는 대한민국의 아버지” 라든지.

대결구도 역시 중요하다.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맞물려 있고, 그들간의 지속적인 균형잡기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상식은 너무 어렵다. 필요한 건, 이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적을 만들면, ‘우리편’의 결속력도 강해지고 좋지 않은가. 그래서 모든 관계를 내편과 적으로 딱 이분법으로 나눠버리고, 불특정 다수의 상대들을 원튼말든 적이라는 이상한 카테고리로 묶어버린다. 하지만 실제로 적으로 돌렸다가 판 전체가 제대로 안움직이면 어떻하지? 상관없다. 왜냐하면, 온라인상에서만 찌질거리는 거니까. 실천과 발전을 위한 논의가 아니라, 애초부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개싸움을 바라는 것이니까. 원색적일 수록 좋다. 근거도 없을수록 좋다. 감정적일수록 좋다. 만화대여권 건이 되었든, 독도 영유권 문제가 되었든, 군 가산점 논쟁이 되었든.

이런 것, 최악이라고? 다른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한 1000만배 정도 더 힘들기는 하지만. 바로, 집단 내 성원들 하나하나의 사회적 지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초등학교 이상 국어교육을 애매한 문학교육보다 미디어 교육, 토론 문화 교육, 사상사 교육 위주로 완전히 재편하는 것. 이미 멍청해진데다가 나이까지 먹어버린 어른들에게도 철저한 재교육. 학교 같은 곳에서는 물론이고, 온라인 오프라인 공적 사적 영역을 포괄해서 어디서나 그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어쩔 수 없는 교조주의자다. 다른 해답이 안나오니까.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나대로 선생이 꿈꾸는 가부장 유토피아[인물과 사상 2005/02]

!@#… <인물과 사상> 올해 2월호에 실린 원고. 조선중앙에 이어서, 당연히 동아. 이후에는 반대쪽 선수들도 다루겠지만. 보통 월간 인물과 사상 -> 미디어오늘 온라인 -> 개인 블로그에도 백업조로 올려놓기 순으로 가고 있음.

!@#… 글 독서의 연출상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접어서’ 올리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원고지 30매를 넘는 나름대로 장문의 경우는 접어서 보여주기로 결심. 현대인의 문자해독력 퇴행(즉 한두화면 이상 넘어가는 글은 못읽는다는 말. 일부 사람들은 벌써, 3줄로 요약해줘야만 겨우 무슨 뜻인지 알아먹는다)을 넓은 마음으로 포용해주기로 했다는 말이다. -_-; 자, 그럼 밑에 클릭을 하면서 시작. (주: 그림 이름은 모두 해당 개제일. 예: 041218 -> 2004년 12월 18일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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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로 선생>이 꿈꾸는 갈등 없는 가부장 유토피아

김낙호(만화연구가)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11가지 이야기

!@#… 최근 수년간의 젊은 정치 칼럼니스트들 가운데, capcold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최내현 씨. 딴지일보 농설위원 시절부터 보여준, 주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예를 들어, 진중권 칼럼의 최대약점) 스트레이트한 돌파력은 솔직히 질투가 날 정도다. 공감이 가는 좋은 칼럼이란 것은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다른 사람이 나보다 훨씬 더 잘 해서 들려줬을 때… 라고 보기에,  이것을 들려주고 싶다.

출처:  미디어몹 공식 신문 르지라시 정규기사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이성이 증발하는 온도, 화씨 911도

!@#… 아아… 장난이 아니다. 마이클 무어 아저씨, 당신은 천재입니다 (다큐멘터리는 반드시 ‘객관적’이며 ‘공정해야’ 한다고 믿는 돌대가리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드디어 떳다, 예고편. ‘화씨911’.

http://www.apple.com/trailers/lions_gate/fahrenheit_911/

!@#… 맨 마지막 부분, 부쉬의 인터뷰에 주목. “저는 테러리스트들의 살인행위를 반드시 멈추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라고 비장하게 말한 후 호쾌한 스윙으로 드라이브샷을 날리는 골프장 장면.

!@#… 사실 부쉬보다 더 위험한 건 아무 생각없이 부쉬를 뽑아준 50%의 순진하고 멍청한 – 그래서 잠재적으로 한없이 위험한 – 일반 미국 시민들이다. 그리고 부쉬가 남의 나라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있을 때 잘했다고 지지를 보낸 70%의 머저리 국민들(아까 그 50%보다도 더 많다!)이 또한 그렇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우민정치가 갈 수 있는 극단을 보여주는 최강의 실험샘플. 하지만 역시 그 이상으로 더더욱 위험한 것은… 아직도 혈맹이니 어쩌니 헛소리하면서, 부쉬의 똥꾸멍을 경쾌하게 속속들이 핥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이쪽 나라의 꼴통들. 정치판,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정치인들이 개판 한복판이라고 해서 욕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쁩아준 수많은 돼지들의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 자기 자신까지도 포함되어 있을지라도.

 

—- Copyleft 2004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투표에 관한 잡생각들.

!@#… 총선이 코앞이다.

!@#… “투표를 해야 민주시민”. 이 명제가 50년동안 휘날린 덕분에, 지금에 와서는 나름대로 투표율도 높은 나라가 되었건만… 과연 민주시민들인지는 모르겠다. 투표를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페티시즘적인 집착에 빠진 나머지, ‘투표만 하면 대략 안심’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여러 어르신들이 있으니. 그리고 지난 수십년간 뽑아준 그들을 또 뽑아준다. 한때는 ‘그 사람들을 안뽑아주면 후환이 두려워서’, 지금에 와서는 단지 조건반사로서. 대략, 파블로프의 개. 종치면 침흘리듯이, 선거하면 1번 찍는거다.

‘딸랑딸랑~’ ‘헥헥헥…질질질…’ = ‘선거철입니다. 한표 주세요.’ ‘그래도 1번이 안정적이지.’

!@#… 아, 약간 위의 말은 수정하자. 아주 조건반사적인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이유들은 있다. “국가의 평안과 사회의 안정을 위하여”. 사실은, “내 기득권이 흔들릴까봐”. 아니, 기득권이 없는 사람들도 1번을 찍는데? “사실은 없지만, 있다고 자꾸 믿고싶어지는 그 기득권이라도 지켜보고 싶어서”. 그냥 한마디로, 바보인거다. 무조건적인 1인 1투표권이라는 기계적인 대의민주주의의 폐단이 마구 드러나는 순간. 나는 개인적으로, 마치 운전면허처럼 선거 면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든 진보든, 사회와 정치에 대한 최소수준의 판단력이 전제된 사람에게 투표를 할 자격을 부여하고, 그 자격은 정기적으로 취득 및 갱신해야 한다는 것. 뭐 자세한 이야기는 언젠가 다른 기회에. 약간만 잘못 해석하면, 어마어마한 사이비 엘리트주의 우생학 파시즘의 나락으로 빠지기 쉽상일테니까.

!@#… 언론이 한창 말썽이다. 전통적인 조폭계의 강자 조중동은 뭐 어차피 항상 한따까리하고, 인터넷이야 예상한 대로였고.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이번에는 지상파 방송들이 열심히 새로이 부각되었다는 점. MBC…음. 사람들은 MBC가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를 까는 모습을 보고 MBC를 응원했지만서도, 사실 MBC라고 뭐 그리 훌륭한 언론정신으로 무장했겠나. 조작보도라면 둘째가기 서럽지. 송씨아저씨의 탄핵찬성집회 영상물 편집이나(물론 나는 그 인간의 발언의 악의는 심지어 MBC에서 보도된 것 그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보고있지만, 그래도 MBC는 항상 그래왔듯이 편집 왜곡조작의 묘수를 마구 시전했다), 전여orc 가짜 전화인터뷰나… 그렇다고 해서 진중권씨처럼 ‘비록 일리는 있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멘트’들을 열심히 날리는 것은 극구 사양이다. 그러니까 양비론을 주장하고 싶냐고? 아니다. 단지, “저들의 행위가 정의구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해서 저들이 정의의 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한번 상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세상의 더욱 많은 것들은 내편이니 네편이니로 구분되기보다는, 경우에 따라서 누구의 편도 될 수 있고 보통은 누구의 편도 아닌 자신들 만의 편이다.

!@#… 젊은 사람들의 투표율. 그것도 하나의 변수라지 아마. 놀러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놀러가라. 대신에, 소신을 가지고 놀러가라. 그런데 사실은 정치인들이 싫어, 그러니까 투표안해! 라는 머저리들이 꽤 된다. 정말 정치가 싫다면, 투표하러 가서 무효표를 만들어라. 가서, 투표용지에다가 매직으로 커다랗게 ‘엿먹어라, 씹쌔끼들아!”라고 쓰고 나오란 말이다. 무관심과 혐오를 혼동하는 것 아닌가? 혐오란, 뭘 알아야, 관심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신성한 행위란 말이다. 제발, 정치를 좀 제대로 혐오해보든지. 죽도밥도 아니면서 잘난체하지좀 말란말이다. 보고있는 내가 다 암울해진다.

!@#… 민주노동당은 두자리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의 의의나 그것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니 어쩌니는 굳이 반복하지 않겠다(내가 사회제도에 대해서 좌향 사고를 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원이라는 것도 그리 새로운 일도 아닐터이다). 가슴으로 느끼라는 말은 닭살돋아서 못한다. 그게 되면 좋고, 안되면 적어도 그냥 머리로 이해해라. 만약 이 나라의 국민이라고 자처하는 족속들에게, 제대로 살아있는 뇌세포가 한 다섯개 정도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어깨 사이에 있는 것이 무게추가 아니고, 머리속에 있는 것이 순두부가 아니라면 말이다. 다시 말해서, 확률은 반반이다.

—- Copyleft 2004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