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게, 깊이를 찾아 – 이미지 앤 노블 창간호 [기획회의 364호]

!@#… 테마의 구심력이 강한 계간지 창간호나 무크지의 경우는 잡지도 단편 모음 단행본에 준하여 리뷰. 메일의 오배송 사고로 원래 362호(즉 한 달 전)에 나왔어야 했으나 순서가 밀림.

 

섬세하게, 깊이를 찾아 – [이미지 앤 노블 창간호]

김낙호(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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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의 오락코드 – 『서울협객전』[기획회의 250호]

!@#… 지면으로 인한 저평가는 슬프다. 특히 한때 오히려 고평가를 나을만한 지면이었다면.

 

무협의 오락코드 – 『서울협객전』

김낙호(만화연구가)

대중문화의 특정 인기 장르에 대한 편견은 결코 드문 것이 아니다. 아니 일각에서는 아예 장르라는 말이 접두어로 붙으면 격을 여러 단계 낮춰 인식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장르소설’ 이라든지). 이런 자세가 장르의 뻔한 규칙을 따르기 때문에 새로운 예술적 성취가 없으니 얕잡아 봐도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훨씬 논리가 덜 갖춰진 어렴풋한 우월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생활의 다양한 층위 만큼이나 문화 역시 여러 층위를 총체적으로 볼 것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심히 한탄스럽다. 장르물이라는 것은 하나의 틀일 뿐, 그 안에 담기는 것은 사실 예술적 성취를 이룰 수도 있고(히치콕을 재발견한 카이에뒤시네마를 기억하자), 사회적 문제의식을 던져넣을 수도 있다. 다만 장르물은 특성상 대중적 오락기능에 더 우선적인 초점을 두고 있을 따름이다. 아니 애초부터, 대중적 오락기능 자체에만 집중하면 또 어떤가. 중요한 것은 애초에 목표한 바가 명확하고 그것을 수행하는 완성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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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잡지 영챔프의 웹진 전환 단상

!@#… 소식에 따르면(클릭, 클릭, 클릭, 클릭), 소년만화잡지 영챔프가 온라인 전용으로 전환(뻔한 이야기지만, 종이잡지가 폐간할 때 연착륙하는 방법)한다고 한다. 솔직히 수년 전 ‘영점프’가 폐간될 당시와는 달리 약간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시 영점프는 새로운 지면 품질 개편을 의욕적으로 실험하고 있던 와중에 몇달만에 명줄이 끊긴 것이지만 이번의 영챔프는 활력을 잃은 지지부진함의 바닥을 기며 수년간 버티다가 수명을 다했다는 느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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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합니다 [팝툰 25호]

!@#… 헉, 벌써 팝툰이 1년이 되어버렸다니. 잡지 창간을 목전에 두고 응원 기사를 써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참… 빠르다. 마감 한 이십몇번 하면 1년인 것이 격주간지의 페이스. 여튼, 앞으로 더욱 번창하고 비슷한, 혹은 더 나은 시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를.

생일 축하합니다

김낙호(만화연구가)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생각해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풍습이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땅히 축하받아야할 일이라고 취급하는 엄청난 낙천성의 발현이랄까. 혹은 그런 낙천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세상은 살만 하다는 인식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생일을 축하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나머지, 오히려 축하받지 못하면 비참해지는 쪽이 된다. 뭐랄까, 인생 별 것 없다는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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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함의 아쉬움 – 『거짓말』[기획회의 071115]

!@#… 핵심은, 이 무크지 시리즈의 장점도 단점도 이 3권째에 이르면서 확고해졌다는 것.

소심함의 아쉬움 – 『거짓말』

김낙호(만화연구가)

거짓말이란 참 재미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어떤 의사소통 행위보다도, 내용 자체보다 그 말이 오가는 상황 맥락이 중요한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이야기되는가에 따라서 엄청난 죄악이 되기도 하고 유쾌한 즐거움이 되기도 하며, 상대를 거꾸러트리는 무기가 되기도 하고 또는 따듯한 배려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은 단순히 말의 내용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말이 나오게 되는 상황, 즉 이야기의 맥락을 궁금하게 만들어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때로 그것은 황우석 줄기세포 사기사건의 거짓말처럼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세계적 규모의 음모론의 도가니로 몰아넣기도 하고, 때로는 연애의 솔직하지 못한 애틋한 마음의 교차로를 나름대로 이해하게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거짓말은 대단한 이야기 거리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픽션’이라는 말 자체가 결국 지어낸 이야기, 즉 거짓말이라는 것 아니던가. 거짓말은 상상력과 이야기 같은 개념들과 찰떡궁합이다. 다만 독자들에게 그럴싸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감을 스스로 즐기는 쾌감을 주는가, 아니면 되도 않는 설득에 짜증이 발생하도록 만드는가에서 이야기 품질의 승부가 갈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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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잡지 ‘헤비메탈’ 이야기 [판타스틱… 에 실리지 않음]

!@#… 장르문학/문화잡지 월간 ‘판타스틱’의 창간 준비호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스케쥴상 창간준비호 없이 바로 창간호가 나오고 창간호용 원고가 다른 기사로 이미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졸지에 붕 뜬 글 (사실 칼럼 코너 자체가 지면 개편으로 2호 만에 없어지기까지…). 그냥 다른 지면 찾을 때까지 고이 보관해둘까 했다가, 그것도 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서 그냥 적당히 공개. 아름다운 도판들은, 알아서 구글이미지검색님에게 물어보세요. ‘헤비메탈’이라고 키워드를 넣으면 아마 긴 생머리와 각진 턱의 기타 청년들 사진이 난무할테지만.

 

김낙호의 판타스틱 코믹스월드:
만화잡지 ‘헤비메탈’ 이야기 — 다른 세계의 풍광과 반라의 여자들

김낙호(만화연구가)

진지한 문학도들에게 환상 문학을 감상한다는 것은, 다른 룰에 의해 움직이는 다른 세계 이야기를 통해 우리 세계에 대한 각종 성찰과 비유를 즐긴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 하면, 나에게는 끝내 주게 멋진/우울한 환상 세계, 또는 은하계 너머 어딘가에 있을 다른 세계의 풍광과 소품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먼저다. 그 신기한 세계 속에서 주인공들이 음모에 휘말리고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이다. 이왕이면 에로틱한 상상도 자극하면 더욱 좋겠지. 장르 문학은 무슨 철학적 사유이기 전에 펄프 픽션을 발판 삼아 자라 온 정진정명 대중 문화다. 그렇기에, 아드레날린의 상상력을 눈에 보이도록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이야말로 팬들의 근원적 염원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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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의 힘 – 『무크지 에로틱』[기획회의 070315]

망상의 힘 – 『무크지 에로틱』

김낙호 (만화연구가)

굳이 프로이트니 뭐니 머리 아픈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성적 욕망을 돌리고 돌려서 창작열로 승화시키는 행위는 대중예술 전반에 너무나도 흔하다. 그 중에서도 그 ‘본심’을 비교적 꼭꼭 숨겨놓은 장르가 있는 반면, 자신의 에로스적 원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장르가 있다. 그 중 후자를 바로 ‘에로’물으로 지칭하곤 한다. 성적 자극이 넘친다, 혹은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성교하고 싶은 욕구를 지핀다는 뜻의 ‘섹시하다’라는 말이 더 이상 천박한 표현이 아니게 된 오늘날의 대중문화에 있어서, 역설적으로 가장 애매한 처지에 있는 것이 이러한 에로 장르이기도 하다. 직접적인 물리적 자극을 통해서 지극히 실용적인 기능성을 추구하는 ‘포르노’와 스스로를 차별화해야 하는 당위와 함께, 장르에 대해서 요구되는 자극의 수위를 충족시킨다는 두 가지 임무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묘한 표현과 기발한 발상으로 성적 욕망의 정수를 압축해내어 향유자로 하여금 외부로부터의 성적 자극보다는 자신의 머리 속에서부터 스며 나오는 성적 망상을 자극하는 ‘참여적 망상’이 에로물의 품격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 와중에 그림과 그림 사이 글과 그림 사이를 채우는 참여적 상상력이 표현양식의 기본 원리 그 자체인, 만화라는 매체가 지니는 강점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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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잡지여, 튀어 올라라 [한겨레21/650호]

!@#… 지난 한겨레21 650호에 ‘만화잡지여, 튀어 올라라’라는 제목으로 실린, 한국 만화잡지의 흐름을 정리하는 글. 이미 눈치챘겠지만, 씨네21의 만화잡지 ‘팝툰’의 창간 관련해서 잡힌 꼭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컨셉으로 씨네21에서는 이명석씨의 글을 게재했는데, 글 스타일이나 주제의 초점이 전혀 달라서 은근히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명석씨 글쓰기의 대중적 호소력과 직관성을 많이 부러워하고 있다 – 하지만 팩트 오류는 좀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여기 공개하는 버전은 항상 그렇듯 편집을 거치기 전의 송고 버젼. 편집부의 제목과 리드문 뽑는 센스는 역시 현장이기에 해낼 수 있는 귀중한 자산. 지면관계상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한국의 만화잡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capcold.net 검색창을 활용하시길.

 

만화 잡지, 새로운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다

김낙호(만화연구가)

최근, 80년대 초의 소년시절을 소재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여 화제를 모았던 만화 『소년탐구생활』의 한 에피소드를 보면 만화잡지 ‘보물섬’이 등장한다. 매 호마다 정성스럽게 모으고 있던 잡지의 지난 호 한 권이 없어지자 주인공 소년과 또래 친구들이 벌이는 치열한 신경전이, 해학적이자 실감나게 펼쳐지며 세대적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문화계의 복잡성이 증가한 오늘날은 어떨까. 만화가 ‘콘텐츠’로서의 각광받은 것과는 달리 만화 잡지는 대중적 지명도에서나 품질과 다양성에서나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팝툰’(씨네21 발행)의 의욕적 창간에서도 볼 수 있듯, 만화잡지에 대한 기대나 희망은 여전히 크다. 한국에서 만화잡지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상황이기에 이런 끈끈한 인연을 자랑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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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재앙, 팝툰 창간기사 편

!@#… 씨네21의 만화잡지 팝툰 창간에 관한 해외 전문가 반응을 보며 잠시 어안이 벙벙, 잠시 박장대소, 잠시 좌절. 요약하자면, 이 사람은 그 기사를 읽고 한국은 성인만화가 90년대에 소멸해서 아동만화만 남은 상태였다가 이번에야 부활한다고 믿은 것. -_-;

!@#… 내막인 즉슨, ‘성인만화잡지‘와 ‘성인만화’도 구분 못하는 한심한 영어 번역이 낳은 대형 참사. 즉 한국 성인만화잡지가 90년대에 명맥이 끊겼다가 다시 부활한다는 내용의 (물론, 그것마저도 사실과 다르다) 기사가, 한국에서 성인만화가 싸그리 사라졌다가 십여년만에야 비로소 새 작품(‘title’) 하나가 다시 나온다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아… 한겨레 영문판 팀의 퀄리티에 심히 난감해졌다. OTL 설마 다른 기사들도 다 이정도씩 야매성이 있다면 정말 곤란. 뭐 한국 원문 기사 자체만 놓고 보자면 다소의 오버만 빼면 크게 이상한 부분은 없다. 아, 만화광장이 사라진 것을 미스터블루 건과 묶어서 ‘비문화적 시각’으로 이야기한 것도… 곤란하지만.

!@#… 여튼 오늘의 교훈: “약은 약사에게, 번역은 전문가에게“.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잡지를 읽게 만든다는 것 – <격월간 새만화책> [기획회의 060301]

 !@#… 참고로, 블랙잭님이  “사람들이 대안만화 잡지를 사는 것은 독창성을 즐기고 싶어하는 욕구때문이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말아 주었으면 합니다” 라고 하셨는데 120%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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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읽게 만든다는 것 – <격월간 새만화책>

김낙호 (만화연구가)

사람들이 잡지를 읽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잡지라는 읽을거리는 최신 사항을 빠른 기간 안에 널리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신문과, 진득하게 한 가지를 파고들게 만드는 단행본 서적의 중간에 있다. 즉 하나의 긴 것 보다는 다양한 짧은 내용물들을 조합하여 일정한 기간 안에 발간하며, 다소의 현재성을 가지고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뉴스가 아닌 창작 문화예술을 다루는 잡지의 경우는 어떨까. 시의적으로 출간되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대략, 그 장르를 일상적으로, 항상 정기적으로 즐기는 생활을 하도록 함이라면 좋을 성 싶다. 10년 동안 작업한 방대한 작품을 10년 동안 기다리게 한 후 읽히는 방식도 있고 1년마다 단행본 1권씩 쪼개서 출시해서 1년 주기로 10번 즐기게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아예 잡지에 ‘연재’를 해서 10년 내내 일상적으로 즐기게 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즉 잡지는 작품을 생활의 일상성에 보다 가깝게 만들어준다. 또한 여러 작품들을 같이 묶어서 제시한다는 점 역시 대단히 중요한데, 하나의 작품에 심취하도록 하기보다는 일련의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취향으로 감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것은 거꾸로 말하자면 창작 문화예술 잡지가 그런 기능이 가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바로 잡지의 작품들이 일상적으로 즐기고 싶어할 만큼의 지속적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하나의 문화적 취향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색깔이 뚜렷해야 한다는 것이다. 1920년대의 문예동인지들 이래로 항상 그것이 좋은 창작 잡지와 쉽게 잊혀지는 잡지들의 가늠쇠가 되어왔다.

최근, 창작 만화지 <격월간 새만화책>(새만화책 발간)의 창간호가 출시되었다. 주류 장르공식을 따르는 만화보다는 작가의 개성적인 작품 성향을 중시하는 단행본을 위주로 작업했으며 지난 2003년 <계간만화> 1,2호를 제작한 바 있는 출판사답게, 이 잡지는 명시적으로 작가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실제로 창간호에 실린 작품들은 장르만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사실상 표준화되어 있다시피 한 미형 그림체를 벗어나 있으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 역시 삶의 거친 측면들을 소설의 문예사조로 치자면 ‘리얼리즘’내지 ‘자연주의’에 해당될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총 12편의 작품과 하나의 글이 실려 있는데, 작품들은 대체로 한 호흡으로 끝난다. 절반 이상이 단편이며, 연재물 역시 다음호에는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방식보다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내적 완결성을 지닌 것이 보통이다. 한국 작가가 주가 되지만, 해외 작가 가운데 잡지의 성향과 비슷하다고 판단되는 작가의 작품들도 네 편 포함시켰다.

작품들은 자전적 느낌을 구체적으로 강조한 작품들 (열아홉, 내 어머니 이야기, 푸른 끝에 서다 외), 또는 작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캐릭터로서 직접 활용한 ‘정신적인 자전 에세이’ (미스터 워터멜론의 오류, 나 그리고 얌전한 고양이의 동거 외) 가 대부분이다. 극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서사를 꾸며낸 작품(불행한 뱃사공, 도쿄 고려장 외)들이 오히려 전체적 분위기에서 뜨는 느낌이 강할 정도로, 그 분위기는 일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통일된 컨셉을 통한 뚜렷한 취향 구축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자전적 느낌의 이야기는 작가의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것에 용이한 장르다. 새로운 극적 창작물의 경우 뚜렷하고 일관성 있는 ‘작중 현실성’을 구축하기가 훨씬 어렵지만, 자전적인 느낌의 이야기의 경우 자기 삶의 경험이라는 뚜렷한 참조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상적 향유를 하고 싶게 되는 지속적 매력, 즉 넓은 의미의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어떨까. 사실 잡지란 결국 여러 작품들의 모음집이기 때문에, 각 작품들의 격차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격월간 새만화책> 역시 보다 뚜렷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 작품, 확실히 한 장르를 개척했다 싶을 정도로 이미 검증 받은 고전 명작 등이 한쪽에 분류될 수 있는가 하면, 재능은 보이지만 아직 덜 다듬어진 티가 나는 작품들이 다른 쪽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 수준에서 볼때, 시각적 만족이라는 명제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계간만화> 1,2호의 경우와는 달리 이야기로서의 재미가 상당히 준비되어 있다. 즉 잡지의 작품으로서 읽을 만한 매력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몇몇 작가들이 자신이 받아온 다른 해외 유사 장르 – 즉 ‘작가주의’ – 작품들의 영향을 스스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은 명백하게 지적받아야 옳다. 작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의 영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을 자신의 이야기와 감수성을 전달하기 위해서 효과적으로 변용하고 수용해내는가 아니면 아직은 단지 모습을 쫒아가는 것에 불과한가, 라는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어 『내 어머니 이야기』는 같은 출판사에서 작년에 출시한 바 있는 『페르세폴리스』(사트라피 저)의 시각 스타일과 연출방식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하지만 『페르세폴리스』는 아이의 맹랑한 천진함과 난해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역설적으로 충돌시키기 위해서 흑백 아이콘화된 그림체를 활용한 것인데, 이 작품의 경우는 차용해온 시각스타일과 자신의 이야기가 서로 녹아들어가지 않고 있다. 이외의 몇몇 작품들에서도 보두앵의 붓터치, 체스터 브라운의 방백 연출 등이 채 소화되지 못하고 거칠게 원용되고 있다. 이런 지점들은 반드시 편집자의 역량으로 적절한 조율을 해 나아감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잡지의 진짜 매력과 위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발간의 지속성이다. 부디 <격월간 새만화책>이 창간호의 포부를 잘 이어가서, 뚜렷한 취향과 상당한 완성도를 지닌 만화지로서 확고하게 자리잡기를 기원한다.  ***

약간의 사족: 하지만 <격월간 새만화책>이 ‘대안만화를 다룬 최초의 잡지’라느니 ‘본격적으로 작가주의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느니 하는 식의 언론 보도들 앞에서 필자는 곤혹스러움을 거두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화끈>이나 <히스테리> 등 걸출한 사례들을 90년대 한국 인디만화의 성과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자는 것인지. 하나의 대상에 대한 의미부여와 칭찬은 그 자체의 절대적인 우수함과 매력에 기반해야 하는 것이지, 결코 여기까지 오도록 기반을 닦아준 기존의 모든 성과들을 부정하는 방식을 통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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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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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연재중단의 논리.

!@#… 김은희의 <더칸> 연재중단 건과 관련해서.

http://jumosee.egloos.com/504110

http://www.manhwain.com/main.html?no=120

http://blog.naver.com/johnsilver9/20015555098

!@#… <더칸>이라는 작품을 특별히 좋아한 적은 없지만, <윙크>를 현재 구독하고 있지는 않지만, 연재중단이라는 것은 언제라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작가의지든 편집부 의지든.

!@#… 하지만 솔직히 <해와달>이 아이큐점프에서 연재중단 밀려났을 때보다 더 가슴아프다든지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때도 안타깝지만, 그 결정에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반대했지만, 그래도 납득은 갔습니다. 잡지니까요. 연재니까요. 고료가 들어가는 작업이니까요. 그나마 예고라도 있고 반항할 여지라도 있지, 영챔프에서 <맘보 파라다이스>, <그의 나라>가 사라졌을 때에는 참… 당혹스러웠죠. 하지만 납득은 합니다. 작품의 수준이 어떻든, 편집부와 ‘주독자층’의 수준이 모든 것을 결정할 따름입니다. 극단적인 비유로, 신일섭씨의 <코믹스> 웹진에서 연재하는 마고딕 작가의 그로테스크한 작품이 난데없이 <팡팡>에 연재된다고 칩시다. 당연히 밀려날 겁니다. 물론 애초에 장기적 포석을 못하고 근시안적이었던 편집부의 실수가 큽니다. 하지만 결국 밀려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겁니다. 작품이 좋든 나쁘든, 잡지는 자신의 성향을 가지고 다른 것을 밀어내는 것이 정상입니다. 문화적 종 다양성, 저는 200% 지지합니다. 하지만 일개 잡지가 그것을 맡아서 해줘야할 의무나 책임감을 바라는 것은 애초에 무리입니다. 그런 희생이 어디있습니까. 만화사랑의 이름으로 희생해야 하는겁니까?

!@#… 만화 팬 여러분, 만화 좀 그만 사랑하십시오. 사랑의 열기는 좀 덜 해도 되니까, 대신 차갑게 지갑을 여십시오. 10대 팬클럽들이 지갑을 열고 보이밴드들의 음반을 사재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모든 꽃미남들은 가수로 데뷔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등생들이 부모를 시켜서 학습만화를 빙자한 아동 오락만화에 지갑을 열었습니다. 수많은 출판사들이 그쪽으로 달려들었고, 너도나도 제2의 그리스로마신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더칸>을 살리고 싶다면 <더칸>에 지갑을 여십시오. 그 중에서도, 시장성을 과시하는 쪽으로 여십시오. 예를 들어, 빌려보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빌려보는 것으로 증명되는 종류의 시장성은 용도가 제한되어 있어서, 적어도 잡지연재를 지속시켜주지 쪽에는 써먹지 못합니다. 돈은 없지만 사랑은 한다구요? 그렇다면 작가분도 돈은 없지만 사랑을 하시기를 – 즉 연재비를 포기하고 단지 만화사랑만으로 작품을 완간시켜주기를 간절히 기도해보시기 바랍니다.

!@#… 많은 팬들의 당혹스러운 점이, ‘만화사랑’이 모든 것을 정당화해주고, 또 ‘만화사랑’에 대한 보답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바란다는 겁니다. ‘사랑과 분노’가 아닌, ‘시장성’을 보여줘야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전설처럼 인용되곤 하는 말인 “일본의 어떤 출판사에서 500부 팔릴 내용이라도 만든다더라”라는 건, 그 500부로도 돈을 뽑을 만큼 운영을 짜게 하고 책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는 곳은 한국에도 넘쳐납니다. 만화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시장성이 열악한, 시집들을 보세요! 비록 마이너하지만 나의 취향을 즐기고 싶다, 라면 그 취향이 산업적으로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소비해줘야 합니다. 완전히 오타쿠화되어버린 일본의 만화/애니 시장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오타쿠들이 목숨 걸고 돈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취향을 지킬 – 즉 물질적 투자를 할 – 각오도 없으면서 나무에서 모든 것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겁니다. <더칸>이 나이대 때문에 윙크에서 밀려난다면, 나이대에 맞는 지면으로 옮기면 됩니다. <허브>라는 성인 순정지의 존재조차 모르는 자칭 만화팬들이 태반이지만. 나이대는 맞지만 장르 성향이 안맞는다면, 또 다른 방법들을 모색해야 되겠죠. 단행본 단위로 가든, 웹 연재로 돌리든, 사전 주문 동인지나 이슈 형태로 가든… 쉬운 길은 아니죠. 하지만 특정 지면에서 밀려났다고 해서 사라져버릴 만한 작품이라면, 사라질 만한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 뿐입니다. 독자층이 확고하고 그 독자층이 바로 시장층이 되어준다면, 어떤 형태로 가더라도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 서명운동으로 10만명을 모으는 것보다, 단행본 판매부수 1만권을 해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만. 아니, <윙크> 구독 부수를 단 5000부만이라도 더 늘려주고, “<더칸>때문에 윙크를 사봅니다! 화이팅!”이라고 한마디라도 게시판에 남겨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지요. 별로 어렵지도 않고 귀찮을 것도 없습니다. 윙크 항의 서명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 연재를 못하게 될 5-10권까지가 담긴 박스세트를 사전예약 판매를 하십시오. 애장판 가격으로 해서, 1000세트만 사전판매 달성한다면 연재지면이 생길 겁니다. 이런 것이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는 운동’ 입니다. 서명운동보다 불매운동, 불매운동보다는 구매운동, 구매운동보다는 자연스러운 구매활동이 필요하다는 무지하게 간략명쾌한 논리를 좀 효과적으로 설파하고 싶습니다.

 

— 2005 copyleft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만화를 잡지로 읽는다는 것의 어려움 [만화규장각 0507]

!@#… 만화인에서 진행중인 등-대-등 만화언론 토론에 본격적으로 같이 뛰어들기 전, 약간의 준비운동 격으로 먼저 올리는 글. 사실은 부천 만화규장각 웹진에 기고한 글(당연히 직접 가서 봐야 예쁜 편집이 된 버젼을 볼 수 있음)으로, 만화잡지에 대한 현재 생각들을 정리해본 물건. 핵심은, 만화산업의 논리니 문화와 예술의 의미니 하는 거창한 것들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무슨 메리트가 있기에 이들을 독자로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만화잡지든 만화언론이든 만화의 세상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온갖 미디어와 비 미디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그냥 세상이 바로 상대다. 그것을 용어 좀 발명하면서 약간 더 길게 말하면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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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만화, 버린 것인가 버림받은 것인가 [계간만화 2005 여름]

!@#… 계간만화 2005 여름호 원고. (항상 그렇듯이) 커버스토리의 일부. 원래는 본격적으로 에로만화에 대해서 쓰고 싶었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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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만화, 버린 것인가 버림받은 것인가

김낙호 (만화연구가 / 본지 편집위원)

90년대 초 한국만화가 소년만화와 순정만화 전문지의 도입으로 급격한 체질변환을 겪을 때 가장 먼저 도태된 ‘기성 잡지’들은 성인만화잡지였다. 그리고 90년대 말 한국 만화잡지의 불황이 닥쳐왔을 때, 다시금 가장 먼저 판을 접은 것은 성인만화잡지였다. 한국만화판은 도대체 왜 이렇게 성인만화잡지와 궁합이 안 맞는 것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성인만화잡지에 대한 시도는 항상 새롭게 계속되고 있는가. ‘버려진’ 성인만화잡지지만 버림받게 내버려둘 수 없는 매력을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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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계 몇가지 사소한(?) 소식들.

!@#… 개인 홈피를 빙자한 대형 커뮤니티, 대형 커뮤니티를 빙자한 개인 홈피(…). 뚝심의 개인 만화애니 정보 종합 포털(?). 여하튼 만화독자, 애니 감상자에게 귀중한 곳. 만화인(http://manhwa.in)에서 700백만 방문객 돌파 축하 이벤트. 여러가지 공모 이벤트와 축전 모음 등이 있으니 관심있는 모든 이들은 가보길. http://www.manhwain.com/main.html?no=102

!@#… <풍장의 시대>, 2005년 상반기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 만협 홈피에서 공식 공지했으니 이제는 이야기하고 다녀도 되겠지(다른 두편은 <로또블루스>, 그리고 <월요일 소년>). 심사평은 그쪽 사이트에 올라갔으니 여기서는 생략. 그보다, 풍장의 시대의 스토리 작가 ‘가리’가 스탠바이 청춘의 ‘김영빈’님과 동일인물이라는 이야기를 접하고 약간 충격. -_-;

!@#… 계간만화 2005 여름호 발간.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제작비 지원으로는 마지막 호(야속할 따름이다). 앞날이 잘되기를. 아니, 편집위원 주제에 남의 일처럼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지. -_-; 뭐 여튼 2004년 봄호부터 이어진 커버스토리 집필 개근은 앞으로도 이어지리라 봄.

!@#… 아이큐점프 격주간 전환. 야심찬 신연재 예정. 사실 엄밀하게 말해서, 현실적이고 좋은 쪽으로의 개혁이다. 적자를 줄이고 품질 좋은 잡지를 만드는 길로 한발짝 다가간 셈. 하지만 9년만에 처음으로 질적인 피크를 이루자 마자 일방적으로 폐간 당해버린 <영점프>의 전례가 떠오르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_-;

한 만화세대의 부활 – 월간 <허브> [으뜸과 버금 0408]

웰빙의 폭풍이 이 땅에 상륙해서 파괴력을 발휘한지 이제 그래도 좀 시간이 지났다. 사실 따지고 보면 웰빙이라는 게 자기 몸 자기 마음 좀 지키면서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아주 단순한 컨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구체적인 형태로 우리와 조우했다. 난데없이 요가, 유기농 채식, 아로마 테라피 같은 것들이 행복한 생활의 잣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 그리고 덧붙이자면, 꽤나 바가지성 가격표를 하나씩 달고 다닌다. 그리고 결국 최강의 코미디, 패스트푸드점의 ‘웰빙버거’ 붐까지 이어졌다. 진짜 웰빙은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고 많은 얼굴을 하고 있을 터인데 말이다. 진짜 웰빙은 특정한 상품, 상표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잃어버렸던 자신의 취향을 스스로 다시 깨닫고 추구해나가는 것에 있다.

뜬금없이 웰빙 이야기로 시작했다. 만화 읽는 것을 업의 일부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웰빙은, 좋아하는 취향의 만화들을 지속적, 정기적으로 한 보따리씩 만나서 즐기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필자의 취향이 유별나서인지, 묶음으로 존재하는 것 없이 스스로 하나하나 찾아나서야 할 때가 대부분이다. 굳이 여기서 한국의 척박한 출판유통 환경 속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하소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튼 수많은 잠재적인 만화독자들을 질려서 만화로부터 떨어져나가도록 한다는 것 정도는 꽤 자명하다. 음… 이런 상황은 어떨까? 원래 만화를 좋아했던 한 세대의 폭넓은 독자층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화책을 펼쳐들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동안 먹은 나이에 따른 사회적 환경과 감성의 변화를 충족시켜줄만한 새로운 만화들을 이제와서 다시 찾아나서기에는 너무 품이 많이 든다. 게다가 당시에는 당시 취향을 충족시켜줄 잡지들이 넘쳐났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다. 하지만 그 당시 감동을 주고 자신의 취향을 생성시켜 주었던 그 작가들, 그 감수성은 여전히 그립다. 만약, 그 때 그 작가들 또는 그러한 감수성이 고스란히 나와 함께 나이를 먹고 더 성숙해졌다면 어떨까. 피차 서로 성장한 그런 상태로 다시 만나보면 얼마나 멋진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

바로 그런 모습으로 <허브>라는 순정만화잡지가 최근 창간되었다. 80년대의 순정만화붐 속에서 만화에 심취했던 그 폭넓은 여성독자층이 이제는 2-30대가 되어 좀 더 성장한 무언가를 바라고 있을 때, 이들을 위한 만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김진, 우양숙, 박연 같은 그 세대에게 무엇보다 가장 반가운 이름들이 있고, 강경옥, 김혜린 등의 이름들이 대기자명단에 버젓이 올라와있다. 그리고 같은 시대를 호흡하는 새로운 세대의 작가군들도 어깨를 나란히하며 섞여있다. 하지만 작가군이야 어차피 이름정도일 뿐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작품 아니겠는가. <도깨비신부>의 이야기적 매력, <들꽃이야기>의 구수한 냄새, <미시 박>의 성인취향 생활담, <조우>의 현학적이지만 흡입력있는 모양새 등은 초반의 우려를 상당부분 제거해주고 있다.

물론 작품과 기사들의 전체적 방향성이 다소 산만한 구성을 보이고 있는 등, 신생 잡지인 만큼 아직 부족한 지점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 동전의 뒷면은 바로 작가 수익배분 시스템이나 인터넷 중심의 정기구독모집(http://www.c-herb.net) 등 다양한 패기넘치는 실험들이다. 월간 <허브>의 향이 한 세대를 다시 만화에 눈뜨게 만드는 것에 일조하기를 기원한다.
[으뜸과 버금 2004. 8.]

(* 주: 원출처는 YMCA에서 운영하는 ‘으뜸과 버금’의 월간 소식지입니다. 좋은 만화를 소개받고자 하는 업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지면의 성격상… 분량도 capcold답지않게 짧고, 주례사 느낌이 강합니다;; 닭살이 돋더라도 참으시기를)

 

— Copyleft 2004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허 —

순정만화 잡지 <허브> 창간

!@#… 볼만한 잡지가 창간되었다… 이름하여 <허브>.

http://www.c-herb.net/

!@#… 2-30대 여성, 한마디로 80년대의 순정만화 붐 속에서 만화를 원래 좋아했으나 지금은 좋아할만한 자신들 연배에 맞는 만화를 찾기 힘들어서 만화를 못보고 있는 세대. 이들을 노리는 잡지를 표방하고 탄생.

!@#… 잡지 내용이 아닌 잡지 프로덕션 측면에서 보더라도… 단행본시장을 노리고 잡지를 팜플렛 취급해버리는 기형적인(게다가 십수년간 여실히 실패로 드러난) 시장공략이 아니라, 잡지 자체가 잡지로서 재미있는 지면. 대형 자본을 뒤에 업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맨땅에 헤딩하면서 가장 현실적인 생존전략을 매 순간마다 짜낼 수 밖에 없는 배수의 진. 수익이 나면 작가에게 배분하는 혁신적인 시도… 등등 성공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 투성이인지라, 창간 준비 단계부터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프로젝트. 결국 여차저차 창간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첫술에 배부를수야 없는만큼, 앞으로 두 술 , 세 술, 백 술까지도 열심히 계속 나와서 독자들에게 질타와 칭찬을 받아내기를.

!@#… 그리고 솔직히… 첫째, 왜 만화계 어려운데 이런 걸 또 만드느냐 하는 인간들 보거라. 당신들이 업계 종사자인지, 열혈독자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어쩌라고? 만화계가 어려우니까 그냥 앉아서 죽어버릴까? 만화계가 어려우니까 징징거리면 누가 사탕 하나라도 준다니? 두 발로 일어설 준비가 되지 않은 것들은 죽어버리면 되는 것이고, 일어서는 자들을 제발 발목 붙잡지나 말자. 둘째, 가격 높다, 유통비 아겼다면서 왜 그리 비싸냐 하는 멍청이들 보아라. 우선 유통비가 뭔지는 아냐? 유통비하면 그냥 퍼센트 떼서 값 싸지는 것만 알겠지? 복마전같은 잡지 유통구조 속에서 도매상들 돌아다니면서 영업뛰고 집어넣는 인건비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시도인지는 생각해봤냐? 그리고, 초딩들도 아닌 주제에 일반적인 영화 한 편 관람료보다도 싼 월 6000이 아깝다면, 그건 비싸서가 아니라 단지 ‘만화에 돈 쓰는 게 싫어서’일 뿐이다. 니들에게 만화란건 그 따위 의미밖에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그냥 지하철 무가지나 보고 살아라. 공짜… 그게 너그들의 그 싸구려 수준과 취향에 딱 맞다. 제 값 주고 자기 취향 즐기려는 사람들한테 초치지 좀 마라. 요새 날씨 덥지? 스트레스 쌓이지? 그래서 시원한 에어컨 틀어진 피씨방에 앉아서 오만군데 게시판에다가 리플을 빙자하여 똥이나 칠하고 싶지?

!@#… 뭐, 궁금하신 분들은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서 정기구독 신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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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비쥬> 폐간에 관한 (정말) 짧은 소감

!@#… 소식을 들은 것은 모처, 어제 오후였다. 하지만 공식 발표가 나오기까지는 기다려보자…라고 생각했는데, 간밤에 오만가지 블로그에 다 소식이 올라와있더군…무서운 세상, 빠른 세상, 한국 세상.

…어제 시공사의 내부 결정에 의하여, 잡지 폐업. <오후>, <비쥬> 폐간. 기타 이런저런 만화캐릭터사업팀 구조조정 단행.

!@#… 앞으로 태어날 잡지들이 더욱더 멋진 모습으로 대성공을 해서, 이 날의 당혹감을 한낮 가십꺼리로 전락을 시켜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제발,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