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없는 세상에 녹아들기 싫었던 나날들: 고스트월드 [다음 백과사전 / 영화,드라마로 제작된 만화]

!@#… 호러가 아님. 아니, 세상은 나름 호러일지도. 전문은 여기로.

“별 것 없는 세상에 대한 냉소로 다져졌던 동지애는, 이제는 별 것 없는 것을 잊지 않았지만 그래도 녹아들어가게 된 자신들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좀 더 폭넓은 이해로 바뀐다. 유령 세상이 좋아진 것이 아니다. 그저 원래부터 딱 그 정도였던 사람 풍경으로 걸어 들어갔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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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치고 변화하는 이야기 – 아스테리오스 폴립 [기획회의 287호]

!@#… 출판사측 카페에 전재된 버전에는 관련 도판(!)도 삽입되어 있음. 다음 작품은 ‘에식스 카운티’던데, 미메시스(열린책들)의 라인업이 바람직하게 전개중.

 

겹치고 변화하는 이야기 – [아스테리오스 폴립]

김낙호(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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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관점을 받아들이며 성장하기 – 『기울어진 아이』[학교도서관저널 5호]

!@#… 교보문고 출판 당시 홍보배너 만들어주던 것이 엊그제 같이 느껴지는데 어느덧 참 세월이;;; 여튼 청소년 도서소개잡지인 ‘학교도서관저널’에 실린 글.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며 성장하기 – 『기울어진 아이』

김낙호(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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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처럼 와서 양처럼 가리라 – 『3월의 라이온』[기획회의 255호]

!@#… 주류 여성향 순정만화 장르에 뚜렷하게 특화된 유명 작가의 주류 남성향 잡지 연재작은 종종 매우 매력적인 결과물을 탄생시킨다. 그 반대의 경우는…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다. OTL

 

사자처럼 와서 양처럼 가리라 – 『3월의 라이온』

김낙호(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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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vs 분배, 그 너머.

!@#…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오래된 담론 프레임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는 취지로 나눈 모님과의 메신저 대화 내역을 바탕으로 살짝 살을 붙인 메모. 이걸로 나중에 본격적인 논지의 글을 쓸 일이 있을지 잘 모르겠기에, 그냥 토막부터 살짝 남겨둔다(라고 해도 이게 결국 결론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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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축적 – 『치키타 구구』[기획회의 249호]

!@#… 일련의 출판사들이 만화사업을 대폭 정리하며 떨궈버렸던 보석들 가운데 하나가 또 이렇게 돌아왔다. 이번에는 무사완간 좀.

관계의 축적 – 『치키타 구구』

김낙호(만화연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정이 든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주제다. 이미 『어린 왕자』같은 작품의 왕자와 여우가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관점으로 이것을 다루어 여러 세대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바 있고, 소위 인생역정의 큰 흐름을 그리는 장편극 가운데 이런 요소를 바탕에 두지 않는 것이 드물 정도다. 이것은 어떤 작품이 독자들이 살아가는 일상에 직접적으로 밝은 방향의 영감을 줄 수 있는 가장 편리한 방식 중 하나다. 불같은 낭만적 사랑의 이야기가 주는 드라마틱한 재미와 달리,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살아가는 이치라는 듯 은근한 깨달음을 주는 과정의 포만감이 있다. 그 중 좀 더 집요하게, 무척 이질적인 혹은 아예 적대적일 수 밖에 없는 관계의 두 주인공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축적되며 어느덧 끈끈하게 연결되는 과정을 다룬다면 어떨까. 더할 나위 없이 이 주제가 주는 매력의 본질을 건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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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 구멍, 그리고 명품 성장물 -『블랙홀』[기획회의 246호]

!@#… 하필이면 이번 글을 캡콜닷넷에 백업올리는 시점에, 돼지플루 창궐이라니;;;

 

전염, 구멍, 그리고 명품 성장물 -『블랙홀』

김낙호(만화연구가)

성장은 전염성이다. 흔히 떠올릴 법한 개인이 사회와 부딪히며 차츰 무디어져가고 철이 든다는 식의 그런 관점이 아니라, 어느 한 명의 성장이 특정한 조건을 거치면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 전염되고 확산된다는 것이다. 각자의 학창시절들을 떠올려보면 되겠다. 성장에 대한 욕구든 아니면 별반 생각도 없었는데 성장의 길로 내몰리는 것이든, 항상 주변에 누군가가 성장의 모습을 보인 후 압박이 확산되어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장통을 겪는 또 다른 이들의 사연이 매혹 또는 공포 속에 내 생활에 침투하고, 그 속에서 내 방식의 성장을 겪고 나면 다시금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전파될 것이다. 또래집단 위주로 전염되곤 하는 성장이라는 전염병은, 결국 그 집단 전체가 ‘감염’될 때 즈음 이상하고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생활조건이 된다. 심지어 그 성장의 결과로 이전의 시각으로 보자면 무척 괴상한 존재들이 되어 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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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고발보다, 성장에 관한 – 『피부색깔=꿀색』[기획회의 242호]

!@#… 신문기사나 도서리뷰는 대호평인데, ‘네티즌 감상’ 같은 것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취향의 작품. 즉 “모에 없음 / 쿨함 없음 / 짤방매력도 낮음 / 하지만 작품적 재미와 깊이 상당” 부류.

 

사회고발이 아니라 성장에 관한 이야기 – 『피부색깔=꿀색』

김낙호(만화연구가)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히트 드라마가 있었다. 결국은 눈빛 멋진 남자주인공과 비련의 여주인공이 본격 연애하다가 비극으로 끝나는 드라마가 되기는 했지만, 적어도 초반만큼은 해외입양아 문제를 소재로 해서 묵직한 화두들을 몇 가지 던져주곤 했다. 적어도 필자는 그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의 허무한 멋스러움보다는 그런 표정이 몸에 스며들 때까지 겪었을 사연이 더 궁금했으니 말이다.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 틈바구니, 심지어 자신을 받아들인 가족들도 외모에서부터 나와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상황에서 자라난다는 것이 주는 고독감은 정신세계의 구석구석에 스며든다. 나를 버린 곳, 하지만 나의 원류가 된다는 어떤 곳에 대한 애증은 또 다른 응어리가 된다. 그런데 이런 조건들은 중간에 걸려 넘어져 좌절하기 쉬운 만큼, 반대로 잘 삭여서 인생의 일부로 잘 받아들이면 그만큼 성숙해질 수 있기도 하다. 만약 스스로 그 성장경험을 회고하고 정리하면서, 극적으로 과장하지 않는 담담함과 다소간의 유머감각으로 스스로 아픈 부분을 다독일 줄 안다면 말이다. 나아가 그 과정을 여러 사람들과 같이 나눌 수 있기까지 하다면 귀중한 성숙함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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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일상을 거치는 순환과정 -『여행』[기획회의 233호]

!@#… 지난 호 원고는 한 박자 쉬어가는 느낌의 책으로. 천하의 보두앵이 낸 대표작 가운데 하나의 정식 한국어 단행본인데, 좀 뻘쭘하다 싶을 정도로 개인감상이나 신간안내 이외의 정식 평가를 찾기 힘들다 (하기야 그런 책이 한 두 종류겠나…;;; 뭘 새삼).

 

비일상을 거치는 순환과정 – 『여행』

김낙호(만화연구가)

흔히, 여행은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가보는 과정이라고들 한다. 즉 단순한 떠돌이 방랑이 아니라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일상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여행의 종착은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오든, 도착한 지점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내든 말이다. 그 중 어떤 경우라고 할지라도, 여행을 한 경험 덕분에 새로 시작되는 일상은 이전의 것과는 조금 달라진 무엇이 되어준다. 조금 한심한 여행이었다면 인증샷 몇 장,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면 나름의 큰 깨달음이 새로운 일상의 기반이 되어준다. 이렇듯 여행은 본연적으로, 순환과 성장의 함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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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적 삶의 모험성장극 -『미스문방구매니저』[기획회의 232호]

!@#… 아니 굳이 정말로 비운의 명작이 되었으면 하는 것은 아니고, 한정된 인지도로 저평가되는 것이 마냥 아쉽다는.

 

동네적 삶의 모험성장극 -『미스문방구매니저』

김낙호(만화연구가)

한국 드라마에서 최근 수년간 소위 저주받은 걸작 또는 비운의 명작이라고 칭해지는 작품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시청률이 처절하게 낮다느니 소수에게만 열광적으로 인기를 끈다느니 하는 지당한 이야기 말고, 내용적으로 어떤 비슷한 코드가 종종 엿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독특한 성격의 캐릭터들이 남루한 일상적 삶을 사는 이야기가 많다. 물론 일상의 와중에서 보물찾기가 벌어진다든지 혹은 취업을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든지 사건은 충분하지만, 기본적으로 폼 나는 코드가 없이 그저 서민적 페이소스 자체만으로 승부한다. 또한 종종, 그 주인공들은 신비감 없는 아웃사이더들이다. 반항아나 천재 같은 식의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낙천적 백수, 특정 소소한 분야의 ‘오타쿠’, 구멍가게 알바생 등이다. 또, 핑크빛 연애 관계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물론 각종 짝사랑 등 연애담이 빠지는 경우는 적지만, 핑크빛이라기보다는 적당히 생활의 찌든 얼룩이 든 느낌에 가깝다. 즉 동지애의 연대와 우정 같은 느낌이 로맨틱한 사랑의 느낌을 자주 압도한다. 즉 드라마속 주인공들이라기보다, ‘동네 사람들 이야기’의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더라도 그 취향에 동의하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섬세함으로 다가오지만, 역시 보편적으로 화려한 현실도피의 오락성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물론 전자에 속하는 이들의 경우, 왜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 좀 더 인기를 끌지 못할까 한탄을 터트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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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인정하는 순간 – 『바이바이 베스파』[기획회의 224호]

!@#… 답지않게 꽤 자의적인 감상이기는 하지만, 하기야 워낙 주관적으로 보지 않기 힘든 작품이니까.

 

성장을 인정하는 순간 – 『바이바이 베스파』

김낙호(만화연구가)

베스파는 스쿠터의 기종 가운데 하나로, 꽤 올망졸망 귀여운 종류다. 그런데 스쿠터는 상당히 어중간한 탈것이다. 자전거보다는 좀 더 본격적으로 이동거리를 늘려주고, 그렇다고 오토바이처럼 아예 질주할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스쿠터로 도심 질주를 하는 동네 중국집 배달원들 같은 특수한 사례들은 논외로 치자). 게다가 탑승도 그렇다. 좁게 앉아서 한 명 정도 더 태울 수 있을텐데, 그것도 밀착 정도가 심지어 오토바이보다 더 좁기 때문에 웬만한 사이가 아니라면 좀 민망해지기 십상이다. 만약 본격적으로 누군가와 함께하게 된다면, 혹은 무언가를 짊어지고 돌아다녀야 한다면 스쿠터는 곤란하다. 그런데 결국 사람은 더 이동거리가 늘어나고,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더 데리고 다니게 된다. 그럴 때 스쿠터는 ‘졸업’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름대로 자유롭게 달리는 것을 꿈꾸지만 과장되지 않은 섬세한 삶의 방식으로 선택했던 스쿠터는 계속 함께 할 수 없는, 한시적인 것이 된다. 스쿠터는 소년시절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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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만든 환경을 기억하다 – 『재미난 집』[기획회의 221호]

!@#… 재미난 집Fun Home에 대해서는,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뭔가 커밍아웃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쪽 리뷰에서는 물론, 심지어 책내 서평에서도 왜 그랬는지 이해못할 실수를 하나 저질렀다. 아버지의 커밍아웃이 죽음 ‘직후’라고 썼는데, 첫째는 아버지가 죽은 이후 비로소 아버지에 관한 여러가지 것들을 새로이 발견해나간다는 비유적 의미, 둘째는 어머니가 사실을 폭로했고 아버지는 딸에게 직접 대놓고 고백하지 않았다는 미묘함을 포함하려 한 것. 하지만 다시 읽다보니, 마지막 자동차에서의 대화장면이 충분히 직접적인 커밍아웃 아닌가. 여전히 뒤늦었고 ‘어긋난 타이밍’이라는 문맥은 그대로지만, 상당히 당혹스러운 팩트 실수가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무척 쪽팔리는 실수.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는 책이기는 하지만, 2쇄를 찍을 때 반드시 수정 필요. 그런 의미에서, 빨리 다들 책을 사서 초판을 소진시켜주셈. (핫핫)

 

자신을 만든 환경을 기억하다 – 『재미난 집』

김낙호(만화연구가)

가족의 기억을 다루는 작품은 흔히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채워줘야 한다. 한쪽으로는 굳이 작품으로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만큼 나름대로 특이한 측면이 있는 가족이어야 하고, 다른 쪽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족으로서의 특징을 담아줘야 하는 것이다. 전자가 미비하면 그냥 일기장에 불과해지고, 후자가 미비하면 애초에 가족물로서 성립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소재면의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의 기억을 애초에 왜 다루고 있는지 그 자체다. 가족의 모습을 통해서 일종의 사회 풍자나 민속지 기록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굳이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이야기한다면 그보다 좀 더 담아내고 싶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현재의 자기 자신을 만들어낸 환경을 되짚어보는 것 말이다. 어쩌다가 내가 나 같은 사람이 되었을까, 그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자신이 가장 밀접하게 같이 살아온 인연인 가족의 이야기로 가는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회한일 수도, 애정일 수도, 그 모두일 수도 있다.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향수로 풀어내는 것도 좋겠지만, 진정한 사색은 과거의 가족 관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현재의 내가 그 당시의 모습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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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성장담 -『도로시밴드』[기획회의 080101]

!@#… 어쩌다 보니 바로 직전 호의 원고도 락음악 관련 만화여서, 담당자분이 잠시 혹시 원고가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여튼, 높은 품질에 비해서 화제성이 참 떨어지는 비운(?)의 작품.

락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성장담 -『도로시밴드』

김낙호(만화연구가)

락앤롤로 세상을 구원한다는 발상은 참 60년대적이다. 비틀즈와 롤링스톤즈와 밥딜런과 기타 락의 젊은 신들이 한 세대를 새롭게 재발명해내던 의기충천한 시대의 이야기다. 한국에서도 좀 다른 형태와 규모이기는 했지만, 90년대에 재발견되며 잠깐 대중문화의 창조적 힘에 대해서 이야기되고 락 담론이 반짝인 적이 있다. 하지만 어차피 음악이 거의 ‘배경음악’이 되어버린 2000년대의 오늘날, 그 정도 과대망상급 긍정성은 많이 희박해졌다. 요즈음 락이 각종 밴드 영화나 만화로 한국의 대중문화 속에서 재발견되고 있는 것은, 락의 힘 자체보다는 주로 뭔가 아련함을 이야기하는 계통이 많다. 고된 삶으로부터 잠시 동안의 청량감 있는 도피를 하는 것이다 보니, ‘쿨’함이 부족하다.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장르 편중화의 문제인데, 비유하자면 진득한 블루스락에 편중되어 직설적으로 발랄한 펑크락이 가려져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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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람의 이야기로 – 『태일이』[기획회의 071201]

!@#…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단행본화가 오래 걸린 것이지 이해는 잘 안가는 것이, 한 권당 9회고 현재 잡지는 49호가 나오고 있으니 이런저런 펑크 좀 감안해도 거의 완결을 향하고 있어야 할 터. 뭐, 이제라도 나와준 것이 어딘가. 게다가 출판사가, 88만원세대 키워드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이 책에 대해서 노동자의 처지 이야기라는 토픽으로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 것이 은근히 의아한데… 뭐 모를 일이다.

다시 사람의 이야기로 – 『태일이』

김낙호(만화연구가)

요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신입생들에게 입학과 동시에 손에 쥐어지던 책이 바로 『전태일 평전』이었다. 지배자들의 역사와 경쟁이나 승자독식 이데올로기에 찌들어 대학까지 온 신입생들에게, 이 사회가 어떤 이들의 무엇 위에 실제로 서 있는지 세상의 참가치를 보여주자는 학생회 선배들의 일종의 고정된 루틴이었던 것이다. 특출하게 잘난 것 없는 그저 노동자 출신이지만,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여서 노동현장의 참혹함을 알리고 한국에서 노동인권이라는 것이 사회적 의제는 물론 진보 운동의 의제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 선구자 중의 선구자. 바로 이런 이미지야말로 전태일 평전의 주인공 전태일을 민중주의적 진보의 아이콘으로 포장해주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의도가 신입생들에게 실제로 도달하거나 실제로 공감되는 비율은 갈수록 형편없어지곤 했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선배들의 자의식과는 달리 정작 신입생들은 해방을 시키는 투사가 되고 싶어서 대학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해방이 되고 싶어서 들어온 것이니까. 방향이 좀 다를 뿐, 『전태일 평전』 역시 또 다른 “그들의 삶을 본받지 않겠는가”를 강요하는 위인전으로 취급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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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으로서의 락 음악 – 『창고라이브』[기획회의 070915]

!@#… 난데없이 직장인 락밴드 영화가 두 편이나 동시개봉해서 그저그런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락덕후 몸부림과 좌절의 타이밍에 지난번 원고를 끄집어내고 말았다.

소통으로서의 락 음악 – 『창고라이브』
김낙호(만화연구가)

90년대 초중반 즈음, 한국에서 대중문화 담론이 폭발했을 당시 락 음악은 무슨 대단한 저항정신의 상징이어야만 한다는 듯 소개되곤 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진 후 남은 실상은, 락 음악도 다른 여느 음악과 마찬가지로 그 시작은 기존 다른 장르들에 만족하지 못해서 탄생했고 대중적인 무언가를 두드리며, 때로는 상업성에 찌들기도 하고 때로는 예술성을 꿈꾸기도 하는 또 다른 대중음악이었다. 다만 음악의 형식상 좀 더 원초적으로 열정적이며 강렬하게 내지를 수 있는데(하기야 그런 성향 자체가 이미 우리 현대 사회에서는 ‘반골’이지만 말이다), 예술적 성취에 목숨 거는 다른 온갖 고상한 장르들보다도 훨씬 편하게 소통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원래부터 그렇기에 기타연주 기교와 찰랑거리는 갈기머리 휘두르기, 위악적 무대설정으로 포장된 80년대 주류 락이, 90년대 초에 그저 동네 청년들 같이 차리고 나와서 젊은 세대의 불안과 자조를 거칠게 내지르던 너배나에게 밀려났던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저항이라는 이름표가 아니라 크고 작은 억눌림 속에서 살고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 자신들의 감성을 솔직하게 락 음악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그저 창고에서 친구들과 모여서 굉음을 낸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좀 더 솔직하게 우리 이야기를 하겠다는 욕망,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소통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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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도 성장의 일부 – 『고스트 월드』[기획회의 070801]

!@#… 이번 소개하는 작품은 ‘판타스틱 소녀백서’라는 기괴한 제목으로 개봉하고 장렬히 침몰한 바 있는 수작 영화의 원작이기도 함(도대체 가끔, 정말 이해불가능한 영화홍보 담당자 센스에 놀라곤 한다고나… 최근에는 심슨가족 극장판의 한국 홍보컨셉에도 고개를 크게 갸우뚱). 한국어판이 나와주기만 해도 고마운 작품 중 하나.

냉소도 성장의 일부 – 『고스트 월드』

김낙호(만화연구가)

누구나 성장과정에 있어서 한번쯤 겪게 되는 세계관의 변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고, 대단하지 않고, 한 마디로 별 볼 일 없다는 것. 당연한 일이다. 내가 당장 그 전에는 못하던 것들을 이제는 해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릴 때 동경하던 그 엄청난 것이 아니라, 알고 보면 다 사람 사는 것이 거기서 거기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결국 그런 사람들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완전히 실망할 만큼 자신이 잘나지도 않았다는 것이 비극이라면 비극이겠지만. 그 괴리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냉소다. 아예 좀 더 성장하다보면 자기 자신의 한계에 대해서도 점차 확실하게 인식을 하고 그 세상 속에서 자신이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하며 다시금 세계관이 바뀌기에, 그 도발적인 냉소는 전환기의 미묘한 지점에서 생겨나는 독특한 현상이다. 이렇게 볼 때, 세상을 냉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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