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게 뉴스보기: 외신에 기대기

!@#… 원래는 꼼꼼 37호에 들어가야할 글이지만, 상황을 들어보니 꼼꼼은 지난 36호도 내부사정으로 못나왔다고 한다… OTL 뭐 어차피 기부원고인데, 그냥 속 편하게 해당매체 발간 여부에 관계없이 캡콜닷넷에서 좀 더 안정적 주기로 연재해보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꼼꼼 편집부 분들은, 나중에 발간이 재개되면 필요하신대로 업어가세요. 연재의 분량과 기조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

(2011.1. 추가: 결국 재발간 시작한 37호에 게재)

 

이왕이면 덜 속고 뉴스 읽기: 외신에 기대기

김낙호(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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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스 기사로 한번만 더 광우병 떡밥을 물다

!@#… 최근 한창 히트중인 광우병 이야기는 담론 생성이라는 관심분야 측면에서 충분히 흥미로운 떡밥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이상 파고 드는 것을 가급적이면 피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너무 눈에 밟힐 때는 어쩌다 한 번쯤 지적하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다. 최근 가장 신선한 떡밥, 로이터스발 기사가 있던데, 일부 블로그에서 “미국에서 개밥으로도 안쓰겠다는 30개월 이상 소를 한국에서 수입한다고 본격 비웃는 기사”로 여겨지곤 한다. 원문까지 다 링크하며 분개하시길래, 한 번 찾아보기 쉬워서 편했다. 그래서 읽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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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 외신은 계속된다: 유럽 라이벌들이 한국을 제쳤단다

!@#…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구나, 찌라시 언론들의 지조때로 외신 짜깁기. 황우석의 사기가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는 틈에도, “이러는 사이 외국이 자꾸 한국을 추월하고 있어!”라는 골때리는 채찍질은 그치지 않는다. 사실 언론사의 입장에서, 이따구 논지가 가져다주는 몇가지 확연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뭐냐하면,

1) 독자 일반의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건드려줌으로서 공감대 형성

– 심지어 ‘진실’보다도, 독자와의 공감대가 더 중요시된다는 것이 이번 건에서 누차 증명되었으니 뭐. 조선일보가 황을 감싸고 오보를 남발하고 진실규명 노력을 짓밟았지만, 황이 사기꾼으로 판명되었으니까 이제 조선일보 구독 끊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심지어 강단있는 반골 이미지로 자신을 구축해온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조차도 피디수첩의 진실규명 노력을 “재수없다”고 치부하는 판에.

2) 선진국을 따라잡자라는 현대사 이데올로기

– 여하튼 한국은 전후 현대사 내내 잘살아보세를 암묵적 국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잘살아보세의 내막은 정말로 행복한 삶을 꾸린다든지 하는 것보다는 선진국, 특히 서구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즉 한국 자체를 판단 기준으로 신뢰하고 싶지 않고, ‘선진국’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그러니까 미국의 영어테스트인 토익따위가 한국에서 입사 시험의 준거틀이 되지 않던가). 선진외국과의 비교는 아주 근본적으로 잘 먹혀든다. 재밌는건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독자들이 외신을 준거틀로 삼고자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것. 그 외신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한국 언론을 통해서 필터링되서 들어오는 건데 말이지. 참 골때리는 일이다.

3) 저널리즘의 ‘전문영역’을 자랑하기

– 솔직히 요새는 누구나 다 자기 소식이 있고 특종이 있다. 즉 누구나 기사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극단적인 예는 오마이뉴스, 개인 블로그들이고. 즉 특별한 소식을 발굴해서 전한다는 저널리스트들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졌다. 그런데 아직 ‘일반인’들이 손대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해외 언론들을 통한 소식, 즉 “외신”이다. 언어장벽이 있거든. 그리고 외국 언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왠만해서는 잘 모르고(잘 알 필요도 없고). 그래서 외신 보도를 하면 아주 전문적 저널리즘처럼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다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저널리스트들도 그렇게 외신에 밝지 못하기 때문에, 소수 전담 취재자들이 가져온 소스를 가지고 서로 돌려가며 베껴가며 비스무리한 내용들을 양산하지만.

!@#… 게다가 이번 건에 한정시켜 놓고 보자면, 한가지 이점이 더 있다:

4) 지난 과오 묻어버리기

– 알다시피, 찌라시들로서는 참 이번에 밑바닥을 드러냈다. 아니 밑바닥을 파고 천연암반수까지 도달했다고나. 한편으로는 그래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 소재를 우려먹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추리꺼리’도 슬슬 떨어지는 만큼 어서 봉합하고 넘어가고 싶은 구석도 있다. 어떻게 하면 너무 속보이지 않게 다른 이슈로 넘어갈 수 있을까. 간단하다. “소모적인 논쟁을 이제 슬슬 접고 발전을 바라보자”라는 명제를 주입시키는 거지. 이런 패턴 한두번 본 것 아니지 않나. 가깝게는 2004년의 대통령 탄핵건에서도 화려하게 선보였던 담론 구성방식. 소모적 논쟁을 하면 안된다는 당위성을 주는 확실한 방법은? 이러는 동안 남들이 우리를 추월한다는 것. 명쾌하다.

!@#… 여튼, 그래서 이런 보도들이 나오는 것이다.

황우석 박사 실족, 유럽 라이벌 학자 활개친다
[연합뉴스 2006-01-02 01:05]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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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유력지이자 세계 우수 저널리즘 톱텐 안에 항상 들어가는 신문,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의 1월1일 일요일자판에서 외신 인용. 선정적인 제목에서 볼 수 있듯, 황우석이 낙마하니까 다른 외국 학자들이 활개친다, 뭐 그런거지. 아 이거 위기감 고조. 한국인들이 이러고 있어도 될까, 하는 위기의식이 절로 샘솟는다.

!@#… 자 여기서, 슬슬 원문 뒤져볼 때가 되었지. 무료 기사 공개되어 있는 온라인판이 아닌, 유료 서비스라서 눈물 머금고 기사 단위 결재. 아아, 졸라 비싸다. 여튼 어디보자. 1면에 있는 기사 예고 제목은 “Weiter klonen“. 즉 “복제는 계속된다“. 59면(즉 그만큼 과학 기사는 무척 비대중적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에 있는 본문 기사 제목은 “Europas Klonpionier“. 유럽의 복제개척자. 자세한 내용은 좀 줄이고, 그냥 1면에 소개된 예고글 그대로 옮기자. 움라우트는 코드 깨지니까 생략.

Der Falschungsskandal um den sudkoreanischen Klonpionier Hwang hat die Stammzellforscher erschuttert. Jetzt ruhen die Hoffnungen auf den Wissenschaftlern in Europa. Einer von ihnen ist der in Newcastle tatige Miodrag Stojkovic. (by Mark Livingston, 1.1.2006)

남한의 복제개척자 황의 조작 스캔들이 줄기세포 연구자들을 뒤흔들었다. 이제 희망은 유럽의 과학자들에게 놓여졌다. 그들 중 하나는 뉴캐슬에서 활동중인 미오드락 스토이코비치다.

대략 여기까지만 봐도 원문의 뉘앙스 짐작가지 않나? 스토이코비치 소개 기사다. 황우석 이야기는 그냥 양념일 뿐. 그것도 전체 기사는 줄기세포 연구의 제도적 어려움에 대한 것, 줄기세포 연구가 복제인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 등의 내용이다. 스페인으로 간다는 것도 고액연봉 스카웃 그런게 아니라 복제 연구 제한이 덜한 곳으로 가는거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이 기사는 스토이코비치를 통해서 줄기세포 연구가 무슨 만능 치료약이 아니라는 것, 당장 내일이면 모두 벌떡 일어나서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잇다. 즉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세간의 편견과 거품을 오히려 깨버리고자 하는 기사라는 말이다. 유치하게 무슨 국제 경쟁이 어쩌느니, 유럽이 세계최고니(아니 도대체 유럽이 한 나라냐?) 하는 기사가 아니란 말이다.

또 덤으로 연합뉴스 문정식 기자는 “최근까지도 스토이코비치 박사는 건강한 여성의 난자를 확보한 황박사 팀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라고 쓴 대목이 있는데, 원문에서는 “건강하고 젊은 여성의 난자를 쓸 수 있는 남한을 부러워했다“라고 되어있다. 연합뉴스 문정식 기자가 생각하고 싶었던 것 처럼 스토이코비치가 황랩을 시기한게 아니라, 한국의 연구환경을 탐냈다는 거지. 이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연구환경을 찾아서 영국으로 갔고, 또 스페인으로 가려는 사람 아닌가. 참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이토록 뼈저릴 수 없다.

!@#… 하지만 지조때로 읽어낸 기사 하나, 한국 찌라시 업계를 한바퀴 도셨다. 아싸가오리 외치면서 이걸 그대로 이어받아서, YTN, MBN, KBS, 해럴드경제,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바퀴 돌아가면서 다 그대로 썼다. 번역이고 뭐고 그대로 베끼다시피 해서. 연합뉴스 기사에서 ‘미오드라’라고 이름을 잘못 표기하니까, 이후 보도들에서 너도나도 미오드라다. 원문에 원어로 쓰여진 본래 이름 안 읽어본거지. 하기야 영어들도 잘 못하는데, 독일어는 오죽하겠나. 게다가 숫제 이전에 국내에 보도되었던 과학 관련 기사들 검색조차 안해본거지. 중간에 “유럽 학자, 줄기세포 선두 주자로”(중앙일보) 같은 문학적인 제목으로 가끔 탈바꿈도 하고. 뭐 굉장하다고 밖에.

!@#… 하지만 진짜 걸작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있다. 세계일보, 아주 뒤지게 웃겨줬다.

한국은 죽쑤는데…미국 “배아줄기세포 신기술 개발”
[세계일보 2006-01-02 21:06] 조현일 기자
(기사클릭)

개그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UW-Madison에서 개발했다는 연구라는 것은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지, 황랩에서 하고 있던 핵치환 배아 줄기세포가 아니라고. 그것도 영양세포 공급법 개량을 통한 배양 효율 개선.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한 녀석은 브레이크 연구 중이고 한 녀석은 트랜스미션 연구중이었다, 라고 보면 되겠다. 나중에 다 취합되면 좋은 자동차가 나오는 것이지, 무슨 동종 분야의 라이벌 연구가 아니라고. 게다가 황빠들이 원천기술이라고 극구 주장하는 황랩의 주력 분야는 배반포 단계까지라며. 아 그리고 이 기사에도 말미에 “미오드라” 스토이코비치 박사 또 등장하신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외신, 아니 그걸 인용한 연합뉴스 기사 적당히 쑤셔넣어서.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는 스포츠고 연예고 정치고 경제고 뭐고 다 뭉뚱그린 ‘국제’ 섹션 전문인지라 과학에는 사전 학습이 좀 많이 부족했나 싶다. 그런데 프로 저널리스트가 그러면 안된다. 특히 전국민(?)이 세포 전문가가 되어가는 한국 현실에서. 너무 쉽게 야매란게 뽀록나잖아.

!@#… 호랑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외국 과학자 라이벌들”이 몰려오신단다. 겁나 죽겠다. 아 뭐 여튼. 저널리즘의 위기는 온전히 저널리스트들의 몫이다. 어디 딴데 이유 돌리고 자시고 그런거 없다. 이런 식의 같잖은 외신 보도는 그런 야매스러움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번 황건으로 한국 과학계의 야매가 마구 드러나는데, 사실은 한 구석에서 언론의 야매도 마구 드러나고 있다. 이쪽에도 나중에 사람들이 관심 좀 가져서, 언론개혁 한번 하면 얼마나 좋을까.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기자들에게 중학교 영어책을 선물하자

!@#… 무려 워싱턴에 특파원으로 가있다는 기자가 영어실력이 이따위라니… -_-; 중학교 교육이 참 중요하구나 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황교수, ‘만들 때까지 만든 척 하기’ 전략 채택” <美일간지>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fake it till you make it”. 여기서 ‘make it’는 ‘만들다’가 아니라, ‘성공하다’라는 뜻. 

ex) I finally made it!

!@#… 아니 그보다 이 외신보도를 왜 인용한거야? 별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고, 마이너한 지역 신문일 뿐인데. 기사 하나 또 날로 먹었네. 아하, 해답은 간단하구나. 포털뉴스에 많이 본 기사란의 톱으로 올라와 있다. 그래, 사람들은 역시 딱 이따구 수준의 기사를 좋아하는구나.

(약간 추가) 음. 찾아보니까, 연합뉴스 박노황 기자분, 이런 스타일의 어거지 외신 “기사”가 완전히 전문이구먼. 그래, 아예 한우물을 파든지.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빨리빨리 문화가 문제라고 AP님이 말하셨단 말이지?

!@#… 자꾸 기사 좀 이딴 식으로 날로 먹지 좀 마, 스벌놈들아. AP님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셨단다. 어째 “일반인은 못본다는 엄청난 권위의 사이언스님”이 생각나는 투의 어감이지만, 뭐 그러려니 하자.

클릭 (YTN)

또 클릭 (SBS)

!@#… 결론부터 말하자면, 찌라시 언론사의 찌라시 기자들이 원문도 제대로 안읽고 지랄친 것. 원문은 이거다.

여기서 빨리빨리 문화 어쩌고 하는 것은, 고려대 사회학과 박길성 교수의 말을 인용한 것. 무엇보다, “빨리빨리 문화”라고 키워드를 하나 새로 만든 것도 아니고 “신속한 결과를 원하는 사회 시스템”이라고 표현되어 있을 뿐. 난데없이 빨리빨리 문화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도 아니고, 특별히 지탄하는 것도 아니다(심지어 이런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도 높게 평가하는 부분도 있다). 아 “빨리빨리”라는 단어 자체를 한번 해설해주기는 하지만.

!@#… 그보다, 한국인의 문화가 좀 그렇다, 라는 것은 한국인을 제외한 나머지 전세계인들에게는 기사적 가치로 치자면 대략 흥미 가십거리 정도 이상이 아니다. 부시가 대통령으로 재선된 이유에 대해서 “미국놈들이 원래 좀 저능하거든” 이라고 기사가 나가면 한국에서는 그게 슬쩍 웃고 지나가는 오락성 기사 이상으로 받아들여지겠냔 말이지.그런데 왜 이렇게 대단한 지적이라도 받은 양, 진리라도 알아낸 양 지랄치고 있냐고? 왜냐하면 기사를 이따구로 써줘야 해피해 하는 독자들이 무진장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문화’가 잘못이면, ‘내 책임’은 사라지니까.

 

— Copyleft 2005 by capcold.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격한 비판은 쓰기 싫었는데, 그래도 이동/수정/영리 자유. —

굳럭, 황우석. (와이어드 기사)

!@#… ‘국익’이라는 광기의 색안경을 제거하고 보면, 지난 한달간의 황랩 쑈는 대략 이런 상황이 된다. WIRED지에 기고한 한 평범한 미국 전신마비 장애인 필자의 사건 과정 관찰.

Good Luck, Hwang Woo-suk  (2005-12-19)

!@#… 이 사람에게도 황랩의 줄기세포 연구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희망‘인양 목숨걸지는 않는다. 하기야 미국에서 9년째 전신마비인데 별의별 치료법에 대한 소문과 소식들을 들어왔겠지. 그리고 아직 그게 진짜 치료로 이어지려면 천년만년이라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사기면 죽어버릴꺼야라는 비장함보다는, “맞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점점 믿기 힘들어지는구나”라고 관조적인 평을 내릴 수 있는 것.  33조? 국익? 이 사람은 그냥, 치료법이 개발되면 한테 도움이 된다는 거다. 실제 과학의 성과나 과정들을 놓고 볼 때, 이것이 바로 정상적인 반응이다.

!@#… 현재 한국 찌라시 언론의 마지막 지푸라기, 과연 원천기술이 있는가 없는가 이슈. 원천기술이 뭐라도 있다고 증명되면 그간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해주자는 아주 연말스러운 훈훈한 분위기다. 역겨울 정도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현대 서양식 과학을 옛날이야기의 ‘짚신의 장인’ 취급한다. 일자전승, 세상에 혼자만 할 수 있는 기술. 장인이 죽으면 기술도 사장되는 신비주의. 하지만 현대 서양 과학의 체계는 바로 기술의 기록과 전파, 즉 축적을 위해서 최적화된 시스템이다(그렇기 때문에  데이터 조작 등으로 축적 과정에 해를 끼치는 것이 바로 가장 큰 죄악이다). 아니 도대체 ‘논문’이라는 것이 과연 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황교수가 낙마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희망’이 꺾이는 것은 아니니 제발 걱정좀 그만하시길. 차라리 이 분야가 과학으로서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공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원 처우개선을 주장해주시길 바란다.

PS. 아 이런 된장, 조선일보에서 벌써 위의 기사를 낚아갔다. 물론 실제로 대단히 관조적인 본문 분위기와는 달리 졸라 감상적으로. 같은 기사도 그렇게 엮어넣을 수 있구나. 아 짜증나.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조선일보가 아니라 조선할리퀸이다.

PS2. 그런데 구글 영문뉴스에 황랩 관련 기사가 자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영자 기사들로 도배되는 것, 무지 보기 민망하다. 그런데 코리아 타임즈에서 의외로 진짜 재밌는 것 발견: (클릭)

…무려, 황우석과 영화 킹콩을 비교하는 절묘한 센스. 그래, 이런 게 바로 스펙타클이고 엔터테인먼트지.

PS3. capcold도 관조적 자세를 한번 취해보려고 부던히 노력해봤지만… 이런 내용들이 자꾸 드러나면 정신이 대략 멍해진다. http://mogibul.egloos.com/2042166

… 기증자 가족이 있는 윤리위, 인체실험 제안… 과연 어디까지 개념이 증발하나 한번 두고보자.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외신의 현재 스토리

!@#… 잠깐 세포 사진 건으로 돌아와보자. 우선 사이언스의 입장인 “황랩의 첫 제출 논문에는 11개 모두 달랐다, 그래서 reviewer들이 못발견했다”는 말. 외견상으로는 황랩의 결백을 두둔해주는 말이지만, 뒤집어보면 지금 그 사진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새 사진, 즉 문제있는 사진은 누가 언제 바꿔치기 한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고해상도 파일 필요하다고 요청해서 섀튼한테 받았다고 한다. 섀튼이 미국측 연결고리니까, 그런 중계를 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을까 의문은 남지만) 특별히 이상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사진 조작 공방이 섀튼에게 넘어간 것인가? 섀튼이 황랩 물먹이려고 사진을 포샵질 하고 스케일바까지 새로 입혔나? 거기에 대해서 섀튼의 대변인을 통해서 이렇게 말했다고 국내에 보도되고 있다:

“혼선이 서울에서 발생했는지, 아니면 섀튼이 피츠버그에서 사진을 복사하면서 발생했는지 아직 분명치 않다”

!@#… 음. 좀 이상하다. 복사하면서 파일이 깨지면 깨졌지, 무슨 포샵질이 저절로 일어난단 말인가. 섀튼 연구실은 바보인가? 그래서 원문을 찾아봤다. 여러 보도가 있지만, 이건 LifeNews 것.

But a Schatten spokesman told The Korean Herald newspaper, “Schatten’s lab copied a CD of Hwang’s photos, and one question is whether that copying process accidentally produced duplicates.“

이게 좀 미묘한 뉘앙스인데, 복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정말로 분명치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복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리가 있겠냐는 반어적 의미다. 한마디로, 우리는 결백하다, 원래 황랩에서 준게 그 모양이었던 것이다, 라고 역설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인용보도하면서 잘못 번역한 셈. 앞 뒤 문단의 뉘앙스 정도는 보아가면서 번역을 해야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 여튼 처음부터 곁가지로 샜지만, 외신의 현재 스토리. 우선, 한국에서 BRIC과 사이엔지를 중심으로 세포사진 문제가 제기되기 전까지는 외신들의 포커스는 피디수첩이 제기한 의혹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여전히 난자제공 거짓말이었다. 연구성과는 보존, 한국발 연구논문 전반에 대한 신뢰성은 상처(즉, 한국발 논문의 심사를 까다롭게 하겠다는 발언들은 PD수첩의 결과 검증 논란과는 무관했다). 그런데 사진 문제는 이게 좀 가볍지 않다. 그래서 그것을 매개로 보도가 한줄씩 나오기 시작하고, 사이언스가 발빠르게 해명에 나섰다. 사이언스는 최초 제출본에는 오케이였고 논문 성과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해명의 요지는 결국 우리 리뷰어들은 잘못 없다는 것(현명한 선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논문 수정에 대한 사실들이 밝혀졌는데, 11개 성공 세포 가운데 사실은 7개, 아니 나중에는 다시 3개만 성공작이라고 바뀌었다는 것이 하나. 그리고 황랩이 한국에서 발표한 내용과는 달리, 사진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수정요청한 것이 아니라 과학자 커뮤니티에서 문제제기가 된 이후에야 비로소 수정요청을 했다는 것(한마디로, 또 거짓말했다는 것).

!@#… 그런데 이제 국면은 네이쳐가 개입하면서 또 바뀐다. 사진 조작 논란은 물론, 피디수첩서 제기되었던 줄기세포 검증 자체의 필요성까지도 언급한 것이다. 또한 사이언스의 리뷰 과정에서 실제 데이터에 대한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아예 확인 사살해버리고, 돌리 사례까지 들어가면서 아니 왜 검증을 안할까 하고 질문을 던졌다. 한마디로, 이제는 본격적으로 결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제가 표면으로 부상한 것이다.

!@#… 물론 실제 보도는 의혹이 아니라 드러난 것에 대한 보도여야 하기 때문에, LifeNews 등에서 보도하는 것은 아직 사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서 말했듯 사진은 이미 문제있다고 확정되었으니까. 아 황박사가 병원에 누웠다는 보도도 나온다. 그것도 확정이니까. 줄기세포 불일치 등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 이야기가 안나오고 있다. 황랩이 애초에 엉뚱한 샘플을 준건지 아니면 정말로 줄기세포가 없었던 것인지 확정이 안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내일부터는 또 모르지. 한가지 확정적인 것은, 의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증을 안하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네이쳐가 바로 그 점을 지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 덤으로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과학 전문지가 아닌 NYT나 WP 같은 종합지에서 이 보도는 그렇게 대단히 비중있게 다루어지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황랩 연구 말고, 평소에 과학 관련 단신들 다루어졌던 비중을 한번 상기해보면 된다. 2002년 쇤 사건이 터졌을때의 국내언론을 생각해봐도 좋다.

!@#… 그렇다면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원래 과학계의 상식은 이 정도의 의문이 제기되면 당연히 연구 당국 자체가 사운을 걸고 검사를 해서 결백이든 사기든 확정을 지어주고 그 뒤 보도자료를 뿌리는 것이다. 한가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그 기관 산하 연구실에서 사기를 쳤다고 해서 과학계에서의 신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기를 자신들이 나서서 깨끗하게 못 밝혀낼 경우 비로소 신용이 떨어지는 것이다. 외신들은 그 상식에 의거, 보도꺼리가 나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발로 그런 정보들이 안나와주면? 즉 대통령의 말 잘 들어서 적당히 묻어버리면? 그런데, 피츠버그대 연구조사실이 호구가 아니거든. 섀튼 라인 통해서 그쪽이 먼저 진상규명을 해버리고 보도자료를 뿌려버리면, 정말 한국 과학계는 그때 비로소 본격적으로 물먹기 시작한다.

!@#… 한국에서는 그런 외신이 어떻게 활용되냐고? 외국놈들이 남 잘되는 꼴 못보고 위대한 대한민국의 학자를 폄하하고 기술을 훔쳐가기 위해서 기를 쓰고 있다, 라는 자료로 열심히 활용되고 있지 뭐. 알께뭐야, 그 동네 언론인들이 한국의 언론중재위원회에 클레임 걸 것도 아닌데(관심이 없으니까).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황교수 논란을 바라보는 외신보도의 진실

!@#… 황교수 논란을 바라보는 외신 보도의 진실. 긴 말 하지 않겠다. 각 기사들의 전문을 옮기면 저작권위반인지라 주요 파트만 인용. 구글에서 제목 입력하면 전문으로 가는 링크가 나오니까 꼭 한번씩 보시길.

사례1]

“황 교수 기술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
[YTN 2005-11-30 07:25] 
[신현준 기자]
황우석 교수의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황교수의 윤리적 문제가 장기적으로 세계 줄기세포 연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하략)

이 기사에서 원용하고 있는 보도는 이것이다. 제목부터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Stem Cell Setback Won’t Hurt Research
Nov 29, 8:41 PM EST
By EMMA ROSS (AP Medical Writer)

물론, 이 기사에는 황 교수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 따위는 애초에 없다. 신현준 기자의 소신에 의거한 순수한 창작. 이 보도의 초점은 황교수가 주춤하면 전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의 진전에 장해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대한 회답이다. 국제적 공조도 이미 잘 되어있고, 기술은 빨리 전파되기 때문에 이상 없다는 것. 게다가 “줄기세포 연구의 99%는 클로닝과 관련 없다”는 영국학자 Peter Andrews 의 말도 인용. 즉 비교하자면 이런 의미구조다.

원래 AP 기사:                        
  줄기세포 연구 전체 차원, 국제공조, 연구의 진전은 계속됨

YTN 기사에 재현된 AP기사:
 황교수의 세포복제 차원, 황교수 대 세계의 경쟁, 기술을 따라잡힐 위험이 있음

흔히 시쳇말로, “왜곡”이라고 부른다. 전문용어로도, “왜곡”이라고 밖에 못부를 듯 하다. 왜곡의 목표는 너무나 뚜렷해서 굳이 지적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영웅 황랩 연구에 딴지걸면 세계 경쟁에서 지는거야”.

사례2]

“황교수 다음 업적 조심스럽게 점검될 것”
[연합뉴스 2005-12-04 23:24]
이래운 특파원

줄기세포 연구결과에 대한 진위 논란으로 다음에 이루어질 황우석 교수팀의 큰 과학적 업적이 극히 조심스럽게 받아들여 지더라도 한국인들은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략) …이 신문은 특히 “아직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핵심 문제는 난자 제공에 대한 황우석 교수의 거짓말이 과학적 결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을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주장했다. (중략)… 또 황 교수가 난자 제공의 구체적 사실을 알지 못했고, 당시엔 불법도 아니었다는 의견도 소개하면서 “일부 미국 과학자들도 난자 제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략)

이 기사에서 원용하고 있는 보도는 이것이다:

(NYT) Editorial
South Korea’s Cloning Crisis
Published: December 4, 2005

South Korea’s high-flying stem cell researchers – reputedly the best in the world at cloning – have stumbled badly in handling the ethical issues of their controversial craft. Worse yet, the research team’s leader, a national hero in his homeland, lied in an effort to hide his ethical lapses. We can only hope that he has not also lied about the astonishing scientific achievements of his research team. (중략)… But what really torpedoed Dr. Hwang was the cover-up: his repeated lies to the effect that his eggs were donated by unpaid volunteers. These misrepresentations led his most prominent American collaborator to sever ties because his trust had been shaken. (하략)

원문의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난자매매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이야기 투성이다. 제목의 ‘Crisis’ 라는 표현은 바로 거짓말에 따른 신뢰성 상실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기사 말미에 가서야 비로소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 The key unresolved issue is whether lying about egg donations suggests that the Korean team may have lied about its scientific results. So far there is no evidence of that. Indeed, American collaborators and observers remain confident that the team’s achievements were real. But science is an enterprise that relies heavily on trust. The Koreans should not be surprised if their next scientific breakthrough is greeted with extreme caution.

즉 마지막의 결론은 과학은 신뢰에 의존하는 분야인데 한번 거짓말이 탄로났으니 이후 연구 성과들이 훨씬 더 조심스럽게 검토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 라는 것이다. 결과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 이야기는, 증거도 아직 없고 미국측 협력자들도 확신하고 있다는 것 뿐. 이번에도 비교하자면 이런 의미구조다:

원래 NYT 기사:                        
 황랩이 윤리문제에 부딛혔다. 난자기증 거짓말 때문이다. 앞으로 신뢰성 검증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YTN 기사에 재현된 AP기사:
 황교수 다음 논문이 외국에서 견제 당할 것이다. 결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리도 의심스럽다.

이번에는 원문에 아예 없는 말을 새로 지어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기사의 핵심 이슈를 입맛에 따라서 왜곡했다. 이번에도 목표는 뚜렷하게 보인다: “실험 결과에 대한 의혹을 네놈들이 제기하는 바람에 외국에서 앞으로 잘 안 받아준다더라.”

사례3] 이건 워낙 걸작이라서 전문을 옮기고 싶지만, 저작권법이 있으니 적당히 중략.

로이터 “외국 연구자들 황교수 망하길 원해”
[한국일보 2005-12-05 06:42]

“다른 나라 연구자들은 그(황우석 교수)가 폭삭 망하기를 바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일‘한국 과학자 은든 중, 그러나 폭풍은 계속돼’라는 기사에서 미 버클리대 데이비드 위닉코프 조교수를 인용… (중략)… 뉴욕타임스는 이 날 ‘한국의 복제 위기’라는 사설에서… (중략)…  “핵심은 황 교수가 과학적 결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을 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지 여부”라며 “황 교수의 큰 업적이 조심스럽게 받아들여 지더라도 한국인들은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외신=종합

원용한 기사는 앞서 이야기한 NYT 기사와, 바로 이 기사다:

(Reuters) S.Korea scientist in seclusion; storm continues
Sat Dec 3, 2005 10:04 PM ET
By Jon Herskovitz

이 기사 역시 사례1의 AP 기사와 마찬가지로 윤리문제와 그것이 얼마나 전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 진행과정에 장해를 줄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기사에 거의 문단마다 bioethical이라는 단어가 도배되어 있다). 문제의 다른 연구자들 어쩌고 부분을 보자.

Another is honesty concerning Hwang’s decision not to give information about the donations in a timely fashion, and there is the problem of a lack of global ethical standards for procuring human eggs for research.

“He (Hwang) really is the face of stem cell research and cloning research right now. He has been lionized in some ways,” Winickoff said by telephone. “Researchers in other countries are all too eager to see him go down in flames.”

위니코프 교수의 이야기를 인용한 취지가 바로 앞 문단에 설명되어 있다. 황교수가 제 시간에 난자 기증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은 것의 부정직성, 그리고 인간 난자를 연구에 사용하기 위한 전지구적 윤리 기준의 부재. 그리고 황교수는 바로 이런 문제들을 담고 있는 분야의 얼굴마담. 그래서 이런 문제에 우려를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의 연구자들이 황교수의 몰락을 바라는 것이라는 취지의 인터뷰다.

그런데 한국일보 박상준 기자는 이 이야기를 NYT 기사로 마무리하는 합성 신공까지 선보인다. “핵심은 황 교수가 과학적 결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을 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지 여부” 라는 놀라운 왜곡번역으로 말이다. The key unresolved issue 는 그냥 핵심이라는 말이 아니라, 아직 해결 안된 주요 이슈라는 말이다. 즉 아직 논쟁중이거나 해결 안된 것들 가운데 주요 안건이라는 뜻. 그리고 앞서 보았듯이 원문에서는 그래서 우리도 결과를 의심한다는 것이 아니라 부정직함의 대가로 검증이 더 빡쌔질꺼다라는 것 아닌가.

덤으로 진짜 히트는, “국가적 자긍심과 국제적 과학이라는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이라는 구절이다. 원문은 “national pride and global science at stake”, 즉 “국가적 자긍심과 전세계적 과학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과학발전의 문제라는 말이다. 이 구절을 교묘하게 틀어서, 다시 그 유명한 ‘국익’ 이데올로기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박상준 기자가 의식적으로 이렇게 했다면 고수, 무의식중에 이렇게 했다면 국익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기계의 충실한 부품. 뭐 둘 중 하나다. 여하튼, 의미구조 요약이다:

원래 로이터스 기사:
황교수 은둔이 세계적 줄기세포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원래 이 분야는 윤리문제 때문에 민감한 분야. 한국사회가 황교수 연구를 보는 자세의 국가주의적 측면.

원래 NYT 기사:                        
 황랩이 윤리문제에 부딛혔다. 난자기증 거짓말 때문이다. 앞으로 신뢰성 검증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일보에서 재현된 기사들:
 로이터: 이때가 기회다, 하고 외국이 황교수를(즉 한국의 업적을) 뭉개버리려고 한다. 
 NYT: 결과가 거짓일 것 같다는 의혹에 외국인들은 무척 솔깃하다.

즉 한마디로 “외국은 이번 기회 삼아 황교수를 깔아뭉개고 기술을 빼앗아가고 싶어한다”고 자연스럽게 묘사해버리는 신공을 발휘하는 것이다. 굉장하다. 

!@#… 이상 3가지 사례 모두 국내에서 이들 소위 ‘언론’이 하고 싶은 프레임 설정에 맞도록 외신을 난도질 도입했다. 원래 외신의 틀은 어디까지나 윤리문제다. 거짓말을 해서 과학자로서의 신뢰를 위축시켰다는 것, 그리고 줄기세포 연구가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인간생명 윤리문제. 그리고 그 윤리문제가 줄기세포 연구 발전이라는 과제 자체에 어떤 장해를 줄 것인가, 라는 문제.

그런데 YTN,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이 설정한 현실 인식의 틀의 핵심은 이것이다:

“황교수에게 딴지 걸면 외국놈들이 기를 쓰고 기술을 빼앗아 간다. 그런데 난자기증 윤리문제고 데이터 진위고 자꾸 딴지를 거니까 외국놈들이 신나서 기뻐한다.”

그것을 위해 외신의 내용을 근거로서 제시한다. 물론 왜곡해서.

!@#… 한국 언론판의 찌라시성이 지금 극단을 달리고 있다. 그것도 ‘여론’까지 등에 업고. 양쪽이 합심해서 전근대적 국익만능주의를 향해서 무한한 폭주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사례 3개만 가지고 간이 해석만 살짝 건드렸지만, 언제 한번 이번 이슈의 언론 보도 전체를 묶어놓고 정식으로 총체적 프레임 분석을 한번 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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