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만해도 무대는 백화점 상설 전시장과 디자인 포장센터였다.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실내 온 도와 싸우면서 걷기도 힘든 좁은 통로까지 나와 "100% 창작입니다. 패러디 아니에요." 라고 회지를 선전하던 시 절이 있었다. 그 북새통 속에서도 일러스트에 꽃을 붙이는 소녀문화가 남아 있던 때였지.
지금은 그래도 춥긴 하지만 넓고 잘 정리된 부스 사이를 누비며 코스프레 행사마저 따로 편히 감상 할 수 있는 시절이 되었으니, 근성이 부족해! 라고 소리치는 것은 나이많은 사람들의 추억담 자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뭐, 한두해 겪는 일도 아니고, 즐겁게 꽃돌이들의 커플링을 구경하면서 회지 사고, 아이돌 팬픽을 보면서 눈요기라도 하는 것이 속편하긴 하다. 창작도 사고, 꽃돌이 팬시들이랑 나름대로 맥락만 있다면 커플링 패러디 회지도 사고, 신선조랑 라무가 없는 코스프레도 구경하고. 시끄러워서 하나도 안들리기는 하지만 애니매 이션도 상영하지, 조명때문에 오히려 사진이 안나오긴 하지만 코스프레 찍는 곳도 마련되어 있고. 행사장도 따 로인데다가 심지어 입장료까지 3000원이니, 이번 ACA는 밀레니엄을 맞아서 대대적인 개혁(!)을 했나보다.
투덜투덜 불평하기는 하지만 ACA가 없으면 우리는 어디서 지하철 패스집과 열쇠고리를 살 것이며 야오이 패러디물을 손쉽게 소비할 것인가. 아아, 코믹월드가 있다고? 그렇지. 양대산맥 코믹월드가 있었지. 하 지만 ACA는 아직까지 전통적인 창작회지가 힘을 발휘하는 곳이니까, 우리는 일년에 두번, 연례행사처럼 ACA 행 사장으로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 TIP 1: ACA가 무엇이냐구?
만화가 애들이나 보는, 한마디로 "만화같은" 후진 예술장르로 대접받던, 아니 예술로도 인정받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뭐, 지금도 그렇지만). 바야흐로 한국 만화의 발전기.. 1980년대 초반인 것이다. 동아리를 만들어 끊임없이 회지를 내고, 궁극적으로는 데뷔를 목적으로 하는 우리의 예비 만화가. 우리의 선배들이 파편 적이고 폐쇄적인 만화동아리의 연합을 만들어, 안으로는 회원들의 데뷔. 밖으로는 아마추어 만화가들의 작품과 예술 영역 소개 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으니, 실로 놀랍고도 획기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바로 Amature Comics Associations. 줄여서 ACA라는 사실!
ACA는 연 2회가량 만화축제(일반적으로 ACA전이라 부르는, 바로 그것!)와 정기 전시회를 개최하고, 소식지 '만화시티'를 발행한다. 비정기적인 이벤트도 많이 개최하여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아마추어 만화 연합체가 아닌가.
* TIP 2: ACA 만화축제
연 2회 ACA 소속 만화 동아리들이 참가하는 만화 판매전이다. 팬시와 동인지뿐 아니라 요즘에는 팬 픽과 시디까지 등장해서 화려함을 더하는 축제. 데뷔를 목적으로 하는 창작 위주에서 점점 패러디 위주로 가는 것은 역시 가벼운 시대의 반영일까. 만화나 게임의 캐릭터의 옷과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는 코스프레도 백미이다 . 예전에는, 이제는 할아버지 비쥬얼 밴드라고 불리는 X-japan정도의 코스프레에 그쳤지만, 요즘에는 화려한 게 임 캐릭터와 만화 캐릭터들의 코스프레가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그래도 외설적이고(?) 왜색이 짙은(?) 캐릭터 는 아직 입장 금지. 코스프레의 옷은 점점 세련되져 가고 있는데, 왠지 "자기가 직접 만들어 만화의 주인공이 된다."가 아니라 홍대 앞의 코스프레 전문 샾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맞춰입는 요즘의 코스프레는 정이 안간다 구.
더 알고 싶으면 ACA 홈페이지로! ---> http://www.aca2000.com/
비슷한 곳? 코믹월드 ---> http://www.comic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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