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이 나라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만화가 주류를 이루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만화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들이 탄압받아온 것이 당연하다...라는 인과관계가 되는 거겠죠?
현실의 올바른 반영이라...틀린 말은 아니네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가 대부분이니까,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간주되는 것은 당연하다...그렇겠죠.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만화는 어린이들의 전유물과 다름없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른걸 해보고 싶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만화를 그리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을까요?
'만화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자 하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그들의 시도가 빛을 보지 못했을까요?
'현재의 만화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다'로 그치지 않고, 그것이 '만화는 아이들의 전유물이어야 한다'로 변질되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나라의 만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 너희들도 어린이에게 적합한 만화만을 그려아 한다'라는 것이, 정부와 청보위와 Y아줌씨들의 입장인데, 이게 부당한 대접이 아니고 현실의 올바른 반영이죠?
아주 멋집니다...그런데, 이거 어쩌죠? 저는 어린이용 만화를 그리기 싫은데...제가 그리고 싶은건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같은 성인물이거든요?
'그런 인식이 싫으면, 그렇지 않은 사례를 늘려나가면 된다'라고 하셨죠?
청보법이 발효되면서, 성인만화잡지들이 줄줄이 폐간되었습니다.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성인들이 보는 만화잡지가 폐간되었다, 이 말입니다. '천국의 신화'를 그린 이현세님이 청소년 보호법 때문에 국속까지 당했었습니다. 빨간 딱지가 선명하게 붙어있는 그 만화 때문에 말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례를 늘려나가는'방법마저도 이렇게 차단되고 있습니다. 이것도 변명에 불과하죠?
인식 변화를 외치는 분들이, 무슨 대단한걸 바라고 그러는 걸까요? 한국이 무슨 일본처럼 만화왕국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걸까요( 솔직히, 남들이야 만화를 보든 안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 물론 그런 분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바라는 것은, 경직된 사회의 시선 때문에 창작의 자유가 탄압받지 않는것, 단지 그것뿐입니다. 제가 너무 지나친 걸 바라고 있는 것일까요?
이 모든 것들이 엄살에 불과하다면, 만화인들의 외침이 단지 엄살에 불과했고, 사실은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었다...라면 더할 나위 없이 다행이겠습니다만, 님의 말씀을 믿고 덤벼들었다가 그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님께서 책임질 것도 아니잖습니까?
만화가 지망생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이것은 저희들 입장에서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자신의 입장에선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니더라도, 너무 쉽게 말하진 말아주심이 어떠한지요?
만화에 대한 작금의 제재에 대한 항의가 책임전가이고 피해망상이라면...이미 답은 나와있네요.
'니가 그리고 싶은 만화 그릴려면, 양경일의 뒤를 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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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3 Sun 23:24:49 → 2002/01/24 Thu 08:0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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