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주신 의견에 대한 저의 입장은 ... 우선 조금 당혹스럽습니다. 의견의 내용을 보자면 제가 쓴 글의 내용이 단지 '대여점의 폐해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고 그래서 동참할 순 없지만 박수는 쳐줄 수 있다'는 것 뿐인듯 보입니다만 ... 글을 너무 심하게 요약하신 것은 아닌가 싶군요. 일일이 해명하진 않겠습니다.
입장에 관해서 조금 더 말씀드린다면 만화계의 다른 주체들 출판사와 서점과 독자들(쓰신글에선 만화독자 일반이 작가와 입장을 같이해서 '싸우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셨습니다만 ... )이 모두 만화가들의 입장에 동조하여 싸우지 않는 것에 대해, 특히 평론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만화가들의 입장에 동조해주지 않는 것에 지나치게 분개하고 계신듯 합니다. 출판사와 서점이야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독자는 집단이되 파편화된 집단입니다. 일관된 입장은 없지만 당연히 각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겠지요.
그럼 남은 것이 평론가입니까? 근데 ... 평론가라는 집단이 과연 만화판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규모로 존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무직님께서 평소에 만화평론가들의 위치와 지면을 높이는데 노력해왔다고 하신 것에 대해 ... 정말 그렇다면 매우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게 불리고 위상을 차지해야 할 만화평론가 집단이라는 것이 한국만화계에 존재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저는 한국에 만화평론가 집단이 있다 혹은 학계 혹은 평론계라고 불릴만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무직님께서 애써주셔야 할 만큼 대단한 비평집단, 문화권력 같은 것은 한국에 없습니다. (무직님 자신은 그렇게 '예의상' 말씀하고 계시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진 않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 아닙니까? ... 저보다 만화평론가를 호의적으로 생각하신다면 의외로군요. ^^) 혹시 있더라도 만화평론가는 독자와 작가에게 무시당하는 미미한 존재일 뿐입니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 있을 거라고 가정하고 말씀드리지요. 있다고 하면 ... 과연 그 집단은 만화가의 권익을 수호하고 만화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쪽으로만 움직여야 할까요? 쓰신 글에 의하면 만화가의 입장과 같이하여 싸우지 않는 평론가는 존재의의가 없으며 마땅히 비난받아야할 존재인 듯이 보입니다만 ... 과도한 주장이라고 봅니다. 그런 활동이 필요하다면 ... 예컨대 작가팬클럽 같은 것이 오히려 그런 활동을 하기에는 적절한 단체일 듯 합니다.
'그 집단'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평론가'라는 명칭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 '그 집단'이 만화가의 이익에만 봉사하고, 만화가의 권익과 만화가의 입장만을 대변해야 하는 집단이 된다면 ... 더욱 괴이한 일일 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평'의 주된 뜻이 칭찬, 옹호, 변호 ... 이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쩌면 평론가들의 글을 통해 할 수 있는 비난의 범주에 가장 많이 포함되어야 할 존재는 아마 작가들일 겁니다. 만화계가 아니라 기존의 타장르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지요.
그런 것보다도 평론가들은 작가의 이익이 아니라 장르의 이익(혹은 장르의 미래)를 위해 봉사하는 집단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부분 동일시 될 수 있겠지만, 무직님의 말씀처럼 철저하게 작가의 권익을 수호하는 전위대로 전락하는 것은 말그대로 전락일 뿐입니다.
아래에 두고보자의 이름으로 나온 여러글들(이라고 해야 capcold님과 제 글입니다만)은 만화가분들의 입장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여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냉정하게 다시 읽어보십시오.
결과적으로 비슷한 주장을 하게 될 지라도 우리의 관심은 만화가의 이익이 아니라 만화장르 자체의 미래이며, 결과적으로 비슷한 입장에 서게 될 지라도 그것이 만화가들과 100% 이해를 공유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반대의 입장'이 아닙니다. 우리 나름의 입장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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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제가 앞에 달았던 간명한 리플은 ... 앞글에 적어주신 납득하기 힘든 (대부분의 일반독자는 불쾌하게 받아들임 직한) 뉘앙스의 추신에 대한 개인적인 해명을 한 것 뿐입니다. 그리고 ... 쪼금 사보는 사람 혹은 대여점을 간혹이라도 이용하는 사람은 만화가앞에서 찌그러져 있어야 한다는 식의 자세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군요.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전술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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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9 Sat 04:01:53 → 2001/06/09 Sat 04: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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