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해야할 역할, 학계가 할 역할, 작가가 해야 할 역할, 독자들이 해야 할 역할, 정부지원기구에서 해야할 역할들에 대해서 혼동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지난 2년 넘게 이곳 두고보자 지면에서 줄기차게 파고들어간 이야기이니 만큼, 불필요하게 반복하지 않고 싶습니다.

캡콜드님/뭔가 착가하고계신거아닌가요?사기업과 개인의역할과 공공의 세금의 역할을...?
단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미술하시는분들의어려운 실험만화책을 정부돈으로 비싸게 서점에 내놓고 만족스러운것이 한국의 지식인들 아닙니까?

!@#...그렇다면, 지엽적인 반문부터 먼저 제기하겠습니다. `미술하시는 분들의 어려운 실험만화책` 가운데, 어떤 것이 속칭 [정부돈]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어려운 실험만화`로 규정하고 계신지를 알려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만 말입니다. 예를 들어서, 작년에 `정부돈`으로 나왔다는 책들, 다시말해서 컨텐츠 진흥원이나 서울애니센터, 부천만화정보 센터 등의 지원기관에서 출판지원을 해서 출간된 책들의 목록을 먼저 주욱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잡지 [계간만화] 2호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만화계`를 벗어난 것은 없다고 봅니다만. 혹시 만작님의 기준에서는 변병준의 `달려라 봉구야`, 또는 박건웅의 `꽃` 정도만 되도 미술하시는 분들의 실험만화에 속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오락 측면에서의 대중만화를 추구하는 경우라면, 신인작가의 발굴과 육성, 그리고 나아가 히트를 치도록 만들어내는 것은 일차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개별 출판사의 책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는 컨진의 `신인 연재 지원 사업`이나 `스타 프로젝트` 등의 지원사업을 통해서 완전히 밥을 꼭꼭 씹어서 떠먹여주고 있는 모양새에 가깝습니다. 개별 사업의 내용에 대해서는, www.kocca.or.kr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산업적 지원에는 산업적 지원의 논리가 있고, 문화예술적 지원에는 문화예술적 지원의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저도 물론 후자 쪽에서 쓰잘데기 없는 사이비 사기꾼들한테 예산이 낭비되는 모습은 구체적으로 많이 목격해왔고 또한 대단히 싫어합니다만, 그것은 관리와 전문성의 문제인 것이지, 만화공모전 많이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우선, 정부에서 어떤 만화공모전을 만든다는 것입니까? 큰 상금이 걸려있고 데뷔의 경로를 뚫어주는 공모전을 만드는 것은, `그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영리활동을 추구할 수 있는` 업체들이어야 합니다. 정부에서 하는 공모전(?)은 지금도 오늘의 우리만화, 한국만화대상, 다른 한쪽으로는 신인작가 출판 제작 지원 공모 등 이미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부의 대변인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항상 자세한 문제를 짚어보고 무언가를 해결해보려는 의지를 보여주기에 앞서서 먼저 `정부가 잘못이야!`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을 대단히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기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좋은 기획을 가지고, 비록 어렵지만 좋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출판사와 협력하여 좋은 작품을 히트시킬 궁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바빠야 할 것 아닙니까.

!@#...그냥 화풀이가 아닌 `발전`을 위한 논의를 원하신다면, 최대한 구체적이 될 것을 권장합니다. 어떤 세미나, 어떤 행사, 어떤 복간본이 어떻게 예산낭비라고 느껴졌는지 구체적으로 짚어 주십시오. 어떤 지식인이 일본만화 매니아를 자청해서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 폭로하십시오. 어떤 호텔 수준의 세미나에 정부돈이 낭비되었으며, 왜 허례허식이었는지 알려주십시오. 수억을 들였다는 행사는 어떤 것이었으며, 왜 그 수억이 제대로 안쓰여진 것인지 제시해주십시오. 비록 거칠어도, 구체적으로 말입니다. 그래야 반론을 하든지 공감을 하든지 논의를 발전시키고, 여론을 만들고, 반영을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만 하면 된다, 라는 식의 이야기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비록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자기 작품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창작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맞아요 구체적..지금까지의 닭이먼저냐 알이먼저냐 하는 논쟁에서 벗어나야합니다

..만화가 잘 안되는 것이 정부지원이 없기 때문은 아니죠. 총체적 부실 + 사회적으로 만화에 관심이 없어지는 때문이지.

만화판이 잘 안되는 건 지원이 없기 때문이 아니죠...좋은 만화가 많이 안나와서 그렇죠...자승자박......현재 만화판에서 그나마 돈이 되고 미래가 있는 분야는 인터넷 만화 입니다. 이미 독자와의 유통채널이 되지 못하는 잡지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독자와 만나는 것이 만화가에게는 좀 더 많은 기회를 주죠. 한국만화가 이 처럼 깊은 침체의 늪을 지나고 있는 큰 이유중 하나가 '노출'에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노출도가 낮으면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게 당연한 이치니까...아직 인터넷 만화들이 높은 고료나 안정적인 연재공간을 확보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단 '노출'이라는 면에서는 기존의 잡지나 단행본에 비할바가 아닐 정도의 놀라운 속도와 파급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만화들이 출판만화를 오래 해온 작가들이 보기엔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다행인건 인터넷 만화들도 이젠 슬슬 기존의 카툰과 에세이툰 위주에서 점점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이야기와 기존 출판만화에서 볼 수 없는 인터넷만의 독특한 연출까지 개발해내며 새롭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강풀의 '순정만화'나 양영순의 '1001' 강도하의 '위대한캣츠비' 김인호'럽스토리'등등 인터넷에서도 극화가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만화판의 골골거리는 소리는 대부분 출판만화 쪽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데 눈을 살짝 돌리면 한국만화에 새싹이 움트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음 개인적인 희망사항이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영화와 가요가 세계적으로 뻣어나가는 모습을 우리만화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빈약한인터넷만화'라고 쓰셨길래 살짝 발끈 해서 썼습니다. ^^; 하지만 이제 진짜 인터넷만이 한국만화의 희망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