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밑의 분의 글에 부합하는 내용은 아닐수도 있습니다.
만화를 예술이라고 규정지을 때, 그것은 만화가 그리스신전의
비너스만큼의 예술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드러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신전의 비너스는 과연 예술일까요?
그리스신전의 비너스가 예술이라면
그냥 색깔만 배열해 놓은 몬드리안의 그림은 어째서 예술인가?
사실상 그냥 예술이라고 배워온 것입니다만,
그렇다면 예술이라고 불리우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예술이라 불리는 것은 제가 생각하기로 다음과 같습니다.
그것만 하고도 사회적 지위와 부를 얻을 수 있는 작가적 시스템,
(천재적 작가와 작품에 대한 신화)
그 시스템에 대한 담론적 가치를 부여하는 비평가와
(누가 천재적 작가이며 작품인가를 보증하는 이들)
이에 대해 거리감을 가지고 선망하는 대중.
제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것이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화는 그 삼박자를 모두 갖추지 못했네요.
만화가 예술이고자 할 때 그것은 척박한 만화계의 외적조건에 대해
만화라는 매체의 지위보장을 요구하는 전략으로는
쓸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실제로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보통 만화가 예술임을 주장하는 것은
타 매체에 대한 선망의 눈초리를 담고 있더군요.
현대에 들어 만화는 비로소 그 예술성을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이런 이야기는 만화에 대해 서울대 불문과 노교수가 쓴 무슨 책에도,
이런저런 논문에도 하나 가득 나옵니다.
때문에 소설과 영화의 문법으로 만화를 바라보게 되는 것도
만화에 대한 기존연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한 편으로는 소설적 잣대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만화,
영화적인 기법으로 보았을 때 대단한 연출을 보여주는 만화,
라는 식으로, 기존의 잣대로 만화의 가치를 재단하는
열등감에 의한 보상심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거는 만화의
지위를 상승시키려는 만화인들의 만화에 대한 애정을
반영하는 거겠지만....
만화는 만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역시 가장 현명한 답이 아닐까요?
예술이라고 할 때 그것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들어가 있는
어떤 부류의 그림조각들을 의미하는 거라면
저는 만화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따라서 예술적인 만화라고 했을 때 거기에는
기존의 학문과 기존의 예술의 권위를 빌어와서 가치를 부여한다..
라는 측면이 반드시 있고,
정말로 만화를 자신의 언어로 사용하는 대중들은
소외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슨 평생 연극만 공부하다가 만화를 연극론을 빌어
이러니 저러니 하는 노교수보다는
대중이 만화적 기법과 언어를 체득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가치가 있는 예술이라는 것은
후자로부터 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보편적 예술론에 입각한 노교수의 한 마디보다는 말입니다.
누가 뭐라든 만화는 만화다.. !?
직관적인 비교 속에서 깊은 수준의 만화읽기(보기)는 가능하지 않다.
그럴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무엇이 좋은 만화인지를
누군가가 설명해주고, 대중에게 납득시켜주고,
그런 것이 좋은 시스템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직관적인 비교 속에는 꽤 깊은 것이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좀 더 다른 헛소리들이 필요해서
하지 않을래요...
하지만 말초적이고 직관적일 것만 같은, 그래서 상업주의의
쳇바퀴를 돌며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은 만화의 언어도
그 대중적인 에너지에 힘입어
발전을 거듭해 왔는 걸요.
그 발전 속에는 예술로 인정받는 다른 매체와 같은
비평가의 우아한 평문과 넥타이는 없었지만
그 대신 절대다수의
우아아~, 혹은 우하하~
그런 직관적이고 말초적인 비평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직관과 말초의 탄성이란 그들의 일생동안 축적된
만화에 대한 테이타베이스와 가치체계가 작동한 결과이고..
물론, 이와 같은 것들이 만화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논쟁게시판을 편집진에서 개시할 필요없이 적어주셨기에
기쁜 마음으로 몇 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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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8/03 Thu 00:05: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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