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Na에 올린 단평의 목록을 보노라면 (비)웃음이 절로 나온다. 음 ... 나는 만화의 걸작(이라 불리는 것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걸작이라 칭해주기도 싫거니와, 누구나 인정하는 등등의 수식어가 붙으면 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그러한 수식어를 부정하기 힘들수록 불쾌감의 도는 더 해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 텍스트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걸작이라 불리는 상황’이 싫은 것이다.
만인이 인정하는 걸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공시적인 & 통시적인 면에서) 해당 장르의 빈약함을 반증한다. 게다가 그 작품이 미완의 & 현재진행형의 & ... 그러니까 지금 이 시대의 작품이라면 참 한심스러운 일이다. 멍청한 평론가들은 여기에 ‘고전’ 운운의 수사를 붙임으로서 마지막 카운터를 날린다. 쯧 ...
오! 한강을 추천작품으로 내미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껏해야 짝퉁 리얼리즘 반공드라마아닌가. 김혜린을 읽어보라고 권해주는 것도 안전하지만 별 의미 없는 선택이고(가장 안전한 선택은 언제나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되기 마련이다), 박흥용은 80년대에 주목하는 것으로 족하다(많이 봐줘서 10년 전에!). 게다가 95년 작이 고전이라니 ... 괴롭다. 마찬가지로 신흥종교놀이에 빠져 있는 작가의 미완결작 따위에 점수를 주는 것도 참을 수 없는 일이지. 20세기 소년인지 21세기 소년인지 몰라도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보내는 것 이상의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줄 필요는 없듯이.
그런 이유로 만화에 대한 나의 평가기준은 매우 관대하다.
미완결이면 별 반개 깎고, 소년만화라면 별 반개 깎고, 순정만화여도 역시 별 반개 깎는다. 남성향 성인극화이거나 야오이라면 별 반개 깎는다. 에로물이라면 한 개 단위로 깎자. 메시지가 진부하면 별 반개, 메시지가 난해해도 별 반개, 건전해도 반개 불건전해도 반개, 대중성에 호소하고 있거나 매니아 지향이라면 별 반개씩 깎아준다(공평하게). 민족주의에 호소하고 있다면 별 한 개, 정치적 올바름에 신경쓰고 있다면 별 반개 깎는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면 (체면상) 별 한 개를 깎아준다.
실험적인 시도로 가득한 만화라면 별 반 개, 동인적 상상력에 기대고 있다면 별 한 개를 깎는다. 학원물이나 환타지라면 별 한 개 단위로 깎는다. 애완동물이나 게임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면 일단 한 개 반은 충분히 깎아 줄 수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걸작이라면 누구나 인정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반개 깎는다. 그 작품의 재미가 ‘과격한 개그’로 인한 것이거나, 쓸데없이 심각하다면 별 반 개 깎는다. 최고의 작화퀄리티를 보여준다면 별 반개 깎고, 그림이 허접하다면 별 한 개를 깎는다. 호홉이 길지 않은 에피소드 방식이라면 별 반개, 호흡이 너무 길어도 별 반개 깎는다. 장편이라면 치명적이지. 10권을 넘으면 10권 늘어날 때마다 반개씩 깎는다.
패러디 난무이거나 작가가 SD로 등장한다면 별 한 개씩 깎는다. 한국만화라면 한국만화이기 때문에(한국만화는 아직도 총체적으로 미숙하다), 일본만화라면 일본만화이기 때문에 반 개 깎는다(일본은 원래부터 진정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나라니까). 물론 서구만화라면 서구만화니까 반개 깎는다(이네들은 근본적으로 만화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스토리작가가 있다면 반 개 깎고, 스토리가 허접하다면 한 개 깎는다. 영화처럼 멋진 화면이거나 소설처럼 정교한 줄거리라면 ... 피식 그런 비유를 하는 녀석이 누구냐? 비유한 게 기분 나빠서 한 개 깎아준다.
내 수준에 맞으면 별 반개 깎는다(난 내 수준을 별로 높게 보지 않는다). 내 수준에 맞지 않으면 별 한 개 깎는다(독자와 소통이 되지 않는 작품은 더 숭악하지). 재미있으면 또는 재미없으면 벌 반개씩 깎는다.
깎자 깎아 ...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와중에 깎아내리는 재미 만한 것이 있으랴 ... 그럼에도 불구하고 깎을 구석이 없는 만화는 ... 말하자면 이런 거다.
‘그냥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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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역시나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고선 나중에 배신 때리는' 유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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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Read : 1773, IP : 202.30.111.175
2002/06/17 Mon 13:26:02 |
| 깜악귀 |
캡입니다. !!!!! (하지만 이 글대로는 안 할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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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7 |
| 깜악귀 |
역시나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고선 나중에 배신 때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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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7 |
| capcold |
!@#...다 합치고 나면 마이너스 별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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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7 |
| 캬아 |
하림님처럼 별점 매기다간 별 반개 짜리도 찾기 힘들겠네요...
저도 가끔 그러죠. 실컷 재밌게 봤다가 나중에는...`별로야`하는 경우..(그래도 끝까지 본다...--;;;)
왜그럴까?나는 변덕쟁이에 심술꾸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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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7 |
| 깜악귀 |
어쨌든 20자 별점에 관련, 한 번 꼭 읽어볼 지침서라고. (그대로 적용하지는 말고, 수행서나 경전의 일환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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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7 |
| M |
이 글을 감명깊게 진지하게 읽어내려가고 있었는데.. 불현듯 halim님께서 감자나 사과를 깎듯이 별을 깎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네요..알맹이 나올 때까지 열심히 깎아주시면 맛있게 먹겠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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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7 |
| thug |
씨알맹이(씨의 알맹이)가 나오겠는데요.ㅠ_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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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7 |
| Toque |
일본만화와 한국만화, 서구만화에 대한 부분이 압권입니다. 멋져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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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7 |
| chocochip |
이대로 해보면 [파타리로]는 10권 이상 나올 때마다 반개씩해서 별 둘, 일본 만화라 별 하나 반, 과격한 개그에 별 하나, 불건전해서 별 반, 작화 퀄리티가 떨어져서 결국 0...(더 따지면 마이너스) ^^ 씨가 나오면 땅에 심어서 키워보죠. 뭐가 열릴지...(두고보자 2기가 열릴지도 모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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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8 |
| 깜악귀 |
생각해봤는데 이 경전에 제목을 달자면 이렇게 될 듯. `작품이 죄지 만화가 무슨 죄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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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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