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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애장판)- 유시진 / 시공사
 hybris  | 2004·05·27 07:37 | HIT : 353

'마니'는 유시진의 그 이후 작품들의 모티브가 숨어있으면서, 그 자체로 한 단계를 완성도있게 마감짓는 '유시진 1기'의 대표적 작품이다.

자기만의 세계에 유폐된 남자주인공에게 다가서는 '빛-구원'으로서의 여주인공 모티브는 유시진 만화에서 종종 나타나는데,
물론 이것은 흔한 인물 구도이지만, 여성작가인 유시진이 남자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하는 모습은 상당히 흥미롭다.

갈수록 이 경향은 심화되고, 빛-구원의 여성캐릭터는 죽거나 (폐쇄자) 아니면 아예 사라지면서 (온), 자아와 자의식으로 가득찬 세계에서 절망적으로 헤매이는 남자주인공은 점차 부각된다. 이것은 유시진 작품의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과 연결되는 듯 하다.
(그러니 쿨핫을 다시 연재할 수 없겠지)

'마니'는 1기의 작품이다. 마니와 해루는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었고 해루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타인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붉은빛의 마니인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그린 외전 at twillight의 주인공은 검은 해루이며, 작가가 감정이입한 사람도 해루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이입으로 섬세하게 살려낸 것은 고립되고 고독한, 자신만이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감각이다.

외전은 마니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이 아니라 일종의 환타지처럼 보이게 한다. 황혼녁 물가에서 해루가 잠시 꿈꾸어보는, 간절히 소망해보는 바램의 현현. 그래서 at twilight은 오히려 '폐쇄자'의 외전에 더 어울리는 듯 한다. 우리 세계로 도망치는 데 성공한 쿤이 샨카와 행복하게 사는 어느 한 순간에 대한 환상.

마니 본편과 외전의 차이에서 보듯이, 다분히 낭만적이었던 작가들은 나이가 들면서 좀더 차갑고 서늘해진다. (권교정도 여기에 포함되겠지) 기실 사랑의 구원이란 지독히 비현실적인 낭만이자 환타지 아닌가. 바로 그것이 끊임없이 순정만화를 팔고 사게 하는 요인이겠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는데,
이 작품의 다양한 층위를 무시하고
외전에서 부각된 한 측면만 20자평으로 요약하면 ^^
'추운 영혼이 꿈꾸는 구원으로서의 사랑'으로 정리.

★ ★ ★ ☆
211.219.178.68
지나가다
어쩌겠어요. 작가가 계속해서 내부적으로 천작하게 되는 걸.. 둥글둥글하진 않아도, 지금의 방향이 그가 가야하는 길이겠지요. 저는 여전히 계속해서 끌립니다.

04·12·05 16:08 수정 삭제

라르
주디씨 말씀에 동감하고 윗분 해석도 꽤 맘에 듭니다. 저도 지금보다는 마니까지가...인간적으로 더 좋습니다.

04·05·31 01:22 수정 삭제

Judy
유시진은 점점 더 자의식이 강하고 타인과의 융합이 어려운 세계에 대해 그리는 경향이 있고 그림도 딱딱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자아가 강하면서도 나름대로 타인과도 잘 어울려 살아가던 [베이지톤 삼색 체크]같은 초기작의 분위기와 동글동글하거나 갸름한 그림체가 그리워질 때가 있답니다.

04·05·30 15:49 수정 삭제

Judy
글 잘 읽었습니다. 전 사실 [마니]에서 그림체의 변화에 너무 경악해서 내용에 집중을 못했어요. 본편에서 화려하고 고고하던 해루의 미모가 그렇게 우둔(이렇게 표현해서 미안하지만 솔직한 심정;;)하게 변할줄은 몰랐거든요. hybris님의 글 읽고 다시 읽어봤는데 [마니] 본편이 "황혼녁 물가에서 해루가 잠시 꿈꾸어보는, 간절히 소망해보는 바램의 현현", 혹은 [폐쇄자]의 외전으로 적합하다는 말이 이해가 되더군요.

04·05·30 15:44 수정 삭제

c
요즘 깨달은 건데 '사랑'보단 '일'이 더 구원이 되는 것 같다. 무기력한 외전의 해루도 전업주부 외의 다른 직업이 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쿨럭). 애장판에 ★★★+3/4

04·05·29 13:51 수정 삭제

litong
우주적인 삶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을 살고 있는 평범한 한 사람으로 유시진의 작품은 상당히 매력적. 그렇지만 쿨핫도 연재했음 좋겠다 ㅠ_ㅜ

04·05·29 02:46 수정 삭제

hybris
.. 우우, 자꾸 글이 길어진다;; 난 <온>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 사미르가 싫음. 자기만의 세계에 박혀사는 타입 중에서 가장 남에게 피해 주기 쉬운 타입이랄까;; - <온>이후는 상당히 기다려진다. 이유는 위에 쓴것들과 연결되는데.. 후략.

04·05·27 08:21 수정 삭제

hybris
...결국 배경설정은 캐릭터의 일부가 된다. (혹은 캐릭터에 복종하게 된다) 그러므로 유시진 작품에 대해 "배경 설정만으로 밀고나간다" "지나친 설정이 작품을 압도한다" 는 비판은 온당치 않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에서 설정은 바로 작품의 핵심과 연결되니까.

04·05·27 08:15 수정 삭제

hybris
유시진 만화의 또다른 특징인, 정교하게 짜여진 이理세계에 대한 배경 설정 역시 캐릭터 설정과 맥을 같이 한다. 캐릭터가 작가의 내면을 어느정도 반영한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존재하지 않는 작품 속 세계를 치밀하게 구성하는 작가의 모습이 외부와 분리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그녀의 캐릭터들과 겹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상대적으로 덜 내향적이고 인물의 내면이 '열릴' 여지를 남기는 작품들일수록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초기 단편 몇몇, 쿨핫), 인물들이 유폐된 자의식의 지옥을 헤맬수록 치밀한 설정의 환타지세계가 설정 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04·05·27 08:11 수정 삭제

hybris
마니 애장판과 이전판의 표지비교도 재미있다. 애장판의 그들은 더이상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더이상 웃지도 않고

04·05·27 07:43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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