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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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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디만화' - 인디/언더만화 - 개념세우기
만화는 흐른다 01/09/16 11:17 capcold
- Independence [명사] 1. 독립, 자주, 자립, 독립심  2. 독립해서 지낼만한 수입.
- Underground [형용사] 2. 지하에 숨은, 비밀의; 지하조직의, 반체제의;
                   3. 전위적인, 실험적인


점 두 개 차이: "그러니까 인디가 뭐고, 또 언더는 또 뭐야?"

90년대 이후 대중문화에서, 인디/언더라는 개념만큼 과도하게 낭만적인 아우라를 억지로 부여받은 채로 오남용된 사례는 드물다(그리고 어느 틈엔가, 마치 한때의 유행이었다는 마냥 다시금 그 논의가 사그러들고 있다). 인디/언더가 (본래의 역할인) 주류 흐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주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전체 '판'을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가는 모습보다는, '뭔가 다른 것을 해보려다가 엄청나게 밥 굶고 고생만 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졌다는 것이 가장 단적인 예다. 인디/언더가 '배고픈 예술가'라면, 일반적으로 바라볼 때, 강세가 예술가 쪽보다는 '배고픈'쪽에 있었다는 말이다.

인디라는 개념, 즉 '독립'이라는 개념은, 반드시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인가'라는 질문을 수반한다. 대중문화에 있어서 그 독립의 대상은 바로 주류의 제도에 의해서 확고하게 구축된 '문화산업' 시스템이다. 즉, 인디는 '대중문화로부터 산업이라는 측면을 떼어내려는 시도'라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극도의 문화산업화에 대한 작가적 마인드의 반발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주류 대중문화에서는 '산업'의 개념이 내용을 좌우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인디는 주류 문화산업이 유통의 기간망을 독점적으로 확보하여 계속적으로 더욱 새롭고 강력한 산업논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발이자, 우회로 찾기에 대한 추구다.

사실 원래 인디라는 개념은 서구에서 처음 나온 것이고, 그것은 한국의 맥락과 다소 차이가 있다. 서구에서는 당초 귀족들이 후원자 개념으로 재정을 뒷받침해주었던 '순수예술' 개념과 자생적인 민중예술 개념의 이원화가 산업화와 함께 파괴되면서, 예술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이 갑자기 대중문화라는 큰 틀거리 속에 한꺼번에 던져졌다. 그 와중에서 다양한 하위와 비주류들이 서로 뭉치고 반목하며 '주류'라는 것을 항상 조금씩 변화시켜가면서 만들어내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애초에 후원자 제도라는 예술 창작 방식이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았고, 더욱이 대중문화 자체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박정희식 군대문화에 의하여 일방적, 획일적으로 부여된 성격이 강하다. 즉, 산업화된 '주류'가 다양한 영향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중심에서 너무나 강하게 버티고 있는 구조가 되어있는 것이다.

인디라는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영화판이다. 영화는 매체형식의 성격상 (일반적으로) 제작단계에서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고있고, 따라서 '산업'에 종속될 위험이 그만큼 높다. 따라서 주류산업에게 지배당하지 않고 예술가로서의 표현욕구, 또는 설득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종류의 영화 만드는 '자세'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저예산으로(거의 대부분의 경우, '자비'로), 더욱 투철한 '예술가혼'에 대한 정신무장(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담론 형성으로)을 하고 '치열한' 영화만들기를 표방했다. 물론 이런 정신을 가지고 출발했던 이들 중에서도 일부는 더 강력한 영향력을 위해서 작품 제작에 있어서 재정적 넉넉함을 추구하게 되었고, 또한 그들의 '아이디어'를 상업화하기 위해서 주류에서도 이들을 받아들여서, 결국 새로운 주류로서 성공하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결코 영화사 자체가 인디영화를 표방하지는 않는다; '인디영화사'라는 개념은 없고, 단지 인디영화를 지원하는 단체/행사가 있을 뿐이다.

인디라는 개념을 다음으로 받아들인 곳은 대중음악이다. 한국에서는 "인디 레이블"이라는 음반사 자체가 그 개념의 대표격이 되어 있다. 주류 대형 음반사에서 음반을 취입,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이 자신들의 음악적 성향 및 방향과 양립불가능할 때, 음악적 견해가 맞는 소규모 레이블에서 이를 지원하는 것이 '인디음악'의 개념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음반제작 및 배포 이외에도 콘서트 등의 활동방식이 있고 취향이 비교적 다양화된 대중음악판에서는(물론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그러한 주장을 종종 의심하게 만든다), 제작적인 측면에서의 '인디'라기 보다는 보다 '언더'의 개념에 가깝다. 언더는 오버그라운드, 즉 주류 시장과의 대비 속에서 규정되는 개념으로, 가장 폭넓게 정의하자면 "현재 주류가 아닌 모든 것"(속칭 '안 뜬 것')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것 또한 주류 대중문화에 대한 순응과 포섭을 거부하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표현/설득 욕구를 추구하는 여러 경우에 있어서는 인디 개념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인디를 표방하면서 큰 히트를 쳐서 오버가 될 수도 있고, 주류를 표방하면서도 실패한다면 '언더'인 것이다(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 뿐이다. 주류를 표방했는데 실패를 할 경우, 대부분 음악활동 자체가 끝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실질적으로 '망했다'와 동일어가 된다). 인디와 언더는 주류 산업체제를 방식면에서, 혹은 결과적으로 거부한다는 측면에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개념이다.

만화에서의 인디개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많은 길을 돌아왔다. 한국 만화의 경우에서도, '인디'적 성향이라는 것은, 주류 산업체제 속에서 자신들이 표현/설득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할 수 없을 때 (자비로라도) 자신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지면과 유통방식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 자세/활동이다. 만화에서의 주류 산업체제라는 것은, 몇몇 거.대.출판사 중심의 중앙 통제식 체제라고 할 수 있고, 그러한 방식이 작가적인 표현/설득욕구를 (그리고 그 결과 최소한의 표현적 다양성과 만화로서의 존엄성을) 얼마나 대대로 억압해왔는지는 이 지면에서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듯 하다. 즉, 기존의 주류적인 것으로 충족 안되는 부분을 스스로 나서서 충족해보려 하는 움직임이 바로 한국에서의 인디만화의 흐름이다.

하지만 단지 자비출판이라는 현실 그 자체만으로는 '인디/언더'가 가지는 독특한 성향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물론 작품적인 성향, 작가적인 취향은 시대마다 달라져왔고, 집단마다 달랐다는 것은 당연한 기본 전제지만 말이다). 자비출판이라는 현실에 더해지는 개념은, 바로 자비출판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이다. 이것은 곧, 주류 시스템화되지 않은 부분을 건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주류적' 취향의 현재 대다수 동인지는 (기계적인 해석에 멈추지 않는다면) 실제로 취향, 성향의 측면에 있어서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인디'의 개념과 동일시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단지 취향으로서 즐기기 위한 모든 아마투어 활동을 무분별하게 모두 인디라고 하는 것은 분명한 무리다. '인디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서 인디의 유통방식을 간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위성, 그것은 다시 말해서 하나의 정신 자세다. 인디임을 스스로 표방하는 자기정체성, 주류에서 산업적인 이유 때문에 건드리지 않는 부분을 의식적으로 찔러대는 도발성 등이 바로 그 기본이다. 한국만화에서 인디라는 말은, 만화잡지 '봄'에서 그 제작진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자처하면서 본격적으로 표면화되었다. 스스로 '팔리기 위한 만화가 아니다'를 적극적으로 선언한 그 자세가 바로 인디적 마인드의 발현인 것이다. 그들은 당시부터 생산이라는 개념에 대한 반기를 들었고, 그것을 '인디'라고 스스로 명명했다. 동인과의 구분점은, 자신들을 주류 산업 질서에 대한 반정립으로 세우고 싶은 태도의 이야기다(그에 비해서 동인은 '창작'이라기 보다는 '취향'의 문제다).

자세에 대한 강조는, 작품의 내용적인 측면만으로 인디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도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 되었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일본만화 '멋지다 마사루' 같은 경우, 기존 상업적 코드를 완전히 무시하는 표현기법으로('낙서체 그림'이나 일탈적 연출 등은 대체로 그 비상업적 성격 때문에 인디/언더만화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던 것들이었다) 작품적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 점프'라는 가장 주류적인 소년잡지에서 연재된, '주류만화'다. 즉, 인디는 자기정체성, 바로 태도의 문제다. 단순한 양적 다양함을 넘어서, 바로 자기 성향이 받아들여지는 공간을 원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기 작품을 내면서, 유통 등에 대한 태도로서 싸우는 자들이 바로 한국만화에서 감히 '인디'라는 범주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한국만화에서의 인디는, 견고한 주류 산업적 시스템이 만화작가들에게 강요하는 일련의 획일적 방식의 통제들을 극복하고, 자신들이 표방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하여 스스로 자신들의 지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한 그 지면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주류 만화계의 문제들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지속적으로 정립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스스로 표명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언더'가 되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며, 인디만화의 근본은 바로 이러한 인디적 '태도'에 있다는 것을 항상 자각해야 한다. 이 험난하고 피곤한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나서야, 비로소 이땅에서 '인디만화'라는 타이틀을 정당하게 부여받을 수 있다. ...이래저래 힘든 일이다, 인디만화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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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뭐하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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