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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 '만화출판 활성화를 위한 만화인 토론회'에 대한 만화독자의 간단한 코멘트
만화는 흐른다 01/09/01 07:07 halim


정리자 주: 본 기사는 서울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 2001의 일환으로 개최된 '만화출판 활성화를 위한 만화인 토론회'에 대한 두고보자 측의 기록과 평가입니다. 해당 자리에 오시지 못했던 분들에게도 그날 나온 이야기들을 전달해드리고 논의해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공식기록이 아닌 관계로, 당연히 주최측의 의견이나 평가, 기록과 차이를 보일 수 있음을 전제합니다.


토론회에 대한 특별한 기대 ... 말하자면 어떤 괜찮은 대안이라든가 혹은 참가자들간의 합의 같은 것에 대한 기대를 품고 토론회에 참석했던 것은 아니다. 만화계 뿐 아니라 다른 어떤 주제라도 마찬가지 성급하게 결과에 기대를 품으면 실망하기 마련인 게 이 곳의 토론문화 아니던가.

다만 조금 기대치를 낮춰서 만화계의 여러 주체들이 현재의 상황을 어떤 식으로 파악하고 있는가, 그리고 기본발표이후에 가지게 될 질의 응답시간에 뭔가 활발한 의견교환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정도가 평범한 만화독자로서 시간과 교통비를 투자해가며(... 라고 대단한 듯이 말해도 그나마 안 갔으면 실험실에 처박혀 있는 정도였겠지만 ;;;) 토론회에 참석했던 이유일 것이다.

다녀온 지금의 기분은 뭐랄까 상당히 저조하다. 만화계의 상황이 어렵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 아니라 컨퍼런스 진행과정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보이는 발제자 및 패널들의 인식과 제안의 수준이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화산업의 문제점을 논의하게 위해 모인 자리에서 나타나는 좌절스러울 정도로 겉도는 느낌이 오히려 문제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듯도 하고.

조금 장황하고 산만한 불만 표출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몇 가지 건드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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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정한 현실인식

일단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관한 인식인데 게임과 인터넷과 휴대폰이 어쩌구~는 일단 제쳐두자. 한 줌 밖에 안되는 만화계 사람들이 떠들어봤자 기분만 우울해 질뿐이고, 또 그 쪽 업계 사람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닌가. 중요한 것 ... 실제로 현실성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만화계 내부의 문제점이고 그에 대한 대처일 것이다.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이가에 관해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가 과연 어떠했던가?

"10만부 이상 팔리는 대박만화가 없다"
"눈에 띄는 신인이나 히트작이 없다"
"요새 잡지는 별로 볼 만하지 않다"
... etc

우선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히트작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만화계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 있는 건 아닌가? 어떤 문화 혹은 장르가 융성할 때면 시장자체를 대폭적으로 확장하면서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는 초히트작이 한둘씩은 등장하기 마련이다. 80년대 초의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그 몇 년 후의 드래곤볼이 그랬고, 최근에는 스타크래프트가 그랬듯이.

그렇다면, 저러한 몇 몇 히트작이 상황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며, 그러한 작품의 출현으로 인해 장르가 융성한 것으로 봐도 될까. 시대의 흐름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때를 잘 만나서 나올만한 여건이 되니까 나왔다고 하는 것이 냉정한 ... 좀 더 진실에 가까운 판단일 것이다. 비평적 성과보다는 대중적 기반확보가 성공의 척도가 되는 대중문화상품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도 '공포의 외인구단'에 상응하는 작품이 있을지 모른다(사실 온전히 작품성에 한해서 말하자면 더 나은 만화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단지 게임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흐름에 떠밀리고 있는 만화계의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파급력을 가질 수 없을 뿐이다.

실제로 히트작이 나오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히트작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너무나 안이한 인식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의 전제는 '만화계가 합심하여 그런 초히트작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혹은 그래야 한다'는 몽상적인 결론을 끌어내기 마련인데 이쯤 되면 회복불능이다. 물 건너 섬사람들도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고 하는데 ... 그렇다면 그 사람들도 멍청하기는 마찬가지다.

초히트작이란 벼락과 같은 것이다. 벼락은 비오고 폭풍우가 일면 아마도 ... 치겠지만 어디에 칠지는 모른다. 언제 칠지도 모른다. 치면 좋은 것이고 안치면 ... ? 안치면 ... 치지 않은 것이 문제인가? 그래서 만화계가 어렵다는 '결론도출 및 책임전가'를 해서야 되겠나?

백보 양보해서 공포의 외인구단을 넘볼만한 잠재적인 히트작이 만화계에 있고 거기에 적절한 기획과 마케팅이 붙었다고 하자.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얼마나? 드래곤볼 만큼? 스타크래프트만큼? 만화를 다시 21세기 문화산업의 총아로 되돌려놓을 만큼? 어느 정도의 히트작은 기획과 마케팅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만화가 문화상품이고 문화상품이란게 무릇 그 시대의 문화적 조류에 실려가는 것인 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해리포터가 아무리 많이 팔려도 문학이 시대의 첨단을 가는 장르가 아니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평범한 만화독자의 입장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자면, 요사이의 작가들이 못나서, 그 작품이 별볼일 없어서 크게 히트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보기엔 좋은 작품은 여전히 많으며, 독자는 여전히 즐겁다. 단지 ... 시대의 흐름이 과거와 같은 영화의 재현을 허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여기까지 읽고 이유없이 마음이 울적해진 분에게는 芦奈野ひとし의 'ヨコハマ買い出し紀行'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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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전가의 문제

히트작 운운의 문제만은 아니다. 크게 히트하지 못한다면 적당하게 남는 장사를 해도 된다. 적당한 성공과 적당한 수익 ... 여기서는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기획과 마케팅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회적인식이나 엄격한 심의규정이나 부족한 제도적 지원을 극복하거나 해결해나가는게 기업가와 기획자, 홍보담당자의 몫 아니던가? 그러나, 토론회에서 나왔던 여러 가지 논의들은 대부분 현실과 유리되어 있거나, 의도적으로 문제점을 가리거나(그럼으로서 책임을 전가하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 ... 아니 호소(?)는 어떤가?

"만화출판사도 영세해서 제대로 된 기획이나 창작지원이 힘들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마케팅하기도 힘들고 매출액도 하락하고 있다"
... etc

경영이 어렵고 매출액은 하락하고 있는가? 만화출판사가 영세한가? 자본력이 부족한가?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의 몇가지 수치들이 좀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과연 근래의 만화시장위축이 잘 나타나있다. 악순환속에 매출은 하락하고 있으며 경영상태는 악화되고 있다. 좋은 책을 위한 기획과 마케팅에 투자할 여력은 없어보인다. 끄덕 끄덕 ... 그런데 만화출판사들의 매출액이 이정도라면 많은 것일까 적은 것일까? 혹시 저게 다른분야 출판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것인지도 모르잖은가. 출판시장의 60-65% 정도를 차지하는 일반 단행본 출판사들의 특징은 영세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단행본 출판사 중 상장기업은 한 곳도 없으며, 매출액 100억을 넘는 출판사는 세 곳에 불과하다. 다음 표를 보면 연매출 174억의 학산만 해도 '대기업'이란 생각이 들지 모른다.



(**매출액만을 놓고 볼 때 출판사 혹은 출판산업 전반에 걸쳐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대교출판, 웅진닷컴, 두산동아 등 학습지 출판사(다른말로 교육정보서비스업체)들이지만, 실제로 이들의 매출액 대부분은 초중학생 대상의 회원제 통신교육 및 가정방문교육서비스에서 발생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서적판매'와는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 많다. 학습지 및 교육서비스 시장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서적판매시장에서 비교할 만한 대상을 찾자면 기술, 실용서적 출판 분야의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실용서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영진닷컴은 여러모로 대원씨아이와 비슷한 출판사라고 할 수 있는데, 2000년도에 396억의 매출액을 올렸고 여타 상위권 출판사들은 100-200억 대의 매출액을 보이고 있다)

크니까 좋구만 ... 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세하기 짝이없는 일반출판사들이 책을 기획하고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볼 때, 어렵다는 만화시장에 비해서도 더욱 어렵고, 그나마 만화시장을 제외하면 시장규모면에서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출판시장 전반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만화출판사들의 이러한 면피성 발언들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규모면에서 만화시장은 출판산업 전분야에 걸쳐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다. 주요 만화출판사들은 (신문,잡지,학습지등을 제외한) 일반서적 출판사중에 가장 규모가 큰 축에 들고 있으며, 만화출판을 통해서 자체로 수익을 내고 있다. 캐릭터 상품을 팔아서 만화분야의 적자를 매운다는가 하는 상황인 것도 아니다. 재정상태도 매우 건실하다. (아니면 아니라고 '구체적으로' 반박해주기를)

만화시장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무엇이 어려운가? 누가 노숙한다더라, 대여점이 작가의 수익을 다 뺏아간다더라, 원고료를 못받았다더라, 단행본은 안팔리고, 잡지는 찍을 때마다 적자라더라 ... 카더라 통신만 난무할 뿐, 아무도 그 '실제'라는 것에 대해 확실히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평범한 만화독자일 뿐인 필자가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는가. 출판사 쪽에서 솔직하게 상황을 밝히고 시장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만화시장의 어려움 운운은 양치기 소년의 헛소리로 치부되고, 대여점 없애기, 독자의 인식을 개선하기, 작가는 좋은 작품 내놓기 따위(!)의 변죽만 끊임없이 오갈 뿐 아무런 열매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일반 단행본출판사에 가서 만화가들은 원고료조차도 제대로 못받고 있는 상황이며, 단행본판매가 30%로 급락하고 있으며, 출판사들이 영세해서 기획과 마케팅에 투자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해보자.

아아 ... 그래요 ... 하면서 자기들도 만화시장에 뛰어들겠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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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성 혼돈과 주장의 방향

어쩌면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상식적이고 정확한 현실인식과 이후 방향성을 제시한 쪽은 정부측 참석자였는지도 모른다. (만화평론가, 작가, 출판사관계자 보다는 ... ) 이번 토론에서 나온 다른 주장들 몇 가지를 요약해보자.

"만화를 산업적으로만 파악하는 시각이 문제다"
"정부에선 만화를 문화로보고 지원해주어야 한다"
... etc

글세 ... 만화가 문화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음악이 문화이고 미술이 문화이고 게임이 문화인 것처럼 만화도 문화이다. 만화발전은 이땅의 문화적 토양을 풍성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분명히 만화는 문화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 그렇다면 만화산업은 문화인가 아니면 문화산업인가? 토론회 참석자들 대부분(발제자나 패널 뿐 아니라 방청객까지도)이 만화와 만화산업을 ... 문화와 문화산업을 혼동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면 나의 착각인가.

문화이기 때문에 지원해주는 것과 산업진흥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특정 문화장르를 장르내적가치만 보고 지원해줄 수도 있고, 문화산업의 (잠재적) 산업적 가치를 보고 지원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식에서 이 둘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산업이라면 철저하게 경제논리에 의해 지원하고 경제논리에 의해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국악은 문화이다. 그러면 국악산업(?)은 문화산업인가? ... 흠 ... 그럴 수도 있지만 실제로 국악산업이라는 건 없다. 그렇지만 정부에선 국악원을 만들고, 무형문화재를 지원하고, 각종 교육기관을 설립한다. 그냥 ... 경제적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정부예산을 붓는 거다(물론 국악인들이 납득할 만큼 충분한 지원은 아니겠지만). 토론회의 논자들이나 혹은 기타 지면에 자주 등장하는 의견들은 만화가 문화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면서 ... 동시에 만화산업의 발전도 요구하지만 ... 은근히 다른 산업과 철저하게 경제논리에 따라 경쟁해야하는 현실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

이번 토론회에서 정부측 발표자는 패널 토의 중에 "민음사, 김영사와 같은 유수의 일반 출판사들이 만화출판에 뛰어드는 상황인데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추세"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나온 반응은 "사회적인 인식면에서는 대형 출판사가 도움이 되지만...단물만 빼먹을 수도"라는 식의 반론이었다. 저 발언을 한 사람은 민음사, 김영사가 서울, 대원보다 크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외부에서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는 것은 안그래도 작은 파이를 더 작게 나누는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정부측 발표자는 일반단행본출판사의 만화시장 참여는 기존 만화시장의 마케팅 부재상황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이것 참 핵심을 찌르는 주장아닌가(그는 자신의 직책을 제외하면 만화에 한해서는 '맛의 달인'을 재미있게 읽은 평범한 만화독자에 불과했음에도). 만화산업이라면 정부의 일방적인 보호, 육성을 요구하는 대신 경제논리에 따른 경쟁과 공정한 경쟁을 가능케 하는 시장구조의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 법이다.

사실 '산업'자 떼기도 어렵거니와 붙이는 것도 쉽지 않다. 음악산업? 미술산업? 문학산업? 왜 이건 어색한데 만화산업이라고 하면 어색하지 않을까? 음악을 지원하는 것과 음반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다르고, 문학을 지원하는 것과 출판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다르다. 만화가 국악과 같은 처지인가? 만화가 국악처럼 되기를 원하는 것인가? 어느 쪽이 좋으니 나쁘니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못하면 욕심쟁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당당하게 문화임을 자부하면서 보호(?) 육성(?) 지원(?)을 요구하고, 한편으로는 산업을 자처하면서 산업적가치를 제대로 평가해달라, 투자해달라고 말하는 모습은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만화는 만화이기를 바라는 것인가 만화산업이기를 바라는 것인가?

정부측 발표자는 이런 요지의 발언도 했다. "성인용, 서점용 만화시장의 상당부분이 학습, 실용만화인데 이는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방청석에서는 "서점을 겨냥한 서점용 만화시장과 학습, 실용만화시장을 제외한채 (잡지연재후 단행본화하는) 오락만화에 논의가 집중된 감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 나온 반론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가 흔히 만화라고 부르는 것은 오락만화이며 실용만화와 같은 것이 많이 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오히려 적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므로 일단 제외하였다"

적이라고? 순수 서점용만화시장, 실용만화시장은 논외라고? 일반출판사가 새로 만화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반갑지 않다고? 이것이 과연 출판만화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의견인가?

나에겐 이렇게 들린다 "내버려둬 이러다가 그냥 망하게 ... "

...

만화산업의 발전을 바란다면 출판사들은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고, 만화인들은 좀 더 바닥까지 내려가 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생활고의 문제가 아니라 만화의 위상에 대해 혹은 만화산업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아래의 명단을 보고서 ... 필자의 경우 ...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찌감치 애니메이션 컨퍼런스에나 가볼걸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누추한 자리에 참석해준 문광부 사무관이 고마워졌다.



개인적으로 불가해하는 것 중 한가지는 '만화산업이 어려우니 (정부가 만화독자가 투자가들이) 도와달라'는 논지의 주장이다. 탁까놓고 이야기해보자. (정부나 투자가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만화를 왜 도와줘야 하나? 만화가 길이길이 가꾸어야 할 한국의 전통문화유산인가? 사회적 약자에게 힘이될 수 있는 복지사업인가? 대체 만화가 뭔데? 만화가 망하고 게임이 흥하면 국가차원에서야 same same ... 그냥 그렇게 두면 되는 거다.

만화는 국악이 아니다. 만화가 문화산업이라면 만화산업을 도와야할 이유는 한 가지 '만화가 (예산과 자본을 투여해서) 돈이 될 경우' 뿐이다. 만화가 도움을 받고 싶다면 만화에 투자했을 때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렵기 때문에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잘나가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나라면 정부와 투자가들이 보는 자리에선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만화산업이 어렵다고? 판매량이 감소한다고? 작가들 원고료도 못준다고? 어쩌면 컨퍼런스에서 이런 주장의 사실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내가 투자가라면 저런 이야기를 듣고서는 절대 만화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림을 잘그리고 영상산업에 뜻을 둔 젊은이 라면 만화분야에 투신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정부관계자라면 이후로 만화산업을 우습게 볼 것이다.

만화출판 컨퍼런스는 초라했다. 비참할 만큼 ... 하지만 여기는 SICAF이고 무대는 SPP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투자가를 끌어모으고 산업적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여야 했다(다른 세 가지 컨퍼런스가 그러했듯이). 발표자와 패널들은 만화가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이전에 장미빛 비젼을 제시했어야 했다. 만화는 게임만큼은 못하더라도 나름대로의 산업적 가치를 가진 매체이며 투자한 만큼 대가가 돌아오는 산업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했다.

앓는 소리는 가족들에게 하는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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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덤으로 한 가지

- 자료조사의 중요성과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주장

대여점이 만화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한 주장에 대한 결론으로서 대여점을 없애면 만화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TV에 출연한 만화평론가는 한국만화시장의 80%를 일본만화가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2001.8.21 KBS). 신문기사로 번연히 그렇게 실린다. 해적판 포함하면 90%라고 말하기도 하고(1998.10.21 중앙일보), 98년에 IMF 한파로 만화발행부수가 50% 줄었다고도 한다(1999.1.1 동아일보). 새롭게 떠오른 수십만부 판매의 국산만화 베스트셀러가 없다고 이야기한다(2000.12.26 경향신문). 어떤 만화출판사 편집인은 90년대 초에 비해 만화시장이 1/20로 줄었다는 경악할 만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번 만화출판 컨퍼런스에서도 예외없이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이 난무했는데 ... '프랑스에선 대여권을 제정하여 작가에게 돈을 지급하고 있다' '대여점의 대여현황에 대한 전산화가 되어있다' '니코폴은 2만권 팔렸다' '만화출판사의 매출액이 하락하고 있다' ... 기타 등등 기타 등등 ...

왜 사람들은 '사실이 틀린' 것에 대해 그렇게 무신경한가? 자료는 조사하면 나오기 마련이다. 만약 내가 만화독자가 아니라 출판사 관계자든지, 만화작가든지 뭔가 생계를 걸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정확한 자료를 조사하러 나섰을 것이다. 대여점이 만화시장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여점이 없었을 경우 대여점 이용고객들이 구입할 책의 권수가 대여점의 구입권수보다 많을 것임을 보여주면 된다. 대여점이 없었던 시대보다 현재의 만화판매량이 줄었음을 보여주면 된다. 대여점에 비치된 신간만화가 일정기간동안 몇 회 대여되는지를 통계적으로 집계해봐도 된다(무작정 수백명이 빌려갈거니까 ... 이런식으로 억측하기 전에).

출판사에서 어렵다는데(편집장이 그렇다면 그런거야) ... 기자들 월급도 못준다는데(원고료는 당연히 못주지) ... 작가들이 어렵다는데(당신 만화가보다 만화를 잘 알아? 그냥 믿어!!!) ... 누구는 노동일하다가 발에 못이 찔려서 입원했다는데(우리 모두 '분개'합시다~) ... 이런 정도의 '근거'로 어떤 주장을 하고 누구를 설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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