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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r. 발렌타인'/황미나 - 팝스타, 폭은 팝문화에 대한 동경
이 만화 봤어? 05/11/27 11:17 난나

어른으로서의 삶이 자연스러운 나이가 되자 빠순이로서 시간을 죽였던 10대 시절도 너그럽게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엔 DURAN DURAN이나 New Kids On The Block과 같은 팝스타의 음악을 듣거나 관련 소식을 나누기 위해서라면 알량한 용돈과 빠듯한 시간, 남아도는 정력들을 아낌없이 써댔었다. 80년대 후반만 해도 인기의 대세는 나의 경우와 같이 내한공연에 인색하던 외국 팝스타 쪽으로, 같은 외국계 꽃미남이라 해도 소구 폭이 상대적으로 좁았던 좁은 배우들의 인기는 가수나 밴드만 못했던 시기였다. 알듯 모를 듯한 외국어로 노래를 하는 예쁜 남자애들의 모습을 몽롱하게 바라보고 꿈꾸기가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었던 출구 역할이 되었기 때문일까. 우리가 어머니나 선생님들에게 필사적으로 설명하던 열정의 변은 간단한 것이긴 했다. “그냥, 멋지잖아요!”

우리들의 스타는 졸업 사진이나 성적표가 인터넷에 적나라하게 공개될 만큼 가까운 존재도 아니었고 우리 역시 문화산업의 중심부에서 본격적인 소비로 오빠들을 지지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니지도 못했었다. 대부분 라디오 프로그램에 귀를 기울이고 스타들의 노래와 소식을 끈기있게 기다리거나 사발통문을 돌려 읽듯 음악잡지 독자코너에서 팬들을 규합하던 가난하고도 느린 연애 방식이었다.

황미나의 ‘Mr. 발렌타인’은 팝 문화에 대한 80년대식의 궁상맞은 애정을 제대로 포착한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명랑하고 심성 고운 ‘주희’와 시한부 인생을 힘겹게 마무리하고 있는 ‘영’의 짧은 사랑 이야기는 애틋하지만 익숙한 신파. 미국에서 온 도련님이라는 설정이나 화이트 크리스마스, 발렌타인 데이의 외래적 낭만성을 한껏 부각시키는 에피소드들도 지금은 순진하게만 비치는 문화적 사대주의 아닌가. 그러나 주인공들이 외국 팝문화를 매개로 서로 소통하는 옛스러운 방식들의 묘사는 심금을 울리는 힘이 있다.

심야 라디오 방송의 DJ에게 엽서를 보내 외로움을 고백하고 위로 받는 소녀에게, 소년 역시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을 전한다. 그들이 서로에 대한 호감에 구태연한 거리를 둔 채 살짝 살짝 경험하는 설레임은 팝스타에 대한 먼 동경을 닮은 것이다. 세련되지 않게 스쳐지나던 정서적 지점은 Pink Floyd나 Eurythmics의 가사로서 중개되기도 한다. 지금도 해석이 쉽지 않은 그 영어 가사들은 이어폰을 통해 막연한 생기와 용기를 부르던 ‘그때 그 시절’의 기록으로 읽히게 된다.

음악성의 여부를 떠나 팝스타의 이미지는 설명되기 쉽지 않던 불안정한 고민들을 서로 나누며 채워져 갔었다. 아날로그적이고 비현실적인 감성으로 내러티브가 조직되는 만화에는 팝문화에 대한 시선으로써 비주류의 외로움이나 주류와의 긴장을 담아내는 작품들이 유난히 많다. 요즘 만화야 예전과 같은 구식의 방법으로 팝스타를 그리지는 않더라도 치기에 가까운 패기는 쓸쓸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라, 살아남은 어른으로서, 마음이 간다.




그외 추천 만화:

'Crazy Love Story'(이빈): 소모적인 반항을 일삼으며 가정과 학교를 부정하는 혜정, 성무, 지미, 소영 등 네 인물의 이해하기 힘든 방황과 사랑을 그린 작품. 논리적이지 못하면서 뻔한 내러티브와 가수나 모델과 같은 대중문화 종사자에 대한 턱없는 환상, 남발된 영어로 거부감을 주는 면도 없지 않지만 10대의 눈높이에서 사고되는 대중문화의 실체를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네 멋대로 해라’(나예리): 진원과 호수는 함께 음악하기를 꿈꾸던 절친한 친구였지만 호수의 형이 사고사하고 진원은 아이돌 그룹 Baby Mode로 활동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가정과 사회의 폭력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모든 시련이 성장통으로 수렴되고 마는 씩씩한 결론까지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된 만화. 진원의 모델이 초기 ‘쿨’의 멤버였던 이재훈이더라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새삼스럽다.


‘토이(카미조 아츠시)’: 매력적인 그림체로 국내 순정만화가들에게 작화교본이 되었던 작품이나 스토리는 비하여 심심한 편이다. 16살에 혜성같이 데뷔해 메이저에서 찬란한 활동을 펼친 후 곧 은퇴해 자유로운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토이와 그의 마스코트 격 여자친구 니야의 사건과 감성들이 다소 산만하게 다루어진다. 일본 아이돌 산업의 일면을 강렬한 이미지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오디션’(천계영): 모험적으로 발굴된 천재소년들로 구성된 ‘재활용 밴드’의 음악적 성취를 그리며 유래없는 인기를 모았던 순정만화. 기발한 사건이나 인물 설정, 대중음악에 대한 성의있는 접근들을 요령있게 다루어낸 솜씨가 좋다. 공포의 외인구단 수준으로 훈련하며 준비했던 토너먼트에서 끝내 우승은 못했어도 음악적인 자신감은 회복하게 된다는 해피엔딩이 명쾌하다.




‘BECK’(헤롤드 사쿠이시): BECK은 주인공 유키오가 결성한 밴드 이름이면서 그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제공했던 누더기 개의 이름이기도 하다. 메이저로 인정받겠다는 굳은 결의 대신 차분하게 자신들의 재능을 단련해나가며 음악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성장 만화. 현실적 제약과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의 음악적 순수함이 낭만적으로 두드러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크린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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