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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만화언론 '만' 창간인터뷰 - hal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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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언론 '만'의 창간기념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곳에 가서 읽어도 되겠고 귀찮으신 분은 여기서 읽어도 됩니다. 이곳에 게재된 버젼은 이후에 예고없이 증보되거나 개정될 수 있습니다.
다 읽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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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im >>
평범한 만화독자(좋아하는 작가는 문계주 외 138명, 좋아하는 작품은 「엄마는 요술쟁이」외 2,867편), 만화잡지 『허브』편집장 겸 발행인, 97년 이래 개인홈페이지 MAL(Manhwa Animation Library) 운영, Critics Mailinglist 운영, 만화웹진 『두고보자』편집위원, 부천만화정보센터 규장각 한국만화큐레이터 등으로 활동했다. 비평, 연구, 집필, 번역, 취재, 편집, 제작, 영업, 포장, 배송, 수금(…) 그리고 만화독자운동의 조직에 이르기까지 등 만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해봄직한 이런 저런 일 들을 해왔지만, 무엇보다도 '만화를 즐겁게 읽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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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국 만화계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이런 논의에 임할 때는 우선 '표현 언어로서 만화'와 '산업으로서 만화', 그리고 '장르로서 만화'를 분리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표현 언어로서 만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지속적으로 급속하게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입니다. 카툰화법, 장면의 구분과 병치, 말풍선이나 상황설명 지문의 삽입, 건조하고 기술적인 실용서에서 만화문법의 채용, 게시판 글쓰기에서 게시판 그림쓰기로 발전하는 양상 등 그 징조는 많습니다.
'산업으로서 만화'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입니다. 만화도서의 판매, 온라인 만화콘텐츠 판매, 해외 판권 수출 등 직접적인 매출발생영역들은 분야별로 모두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상품의 개발, 만화원작의 미디어 이식 등 2차적인 확장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장르로서 만화'가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대한 판단은 '만화장르'를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만화장르가 위기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는 A만화잡지가 몇 부 팔린다더라, B출판사가 적자더라 하는 식의 것이 아니라 지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역량은 과연 어떠한가.' 그들이 '얼마나 싹수있는 작품을 내놓고 있는가.'에 대한 질적인 판단을 근거로 이뤄져야 합니다. 출판만화 그 중에서도 전통적인 순정극화 그 중에서도 만화잡지를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면 만화장르의 미래는 희망적 입니다.
▶ 근 몇 년간 국가대표급 역량의 작가들이 게임회사로 이동하거나, 절필을 하거나, 중단된 작품을 양산하거나 했습니다. 현재 산업으로서의 만화가 장르로서의 만화의 가능성을 좀 먹고 있는 측면은 없을까요.
어떤 만화가가 일본에 진출하여 성공하거나, 게임회사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인재유출이 아니라 인재수출이며, 절필이 아니라 활동영역 확장입니다. 국가간 만화교류, 인력교류, 미디어이식의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들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걱정하는 분들에게는, 만화가 여전히 발전하는 장르이며 과거의 작가들 보다 지금 움직이는 작가들이 더 유망하며 앞으로 등장할 작가들은 더욱 뛰어날 것이 분명하다는 개인적인 전망을 제시하겠습니다.
▶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그러한 분석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동의 원인이 '새로운 것에 도전 해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만화를 그리고 싶지만 힘들어서'인, 그래서 같은 노력을 해도 보다 적절한 보상이 따르는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보이기 때문에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만화를 그려서 '노력한 만큼 대가가 돌아오고 충분히 살만하다'고 말하시는 작가 분들을 많이 뵙지 못하기도 했고요. 그런 이야기를 듣거나 볼 때마다 만화의 거시적인 장밋빛 미래가 현재 작가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만화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는 충분히 동감합니다. 그런데, 언제쯤이면 이런 낙관적인 미래를 작가들도 체감 할 수 있을까요.
게임, 애니메이션 업계가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곳 인지는 그 쪽의 종사자들에게 물어보시면 좀 더 현실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화왕국 일본에서 작가 및 스태프들이 처우와 지위, 수입에 대해 평균적으로 만족하고 있는지 역시도 일본만화계 종사자들에게 물어보면 될 것입니다. 참고로 한국만화사 전체를 돌아볼 때 ‘안정적인 수입, 일한 만큼의 대가를 제공하는 만화작업’의 모델에 가장 가까웠던 경우는 ‘박봉성 프로덕션’이었습니다.
▶ 한국만화계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할 문제 혹은 변화되어야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우선은 현재 만화계가 가지고 있는 인력과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금으로 만든 펜촉'을 나눠가지는 것도 좋지만 가능한 예산을 재편성하여 법률자문인력을 고용하고 보다 실질적인 이익집단으로 기능하는 것이 더 유익한 일입니다. 파편화된 만화향유자들의 참여와 반응을 조직화하여 지속적으로 인기작을 생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두 번째로는 다단계 업체의 홍보요원을 능가하는 후안무치함으로 '만화의 미래가 밝다'는 장밋빛 포장아래 유망한 인력을 만화계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선현들께서 말씀하신바 '사람은 자기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라는 격언은 지금도 여전히 진리입니다. 더 많은 인력이 만화계로 들어오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만화계 안에서 구르고 치고 박는 만큼 만화계는 확장, 발전할 것 입니다.
▶ 2005년 11월 현재, 한국 만화계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이슈는 무엇일까요.
* 장편이야기만화로서 온라인 만화의 가능성 확인.
* 다큐멘터리, 현장밀착형 만화작업에 대한 주목.
* 만화학과 출신 작가들의 향방.
* 박흥용 컬러중편 단행본 「1969」출간예정.
* 김혜린 신작장편 「인월(引月)」 연재 예고 ……. etc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관심입니다. 다른 말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만화독자정신(만화를 즐겁게 읽는 그 자체가 전부라는 정신)'을 잃지 말자는 얘깁니다.
▶ (현재 만에서 한창 토론이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만,) 현재 제기되고 있는 출판쿼터제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출판쿼터제는 '해외만화수입규제'가 아닌 '시장 질서 회복'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 입니다. 몇 몇 코믹스출판사에 대해 단지 일본만화 위주로 찍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너무 많은 종수의 만화책을 아무 생각 없이 찍고 있으며 그나마 지속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 번 이야기하는 것 이지만 일본만화시스템의 핵심은 '잡지에 연재한 후 단행본으로 낸다.'라는 것 입니다. 5만부 찍는 잡지에 4개월간 연재하고 단행본으로 내면 인기작은 50만부가 팔리고 실패작은 5천부가 팔립니다. 잡지를 통해 성공과 실패에 대한 검증, 단행본에 대한 사전마케팅, 단행본 영업과 수익성에 대한 예측이 이뤄지며 그대로 실행합니다.
기존의 국내 코믹스 출판사들은 일본만화로 사업을 전개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이 원칙을 어겼습니다. 잡지연재 후 4개월에 한 권씩 나와야 할 단행본을 무더기 라이선스를 통해 연재 없이 매달 두 권씩 쏟아냅니다. 일본에서 1권 나올 동안에 한국에서 여덟 권을 내고 있으므로 검증된 인기작의 풀은 급속도로 고갈되며, 일본식 시스템에서 잡지가 해야 할 순기능을 기대할 수 없고, 기존에 있던 만화잡지들의 입지마저 없어져 버립니다.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출판쿼터제를 포함한 규제와 개선조치들을 적용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 입니다. 2006년에도 값싼 중질지로 만든 3~4천원의 저가 단행본을 4,000종 찍고, 지금 보다 더 적어졌을 대여점의 숫자에 맞추어 뿌리면 됩니다. 마침내 일본만화히트작의 풀은 완전히 고갈될 것이며, 대여점 숫자는 마지노선 이하로 줄어듭니다. 그 이후에는 … 걱정 마십시오. 만화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얼마간의 진통 끝에 전혀 다른 만화시장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출판쿼터제와 병행조치들을 적절하게 실시하는 것 입니다. 밀어내기식 출간을 규제하고 잡지의 위상을 강화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 잡지-코믹스 시장은 연착륙하면서 다른 국면으로 좀 더 부드러운 변화를 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전자에 한 표 던집니다.
▶ 시장의 왜곡과 비정상적인 시스템의 주범이면서도 개선을 위한 어떤 노력도 보여주지 않는 몇몇 업체들이 전자의 시나리오대로 연쇄도산이 나주면 좋겠지만, 시간 끌며 제 배만 불리다가 그것이 손익분기점에 다다랐을 때에 이르러서야, (얍삽하게) 사업방식을 바꿔서 계속 영향력 있는 업체로 군림할 상황이 올 가능성은 없을까요?
오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짚고 넘어갑니다만, '전자의 시나리오'는 특정업체의 도산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가 아니라 단순히 외부의 지원과 개입이 없을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 입니다. 해당 업체가 자체적으로 어떤 돌파구를 찾을지, 그리고 그 업체의 경영 상태나 소유구조가 어떨지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어떠한 경영적인 판단에 의해서 '대여점을 겨냥한 소량 다품종 코믹스 밀어내기 전략'을 포기하고 '정선된 만화콘텐츠의 기획출판'으로 방향을 전환한다면 이는 상당히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만화계 전체로 본다면 어차피 다른 시장, 다른 사업 모델일 뿐이지요.
▶ 앞서 몇 몇 코믹스출판사들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너무 많은 종수의 만화책을 아무 생각없이 찍고 있다는 지적도 해주셨는데요. 시장질서와 유통구조가 '현실화 가능한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개선되는 경우에도, 현재 대형 출판사들의 만화책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만화책의 가격책정이 부적절하다고 하는 문제제기는 단지 유통망 개선만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인 문제의식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만화책의 가격은 작가가 제시한 오리지널 원고의 퀄리티를 제대로 살릴 수 있으려면 이러 저러한 사양으로 책을 제작해야 하며, 그 사양이라면 제작비가 얼마나 들어가며 그걸 고려할 때 정가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적 연역을 거쳐서 정해져야 합니다. 사실 만화 뿐 아니라 모든 출판물의 정가책정은 이렇게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한국 출판시장은 이 점에서 상당히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의 섬세한 펜선과 세밀한 배경, 정교하게 구사된 톤 기법을 지면위에 제대로 되살려내기에는 3,500원이라는 정가가 허용하는 제작비 투여의 한계치가 비현실적으로 낮습니다. 권 당 천원이 안 되는 순제작비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죠. 소설책들은 반대의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Only text와 대중적인 읽기를 염두에 둔다면 보다 작은 판형에 갱지를 사용하여 인쇄하여도 별 지장이 없습니다. 여기서 문고판과 양장본에 관한 지루한 넋두리를 재반복 할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이 문제를 만화의 경우와 대비하여 본다면 상황은 명확해집니다. 콘텐츠를 살리기 위해서는 좀 더 좋은 사양에 만들어져야 할 만화단행본은 가능한 최저의 품질로 제작되고 있으며, 대중적인 읽기를 염두에 둔 소설단행본들은 과도하게 좋은 지질, 아?주 널찍한 판형과 편집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현재 소설단행본의 가격은 만화단행본 가격의 두 배입니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이 역전되거나 최소한의 균형이 맞춰지기 전까지는 '너무나 값싸게 만들어진 만화책'에 대한 문제제기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덧붙여서, “책값이 절반이라는 것은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도 절반”이라는 뜻 입니다.
▶ 일본에서는 국내보다 더 질이 낮은 종이를 사용해도 양질의 인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많이 팔려서 많이 찍으니까 단가가 싸게 나온다. 수준이 아니라 인쇄기술에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런 부분이 만화책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물론 일본은 출판 분야의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인쇄기술 분야에서도 선진국입니다. 한국 내에서 돌아가는 인쇄기들도 대부분 일본산(도시바, 고모리, 미쓰비시 등)입니다. 그러나 인쇄설비 제작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몰라도 도서제작 전반의 기술수준에 있어서만큼은 한국도 일반단행본레벨에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만화단행본의 인쇄상태에 차이가 있다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질문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출판계 전반의 인쇄기술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 보다는 제작관리에 투여되는 인력과 시간, 예산의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단행본의 인쇄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디자이너, 편집자 혹은 책임 있는 제작담당자가 인쇄기 앞에 서서 대수별로 인쇄물의 선명도, 먹 농도, 핀, 색감 등을 체크하고 인쇄기사와 의견을 교환하여 최적의 결과물이 나오도록 품질관리를 해주는 것 입니다. 정말 중요하고, 잘 찍어야 하고, 비싼 책이라면, 한국에서도 당연히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책값이 싸고, 전체 제작부수도 적고, 권 당 투여되는 예산도 적고, 너무 많은 종수를 찍고 있어서 매 권, 매 대수 마다 품질체크를 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인쇄상태가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작품끼리의 직접비교가 가능한 라이선스 단행본의 경우 한 가지 요소가 더 추가됩니다. 비슷한 가격과 판형, 지질의 라이선스 단행본 인쇄상태는 일본원판보다 뒤떨어져 보입니다.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좀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인쇄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원 소스의 차이입니다. 코믹스판형 라이선스 단행본들은 권 당 10만 엔 전후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국내출판권을 획득합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저작권료일 뿐, 디지털편집 소스 파일이나 원본필름구입비는 따로 책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라이선스 단행본들은 출력물을 가지고 작업하거나 혹은 원판 단행본을 스캔하여 제작됩니다. 이럴 경우에도 당연히 인쇄상태는 만족스러울 수 없습니다.
질문으로 돌아가서 "일본의 만화단행본은 더 나쁜 종이에 찍어도 더 좋은 인쇄상태를 보여주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제작비를 절감하는 측면이 있지 않느냐"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 시스템 상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만한 부분은 아니고 만화책 가격에 실제로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염장 지르는 정보를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라이선스 단행본 아무거나 한 권과 그것의 원판단행본을 같이 놓고 비교해보십시오. 가장자리의 인쇄영역을 주의 깊게 보시면 한글판은 상하좌우로 3~4㎜ 정도씩 잘려나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전체 면적비율로는 7?8%). 소스 파일이나 원판필름 없이 출력물이나 단행본을 스캔, 복사해서 만들어진 단행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모든 라이선스 단행본이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만화독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비율로 그렇습니다.
▶ 시의성, 현실성을 떠나서, 가장 이상적인 한국만화계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어떨까요.
'계'라고 하는 것은 '죽은 계'가 아닌 한, 특정한 구도나 단계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만화계도 (물론 문화계도) 그렇습니다. 이상적인 만화계의 상황을 상정하는 순간 만화는 또 새로운 국면으로 움직여나갈 것입니다.
생태학의 기본 도그마 중 하나는 "다양할수록 안정적이다"라는 것입니다. 신문만화, 잡지-코믹스, 단행본만화, 학습/실용만화, 온라인만화, 아마추어만화, 기타 등등의 각 영역이 다양한 가능성과 불안정성위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양새가 현재의 한국만화계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현재의 한국만화계의 모습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만화문화를 영위하고 있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http://halim.egloos.com/1706158) 미래의 한국만화는 지금 보다 더 많은 가능성, 다양성을 추구하며 여전히 불안한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성인만화 쪽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선 답변의 다른 항목이나 다른 이전 글에서 '성인만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있음을 먼저 상기하고 싶습니다. 만화는 '그냥 만화'와 여러 가지 기준에 따른 하위 장르로 나뉠 뿐 입니다. 그러므로 '성인'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트집 잡아 지레 짐작하여 질문을 재구성한다면 "현재 한국만화는 아동만화와 청소년만화의 비중이 너무 높지 않은가?"라는 식이 될 것 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만큼 심각한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현재 한국만화계가 보여주는 특징적인 현상중 하나라고 봅니다. 덧붙이자면 성인만화가 부족하다고 걱정해보았자, 좋은 성인만화를 만드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단지 좋은 만화와 역량 있는 작가가 있을 뿐 입니다.
▶ 좋은 성인만화를 만드는 방법 같은 건 특별히 없겠습니다만, 좋은 성인만화 못 만들게 하는 방법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것을 없애는 것이 좋은 성인만화 만드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죠. 한국에서는 드물게 성인 타겟의 만화잡지를 만드시는 입장에서, 장애라고 느끼시는 부분이나 개선과 변화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성공 못하는 원인 내지 애로사항이라면, 무엇보다도 편집장 겸 발행인의 능력부족을 들 수 있겠군요.
▶ 앞서 “다양할수록 안정적”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만화의 다양성을 확대하거나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시스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만화언어의 힘을 믿으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만화언어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거기서 나온 만화(작품)들도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과 힘을 내포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도적인 삽질이 곁들여지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제도적인 지원이나 시스템이라는 것은 사실 이미 자행된 제도적 삽질을 보완하거나 혹은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이지요. 그런 것 없이 그냥 놔두어서 발전한다면 그것이 가장 좋습니다.
▶ 만화언론 '만'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이전의 혹은 현존하는 만화관련 잡지나 사이트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전의 만화전문지 혹은 정보지들과 '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죠. 만화잡지가 아닌 정보지인 한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의 만화계를 비춰주기 위해서는 지금 움직이는 만화언론이어야 합니다. 활동을 지속하는 한 '만'은 이전의 모든 만화관련 정보지, 웹진 보다 의미 있습니다.
▶ '만' 사이트의 베타오픈이 이루어졌습니다. 다음 단계로 필요한 일들은 무엇일까요?
편집장에게 화끈한 연봉(1억 터키리라 정도면 충분)을 제시하여 주저앉히는 일.
▶ 이, 일억 터키리라요?
(잠시 인터넷 검색 후…) 죄송합니다. 터키가 화폐개혁을 했군요. 부담 없이 수천만 단위의 돈을 물 쓰듯이 써보려면 이젠 어디로 가야 하나…….
▶ 화폐개혁도 문제지만^^, 적은 돈이라도 재원마련은 어떻게?
만화언론에 관한 이전의 논의에서 내놓았던 의견입니다만, 언제나 어디서나 가장 유효한 방법 중 하나는 '앵벌이' 입니다. '만'의 콘텐츠를 돈 받고 팔거나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만'의 의미성과 존재의의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리를 세우고 이것을 바탕으로 기부, 후원, 지원을 얻어내는 것은 그 이상으로 유익한 방법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영리활동을 통한 수익모델 창출에 힘쓰는 조직보다는 기부와 후원에 의존하여 움직이는 조직이 더 안정적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자본으로부터도 더 독립적입니다. 물론, 손에 잡히는 아날로그적인 무언가(!)를 만들게 되었을 때는 그건 돈 받고 팔아야겠죠.
▶ '만'이 앞으로 성공적인 언론 매체로 자리 잡아 나가게 되면, 상당부분 외부와의 교류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원칙이 있다면?
'만'이 '만'인 한에는 고수해야 할 원칙은 없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만'이 만화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게 된다면, "이제부터 우리는 '만'이 아니다"라는 것을 공표하고 그 것을 하면 됩니다.
▶ '만'의 편집장이라면 해보고 싶은 기획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앞서의 답변에도 있지만 만화향유자들의 향유방식과 반응들을 조직적으로 표출시키는 이벤트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자발적인 참여와 투표에 의해 집계되는 주 단위, 월 단위의 '베스트 만화 목록' 작성입니다.
이 작업을 통해 만화계는 매 주 10편의 히트작, 매 달 10편의 빅 히트작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는 “요새 읽을만한 만화 뭐가 있어?”라는 질문에 대한 1차적인 답변이 될 것이며, '요새는 ○○○가 인기 있다더라.'식의 확인되지 않는 풍설보다 독자유인에 더 효과적이며, '작품성 중시의 엄격한 소비자'들에게도 적절한 안주 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 입니다.
▶ 마지막으로 '만'의 간단한 로드맵과 이상적인 지향점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만화계가 원하는 만큼 '히트작'과 '인기작가'를 공급할(여기에 밑줄) 수 있는 잡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만'의 방식을 비토하면서 보다 작가주의적인 혹은 보다 대중지향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다른 흐름이 제기될 수 있다면 그것은 '만'이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반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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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념 대담] 그들에게 길을 묻다 - 목차
(1) 서찬휘 편
(2) 주재국 편
(3) 김낙호 편
(4) 박관형 편
※ 출판 쿼터제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논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http://www.manhwain.com/marsheaven/forum/_board_list_open.php?fno=3
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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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필자는 정보공유와 카피레프트(copyleft)를 지지합니다. 이 글은 MPL을 따릅
니다. 이용자는 MPL을 준수하고 그 사실을 밝히는 한 본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 인용,
복사, 배포, 편집 및 변형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처표시 및 원저자표시의 의무가 없으며
비상업적, 사적인 이용 뿐 아니라 상업적이고 공개적인 이용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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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이 인터뷰에 한해서는 상기 카피레프트 규약은 halim의 답변 부분에 대해서만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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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dugoboza.net/tt/rserver.php?mode=tb&sl=109 (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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