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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만화대여점은 만화계의 수치인가 - 서문 : 기본적인 현실인식
만화는 흐른다 01/06/24 14:22 capcold


들어가는 글 - 기본적인 현실인식

사실, 대여점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미 수년전의 일이었고, 대여점이라는 형식이 존재했던 것은 그것보다도 더욱 전의 일이다. 하지만 최근, 대여점 문제가 다시 불붙은 것은 하나의 확실한 계기다 있었다. 신해철씨가 진행하는 라디오방송 '고스트 스테이션'에 한 만화가가 한국에서 만화가를 한다는 것의 어려운 처지를 토로하며, 대여점제도의 폐해, 즉 '대여점은 단행본 판매를 감소시키며, 작가의 정당한 수익을 갉아먹는다'고 써보낸 사연이 소개된 것이다(사실 그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만화계 내부에서 수년간 이야기해도 끌지 못했던 주목을 라디오라는 곳에서는 일거에 획득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부터가 한국사회에서 만화가 차지하는 위치가 과연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끔 만드는 일이었다). 물론 대여점 논쟁은 이전에도 주기적으로 각 대형 만화/애니메이션 동호회의 단골 메뉴였고, 가장 일선에서 홈페이지를 만들고 대여점 철폐를 주장한 사람들도 있었고, 위의 사건으로 인하여 증가한 관심의 폭을 업고 이들은 더욱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물론 대여점 문제는 분명히 한국만화 시장에서 나타나는 매우 기형적인 병폐임에는 부인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대여점 문제는 실제로는 문제의 원인이라기보다는, 한국만화시장의 거대한 모순덩어리 구조의 결과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여점이 지니고 있는 현재의 역할, 즉 3000권이라는 초판을 구매해주는 최종소비자로서의 역할을 별다른 준비 없이 당장 없애버린다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한국만화시장이 견딜수 있는 한계치 이상의 갑작스런 쇼크를 줄 것이고, 이는 실현가능성 면에서나, 실용성면에서나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는 거칠게 비유하자면, 몰핀을 맞으며 대기중인 중환자 정도에 해당된다; 몰핀이 몸에 해롭다는 일반론 하나에 근거해서 몰핀주사를 제거하면 결과는 즉각적인 쇼크사뿐이다. 그보다 몰핀의 효력을 이용하면서 수술을 한 후, 몰핀을 점차 줄여나가며 재활훈련을 하는 것이 치료의 '정도'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판매용 시장과 대여용 시장의 자연스러운 분리와, 판매용 시장의 재건을 위해서(대본소 - 소위 '일일만화'로 대표되는 대여용 시장은, 자체적으로 나름대로 안.정.적.인 시장 시스템과 사회적 위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논외로 두어도 좋을 듯 하다) 창작자, 출판사, 행정가, 독자, 평론가들이 해야할 적극적인 포지티브 전략들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각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현재 한국만화 시장의 조건을 간단히 먼저 개괄할 필요가 있다. 출판협회 자료에 의하면, 90년대 이래로 만화의 총 출판 종수는 꾸준히 늘어왔고, 종당 발행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 부분은 한국만화와 수입만화의 비율인데, 이는 97년 '일진회 사건'과 '청보법 제정'(물론 청보법 그 자체만 떼놓고 보자면 나름대로 자기 논리를 갖춘 법안이지만, 문제는 여기서 요구하는 일견 '상식적인 수준의' 제한과 조건들마저도, 근간이 워낙 취약한 한국만화시장에서는 일반 소규모 동네서점들로 하여금 만화 자체를 퇴출시킬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만화 탄압사태를 거치면서 벌어진 모습들을 통해서 추론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즉, 잡지연재를 안거치는 일본 만화 단행본의 급속한 유입과, '검증된 히트작' 중심에서 마구잡이 대량 공급으로 유입 시스템이 바뀌었다는 점, 그래서 결국 '주류 잡지 만화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한국만화와 일본만화의 비율이 크게 불균형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출판사들간의 일본 만화 라이센스권을 따내기 위한 출혈경쟁이 또한 한몫했다. 이제는 더 이상 '검증된' 히트작들이 아닌, 주류 출판사의 주류 잡지에 연재된 일본 만화라면 모두, 그리고 일본에서는 다소 마이너한 경향이라 할지라도 왠만하면 상당수가 '라이센스' 유입의 대상이되었고, 출판사들은 경쟁적으로 많은 종수의 일본 만화를 유입해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일본 만화도 별다른 홍보 없이라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큼의 대형 히트작('드래곤볼', '슬램덩크' 등)이 더 이상 나오고 있지 않는 현실에서는(특히 일본만화의 공식에 익숙해진 한국의 독자들에게 당시와 같은 '문화충격'으로 인한 플러스 효과는 더 이상 없다), 단지 종수로라도 시장 규모를 유지해보고자 하는 차원의 것 이상의 모습이 아니다. 한국만화시장의 현실 중 첫째로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지점이다: 즉, 시장의 규모와 성격을 무시한채로 외부시장에서 과도한 물량을 끌고들어와서 과잉공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수많은 출판물 중 대여점으로나마 처리되지 못하는 상당수 작품들의 재고처리만도 만만치 않은 작업일 것이다.

두 번째 지점은, 잡지로 대표되는 정기간행물이다. 주류 대형 출판사 및 그들과 함께 작업하는 여러 작가들이 잡지의 목적 자체가 단행본을 묶어서 내기 위한 전초전 단계 - 혹자들은 아예 '팜플렛'이라고 한다 - 로 떨어지는 일본식 주류 만화의 한 가지 경향을 모델로 삼는 것을 지나치게 보편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잡지 자체가 가지는 하나의 책으로서의 완성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고, 결국 상당수의 잡지는 잡지 자체로서의 읽는 매력을 거의 상실해서, 관성적으로 계속 읽어온 독자를 제외한, '중간부터 잡지를 읽기 시작하는 독자'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한국의 작은 시장은 일본과는 달리, 하나의 작품으로 '소모성 잡지' - '소모성 단행본' - '소장용 단행본' 등의 경로로 3번 우려먹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지 않고, 독자들은 잡지를 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 지점은, 만화시장의 폐쇄성이다. 만화의 소비층을 현재의 상황에서 더욱 확장시켜서 '파이'를 키우기 보다, 내부에서 과도하게 많은 업체와 인력들이 출혈경쟁 후의 '승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한국시장에서 만화는 크게 두가지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그중 하나인 대본소 '일일'만화는 총판과 대본소라는 확실하게 고정된 유통경로 한가지로만 움직인다. 또한 주류 대형 출판사들의 만화 또한 그리 많지 않은 단행본 구매자와 점차 줄어들어가는 대여업자들만을 그 시장으로 하고 있으며, 그 시장을 확장하거나 다른 시장을 개척하려는 마케팅 노력은 거의 전무하다. 또한 많은 해외(대부분 일본) 만화 라이센스를 따내기 위한 '종 수' 경쟁에 전력을 쏟아부은 나머지, 각각의 작품들에 대한 분석과 히트 아이템에 대한 중장기적인 것은 물론, 단기적인 마케팅 시도마저도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심지어 그 흔한 서점용 홍보포스터 마저도 주류 출판사의 일반 단행본에 대해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이는 대본소용 '일일만화'의 경우 히트 아이템 위주로 전국 만화방에 홍보포스터가 적시에 내걸리는 풍경과 명백하게 대비된다). 이는 '농사'의 개념보다는, '채집'의 개념에 가깝다. 만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사람들을 만화를 사도록 끌어들이기 위한 '일반인 대상 마케팅' 가운데 제대로 눈길을 끌만 했던 규모의 것은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이래로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네 번째 지점은, 독자의 측면이다. 현재, 독자들은 점점 더 '읽을 만한 만화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일본만화는 이제 거의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식들을 반복재생산 하며 '밑천이 드러나고' 있으며(워낙에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제 척보면 알정도로 많이 익숙해졌다는 측면도 있지만, 일본 주류만화계 또한 여러 가지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식 모델만을 추종하다가 아예 일본식 만화 전개 공식을 답습한 여러 한국만화들도 더 이상 '재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만화계의 현실과 앞날을 걱정하기 보다, 만화 자체를 포기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현대사회는 만화 하나에만 집착하기에는 너무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물론 여전히 명작이라 칭할 수 있는 특출나게 우수한 작품들은 간간히 나오고 있지만, 아무런 차별화된 마케팅 없이 하루 수십종씩 쏟아져 나오는 만화들의 틈에서 주목도 못받고 오히려 사라지고 있으며, 현재의 출판 시스템에서 한번 놓친 작품을 몇 달 후에라도 다시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경우 거의 유일하게 이를 다시 구해볼 수 있는 경로는 대여를 통해서이다). 보통, 독자는 좋은 작품이 나오고, 그것을 사도록 마케팅을 충분히 주입받으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뭘 어떻게 내밀어야할지도 모른다면 이들은 지갑을 꽉 잠그고 피씨방으로 들어갈 것이다. 읽을 만한 만화를 만드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면, 살만한 만화를 만드는 것은 출판사의 몫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더욱 더 많은 잠재적 만화독자들이 만화라는 영역에서 멀어질 것이고, 그만큼 파이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만화가 대중의 오락문화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라는 점까지 가세하면, 이 경향은 더욱 가속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한번 멀어진 이들을 다시 만화에 입문시키려면 더욱 많은 마케팅을 펼쳐야만 가능하다.

'빌려보는 만화' 문제의 핵심은, 빌려보도록 만들어낸 만화를 빌려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서 보라고 만든 만화들도 빌려보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조건 빌려보는 것을 금지할 때 사람들은 읽는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왜냐하면 '사서보도록 만들었지만 빌려보고 있는 만화'들이 주는 효용이 '사서 볼 만큼'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효용을 만들어낼수 있다면,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서보는 만화는 빌려보는 만화와 다른 체계가 될 수 있다. 그 효용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작가에게는 항상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현재로서는 바로 마케팅 구축이다. 이는 출판사들이 지금껏 등한시한 정당한 영리활동이며, 관의 제도적 뒷받침이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나치게 길어진 들어가는 말을 뒤로하고, 이후 분석글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현실적 상황들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진단과, 이에 대한 극복 제안들이 제시될 것이다.
: http://dugoboza.net/tt/rserver.php?mode=tb&sl=117 (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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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뭐하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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