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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대여점/ 빌려보는 다른 매체들 - 그들의 대응방식과 만화에의 함의
만화는 흐른다 01/06/24 14:50 capcold

사실, 시장경제에서의 모든 매체는 기본적으로 상품이다. 상품은 항상 가격이 매겨져 있기 마련이고, 상품을 갈구하되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는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더욱 저렴한 시장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는 매체 상품의 소유를 일시적으로 보장해줌으로써 부분적으로나마 컨텐츠의 효용을 즐기게 해주는 것이다. 매체의 경우에 따라서 영구소유시의 효용과 일시적 소유시의 효용이 더 큰것도 작은 것도 있지만, 법적으로 구체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한 항상 이런 것들이 생겨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번 꼭지는 만화 이외의 다른 매체에서 대여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판매시장과 상호보완적으로 균형관계를 이루어 나갔는지에 대한 사례들이다. 이중 일부는 만화시장에 직접 적용될 수도, 일부는 오히려 경계해야할 경우도 있지만, 만화에서 대여 시장과 판매시장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반드시 한번씩 참고해봐야 할 것이다.


1. 여성지

한국이라는 좁디 좁은 (그러면서도 모든 분야에 공급과잉이 일어나 있는) 문화시장에서, 잡지로서 제대로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은 대략 두 종류밖에 없다: '컴퓨터 잡지' (및 컴퓨터 게임잡지), 그리고 '여성지' 가 그들이다. 이들의 수익모델은 명확하다: 바로 광고수입과 잡지 판매 수입이다. 광고의 측면에서 이들 잡지들은 전체의 절반 정도가 광고다(물론 게임 잡지의 경우는 다른 둘보다 훨씬 덜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들의 분야에서는 광고 자체가 신상품에 대한 정보로서의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가의' 부록을 통해서 확실하게 소장가치를 만들어주는 마케팅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고가의' 부록이라고는 하지만,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스폰서받거나 덤핑 등으로 저렴하게 구입한 것인 경우도 많다(여성지에서 나오는 신제품 화장품 샘플 등이 전자이고, 게임 잡지 등의 정품 게임 부록이 후자다 - 통신에서 돌아 다니는 것을 수집해서 넣어주는 쉐어웨어 모음집 + 예고편 모음집인 컴퓨터잡지들의 CD-ROM 부록들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이들의 충실한 구매 수요층도 확실하게 형성되어 있다. 여성지의 경우 관공서, 미장원, 일반 주부들이 그들이고(이것은 충분히 거대한 시장이다!), 컴퓨터 잡지의 경우 각각 해당분야에 관심이 있는 층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의 경우, 이미 충분한 자체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안정적인 판매시장을 가지고 있고, 그 위에 다시 저가의 대여시장이 형성된 것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도서대여점에서 여성지를 취급하고 있고, 주거 단지 단위로 '돌려보기'가 형성되어 있지만, 이런 류의 잡지들은 오랜시간을 두며 조금씩 읽어나가고, 또한 다시 참조하는 식의 향유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 소유로 인한 향유 효과가 대여로 인한 효과와 확실하게 구분된다. 여성지의 요리, 패션, 바캉스, 성상담 색션 등 각종 내용물(혹은 컴퓨터 잡지의 각종 기술 활용 팁)은 한번 보고 지나가는 일회성 컨텐츠가 아니라, 지속적인 참조자료인 것이다. 또한 여성지는 여성포탈과의 컨텐츠 연계 등으로까지 수익모델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잡지 자체의 소장가치와 수익성을 높이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하고, 유료로 인터넷 업체에 컨텐츠 제공을 하는 새로운 방식들을 도입하는 등의 전략은 이미 그 실효성이 검증되었고, 여러모로 긍정적인 모델로 삼을만 하다.


2. 음반

현행 저작권법상, 음반과 소프트웨어는 대여권이 저작권자에게 명확하게 귀속이 되어있다. 명목상으로는 그것은 음반과 소프트웨어는 현재 일반화된 기술로서 개인차원에서의 품질 저하 없는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을 따로 이런식으로 구분지었다. 하지만 실상은, 이들 업계가 충분히 커다란 시장을 가지고 있고, 이해 관여자들의 입김이 정책입안자들에게 확실하게 반영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며 중요한' 산업적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반의 경우, 현재 국내에서는 대여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80년대말-90년대초, CD라는 매체가 아직 고가의 사치품으로 간주될 때 일부 음반점에서 음성적으로 CD를 일정액을 받고 '교환'해주는 형식은 있었지만 말이다). 음반을 대여하는 경우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출시후 일정기간이 지난 것만을 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음으로써 '신보'들의 판매 마케팅 전략들과 겹치지 않게 조절하고 있다. 이는 대여허가를 음반사에서 직접 관할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측면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실제로 판매시장이 충분히 크게 형성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패키지 고급화, 프로젝트 집단 결성, 사회적 이슈화 등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일반화되어 있는 일본의 음반계(연예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한국의 음반 판매시장은 일본의 모델을 과도하게 따라가는 경향이 짙어서, 가수의 '스타화' 같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모든 종류의 음악과 가수들에게 이러한 방식의 마케팅이 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파이의 크기를 키워서 음반업 전반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들이 한쪽에서 진행되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즉, 음반이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의 충돌을 피할 수 있던 방식은, 법적/제도적 뒷받침(하나의 저작권자가 자신의 상품을 어떤 식으로 향유시킬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을 이용한, 판매시장의 적극적인 개척이다. 현재 출판협회에서 진행중인 출판물에 대한 저작권자의 대여권 귀속이 우선 통과가 된다면 유효한 참조모델이 될 수 있다.


3. 무협지/판타지 소설

무협/판타지 소설은 대본소에서 일일만화와 함께 '실질적인 소득원'이 되고 있는 품목이다. 무협/판타지 소설들의 경우 판매시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대여점과 온라인 와레즈다. 하지만 상당부분의 무협지/판타지 소설들은 그 분량이나 출간 속도 등에 있어서 처음부터 대여를 전제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통경로 또한 상당부분 일일만화의 그것과 일치한다.

판매시장에 내놓기 위한 경우, 이들은 주로 판형을 판매용에 적합한 '일반 서적' 포맷으로 바꾸고 재편집을 거친다(물론 애초에 대여를 전제로 제작되었으나 다시 판매용으로 재제작되는 경우 자체가 드문 편이다). 처음부터 판매시장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작품들의 경우, 일반 서적의 유통경로를 거치고, 출판사가 응당 해야하는 몫인 대대적인 마케팅이 뒤따른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대여점에서 구입을 하지만, 판매 시장 자체를 마케팅을 통해서 만들어내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왔다.


4. '일반' 소설

일반 소설의 경우, 분명히 판매시장을 전제로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대부부느이 도서대여점을 먹여살리는 주된 대여품목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글 서두에서 언급한 "매체 상품의 소유를 일시적으로 보장해줌으로써 부분적으로나마 컨텐츠의 효용을 즐기게 해주는 저가 시장'의 개념에 가장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소설의 경우 기존의 인지도와 문향유형태 덕분에 소장개념이 아직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소설의 경우도 대여 시장과 판매시장이 겹쳐서 충돌하는 부분이 생기고 있지만, 판매시장에 대한 집중적인 마케팅을 투여함으로써 이 부분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마케팅 전략이 가능한 것은, 과도한 다작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간 수백수천종의 책을 내면서 도대체 어떻게 마케팅에 여력을 쏟을 수 있다는 말인가? 연간 십수종을 내고, 그것의 성공을 위해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야말로 '산업'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차원의 독서 장려 켐페인의 지원까지 받아가면서 파이 자체를 키우기 위한 노력들을 해내가고 있다. 물론 독서인구 자체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 전체 시장은 축소세에 있지만(출판 시장 일반의 축소는, 만화의 그것보다 더욱 심각하게 진행 중이다), 항상 노력의 방향은 상품 자체를 더욱 '팔릴만하게' 만들고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컨텐츠를 다양한 판본으로 재간하여 다시 판매하는 등, 장기적인 판매전략들을 널리 구사하고 있다('열린책들' 출판사의 하드커버 판본들, 판형의 다양화 등이 좋은 예다). 즉, '스테디셀러'라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한편에서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10년이 지난 책이든, 20년이 지난 책이든 언제든지 다시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테디 셀러 + 적극적 마케팅 전략은 만화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 최근 딴지일보에서 재상품화에 성공한 '고우영 삼국지'에서 드러나고 있다.


5. 비디오/DVD

비디오의 경우, 셀스루(판매용) 시장과 대여사장을 완전히 분리했다. 그리고 두가지 상품화의 경로를 제작사에서 모두 관리한다. 즉, 제작사가 대여와 판매의 비율과 역학관계를 직접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의 충돌을 스스로 없앨 수도 있다. 특히 기본 가격 자체가 비싼 비디오 영상물의 경우, 대여를 할 사람과 소장을 할 사람 사이의 기회비용이 확실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두가지 차원을 모두 상정하고, 각각 별개로 공략하는 것이 당연한 시장의 논리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셀스루의 경우 특정 장르, 특정 작품들에 한정시켜서 집중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즉, 소장가치가 높을 만한 것에 상품 제작과 홍보를 집중한다는 점이다. 즉, 대여용으로는 실제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작품들을 제작하되, 판매용에서는 그중 일부 '잘나갈 것으로 예측되는' (즉, 사람들이 사서 소장해 놓을 만한 것들 - 다시 말해서 반복적으로 볼 것들, 혹은 최근 큰 화제를 끌었던 것들 말이다)상품만을 다시 추리고, 거기에 각종 소장용 특전들을 첨가한다는 것이다. 대여용으로 제작되는 비디오의 경우, 애초에 비디오 가게가 최종소비자로 상정이 되어 있다. 그 비디오 가게에서 사람들이 그 프로를 10번을 빌리던, 20번을 빌리던 그것은 더 이상 제작사의 소관이 아니다(파악할 길도 없다).

그리고 영화의 경우, 기본 컨텐츠 자체가 이미 많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화, 이슈화를 시키기가 좋으며, 무엇보다 작품 자체의 '수명'이 긴 편이다. 매체이식, 재개봉 등은 가장 기본적인 재활용의 예일 뿐이다. 비디오로 나온 영화를 다시 DVD로 내고, 극장에서 개봉하는 등의 재활용 사이클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제작사의 마케팅 능력과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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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들에서 살펴본 다른 매체들의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의 마찰 극복 노력은 몇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의 구분과 특화인데, 대여시장 전용으로 아예 특화하는 경우, 혹은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을 둘 다 직접 조율해나가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는 판매시장의 경우 대여 시장에 대한 억제전략에 과도한 노력을 쏟기보다, 적극적 마케팅 전략을 통해서 판매시장용 상품의 소장가치 극대화 및 다각적 수익모델 창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대여시장은 시장경제체제의 문화상품에서는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며, 강제적인 수단으로 억누르고 없앨 경우 '불법시장'의 형태로 지하에 숨어들 위험이 크다(그리고 불법시장화되면, 더욱 강제적인 수단 - 대대적 집중단속 - 외에는 아예 관리가 불가능해진다). 혹은 현재와 같이 다양한 매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우, 그만큼의 시장 축소로 이어질 뿐이다. 중요한 것은, 대여시장과 판매시장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 균형을 맞출 것인가의 문제이고, 그것은 실질적으로 공급자의 마케팅 의지/능력에 달려있다. 물론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정부기관에서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 생산 주체들에게 기본적인 상품화 권리들을 보장해주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이해 관계자들의 집중적이고 실질적인 압력이 행해지면 가능한 일이다 (음반, 소프트웨어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우선 사볼만한 만화가 제대로 나왔으면 좋겠다. 작가들의 질적 역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훌륭한 작품들은 넘쳐난다. 문제는 바로 그 훌륭한 만화가 출간이 되어야하며 (매니아들, 전문가들은 여기까지만 충족되도 산다), 소장가치가 있는 판본으로 만들어져서 나오고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까지 충족되면 산다), 소장가치를 불러일으키도록 널리 일반에 이슈화가 되야 한다는 점이다(일반인들은 여기까지 모두 충족되야 산다). 판매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적어도 '아기공룡 둘리' 애장판을 만들 때 둘리가 모아레 현상으로 점박이가 되서 나오지는 않게 하는(품질관리는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다), 가장 기초적인 마케팅 기법들의 도입이다. 그냥 한번 대충 많이 찍어서 들고가서 팔아먹고 돌아오고 끝나는 보따리 장사식 마인드로는 현재의 조건들을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다. 다른 매체들의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지점이다. 보따리 장사 마인드가 통하던 시절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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