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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뮤지컬 불의 검' - 2% 남은 빼기의 미학
만화는 흐른다 05/12/29 12:15 

김혜린 작가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창작 뮤지컬 불의검이 2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 9월 19일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한국순정만화의 걸작중 하나인 불의검 뮤지컬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 만화독자들을 위해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서울예술대학교 박일규 교수와 함께 공연에 관해 소개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창작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이다. 머리 속에 가득한 소재를 주제에 맞게 엮고, 체로 걸러내고, 또 걸러내고, 다시 걸러내는 고달픈 작업이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을 각색하여 다른 장르로 옮길 때 다시 한번 뺄셈을 해야 한다. 더구나 잘 만들어진 작품일수록 유기적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빼야만 원작의 맛과 재창조의 맛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영화 비천무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뮤지컬 불의검에 대해서도 기대반 걱정반을 떨쳐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효율적인 뺄셈이라는 점에서 뮤지컬 불의검은 합격점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불의검 뮤지컬은 원작의 무게에 짓눌리지도 않고, 방대함을 다 담아내겠다고 욕심부리지도 않았다. 또한 소박하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작과 닮아있다.

연출가 : 김혜린 선생이 처음부터 끝까지 각색에 참가했습니다. 뮤지컬 연출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죠. 원작의 대본에 충실한 경우와 원작의 재해석에 중점을 두는 경우. 사실 저는 대본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하는 연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원작자의 의견을 많이 따랐습니다.

뮤지컬에서는 중요 등장인물들이 과감히 삭제되거나, 역할이 크게 축소되었다. 뮤지컬에서 보여주는 갈등관계는 크게 두 축인데, 아라와 아사, 수하이의 삼각관계, 그리고 카라와 아무르의 갈등관계가 바로 그것. 아사와 소서노, 마리한의 관계는 축소되고 아사의 결혼도 삭제되었다. 단목다루도 빠진다. 원작에서는 하나 뺄 것 없는 중요한 관계들이 뮤지컬에서는 파격적으로 삭제되었지만 진행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캐릭터 별로 살펴보면 소서노, 마리한, 온구트, 우르판 등 정치적(?) 비중이 큰 인물들의 역할은 상당히 축소되었으며 카라와 바리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특히 카라의 경우 카르마키 쪽의 이야기진행이 전적으로 카라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듯 보일 정도. 또한 원작과 달리 짧은 공연시간을 고려하여 우연과 기억상실을 통한 줄거리 진행을 피했으며, 효과적인 압축과 뺄셈으로 한정된 무대와 시간을 꽉 채웠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원작자 김혜린 작가는 뮤지컬화를 허락하고 스토리를 체크해주는 기본적인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연습기간은 물론 공연 개막때까지 제작팀과 함께 하면서 시나리오의 수정에 관여하였는데 과감한 생락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분위기와 줄거리의 큰 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라도 봐도 될 것이다.

연출가 :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너무 방대해서 과감하게 쳐낼 수밖에 없었어요. 2,400여 쪽의 원작을 2시간 10분에 담기 위해서 일부 갈등구조를 생략하고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김혜린 선생의 의도이기도 하고요. 다만 그러다보니 극 후반부의 드라마성이 빈약해진 감이 있는데 그 부분은 이후 보완할 예정입니다.

물론 빼낼 만큼 빼냈는데도 아직 빼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빼야 하는 대상은 원작의 무게일수도, 연출가의 욕심일 수도 있다. 생략이 과한 부분도 있는데 1막 초반에는 너무 많은 정보를 짧은 대사에 담아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이 흐름을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장면전환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단절적이어서 감정이입이 힘든 때도 있다.

주인공 아라와 아사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는데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주인공의 성격을 아직은 확실히 잡아내지 못한 상태인 듯 보이는데, 3개월이 채 되지 않는 연습기간으로 그런 부분에서 완벽을 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연출가 : 아사 역의 임태경은 뮤지컬은 처음이에요. 팝페라 가수 출신으로 노래는 잘 하지만 연기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요. 그럴수록 조연이 탄탄하게 받쳐 줘야 극이 살기 때문에 실력파 조연을 많이 기용했습니다. 이를 테면 카라역의 진복자씨 같은 경우 강력한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지요.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도 돋보인다. 특히 임태경이 등장하는 대목의 음악들은 연기자의 훌륭한 가창력과 어울려서 분위기를 잘 이끌어나갔다. 그러나 음악적인 테마가 확실하게 제시되지 않아 공연이 끝난 후에 멜로디가 귀에 남기는 쉽지 않을 듯. 물론 편곡과 시나리오 재구성으로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연출가 : 작사에는 책의 대사를 기초로 김혜린 선생이 직접 참여하셨습니다. 물론 만화의 대사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새로이 작사하신 곡들도 있지요. 그 외에 두 명의 작사가가 더 있고요.

무대장치와 막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경제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회전무대나 대도구의 이동이 느려 장면 전환이 효율적이지 못한 점은 일말의 아쉬움.

연출가 : 대도구와 무대 메커니즘(대도구와 배경 등을 움직이고 교체하는 시설)은 저희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브로드웨이 연극의 경우 극의 흐름과 특성에 따라 새로이 메커니즘을 제작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엔 국립극장에 시설된 기존의 메커니즘을 그냥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대목에서 장면전환이 느리고 답답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시나리오도 계속 수정하고 있습니다. 노트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요. 하지만 도구는 이제 바꿀 수가 없는 것이, 제작비가 바닥났거든요(웃음). 한국에선 개막 2~3달 전에 캐스팅을 하고, 두 달 만에 극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제작 여건이 안돼요. 특히 창작 뮤지컬은 투자받기가 힘들어서 더더욱 고생이 많죠. 이번 공연에도 투자자 물색이 가장 난제였습니다. 예산요? 공식적으로는 12억이고요. 이 정도 규모의 뮤지컬로는 작은 예산입니다만 없는 돈에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모처럼의 기대작, 뮤지컬 불의검이 원작의 모든 것을 담아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완벽한 브로드웨이식 뮤지컬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뮤지컬 불의검은 아직 완성된 작품이 아니다. 이제 첫발을 디뎠을 뿐이며, 시나리오도 연출도, 배우도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다.


연출가 : 이후 프로모션 계획이나 손익분기 등에 대한 걱정은 프로듀서의 몫이겠습니다만, 1차 공연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거나 향후의 가능성이 엿보여야 추가공연, 지방공연 혹은 해외진출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겠지요. 다행스럽게도 관객 호응도는 매일 매일 공연을 보완해나가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요즘 만화는 다른 미디어와 융합하여 2차적인 확장을 꾀하는 모습을 빈번하게 보여준다. 게임화, 드라마화, 영화화, 뮤지컬화. 이 현상은 만화가 자체로 독립적인 미디어 이면서 다른 미디어의 제반 인프라로 기능하는 특징을 가짐을 보여준다. 어떤 장르보다 적은 예산으로, 실험적으로, 자유로운 표현으로.

연출가 : 저는 이제까지 셰익스피어 극의 연출을 많이 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만화원작을 가지고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만화원작의 뮤지컬이라면 재작년에 뮤지컬 바람의 나라를 봤는데, 작품은 좋았는데 타이밍이 좀 안 맞아서 재연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불의검은 바람의 나라보다 한국인의 심성을 건드리는 부분에 호소력이 있어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원작의 탄탄함과 풍부함 유장한 흐름을 다 보여주지 못하였지만 뮤지컬 불의검은 많은 가능성을 안고 있다. 수입뮤지컬 1/10 정도의 예산으로 이 만큼의 완성도에 도달한 것은 오히려 칭찬할 만한 일. 초연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의 완결성보다는 이후의 가능성에 더 기대를 걸고 싶다.

13년 동안 연재되며 올해 초에 완결된 원작처럼, 뮤지컬 불의검도 회를 거듭할수록,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욕심을 빼고, 더 많은 감동을 더해 한국 창작 뮤지컬의 힘을, 한국 만화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남은 공연 일정동안, 가능하다면 재연과 지방공연 시 2% 남은 뺄셈을 어떻게 보여줄지, 향후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 순정잡지 [허브]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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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http://dugoboza.net/tt/rserver.php?mode=tb&sl=126 (copy)
난나06/01/03 11:59 
오, 이것 써주셨군여.. 누군가 꼭 써야할것 아닌가 싶어 지켜보고 있었는데 역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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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뭐하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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